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산청 소식을 전합니다.
12월 6일 토요일에는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송년의 밤 행사가 있었어요.

의료사협에는 합창단, 바둑모임, 밥모임, 수다모임, 글쓰기모임 등 여러 조합원 소모임이 있습니다. 소모임에 가입, 참여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어 진료나 약을 살 때 이용할 수 있는데요. 저는 그중 ‘이로운 식탁’과 ‘영꾸독(영어 소설 꾸준히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오늘은 영꾸독 회원들과 함께 바자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바자회에는 예쁜 물건들이 많이 나왔어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견물생심, 월동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1벌 3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재킷, 조끼, 바지 등을 구입하였어요. 아들에게 필요했던 벨트도 샀습니다. 주인을 찾아가는 물건들. 바자회가 심심할 것 같다며 오기 싫어하던 딸래미도 예쁜 녹색 가방을 발견하고 1000원에 샀어요.
바자회가 진행되는 동안 작은 공연이 있었어요. 산청 청년들이 모여 결성된 우동밴드의 노래, 어울림 합창단 단원 두 분의 기타 연주, 우리 영꾸독 회원들의 팝송을 들을 수 있었어요.



무대와 음향, 바자회 매대보다도 더 바쁜 주방. 조합원들이 함께 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분들. 손수 청새치를 굽고 계신 화목한의원 김명철 원장님.
입구 한켠에서는 청소년 자치공간 명왕성 후원 주점 티켓 판매가 있습니다. 명왕성은 산청의 청소년들이 와서 편하게 쉬어가고, 라면을 끓여먹고, 노래도 부르고, 낮잠도 잘 수 있는 공유 공간이에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청소년에게 자치의 기회와 자발성이 주어지는 이런 공간은 흔치 않답니다. 명왕성은 평소에는 청소년의 놀이터로, 때로는 주민들의 모임 공간이나 회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어요. 12월 14일 점심은 목화장터에서 열리는 명왕성 후원 주점에서 해결하면 가장 좋고, 오실 시간이 없으시면 후원금만 보내셔도 됩니다.
산청 청소년 자치공간 명왕성 후원계좌: 농협 301-02-0851-3511(하마)

다음 시간은 이야기 경매.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는 경매가 아닙니다. 가장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에게 물건이 갑니다. 양보 절대 금지. 사실인지 아닌지 아리송하면서도 구구절절한 이야기들. 방귀 때문에 시그니초를 먹어야 된다, 기미가 많아서 도자기 그릇에 뜨신 물을 붓고 얼굴에 덮어 써야 된다, 남편이 어제 그릇을 깨서 접시가 필요하다, 동반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간이라도 공유하기 위해 커플 시계가 필요하다 등등. 저마다의 집안 사정과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시간. 고해성사를 할 절호의 찬스겠지요? 저는 ‘남편이 많이 아파서 내가 남편의 노후 보험’이라는 분을 제치고, ‘전남편이 양육비를 한 푼도 안줘서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한다, 부모님도 언제 아플지 모른다’는 사연으로 삼족오 옻칠 명함집과 필통을 득템했어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동의 눈물 찔끔.


이야기 경매에 이어진 건강지킴이들의 '찐이야' 체조와 서와콩의 이야기가 있는 싱얼롱.
싱얼롱에 앞서 불러주신 자작곡 가사가 너무 좋았어요. 여기에 전체를 옮겨봅니다.
<무지막지> by 서와콩
기억나니
우리가 무너질거라고 했던 댐 말야
어젯밤 비에
흔적없이 무너졌더라
몇 번째 일까
이제는 세기도 귀찮아졌어
불쌍하여라
"아구케타세타치오!"
요키의 집을 무너뜨렸지
검은 바퀴 모여들어
부수고 자르고
반복하다 보니
커다란 무언가가 만들어진거야
랄랄라 랄랄라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뜨거운 연기 나는 것들
100년도 못가
다 무너질것들
애석하다 애석해
"스칸다프리아룰라!"
다시다시다시
기억나니
우리들이 얼마나 많이 얘기 했는지
그러다가 우리모두
죽게 생겼다고
그런데 그들을 봐
들은 척도 하지 않잖아
그저 새소리가 듣기좋다며
아무걱정이 없지
중요한 건 함께 사는 것
"모스토 코토클레 비욜레!"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구나
아직 아직 아직 아직도
랄랄라 랄랄라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
뭣도 모르고 만든 것들
100년도 못가.
다 사라질것들
애석하다 애석해
스칸다프리아룰라
나무에게 들었던
믿을 수 없는 얘기
어딘가 우리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산다는 얘기
찾아보자 그는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찾고 또 찾아도
나오지 않는사람
거기 있다면
손을 들어줘
랄랄라 랄랄라
언젠가 그를 만난다면
하고픈 말이 있어
당신이 걸어가는
바로 그 길이
우리 모두의 길이라고
랄랄라 랄랄라
사람들은 변하지 않고
뭣도 모르고 살아 가지
그러나 그 속에
당신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다고
가사 중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소리는 작사자인 수연이 상상한 동물말이라고 해요. 내가 바로 동물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너도 나도 손을 들었어요. 진짜가? 진짜다~. 동물말도 식물말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들어나면 좋겠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거 같아요. 아니면 이미 충분히 많은데도, 검은 바퀴의 힘과 소리가 너무 센 걸까요?
추억의 노래들과 캐롤송을 함께 부르고 나니 크리스마스가 온 거 같아요. 저는 모두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았답니다. 경품 추첨에서 1등 상품인 공진단 5개에 당첨이 되었어요. 이런 거 당첨 잘 안 되는데 웬일일까요? 의료사협 바지회에서 월동 준비했다고 하늘이 칭찬했거나, 고해성사가 너무 절절했나봅니다. 많은 분들이 공진단 당첨을 부러워하셨어요. 공진단은 한 개만 내가 먹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선물해 드렸습니다.

주방팀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양한 음식들. 유부초밥, 꼬마김밥, 찌짐, 청새치회와 구이, 전, 나물 등을 지인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의자가 부족했어요. 아이들은 후다닥 밥을 먹고 자기들끼리 놉니다.“엄마~ 오늘 나 지은이 집에서 자면 안돼?” “그래라~”

내년이면 산청의료사협사회적협동조합이 창립된지 5년, 화목한의원 개원 3년이 됩니다. 조합원 1500명. 현재는 사협에 한의원 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양의(가정의학과)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청의료사협은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일상적 돌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어요. 각종 소모임 뿐 아니라, 건강과 인문 강좌, 전시회, 단식 프로그램, 찾아가는 건강지킴이 등의 활동을 통해 탄탄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산청 수해에는 자원봉사자 연결 오픈채팅방 ‘수해, 함께 회복해’를 운영하여 조합원 농가를 도우고, 재난 지역 집단상담과 주민토론회. 산불 피해지 감 수확봉사 등으로 타 지역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산청의료사협은 어째서 질병의 영역이 아닌 인문·사회적 영역과 재난 복구 자원봉사까지 다루게 된 것일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1948년 헌장에서 “건강이라는 것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완전한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을 뜻한다”고 정의했습니다. 또한 윈슬로(C,E.A.Winslow)는 20세기 초에 이미 “건강은 내적 · 외적 여러 요소,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개인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 사회적인 것과 공적인 것, 의학 · 환경 및 사회적 요인 등이 결집된 산물이다. 그리고 건강은 문화와 경제, 법률과 정부에 의하여 좌우된다”, “공중보건학이란 조직화된 지역사회의 노력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며, 건강과 효율을 증진시키는 기술이자 과학이다” 라고 했습니다.
건강은 사회성과 문화성 내지 정치성을 지니고 있으며, 개인이나 일부 전문의료인의 노력이나 역량이 전부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촘촘한 돌봄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야 온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1인 가구 또한 많아지는 지금, 의료가 단순한 질병 치유를 넘어 건강의 정신적, 사회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형태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산청의료사협의 의사와 조합원들이 장차 우리 사회와 문명이 앓고 있는 질환까지 치유하는 명의, 신의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https://gscmedc.org 사무국 055-973-0407
경남 산청군 산청읍 산청대로 1381번길 17
*산청 주민이 아니어도 조합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사무국으로 문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