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구례의 풍류와 멋을 찾아, 시조창의 맥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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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동편제전수관, 시우회관에서 완제 팔만대장경이 울려 퍼진다. 계절마다 흘리는 꽃 향이 바람에 실려 머물다간 자리, 유독 금목서 향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목청. 그 자리에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넓은 마루 지나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른들께 절하고 마주하는 자리는 마치 시조창이라는 음악에 예를 올리는 의식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이제 시조창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몸속 세포들이 깨어나는 시간 속으로.

 

이종춘 회장님이 동그란 피치를 불고, 양문석 고문님이 집고를, 곁에서 방부승 부회장님과 신현숙 사무국장님의 장단과 함께 시우회 회원들 사설시조가 시작된다.

 

여래~~ 보사~~~~~지자~~~ㅇ보사~~~~~

관세~~~~~~~~~ㅁ보사~~

~~~~~무우우우아미~~~~~~~~~~아아부--------~~

계단을 잘 밟고 올라가

예쁘게 쓰다듬어 갖고

 

시조창 배우는 자리에 스승과 제자 사이 오가는 말. 살아나는 입말은 구수하기 그지없다. 푹 빠지는 말맛에 어우러지는 선율이라니. 세월의 굴곡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물방울처럼 구르는 듯, 내 몸이 함께 액체화되는 기분. 아마 옛사람들도 그랬을까,

 

시조창은 알 것 같으면서 잘 잡히지 않은 분야였다. 시조창은 조선 후기의 가객 이세춘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시조창은 리듬과 선율이 전하는 감동이 크다. 시조는 평시조, 사설시조는 물론, 남창질음, 여창질음, 엮음질음, 우조질음, 중허리시조 등 다양하다.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음계는 황종, 중려, 임종의 3음의 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주는 계면조와 질음시조는 평시조의 구성음을 중추로 하되 임종, 청황종, 청태주, 청중려 등 4음을 변조시켜 음역대를 넓히고 있다. 다양한 음계와 고저장단과 장구 장단, 단모음과 중모음 변화, 부호 등 생소한 음의 세계는 안개 속에 묻혀 있는 듯 깊기만 하다. 시조창은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으며, 사라져 가는 시조창의 맥을 잇기 위해 전국적으로 경연대회와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

 

시조창의 선율이 구례 어른들의 목청에서 가르침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귀하고 소중한 자리는 3, 8일 구례 오일장이면 어김없이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글로 남겨야 하는 필자는 시간이 서서히 흘러 이분들의 소리와 열정이 구례에 오래 넘쳐흐르기를 바란다.

 

파리 몽마르뜨언덕에서 한산섬 버스킹을 꿈꾸는 신현숙 사무국장님은 시조창의 좋은 점을 묻자 우선 단전호흡이 저절로 되어 마음 안정과 심폐기능의 향상으로 건강에 도움이 돼요.라고 답한다.

시조창은 선비의 전유물이 아니라 선비문화를 흠모하고 지향하는 일반 백성들의 대중문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판소리나 민요와 비교해 채록되어 남아있는 시조창이 월등히 많고 작자층이 광범위하거든요. 이런 시조창이 이어지도록 살려놓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겠지요.”

특히 구례 시우회 어르신들이 점잖고 분위기가 좋아서 마음이 편해요

 

그렇다. 고문님은 마치 교장 선생님 같고 회장님은 아버지 같다면 부회장님은 조용히 곁에서 경청한다. 고문님은 장단을 맞추다 소리가 찢어져수업 중 참다못해 직접 들려주는 시조창 역시 맛갈지다. 필자도 그렇게 몸 안에서 소리가 여울지다 흐르다 소리를 묶어 애끓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하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바로, 아니야, 아니야, 귀명창, 귀명창, 하며 달랜다. 구십을 살은 어른들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냥 나왔을까! 그 매혹적인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는 그 향기에 취할 수 없다.

 

양문석 고문님은 94세로 환갑 때부터 시조창에 입문했다고 토로한다. “처음에는 광주 시우회 소속으로 배우다가 토지가 중심이 되어 석낙용 선생이 구례 시우회를 만들었어요. 나는 또 이상술, 정경태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웠지 하믄, 구례에서는 석낙용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우기 시작했어. 한때 문척에서 시조창 붐이 일고 토지 사람들이 시조창을 많이 했어.” 밤에 깨어 잠이 안 오면 속으로 시조를 하다 보면 잠이 든다고 술회한다. 10년 전 시조창 10곡을 모아 CD로 제작하였다며 필자에게 CD 하나를 건네준다.

 

방부승 부회장님은 90세로 10년 전부터 시조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보통 사람의 목소리보다 음이 4단계 높고 아름답다. “나는 토지 사는 박판규기 권해 시조창을 하게 되었어요. 젊어서 술 한잔 먹거나, 외로울까 싶으면 노래를 불러 안 나올 때까지 소리를 질렀어. 소리가 단전에서 나와. 소리가 길 때 보면 숨을 쉬어야 해, 들이쉬면서 내뿜으면서. 시조창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한가로워지지. 노후에 시간 보내기도 좋고.하며 소리 없이 웃는다.

  

시우회 어른들은 또한 구례 유림이다. 유림회관에서 시조창을 권하자 즉석에서 고문님은 책 두 권위로 손장단을 맞추고 부회장님의 남창 질음이 시작된다. “푸른 산중 백발 옹이 고요 옥좌 향남봉 이로다.” 고음 따라 깊은 산중 신비로운 세계로 끌려간다.

 

올해 92세인 이종춘 회장님은 스무 살 때부터 시조창을 시작하여 70여 년을 시조창과 함께 살아온 산 증인이다. 아들이 언제까지 시우회 회장은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시조창을 배우고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구례 시우회 미래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시조창에 대한 열정은 청년처럼 넘쳐흐른다. 제자들의 경창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명인, 대상부 장원이 배출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격려와 가르침, 끈끈한 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시 선율보 앞에 모여 앉은 수업 시간, 이종춘 회장님이 악보를 짚어가며 회원의 시조창 듣는 모습을 대하니, 시대를 거슬러 그림 속 정자에 앉아 나도 몰래 몸에서 음이 새어 나온다. 그사이 출현하는 사잇말은 해학과 리듬으로 물결친다. 구례 말이 살아 숨 쉬는 현장. 그 주인공은 당연, 회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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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을 안 하고 지나 가부네

나비야 아흐 ~~~안되었어

아흐흐흐 이제 되었어

이게 속청이 제일 많아

아니 이이이라

 

엮음질음은 흥이 나고 필자도 흥이 나고

임실 시조창 경연대회 나갈 사람이 목청이 붉어지고 굵어지고 이제 청을 내고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 돌려봐 봐

 

소리를 삼각형으로 불러야 하는데 매끄럽게 되지 않아 또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한다.

삼각형이라니어떻게 목소리를 삼각형 도형으로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듣고 듣다 보니 알 것 같은데목이 말을 듣지 않아서지

그 삼각형의 소리가 제대로 나면 리듬이 꺾이고 살아난다.

한 고개 넘고 나면 소리가 또 다른 스승의 귀에 차지 않는다

 

너무 빨라 느긋하게 해야지 너무 빨라

그거 아니야 속청이 나와야지 왜 겉 소리가 나와

그렇제 사아아아아

빠그러졌다고,

아이가,(절레절레)

~~~이가 안 되어

아이가

 

장구 박을 맞추는 구순의 세월은 흥이 나고

여러 시조창을 듣고 있자니 내 목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갖은 속청 내기의 유려함이라니

온몸으로 울고 있는 소리 새의 울림이

대금연주와 함께 흐르고 있다.

온몸이 내는 옛 선비의 세계가

아직도 울려 퍼진다우리의 소리가

깊은 연륜의 속청 길이와 길이의 고저가

흘러가는 시간이 또 시간을 흐르게 한다.

풀어내고 풀어지는 소리

 

함양 대상부 대회를 앞두고 수업 시간은 긴장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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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물딱지게 돌려서

질음이 안 나오니까 내가 거기 봉착해있는 거야

엮음질음 할 때 내가 들어본 께

옳게 한가 말을 해봐무역이여

우조질음은 동유~~~ 유로다

더 올라야 해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넣어봐봐

한 박을 안 했어다시 해봐

황학이~~ 이이이

맞아 그러케

 

웃삼각형!

굳어서 안 되어 못 고쳐

다시 하고

그때 가서내가 알아서 할게요

 

애끓는 소리에 애가 타는데

구순의 어른은 웃기만 한다

딴소리가 나부러 이히이

웃삼각형을 좀 천천히 해야 돼

(소리 없이 몸을 흔들고 눈을 감고)

 

도둑 숨 쉬고 떨고

 

술을 안 주니 맥히고 그러네

술을 안 먹어도 취하고 그래

석인이~~~~~~~~~~

음이 좀 다른 음이 나오드라

다시 한번 해볼게요

제발 좀 해돈 주란 소리 안 할 테니

목을 갈아야 해

 

필자는 입을 떼지 못해도우조질음도 엮음질음도 따라 한다.

새가 천상으로 오르는 듯날던 새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 시조창의 풍류에구례를 지나간 이순신 장군의 수루에 앉아 장군처럼 그렇게 한산섬을 읊어보기를 권하면서용호정 시계축하 공연에서 연주한 한산섬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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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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