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으며,
『지리산人』 독자들께 특별한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날짜 하나 지나가는 것뿐이지만, 우리에겐 흩어지지 않을 희망과 용기가 계속 필요하니까요.
지리산 자락 다섯 개 지역에서 난개발을 막으려고 애써 온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서 무겁지만 가볍게, 가볍지만 무겁게, 길을 내 온 활동가들의 마음을 읽어 주세요.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새해 복은 넉넉히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지리산人』 드림
[활동가들의 새해편지] 2. 남원에서
연대의 힘으로 지키는 지리산
2025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1년의 마디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고맙고 감사 한 일을 떠올리라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으로 국민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을 빛의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막아냈다는 것이고, 우리 지역에서는 우리 시민의 힘으로 지리산을 지켜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북 환경운동연합의 7대 뉴스 중 하나가 지리산 산악열차 환경영향평가 반려다.
몇 년 동안 남원시청 앞에서 퇴근길 시민과 공무원들을 향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외치며 투쟁했던 시민들이 떠오른다. 또, 지리산 자락의 사람들이 산악열차 1km 구간인 정령치에서 산악열차 반대 퍼포먼스를 하며 그 길을 걷고, 함께 지리산 정기와 향기를 맡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간절함을 목소리로 외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리산을 지키겠다고 고사리 같은 손에 악기를 들고 정령치까지 와서 노래로 산악열차 백지화를 호소하던 초등학생들, 붓글씨로 지리산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던 초로의 어르신, 자신의 생계를 잠시 내려놓고 지리산으로 달려와 “지리산을 그대로~!”라고 외치던 지리산 5개 시군의 이름도 알리지 않는 시민들도 떠오른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휴양을 위해 자연을 찾는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지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자연을 찾는다. 자신이 구석으로 몰렸을 때 우리는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제야 자기가 잃어버리고 산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이다. 지리산은 그런 우리를 품어 주는 곳이다. 우리는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한다. 어머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내가 힘들 때 하소연하면 언제든지 다정한 미소로 내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분이 내 옆에 계신 것만 같다. 우리는 누구나 지리산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지리산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나만 느끼고 없애는 것이 아닌, 내 아이들도 그런 느낌을 받고 그런 위로를 받고 그런 치유를 받는 영원한 우리의 영산, 어머니의 산. 자연 그대로 우리 곁에서 우리의 역사 속에서 반야봉, 피아골, 천왕봉, 노고단이라는 단어가 불리는 그런 영산이 되기를 바란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 시를 읽다 보면 나도 꽃피고 너도 꽃피면 온통 꽃밭이 되고 나도 물들고 너도 물들면 온산이 활활 타오른다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 한 사람은 아주 미약하지만,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열 사람, 천 사람이 되어 함께한다면 2025년 빛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 낸 것처럼 우리의 지리산도, 우리의 환경도, 우리의 권리도, 지켜 낼 것이다. 그 힘을 믿기에 어렵고 힘들 때 연대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2025년이 저물어 가는 이 시간에도 우리의 지리산을, 우리의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연대의 힘으로 열심히 투쟁하는 그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맑은 공기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글쓴이 : 박봉리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회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사무국장 역할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