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2(화)
 

송전선로는 싫고, 반도체 산단은 좋다? (2)

 

 

(지난 글에 이어서)

 

앞선 글에서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야기했어요. 그럼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도체 산단을 우리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정말 반도체 산단이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게 어떨까요?

 

 

반도체 산단에 나랏돈 쏟아부을 까닭 없어

반도체는 미래 먹을거리 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9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다 보니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 출혈이 불가피하다’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건설되는 시설들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어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은 세계 수요의 21.9%(2028년 기준)에 달할 수 있으나, 국내 수요는 5.4%(2026년 기준)에 머물러서, 국내에서 만든 많은 양을 해외에 팔아야만 해요. 그러나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도 국가 안보 운운하며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죠.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떠드는 장밋빛 미래와는 달리, 과잉생산이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 반도체 수출은 2018년 830억 달러에서 2023년 429억 달러로 반 토막 났다고 해요. AI 반도체 호황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었어요. 글로벌 투자은행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가고 있음을 경고해요. 이렇게 시장 상황이 변하면 대기업은 어떻게 할까요?

 

다 지어 놓고 투자 철회하면?

지역 공동화, 경제 악화는 어쩔 건가?

 

만약 대기업이 투자에서 손을 뗀다면? 그 거대한 산단과 인프라는 흉물스러운 빈 껍데기로 남겠지요. 투자 계획은 언제든 조정될 수 있지만, 한 번 깔린 인프라와 지역 의존 구조는 쉽게 되돌릴 수 없어요. 멀리 볼 필요도 없이, 평택을 보세요. 최근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 2023년 기초공사에 들어갔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 P5는 지난해 초 갑자기 공사를 멈췄어요. 적자와 업황 악화를 내세웠죠. 그래서 평택이 어떻게 됐나요? 북적거리던 주변 상권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결국 상가와 주택 등에 투자하거나 확장했던 사람들은 빈 상가와 빈방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는 상황이었죠. 아파트 과잉 공급에 상수원 보호 구역 해제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재명 대통령도 강조했듯, 현재 AI 시장은 시간 단위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지요. 반도체 공정 역시 기술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고, 지난해 기술이 올해 구형이 될 수 있는 시장이에요. 시장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죠. 최근 삼성전자가 멈췄던 공사를 다시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생산 조건과 상황이 변하면 또 언제 공사를 멈출지 모르는 일이죠. 그럼 거대한 산단과 인프라는 텅 비고, 지역 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반도체 지원 30년 투자 계획 속에서 발생할 수요 변동, 산업 변동, 투자 계획 변동은 한국경제 전반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는 까닭이에요.

 

이익은 기업이, 피해는 주민이

재벌 특혜를 국익-지역발전으로 포장하는 짓, 인제 그만

 

우리나라는 특히 다른 나라보다 국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막대해요. 미국의 칩스법, 일본의 라피더스, 대만의 TSMC 사례를 보면 사기업의 장악을 막고 공적 성격을 유지하려는 장치들이 있지만, 한국의 지원 정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민간 대기업 재벌 중심으로 공적 성격이 매우 약하다고 비판받아요. 대기업에는 막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주어지지만, 공공적 통제나 이익 환수 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런 대규모 대기업 지원은 정작 당장 필요한 부분에 소홀해지게 하지요. 기후위기 대응, 복지 확대, 사회안전망 마련, 산업 다각화 등 중요한 분야는 뒷전으로 밀려나니까요. 이익은 사유화하고, 피해는 사회화하는 나쁜 구조조차 바꾸지 않은 채, AI와 반도체 산업에만 열 올리는 국정 기조와 지역 발전 몽상에 빠진 산단 유치전이 정말 올바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예요.

 

이래도, 우리 지역이 반도체 산단만 먹으면 장땡?

성숙한 시민사회와 좋은 정부를 바라며

 

다시 묻고 싶어요. 반도체 산업을 위해 이렇게 모든 걸 다 쏟아부어 물과 전기를 대 주고, 혜택을 몰아주고, 위험과 오염을 참아 주어야 하나요? 우리 삶터를 뚫고 지나갈 초고압 송전선로를 박아 주민들을 몰아내서라도 세워야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초고압 송전선로는 싫지만, 반도체 산업은 우리 지역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우리 지역에 먼저 산단 만들어 달라는 소리는 그만하기로 해요. 그보다는, 소외되는 이 없이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해 나가자고 요구하면 좋겠어요. 무턱대고 재생에너지만 늘리자고 주장하지 말고, 우리 사회 전반에 드는 에너지 수요를 줄일 방안을 먼저 찾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한 시민사회를 받들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에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산업으로 정의롭게 전환할 기반을 만드는 정부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니, ‘우리 지역에 산단 달라’는 말이 더는 들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버들 (독립연구자)

 


봉성버들13.jpg

사진

 

 

 

재벌 특혜, 불확실한 고용효과, 노동권 침해, 기후·환경적 악영향 등의 논란을 낳은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어요. 사실상 반도체 대기업에 거의 모든 공공 자원을 몰아주는 구조를 만들면서까지 반도체 산업을 떠받들어야 하는지 묻고 싶어요. 사진은 반도체특별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11월 4일) 모습.(사진 출처: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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