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슈케트에 에로스를 마셔요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토요일은 슈케트에 에로스를 마셔요
프랑스 정통 디저트 전문점 <구례 메종타르트31>
봉주르!
여기 들어서면 종이 울려, 종이 울리면 새들이 타르트 위로 구른다. 처음 여기 올 때 꽃비내리던 정오였어. 점심시간 도망치듯 나와 들어간 곳. 카푸치노 한잔에 타르트의 맛이 우울한 기분을 삼켜버릴 듯했어.
여기 들어서면 귀에 익은 봉주르, 내 뒤로 들려오는 소리. 들어서는 사람마다 시옷으로 말하는 새 같아. 뭐지? s로 시작하는 sh? 쉬민케는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인데, 사람마다 약속한 듯 암호처럼 슈케트. 그 정체 모를 슈케트가 하오를 흘러 다녔다. 내 귀에 붙은 소리, 나는 그 어감을 사랑해. 에코처럼 퍼지는 에로스가 겹친다, 오늘 토요일이야, 전화를 받고 나는 부리나케 메종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수요일. 레몬 타르트에 눈이 간다. 지금은 딸기가 당기는 겨울이야. 오우! 혀를 적시며 촉촉하게 찾아오는 너는 뭐지? 처음 만난 비숍의 시처럼 깊은 곳에서 슬며시 오는 너는?
슈케트에 톡톡 눈이 내린다. 톡톡 그 욕망의 알갱이가
울퉁불퉁 너를 휘감는 상처마저 아, 어지러운 달콤인 것을
마샬에서 지저귀는 새의 소리, 에로스를 마셔요
파울 첼란을 필사하다, 잠에 미끄러질 것 같아. 내 혀가 범접하기 어려운 너를 맛본다.
에로스, 홍차에 빠진 에로스, 입안에 퍼지는 향의 기분,
메종에 흐르는 성악곡은 누군가 배신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 같다.
노고단과 왕시루봉이 보이는 곳에 앉은 <메종타르트31>가 온 이유
오일시장을 지나 알록달록한 벽화가 생소한 골목에 다다르면 예쁜 집 <메종타르트31> 프랑스 정통 디저트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나의 시선은 파티쉐로 향한다. 그녀를 글로 쓰기를 청한다.
백석과 윤동주, 정호승의 시를 사랑하는 파티쉐. 평생 정호승의 수선화를 품고 살았다는 사람, 시 ‘수선화에게’를 잃을까 두려워 시인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노고단 능선을, 왕시루봉을 바라보며 새처럼 노래하는 사람을 듣고 있다.
구례에서 태어나 구례를 떠났다 다시 구례 오니 참 좋다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구례의 골목을 더듬는다. 동질의 향수 같은 것이 묻어난다.
프랑스에서 25년을 살아온 그녀는 2019년 코로나 시기에 귀향했다. 파리에서 성악을 전공하여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쳤으며, 마카롱과 슈케트를 좋아해서 입학한 파리 르 꼬르동 불루 출신 쉐프이다.
외국 여행을 하면 남의 눈치 안 보듯 고향 구례에 오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타국에서 살다 온 그녀에게 간혹 구례가 생소해 어디를 가나 외국인 같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파리는 전생의 기억처럼 아득한, 과거 페이지를 넘겼으니 지금은 현재를 살고 오늘이 내일이 되는 거라고……고향은 그래서 고향이고 긴장을 늦추고 돌아갈 가깝고도 먼 곳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맛과 음악이 흐르는 공간
여기 그녀의 노래로 빚은 정통 수제 디저트 한 모금이 형용할 수 없는 미각을 불러오며 아스라이 사라져간 그 무엇이 열리는 듯하다.
계속해서 낫 킹 콜의 ‘아! 너무 아름다운 초록 눈’이 흐른다.
처음에는 직업으로 하지 않고 마카롱으로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에서 인턴을 하고 조카에게 마카롱을 만들어준 것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아이에게 먹이는 심정으로, 최고급 재료로 손이 부끄럽지 않게 디저트 작업을 했다. 그래서 메종을 찾는 사람들이 정통 수제 디저트에 진심인 특별한 파티쉐가 만든 타르트 맛을 잊지 못한다. 다시 방문한 여행자의 타르트 사랑에 대해 들어보자.
“유럽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향긋함과 고급스러움이 있고, 달지 않고 건강한 맛,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조화로워요.” “타르트가 너무 예쁘고 맛있어요.”
여기 더해지는 여유가 있다. 여행자들이 머물며 나누는 대화와 침묵이 음악 속을 유영한다. 글을 쓰다 보니 에펠탑에 두고 온, 센강을 바라보며 마카롱을 즐기던 여행자의 시간이 아련하다. 이곳은 떠남을 불러들이는 묘한 끌림이 있다.
행복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집
“혼자 방문한 여자 손님이 생일이라 해 축하 노래를 불러줬더니 행복해하던 적이 있어요. 하루는 짬뽕을 먹으러 가자는 엄마에게 공주 옷이 어울리는 메종타르트31 가서 차를 마시자고 해 온 예쁜 드레스 입은 여자아이가 핫초코를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같이 행복해졌어요.”
“여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짐이 가벼워지고, 하나쯤 품고 있을 아픔이 짠해 보여요. 짠해서 그 마음을 안아주고 싶어요.”
그래서 그녀의 슈케트*가 유난히 혀에 감기며 포근하게 입안을 감싸고 도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행복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집, 생각하면 미소가 떠오르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봄 햇살처럼 따듯한 집, 햇살이 터지듯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곳이었으면, 방문 리뷰를 보면 드리고 싶은 마음을 받아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음악으로 카미유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카스타 디바’를 꼽는다.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김수영과 보르헤스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구례에 있어 좋다. 이곳 메종타르트31이 디저트와 차 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통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기 지리산이 보고 있다. 오늘따라 지리산 능선이 포근하게 감싸온다. 하물며 문을 열고 나가면 추억어린 서시내가 흐르고……그 아래 카미유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 나오는 ‘당신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 있다.
* 슈케트 : 프랑스에서 오래 전부터 먹었던 국민 간식으로 설탕을 뿌린 속이 비어 있는 작은 빵
4pm이 되면 프랑스 사람들이 슈케트를 입에 물고 다닐 정도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두 번째 사진은 이촉 시인이 찍은 사진이며, 나머지 사진은 메종타르트31의 사진입니다.
* 이 글은 가게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