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기후+마을]

줄어드는 지하수, 지킬 해법 있다

 

 

세계 곳곳에서 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우실지도 모르겠어요. 1960년대 이후 세계 물 사용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지요.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0억 명이 더 물 부족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고요. 해마다 담수가 평균 4기가톤씩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나, 인류가 지하수 2조 1,500톤을 퍼 올려서 지구 자전축이 동쪽으로 80㎝ 기울어졌다는 연구 결과 같은 암울한 얘기는 인제 그만 듣고 싶으실 거예요.

 

담수 문제, 특히 지하수 고갈 문제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담수가 줄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고갈이 늦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해요.

 

 

물 부족 현실 속, 희망을 찾아서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환경과학과 스콧 야세코 교수 연구팀은 40개 나라 우물 17만 개와 대수층 1,700곳에서 지하수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대수층이란, 모래와 자갈과 점토 등으로 이뤄져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지층을 말해요. 눈과 비와 녹은 얼음이 지하로 스며들어 대수층이 만들어지지요. 그들이 연구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대수층이 줄어들었지만, 지하수가 사라지는 속도가 늦춰진 지역도 있었다고 해요.

 

가장 두드러진 사례를 보자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지역 대수층은 2000년 이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줄어들었어요. 또, 태국 방콕 분지의 대수층에서 벌어지던 담수 손실 현상이 21세기에 들어 역전됐다고도 해요. 이란의 압바스 에샤르기 분지 서부 지역에 있는 대수층에서도 수위가 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고요, 이 외에도 스페인과 미국 일부 대수층에서도 지하수 감소 속도가 늦춰졌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떻게 지킬 수 있나

 

연구팀은 ‘수자원 관리’가 담수 손실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발표했어요. 예를 들어, 사우디 정부는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지하수 관리 정책을 쓴 덕분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태국은 지하수를 퍼 올리는 사업자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여 지하수가 마구잡이로 퍼 올려지는 걸 제한했지요.

 

지하수 감소 속도가 역전된 사례들을 통해 지하수와 지표수 관리 정책들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이제껏 함부로 뽑아 쓰던 지하수를 더는 무분별하게 퍼 올리지 못하도록 막는 정책 개입이야말로 아주 중요하고 효과적인 물 부족 해결 방안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산청에서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하수 취수 증량 정책, 제정신인가?

 

그거 아세요? 산청군에 있는 4개 생수 공장 하루 취수 허가량은 5,264톤으로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제주 삼다수보다 약 1,000톤이나 많다고 해요. 여기에 하동까지 포함하면 6개 생수 공장에서 하루 6,364톤을 취수하는 셈인데요, 물 1톤은 보통 4인 가구가 약 이틀 동안 사용하는 수돗물 양이니, 6,364톤은 4인 가구가 12,728일 동안 쓸 물이고, 이를 지리산권에서 하루 만에 퍼 올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물을 많이 뽑아 올리는데, 얼마 전 경상남도는 여기에 더해서 하루 272톤을 더 취수할 수 있게 허가해 주었습니다. 산청군 삼장면 덕교리에 본사를 둔 ㈜지리산산청샘물은 하루 취수량을 기존 용량을 포함해 1,050톤까지 늘리겠다며 ‘450톤 증량안’을 경남도에 제출한 데 대해, 경남도는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진행한 환경영향심사에서 272톤 증량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취수 증량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특정 업체가 지하수를 싹쓸이하도록 허가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벌어졌다”며 “지하수 취수 증량 허가를 철회하라”며 경상남도에 요구했어요.

 

몇 해 전부터 흙탕물이 나와서 마실 물도 모자란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은, 환경영향조사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과정도 모두 비공개되었으며, 이 조사의 비용조차 기업이 대고 있어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어요. 게다가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주민 참여하에 동시 양수시험을 재진행하고, 최종심의 자료를 공개해 재논의하라”고 한 사회대통합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환경영향조사서 심의내용에 “지하수 고갈 위험”이 분명히 지적되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취수 증량을 허가하여 더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미 전 세계 대수층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물 부족 국가인 한국은 2080년에 약 300만 명이 지하수 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물 부족 위기가 해마다 심해지는 이때, 대체 지하수를 마구 퍼 올리게 놔두는 정책들이 쉽게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대수층이 마르는 일은 개인이 물을 절약하는 일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미 물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이들이 계속 모두의 것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막는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합니다.

 

 

버들15사진.jpg

 

 

 

사진 : 증량 허가 결정이 나기 전, 주민과 환경단체는 여러 번 경남도청에 찾아가 ‘취수 증량을 불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월 29일 경남도청은 한 기업이 하루에 272톤을 더 취수하도록 허가해, ‘편법과 불법으로 지하수 싹쓸이 허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쓴이 : 홍버들

지리산인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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