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탈핵시민행동’의 깃발을 들고 ‘탈핵희망전국순례단’은 2026년 혹한의 1월 5일, 16일간 고리팀(고리-세종 구간), 영광팀(영광-세종 구간), 세종팀(세종-서울 노량진 구간)으로 나누어 순례를 이어갔습니다. 1월 20일, 마지막 16구간은 모두가 노량진에서 모여 청와대를 향했습니다. 청와대 도착해 미사를 진행한 뒤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후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비서관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중 세종팀 구간을 걸었습니다.
이번 순례는 정부가 신규로 대형 핵발전소 2기를 더 지을 목적으로 ‘이름만 공론화’를 내세우며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긴급하게 조직되었고, 부당성을 시민들과 연대하며 막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순례의 기조는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입니다.
아침 8시. 순례자들은 동그랗게 모여 ‘탈탈탈(탈핵•탈석탄•탈송전탑) 순례가’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씩씩한 탈탈탈 순례단. 생명평화 지켜내는 탈탈탈 순례단~”
노래에 맞추어 각자의 깃발을 겹치며 탈탈탈을 외칩니다. 하루 약 15~20km. 세종, 오송, 옥천, 청주, 천안, 평택, 오산, 수원, 안양, 과천, 노량진, 청와대까지, 1월 5일부터 20일까지 세종팀은 약 200여km를 걸었고, 고리팀•영광팀•세종팀을 합해 총 850여 km를 걸었습니다.





길 위에서 시민들과 만날 때,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추운데 왜 나왔어요?
제 말이요. 왜 추운데 이렇게 나오게 하는지. 지역주민들 참여도 없이 1월에 신규핵발전소 건설 결정한대요.
•핵발전이 뭐예요?
집에서 전기 쓰시죠. 그 전기 만드는 공장인데... 아무도 책임을 못 짓는 핵폐기물 나오는 공장을 말해요.
•방사능 위험하지.
네. 저는 방사능 무서워서 이렇게 걸어요. 핵 없이 살자고요.
•그럼, 없으면 전기는?
전기 걱정되죠. 저도 전기가 없으면 걱정돼요. 근데 이제 기술이 달라졌어요. 재생에너지 많이 늘리면 되어요. 혹시 전기 아껴 쓰나요? 그거 잘하시는 거예요. 백날 성장만 하면 뭐해요.
•뭐라고 쓴 겨?
또 지으면 안 돼! 오래 쓴 거, 노후 된 거? 또 쓴다고? 안 돼! 하고 썼어요.
•또 지어? 어디에 있는데?
미친 거죠. 자, 서쪽에 영광. 동쪽으로 가 봐요. 저 밑에 부산. 좀 더 위로 가 봐요. 울산, 경주. 더 위로 가 봐요. 울진이 있어요. 핵발전소 거기에 있어요. 근데 또 짓는대요.
•힘들겠네 추운데. 하필 엄동설한에 나와 가지구.
그래도 얘기 안 하면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 울어요. 이건 그들만의 일이 아니에요. 나와 가족, 이웃, 우리 모두의 일이에요.
•어디서부터 걸었어요?
부산 고리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영광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우리는 세종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오늘이 6일째에요. 16일 걸어서 청와대까지 가요.
•어디서 왔어요?
각자 다른 지역에서 모였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더 많아요.
•어머나 청와대까지?
네. 우리 생각을 직접 가서 말하려구요.
•아이고야 사람들 많다!
그래서 좋아요. 같이 걸으실래요?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뭐할라꼬 걸어요?
그러게요. 뭐 할라고 우리는 걸을까요. 우리 다 전기 쓰잖아요. 근데 도시에서 전기를 더 많이 쓰는데 자꾸만 지방에다 위험한 핵발전소를 짓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제 그만 안 된다고 이렇게 걸어요. 말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전기 안 써요?
(웃으면서) 저도 쓰죠. 첫 번째, 전기가 모자르지 않아요. 두 번째, 다 쓰고 난 핵폐기물 누구도 책임 못 져요. 어르신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해요.
•(곁눈질 하는 시민에게)
(몸에 붙어있는 몸자보 가리키며) 봐 주시니 좋습니다.
•핵발전소가 얼마나 있나요?
32기예요. 근데 40년 다 쓴 걸 10년 더 연장해서 돌린대요. 글구 신규 핵공장 2기도요.
•몰랐어요. 경주에 있는지. 거기 APEC 한 데 아니에요?
맞아요. 그 경주 맞아요. 근데요. 핵발전소랑 1km도 안 되는 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요.
•이재명 대통령은 안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뉘앙스였는데... 짓는다고 하네요. 헐
•이 정부도 한데요?
네 한데요. ㅠㅠ.
•이렇게 걷는다고 되나?
되더라구요. 바뀌더라구요. 이렇게 지나치지 않고 말 걸어주시잖아요. 함께 고민해요 고맙습니다.
•응원해요.
고맙습니다. 힘 팍팍 임다. 힘 받고 출발~오예^^
•대신 해 줘서 고맙지 뭐.
아이쿠. 저는 누구나 즐겁게 살길 바래요. 그래서 거리에 나왔어요. 같이 고민해요.
•난 반대하는 것 까지는 생각도 못햐.
괜찮아요. 자꾸 이야기 나누면 되어요. 지금처럼
•이제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모든 건 관심부터라 생각해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좋아요.
•다음엔 언제 걸어요. 그땐 참여할게요.
오예~ 연락처 저장해도 될까요?
•이 사람들이 매일 같이 걸어요?
매일 같이 걷는 분들도 계시고, 그날그날 달라요. 몇 명 걸을 때도 있고, 몇십명이 걸을 때도 있어요. 지역마다 달라요.
세종에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까지 걸으며 만난 시민분들과의 비록 짧지만 반가운 대화입니다. 마주친 분들의 궁금증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탈핵이라는 어쩌면 일상과 먼 듯한 주제를 거리에서 나눈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을 걸어 주셔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또한 유난히 추웠던 날씨임에도 순례자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주신 지역 시민분들 덕분으로 따뜻한 순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연대의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순례 중에도 지역에서 일어난 사안들을 살펴보며 만남과 연대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세종에서는 한국GM세종부품물류센터 하청노동자 분들이 직영화와 고용승계를 위해 투쟁하는 천막농성장을 찾아뵈었습니다. 청주에서도 충북교육청에서 단체와 임금교섭 쟁취를 위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교육공무직충북지부의 투쟁현장도 방문하였습니다. 참사의 오송지하차도를 지나며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렸고, 천안에서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분들의 묘터도 둘러보며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이 원불교에서 수상하는 ‘천지보은상’ 소식에 일행과 함께 찾아가 축하도 드렸습니다. 서울 세종호텔 로비농성장도 방문했는데, 노동자분들은 해고복직투쟁을 1500여일을 넘게 해오고 계셨습니다.
1월 14일에는 수원의 시민단체와 종교계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 대응하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발언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왜 이리도 급했던가요? 이를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있을까요? 허울뿐인 공론화를 통해 핵발전소 2기를 지을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참여의 기회도 박탈된 비민주적인 작태입니다. ‘핵발전 축소’와 ‘재생발전 확대’는 이미 성립된 시민사회의 의지였습니다. 에너지는 아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산업사회와 성장위주 경제 이면에 드리운 과다한 에너지소비는 결국 탈을 내고 말았습니다. 기후와 핵, 경제와 전쟁위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AI라는 편리의 도구, 새로운 소비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정부는 신규핵발전소 추가건설,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전국을 관통하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자본과 정부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전환’입니다. 위험한 ‘핵발전’을 ‘재생발전’으로, 재생에너지라도 적당하게 소비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편리와 돈’을 덜 쫓아야 에너지 전환 사회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민사회를 기만하고, 사람과 뭇 생명의 삶을 파괴하는 폭거임이 분명한 신규핵발전소 건설은 멈춰야 합니다.”


1월 20일, 청와대 앞에서의 기자회견은 많은 수의 순례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습니다. 울산 북구에서 오신 이현숙님의 발언은 핵발전소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부산, 울산, 경주는 세계 최대 밀집지역, 최고의 위험 지대이며, 정부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호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민주사회에 반하는 정부의 행태는 일상과 내일의 안위를 꿈꾸는 800여만명의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결사항쟁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순례단 발언도 있었는데, 부산 고리팀의 구호와 영광팀의 간략한 발언, 세종팀의 랩을 부르는 것으로 짧게 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컴언,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수.명.연.장.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에게 평화가 있기를 피이스...”

이후 3명(고리,영광,세종팀)이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기후환경에너지 이유진 비서관과 ‘졸속 공론화 중단과 건설 계획 전면 철회 요구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하였습니다. 사전에 저희 3명은 쫓겨나더라도 성과 없이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4시간 버티며 결국, 23일 금요일 오전 8시에 ‘탈핵시민행동’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과의 면담을 약속하며 순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지리산 백무동행 12시 막차 버스를 타고 마침내 집으로...^^
그런데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발표하였는데, 90%가 핵발전 필요하다, 70%가 신규핵발전소 추진해야, 60%는 안전하다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며칠 뒤 1월 23일, 여의도 주변 회의장에서 만난 면담 자리에서도, 장관은 여전히 철회의 의사를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26일,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 등의 전력 수요 급증과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신규핵발전소 2기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탈핵은 마라톤이다.’라고 저는 늘 생각하는데, 이렇게 최근 흐름을 보면 정말 비유되듯 돌아갑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싸워나가야 하는 형국의 연속이니까요.
탈핵신문 운영위원이며,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인 이헌석님은 27일 ‘탈핵시민행동’의 광화문에서 열린 신규핵발전소 건설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5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애써 피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첫째,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전력이 정말 필요하다면, 핵발전소를 용인과 수도권에 지어라. 굳이 왜 멀리 있는 곳에 지으려 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핵발전은 출력을 제어할 수 없는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발전은 늘어나는데 유연한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울산과 영덕, 울진에 신규핵발전소를 지으면 그 곳엔 수요는 없다. 또 다시 전국에 송전선로를 지어야 한다. 어떻게 할 건지 밝혀야 한다.
넷째, 핵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준위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부의 계획으로도 부지 선정 작업을 30년이나 진행해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핵폐기물을 양산할 것인가.
다섯째, 핵발전소가 6기나 10기로 밀집되어 있어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또한 인근에 대도시가 포함되어 있어 피난은 불가한데 정부의 방책은 있는가.
위 내용을 접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여론’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여론은 그동안 핵산업과 이를 보조하는 정부와 학계, 언론 등의 카르텔로 인해 왜곡되어 왔음입니다. 다방면의 공작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라는 환상을 수십년에 걸쳐 가스라이팅 하였던 것입니다.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90%도, 신규건설 추진해야한다는 70%도, 안전하다는 60%도 거짓입니다. 조작된 결과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숙의 없고 조악한 공론화, 신속하게 처리한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핵발전의 진실이 드러나고 ‘만들어진 여론’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지금까지 순탄하게 유지해왔던 이윤과 이익이 사라지는 악몽입니다. 한편 놀랍게도 ‘만들어진 여론’에서 조차 향후 ‘재생발전’ 확대 필요성이 50%에 가깝다는 사실은 고무할 만한 일입니다.
다시 순례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시민들과의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비록 진실이 가려져 서로를 경계할 때도 있지만, 안전을 바라는 마음엔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차 핵발전의 베일이 벗어지고, 더 큰 고민과 대안을 나누는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이 때는 찬반으로 나눠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갈등도 사라지길 바라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이 탈핵을 가로 막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카르텔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리와 돈’이라는 성장주의의 산물을 개인과 사회는 줄여나가야 합니다. 에너지의 과다한 소비는 핵발전소의 불을 결코 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16일간 탈핵 순례길에 마음으로, 걸음으로, 응원으로, 기획으로, 홍보로, 웃음으로, 환대로, 모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에 함께해 주신 동지들, 마주했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잠자리와 공간, 식사를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또 전 구간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주신 경찰분들과 참여 아이디어도 주신 시민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함께 내디딘 걸음, 서로 나눈 대화와 눈빛, 영상, 응원, 순례나눔 시간에 했던 소중한 이야기들... 그 모든 순간들이 기쁜 기억으로 마음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순례는 끝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식과 역량으로 할 수 있을 만큼 이어가는 탈핵의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은 힘들더라도, 끈끈한 탈핵정신과 연대로 반드시 신규핵발전소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핵발전소의 불을 끄는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촐한 글임에도 읽고 연대해주시는 지리산인 독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앗싸, 이 땅에 탈핵!!

P.S
2026.1.2. -순례 나서기 전 용인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지윤의 메세지와 키링- ♡♡♡
"응원합니다
순례할때 키링 달고 가세요.
제가 뜨개한거에요"
고맙구먼.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