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으며,
『지리산人』 독자들께 특별한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날짜 하나 지나가는 것뿐이지만, 우리에겐 흩어지지 않을 희망과 용기가 계속 필요하니까요.
지리산 자락 다섯 개 지역에서 난개발을 막으려고 애써 온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서 무겁지만 가볍게, 가볍지만 무겁게, 길을 내 온 활동가들의 마음을 읽어 주세요.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새해 복은 넉넉히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지리산人』 드림
[활동가들의 새해편지] 1.구례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신 지리산이여
지리산이 드리우고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이곳이 지리산 자락의 사포마을입니다. 사포마을의 주된 작물은 다랑논에서 지은 쌀과 한약재의 원료인 산수유입니다. 자연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런 이곳에서 골프장과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외치는 지자체와 일자리에 목마른 주민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골프장과 케이블카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라고 여기던 저는 주민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틀렸다고, 그들의 생각을 고쳐야만 한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골프장 문제가 누그러든 지금, 이제 와 지난 내 모습을 돌아보면 낯이 뜨거워 고개를 들기가 어렵습니다. 마을 분들과 마주할 땐 겸연쩍습니다. 마을을 뜨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함께하면서 힘이 되던 시민 활동가들이 있는데 마을이 안정되었다고 나의 안주를 위해 이들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산에 나무가 베어져 황토색으로 물들 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윤주옥이 있었고, 골프장 예정 부지인 지리산 자락을 수없이 누볐던 지리산사람들! 우리 곁에 늘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지리산 그리고 그 사람들! 난개발 문제에 부딪히고서야 알았습니다. 늘 있어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큰 덩치의 지리산도 작디작은 우리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산이 산처럼 있어 줘야 인간은 숨을 쉽니다. 강물은 막힘없이 흘러야 우리 몸도 순환합니다. 산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뭇 생명을 지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물질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가는 길 아닐까요.
글쓴이 : 전경숙
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