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부쟁이
선종구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어
눈길 멀리 두면
거기
꽃은 피어 있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여
젊은 귀농자여
철조망 너머 절개지
쑥부쟁이 한 무더기 있어
지금은 온통 가을인 거야
-----------------------------
왠지 쓸쓸한 시골 풍경이 짙게 풍겨오는 시다. 봄꽃들은 피었다 지면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이 있지만 쑥부쟁이는 가을빛에 무더기로 피어 가득 찬 듯 아름답지만 이내 지고 나면 그뿐이어서 쓸쓸함을 내장하고 있는 꽃이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가 쑥부쟁이로 투사 되면서 시골 농촌의 녹록하지 않은 삶이 드러난다. 젊은 날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간 후배가 오죽했으면 돌아왔을까만 또 얼마나 더 오죽했으면 다시 도시로 나간다고 할까. 그 사연의 모든 게 쑥부쟁이로 집약되어 상상을 자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