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을 비워내는 일, 죽음
'단식 존엄사'라는 책에 대해서
한 생을 비워내는 일, 죽음
<단식 존엄사>라는 책에 대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길고 험난하다. 요양원에서 십 년 넘게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가시는 분들이 많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당사자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가족들 역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심적으로 괴로운 일이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마을에 초상이 나면 마치 잔칫집 같았다. 호상인 경우였겠지만 어린 나로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웃으며 떠들고 윷놀이를 해도 되는 일인가 의아했다. 아마도 가실 때가 되었고 모든 이들이 이 사실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가야 할 때를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식 존엄사>는 대만의 의사 딸이 자신의 엄마가 결정한 죽음의 여정을 돕고 나서 이 일을 기록한 책이다. 실제 단식 존엄사를 실행한 기간은 3주로서 책에서는 이 외에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사 이야기가 그려져 있고 다른 이를 도운 얘기, 존엄사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 등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흥미로울 만한 내용들도 수록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취한 의료적 처치에 대해서는 유의해서 보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은 의사 딸이 있었기에 힘든 상황들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기록으로 보이지만 나로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점, 가급적 의사의 조력을 받지 않고 가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이 있다. 저자 어머니의 경우 소뇌실조증이라는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계셨는데 약간의 특수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21일간 일어나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일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고 무척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어머니가 단식으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걸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랬기 때문에 사전에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고 명료한 의식 속에서 자식들과도 충분한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이 그렇게 생을 정리했는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나 역시 큰 감동을 받았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몸과 마음이 그때 건강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늦지 않은 시점을 선택해야 할텐데 쉬운 판단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쩌면 때가 되면 많은 어른들이 그런 것처럼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일까?
책은 부모님 삶에 대한 묘사에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어떻게 가는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사람은 하나하나 모두가 거대한 우주와 같은 존재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죽음이란 우주적 사변이 아닐 수 없다. 성찰하고 깊이 고뇌해야 할 심각한 주제이다. 조금씩 그러나 끊임없이 이 생을 비워내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볼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이 꽤 흘러 자세한 내용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부정확한 내용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