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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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들의 글 :
내가 이 책을 뽑은 까닭


 

 

봉서리 책방 (구례)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서산정길 61-3

인스타그램 @bongsuri_bookshop

 

 

『기후 여행자』 / 임영신 지음 / 열매하나 펴냄

 

기대하며 읽은 책입니다. 몇 년 전 <홀리 터펜>의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읽고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좀 빈약해서 아쉬웠고요. 외국인 저자의 글이어서 더 가깝게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모국어 사용하는 작가가 쓴 같은 주제의 책 만나니 무척 반갑고, 기대되었습니다. 앞에 언급한 책보다 여행의 부정적 영향 조목조목 언급하고 자세하게 그 이유 지적합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그 심각성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결책까지는 아니지만 그 영향들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지침들과 최근 움직임 부지런히 안내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공동체 전문가의 간절함과 노력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여행과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서평 쓰면서 망설인 것 있습니다. 책 내용이 아니라 이 주제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입니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것 분명하나, 여행을 관광을 <지극한 경험 지향>과 <소비적 경험 지향>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방랑, 순례와 같은 진지한 여행일지라도,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 소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약 같은 여행일지라도, 서로 날카롭게 대비되는 경험으로 현실에서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구와 분석을 위한 편의적인 구분일 뿐입니다. 관광행위는 현실에선 정도의 문제이고 언제나 넓은 회색지대 속에서 존재합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추상적인 대비는 현실에서 여행행위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단순한 윤리와 도덕의 문제로 전환시킵니다. 이는 관광업계엔 그린워싱에 의한 여행상품 돋보임을, 그리고 여행자엔 그러한 선택으로 윤리적 죄책감을 줄이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시기의 문제도 있습니다. 기후문제와 관광산업의 영향 관련 대중을 위한 책들은 2020년대에 그것도 최근 몇 년에 묶여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션산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조금 더 빠르지만. 기후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이슈화에 비해 왜 이렇게 늦었을까 생각합니다. 저자 <이소연>의 책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서문에 언급한 표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요즘 애답게”처럼 그들에게 여행과 패션에 기후 영향을 유보하거나 몇몇 윤리적 관습으로 외면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관광은 국제적인 산업으로 넓어지고 깊어져 왔습니다. 자동차나 전기처럼. 이처럼 고도로 연결된 산업이자 문화/소비 행위를, 비판하거나 가이드 제시하는 것으로 유의미한 변화 끌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목사님 성가대에 설교하기>. 믿음 깊은 성가대에 목사님은 처음 복음 전하는 사람에게처럼 설교하지 않습니다. 그 믿음 강화하거나 함께 서로 격려하려는 의도로 말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쓰였겠다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혹시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너와 나를 나누는 윤리적 가이드로 혹은 여행이란 행위에 몇몇 도덕적 위안을 얻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따져본들 의미 없습니다.

 

여행과 환경에 관심 있고 민감한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바로 지금 실천에 의미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몇 권 읽어보지 않지만, 이만한 책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자 모시고 구례에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고요. 가난한 책방이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귀한 책입니다.

 

 

 

『리페어 컬쳐』 / 볼프강 M. 헤클 지음 / 조연주 옮김 / 양철북 펴냄

 

어떤 것이 옳을까요? 옳고 그름은 있을까요?

친환경 제품 구매와 기존 제품 수리 후 계속 사용, 같은 가격 같은 연비에 덩치 큰 자동차, 소박한 개인주택과 에너지 절약형 넓은 아파트, 요즘 쿨한 친환경(을 광고하는) 상품, 버리고 다시 사는 마음과 오히려 비싼 수리비를 감내하는 마음, 소유한 물건에 부여하는 애정. 이 모두가 한 사람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갈래 마음 길입니다.

 

저자는 문장에 드러나긴 하지만, 함부로 시비(是非)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알려줍니다. 소유한 물건을 고치고 그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수리하는 개인에게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개인들이 모여 만드는 <리페어 컬처>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합니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좋은 것입니다.

 

요즘 환경과 기후 문제들이 워낙 불거지니 재활용 재사용 관련 책들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몇몇 읽어봤지만 과하게 추상적, 감성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가볍게 실용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저자 <볼프강 M. 헤클>은 추상적이다가 구체적인 경험을 말하고, 감성적이다가 분석적으로 설명하며, 실용적이다가 공동체와 환경을 생각합니다. 읽다가 모르거나 지루할지라도, 아끼고 오래 쓰는 마음을 호기심 수준 이상 가지고 계신다면 권합니다. <재미있는 책>이기 보다 <읽어야 할 책>입니다.

 

겁많은 똥손(?)이지만, 3개월간 준비하고 부품과 토크렌치를 구매하여 낡고 오래된 자동차 수리했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소중했던 그것 더 소중해졌고, 고치며 주변 약해진 부분과 앞으로 더 수리할 범위 계획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전문가 손 빌릴 때도 원인과 범위를 알고 있어서 수리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경험자들의 적극적인 조언과 오래된 부품 찾고 안내해 준 전문 부품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었습니다. 작은 <리페어 컬처> 였습니다. 이것을 우리 사회에 확대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능할까요? 희망합니다.

 

책의 작은 제목이 '쉽게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입니다. 물격(物格)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인격(人格)을 존중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책 권합니다.

 

  


 

 

 

 

찬장과책장 (남원 산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1-4

인스타그램 @jirisan.bookcase

 

 

『모든 것의 이름으로』 /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 변용란 옮김 / 민음사 펴냄

 

밑바닥부터 시작해 식물 무역, 약품제조업으로 성공한 휘태커 집안의 딸 앨마, 19세기 여성에 대한 편견,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넘치는 지적 호기심과 끈질긴 탐구심으로 오로지 식물학에 헌신한 앨마 휘태커의 일대기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식물과 생명을 통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앨마의 삶은 두꺼운 소설로도 부족하고 매혹적입니다. 작가의 철저한 조사와 고증은 너무 생생하여 소설을 읽는 내내 다음 장을 읽고 싶은 마음이 넘치게 만들어요.

 

1판이 나온 지 10년, 2판이 나온 지 3년이 넘었어요. 800쪽이 넘는 벽돌 소설인데요, 그 벽돌 두께의 부담스러움으로 이 좋은 책이 선택받지 못하고 잊힐까 봐 걱정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800쪽이라는 두께는 잊고 어느새 빠져들어 마지막 장을 읽고 있을 거예요.)

 

햇살같이 밝고 영롱한 19세기 여성 식물학자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이끼 이야기 부분을 쓰기 위해 『향모를 땋으며』 『이끼와 함께』 의 저자 로빈 월 키머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해서 더 반가운 책이랍니다.

 

 

『거북의 시간』 / 사이 몽고메리 글 / 맷 패터슨 그림 / 조은영 옮김 / 돌고래 펴냄

 

동물생태학자이자 자연탐험가인 ‘사이 몽고메리’가 거북구조연맹에서 거북이를 만나고 구조하는 이야기를 썼어요. 동물생태학자이지만 거북이에 대해 잘 모르는 저자는 책 속에서 인턴입니다. 열정적인 인턴의 눈으로 보고 기록한 거북구조대작전,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치유받는 이야기, 아름다운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책입니다.

 

(책 내용 중)

“어떤 동물이든 동물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람쥐를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거북을 구한다면, 특히 암거북을 구하면 앞으로 100년을 살면서 계속 알을 낳을 겁니다. 거북 한 마리를 구하는 것은 결국 여러 세대를 구하는 일이지요.”

“거북의 치유 능력은 놀랍지만 대신 낫는 속도가 느려요.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거북이 가진 게 바로 시간이니까요.”

 

세상에 패배하는 거북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지구에, 생명에 참 미안했고 그러면서도 쓰담쓰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판타지 (산청)

경남 산청군 산청읍 덕계로 13-14 지금부터 판타지

인스타그램 : @fantasytarot.and.books

 

 

『아나스타시아』 ③ 사랑의 공간 /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 한병석 옮김 / 한글샘 펴냄

『아나스타시아』 ④ 함께 짓기 /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 한병석 옮김 / 한글샘 펴냄

 

 

러시아 타이가 숲에 사는 신비로운 여인 아나스타시아 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 <사랑의 공간>과 네 번째 이야기 <함께 짓기>를 소개합니다.

 

아나스타시아 시리즈를 처음 접한 지 16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귀농해 사는 이들이 이 책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지인의 서가에서 1~2권을 훑어보고는 ‘판타지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주의자인 부모님을 따라 5살 때 산속의 외딴집에 들어와 살면서 논밭에 일절 약을 치지 않고 손으로 농사짓고, 겨울이면 나무를 해서 군불을 때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밥맛도 좋았지만, 외풍 심한 흙집은 한겨울이면 행주가 밤새 꽁꽁 얼고, 뜨거운 물로 녹여서 밥상을 닦으면 바로 살얼음이 끼어 그릇이 슝 미끄러질 정도였지요. 겨울에는 매번 뺨과 손이 트고, 수족냉증과 동상으로 고생하는 나에게 타이가에서 거의 나신으로 생활하는 아나스타시아의 능력은 현실 같지 않았습니다. 고구마밭, 옥수수밭을 침탈하는 고라니, 멧돼지를 어떻게 막아낼지 고민인데, 다람쥐가 사람 손 위로 올라와 알밤을 까서 먹여준다고? 숲속에서 혼자 아이를 낳고, 벌거벗은 아기를 흙바닥에 내버려두고, 암곰이 젖을 먹이고 재우고 똥오줌을 치우게 하며, 독수리가 아기를 붙들고 하늘을 날아 숲을 구경시켜 주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아름답고 건강한 여인 아나스타시아는 숲속의 빈터에서 삽니다. 여느 사람처럼 집이 있지도 않고, 농사를 짓지도 않습니다. 자연이 기꺼이 베풀어주는 것을 누리며 살지요. 그런데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우주적인 정보망에 직접 접속되어 있어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다른 시간대에서 일어난 일, 심지어 외계행성에서 일어나는 일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그런 시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자연과 공명하는 살아있는 정령이나 여신 같은데, 아나스타시아는 자신이 그냥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자인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사업을 하다가 망한 유부남인데, 타이가 숲에서 아나스타시아를 우연히 만나 여러 가지 신비한 체험을 하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아는 메그레가 태어날 아이의 양육에 일조하는 것을 거부하고, 도시로 돌아가 책을 쓰라고 합니다. 메그레의 생각은 과학기술 문명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아들이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메그레는 화가 났지만, 아나스타시아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데 성공합니다.

 

<사랑의 공간>에서 메그레는 약속대로 책을 썼으니 아들을 만날 자격이 되었다고 여기고, 그들이 만났던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는 마을 사람 알렉산드르에게서 그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메그레의 책 때문에 아나스타시아가 사는 장소가 밝혀졌고, 결국 과학자들이 헬기로 아나스타시아를 수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렉산드르는 아나스타시아가 나타나서 과학자들에게 고인돌과 메그레 이야기를 했던 일(천리안), 푸른색 빛공이 날아와서 그들이 끔찍한 체험을 했던 일(UFO/초능력), 아나스타시아가 엄마 없는 병약한 소녀의 삶을 바꾼 일(치유 능력) 등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고, 메그레를 타이가에 데려다줍니다.

 

“타이가에 데려다주기는 하겠지만, 당신은 아나스타시아와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알렉산드르의 질투심 섞인 예측과는 달리, 메그레는 그녀와 재회하여 아들을 만나게 됩니다. 곰과 늑대와 독수리가 사는 숲속의 빈터에서 기절초풍할 육아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아들. 메그레는 함부로 아들을 만지거나 안을 수도 없습니다. 아들이 그의 손길을 허용할 때까지. 아무렴, 아무리 나이가 어린 존재라도 존중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먼저이지요.

 

빈터를 찾아온 메그레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사람이 지닌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만물을 끌어들이고 세상을 창조하는지, 생각과 언어가 어떻게 현실화하는지, 부모가 아이를 위해 준비하는 사랑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이어지는 4권 <함께 짓기>에는 창세기, 형상학, 고대 이집트의 신관과 아나스타시아의 조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재 인류가 가진 지식과 과학은 진짜 창조의 방법(형상학)을 숨기고 대중을 미혹하기 위해 신관들이 쪼개어 놓은 진리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합니다. 아나스타시아에 따르면, 사람이 본래의 신적인 창조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하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를 잉태하기 전부터 사랑으로 준비해 온 가원이 필요하며, 아이는 이곳에서 온 생명과 접촉하며 성장해야 합니다. 가원이 대대손손 보존되면 몸이 죽어도 영혼은 기억을 지니고 새 몸을 받아서 다시 가원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해요. 처음에는 집도 과기 문명의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생활도 습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세월이 흘러 첫 세대가 심었던 나무로 집을 짓게 되면, 가원은 완전히 성숙하여 사람은 에덴을 되찾게 됩니다.

 

아나스타시아를 처음 읽고 상상력 뛰어난 사람이 지어낸 판타지 소설이라고 짤막하게 결론을 내린 지 한참 뒤에 나도 몇 가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숲속의 나무들이 내뿜는 향기가 평소의 30배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고, 나무의 호흡이 그대로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나의 생각과 감정이 풍경과 날씨에 그대로 반영되고, 목 부근에 열매와 풀잎을 가지고 오니 먹지도 냄새 맡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은 얼마나 다채로운 관능으로 가득 차 있던지요! 이후 레이쥬(靈受)를 받고 나서는 수족냉증이 낫고, 한겨울에도 좀처럼 손이 시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나스타시아처럼 다 벗고 살지도 못하고, 천리안도 없지만, 메그레 아저씨가 전해준 이야기가 허풍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짓기>에서 아나스타시아는 아버지의 역할은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가원을 만듦으로서 사랑하는 여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에겐 아이들만 있고 가원을 함께 만들어 줄 남자는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함께 지을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더라도, 아무도 배척당하거나 미움받지 않고, 나를 찾아온 이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런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내 소유의 가원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이런 가원들이 많이 생겨서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숨통 트이는 지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찌나 과기 문명이 지독한지, 요즘은 돈이 없으면 가원을 못 만드는 상황이 되었지만요.

 

10월 27일에 메그레 아저씨가 한국에 와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는데, 아직 천리안과 타심통이 없어서 웹자보를 29일에야 접하게 되었어요. 사실 여태 시리즈를 완독하지 못해서, 메그레 아저씨를 만났더라도 별로 할 말이 없었을 거예요. 올해는 지리산의 독자들과 아나스타시아를 10권까지 완독하고 싶습니다.

 

 

 


 

 

시소 (하동)

경상남도 하동군 하동읍 남당길 50 시소

인스타그램 : @see.saw111

 

 

『놀자 놀자 해랑 놀자』 / 강윤자, 박은하, 손종례, 유종반 글 / 장서윤 그림 / 목수책방 펴냄

 

드는 봄, 부름비, 깨어날 봄, 온봄, 밝은 봄, 씨앗비… 너무 예쁜 이름이다. 이렇게 봄의 절기만 나열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의 순우리말이다.

 

이 책은 철든 삶으로 이끄는 절기 살기에 대한 책으로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방지기가 아끼는 책이다. 절기에 따른 나무(식물)의 삶은 사람의 삶과 무척 닮았다. 자기다움을 찾을 때, 나 다운 삶을 확장하는 성장의 팁을 나무의 성장으로도 알려주는 책이다. 책 대부분은 절기 놀이와 예쁜 그림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흥미롭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종종 노래와 시, 먹거리 등 풍성한 내용이 가득가득 담긴 귀한 책이다.

 

생명철학과 삶의 지혜가 담긴 놀이를 통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저질로 생태 교육의 문턱을 넘게 해 준다. 『놀자 놀자 해랑 놀자』는 24절기의 안내서이자 내 삶의 텃밭이다. 무엇보다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해님의 다른 이름 ‘절기’는 아이들이 때에 맞게 밥을 잘 먹듯이 놀이도 때에 맞게 놀 수 있도록 지혜로운 놀이로 꽉 차 있다. 아이들이 학원과 공부에서 살짝 빠져나와 절기놀이로 항상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장 오래된 인생 최고의 ‘철학’, 절기 책으로 모두들 건강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책을 덮는 순간 참 잘 살았다고 느낄 것이다.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지음 /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펴냄

 

‘자연은 내 이웃이자 선물이니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 나누고 존중하라’

이 책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인디언 출신의 한 과학자가 그들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싶은 염원이 담긴 책. 『향모를 땋으며』는 이 시대 삶의 문제를 ‘향모’라는 인디언의 상징인 풀을 매개로 인간의 소비 행태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반성문 같은 책이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등교시키려고 정성스럽게 빗질하여 머리를 땋아 주던 오래된 기억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딸 때 우리는 애정을 듬뿍 싣는다. 이처럼 이 책도 모든 이야기 속에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글 제일 앞에 ‘엄마’라고 쓰인 부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미국 정부가 아메리카인에게 제일 먼저 빼앗아서 온 것은 땅이다. 그다음 언어다. 하지만 키머러 같은 이들이 있어 조각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치유하고 복원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 세상은 선물과 같고 모든 자연물은 인간과 동등하다는 생각과 세계관이 사라진 요즘, 이 책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과학적 세계와 토착적 세계 양쪽이 서로 조화로울 때 나 자신도 당신도 아름답다는 진리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과학과 영성이 서로 얽혀 있고 어우러지는 만큼 옛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가 우리와 대지를 함께 치유해 준다. 다 작가의 힘이다.

 

“제가 땋을 수 있도록 끄트머리를 잡아 주세요.” 이 책을 읽고 모든 독자가 다 같이 끄트머리를 잡고 함께 향모를 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다시 한번 이 책을 추천한다. 새삼 자연과 대지의 여신이 고맙고 우리 지리산, 어머니까지 소환해 주는 작가도 고맙다. 덧붙여 언어를 없애려 한 개발주의 백인에 맞서 이런 책을 쓴 작가의 깊은 의도를 찾아가며 읽는 재미를 모두들 느끼시길 바란다.

 

 




 

오후공책 (함양)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로 67. 1층

인스타그램 : @5whobook

 

 

 

『흙의 숨 : 흙과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왔는가』 / 유경수 지음 / 김영사 펴냄

 

미네소타대학교 토양학 교수 유경수가 발로 뛰며 채집한 지구 곳곳 흙 속 놀라운 이야기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자연인 흙에 대한 이야기. 흙에 관한 그의 애정 어린 수다. 결국 흙으로 돌아갈 존재, 흙을 파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한 줌의 흙이 갖는 진정한 가치, 즉 흙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지탱하고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근원임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 이다 지음 / 현암사 펴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이다가 일 년간 주변에서 만난 자연을 기록한 책. 계절이 바뀌는 동안 산책길에서 만난 동물, 식물, 하늘, 날씨 등 주변 자연의 순간들을 손으로 그린 그림과 글로 정성껏 담아냈다. 가까운 길을 산책하며 자연에 귀 기울이고,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느끼게 해 준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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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책방×지리산인] 지리산 둘레 책방지기들이 뽑은 “생태 감수성 뿜뿜 책”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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