• 최종편집 2025-11-17(월)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4]
생명과 평화가 피어나는 파주

 

 

10월의 마지막 주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생명평화결사 등불(회원)인 천호균 님(닉네임 호박)이 사는 지역에 들러 농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순례 일정입니다. 거창에 계시는 박용성 바르나바 신부님도 동행하였습니다. 듣기로 천호균 님은 농사를 예술로 생각하시고 지으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긴 고뇌 끝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 듯

농부는 오랜 시간 정성들여

생명 깃든 곡식을 창조해 냅니다.

 

아직은 도시에 있어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문화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평화로운 자연이 가득한

농촌에서 시작합니다.

 

농촌이 가장 트렌디한 예술마을이 되고

농부가 아주 창조적인 예술가로 인정받고

농사가 가장 위대한 직업이 되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농사는 예술입니다. (천호균 시, 보리의 블로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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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며칠의 짧은 방문이지만, 파주지역 곳곳에 펼쳐진 그와 지역 주민분들의 생명과 평화에 대한 노고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우프평화마을짓자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프, 호스트, 우퍼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시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우프는 1971년 영국을 시작으로 유기농가에서 하루 4~6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147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이라고 합니다. 이에 호스트는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가의 농장주를 일컫는 말이며, 우퍼는 농가에 들어가 일정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얻으려는 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파주에 도착해서야 우프를 알게 되었거든요. 하여, 결례임에도 신청 없이 호스트인 평화마을짓자이사장인 정진화 님의 집에서 우퍼인 오스트리아 부부와 숙식과 체험 일정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사단법인 평화마을짓자도 말씀드려야겠네요. 이 단체는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017년 보리출판사 윤구병 님의 제안에 천호균 님 등 7명의 창립 멤버를 시작으로 현재는 133명의 회원분들이 1만원~20만원의 회비를 자율적으로 납부하여 운영된다고도 합니다파주 적성면의 1,000여 평의 공동체 밭이 우퍼와 회원분들의 농사터로 이용되며, 파평면 눌노리 일대에 조성중인 1,300여 평의 평화마을에서는 16가구가 생태와 에너지자립, 순환마을을 지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생태적 삶의 실천,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순환 농법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한걸음씩 즐겁게 이뤄가고 있답니다. 올해 109일에는 기후야 춤추자, 평화야 뒹굴자라는 주제로 지역민들의 가을 잔치가 풍성하게 열렸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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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전민통선 안 대마밭에 들어 갔습니다천호균 님의 밭에는 관에서 허가된 대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씨를 수확하고 한 컷하였습니다그런데 민통선을 지나는 길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개성 21km, 평양 208km 표지판이 스쳐 갔습니다분단이란 이래저래 아픔입니다단절되어 나누고 살아가지 못하는 남과 북의 고초가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오후에는 마리얍과 알프레드 오스트리아 부부가 우퍼로 왔습니다함께 정진화 님과 천호균 님박용성 바르나바 님과 저이렇게 6명은 평화마을 밭에서 고구마와 줄기를 열심히 수확하였습니다맛있는 고구마 줄기 요리를 상상하면서...

 

오스트리아 부부는 10헥타르 규모의 농사를 지으며 네이처 와인가공하지 않는 와인 공장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10~12월은 여유가 있어 여러 곳에서 우퍼로 지낸다고 하구요유쾌하고 농담이 넘치는 알프레드는 저의 후쿠시마 오염수’ 몸자보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오랫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저로서는 오스트리아의 좌우파의 기준을 알 순 없었지만자신은 그간 우파에서 근래에 중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좌파도 이해한다고도 하구요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나자본주의 제도가 나쁘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합니다저는 왜 몸자보를 달고 다니는지 주변 통역의 도움과 바디 랭기지로 설명드렸구요.^^ 그리고 마리얍은 제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알려 주겠다고 하더군요헤어질 땐 금새 정이 들었는지 마리얍도 저도 눈시울이 뭉클 했답니다.

평화마을에 있는 양조장도 방문했네요임상채 님이 운영하시는 평화마을 양조장’ 다들 막걸리 한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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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 저는 여러가지 채소로 요리도 하고, 냉장고도 정리하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숙소 텃밭 작업을 하였구요. 그런데 아침 밥상에 올라온 저의 필살기, ‘고구마 줄기 무침을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칭찬 세례, “우와 엄청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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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일정은 임진각. 끊어진 다리도 보았습니다. 임진각 공원에서는 어떤 조형물 앞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습니다. 남북의 접경지인 파주를 다니다 보면, 팔레스타인 전쟁의 참상이 오버랩되어 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생명과 평화의 기운, ‘평화마을짓자의 정신과 실천이 파주를 넘어 온누리에 널리 퍼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봅니다. 아참! 임진각 다리 근처에는 파주시민들이 추진하여 설치한 소녀상 2개가 있다고 하는군요. 1개가 아직 북쪽에 가지 못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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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균 님이 운영하시는 주식회사 쌈지농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미술관과 헤이리에서 예술정원으로 조성중인 곳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빗물 저금통 자전거를 보았습니다. ‘빗물 저금통 자전거는 바퀴를 회전하면, 모아진 탱크안의 빗물이 호스를 통해 전기사용 없이 분사되는 원리입니다. 다같이 달라붙어 니스 덧칠 작업도 하였습니다. 평화마을에서도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자립 온실이 2동 지어져 있습니다. 곳곳의 생태적인 삶의 흔적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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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참회와 속죄의 천주교 성당에도 들렸습니다. 성당의 내부 모자이크를 북쪽 분이 만들어 보냈다고 하네요. 건축양식도 북쪽 성당과 똑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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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일정이 후딱 지났네요.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순례를 다니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다름이라는 부분입니다. 인간이나 비인간, 생명체 사이 관계에서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로 인한 서로를 바라보는 다른 생각’. 그래서 문득, 집 텃밭에서 흙을 만지다 보면,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존재,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쏭이가 떠올라 시를 한번 써 보았습니다. 쏭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각을요.

 

쏭이 귀 펄럭’ -청명-

 

내 옆엔 별난 세상이 있다.

풀과 꽃, 작물, 나무, 인간까지

정글처럼 다 같이 엉켜 살고 있다.

 

벌은 바쁜데 나비는 한량이다.

엄마는 오늘도 삽질 중이다.

엄마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꼬리를 흔든다.

 

아빠는 오늘도 요리중이다.

아빠가 부엌에서 계란을 삶는다.

나는 또 꼬리를 흔든다.

 

소만 언니는 나를 쏭이라고 불렀다.

나는 와락 안겼다.

 

이 곳은 별난 세상!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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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시가 생각의 다름에 비추어 과연 얼마나 쏭이의 마음과 생각에 근접했을까? 쏭이가 아닌 나라는 인간의 관점에 지나지 않을까? 타성에 묶여서 만나는 이의 생각의 다양성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피상적으로 그럴 것이다가 아닌 서로간 생각의 다름과 다양성을 좀 더 살펴보는 일이 연대활동에 있어 기본이 아닌가? 새삼 번쩍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고정되어 있다는 고집 자체도 권력을 낳으니까요. 하지만 다름과 다양성에 있어서도 늘 경계해야 할 점이 있겠지요. 바로 권력으로 인한 차이, 수직적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다름과 다양성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명과 평화가 피어나는 파주. 평화마을과 공동체 텃밭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꾸려나가는 파주 사람들. 삭막한 분단의 접경지를 지척에 두고서도 희망을 쏘아 올리는 파주에서의 경험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안내해 주신 정진화 님, 천호균 님, 멀리 이국 땅 한국으로 오셔서 다정하게 함께 지냈던 마리얍 님, 알프레드 님, 다니는 내내 운전을 도맡아 주셨던 박용성 신부님, 파주를 떠나기 전날 저녁에 잡채를 맛있게 요리해 주신 정금자 님(천호균 님 짝궁, 닉네임 감자). 고맙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마련하여 생명과 평화를 실천하고 널리 알리고 계신 연대의 전도사인 평화마을짓자모든 회원님들. 많이 고맙습니다. 다음 일정지인 담양으로 내려오면서, 만남은 연대이고, 연대가 쌓이면 변화가 이뤄진다는 믿음이 솟구쳤습니다. 다 파주에서의 연대의 힘 덕분입니다.

 

조그마한 옹기에 담아놓은 감식초가 잘 익어가고 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단풍도 들겠지요. 찬바람이 셉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화이팅 넘치는 가을날 되시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앗싸 탈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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