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벗자편지>>를 펴낸 니은기역 출판사입니다.
자급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나와 둘레를 돌보며 고귀한 하루를 살려는 농부들의 편지,
<<벗자편지>>를 여기 <지리산인>에 한 달에 한 번, 한 꼭지씩 들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의 시간을, 나의 생산수단을, 나의 재주를 좀 더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엔
⑦ 상이 : 작은 자유를 꿈꾸는 당신에게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일”
꼭지를 함께 읽겠습니다.
다음 시간엔
⑧ 아랑 : 지구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하고픈 걸 하며 살고 싶은 청년에게,
"주저하는 마음이 들고, 두려워도 괜찮아요. 우리 같이 해 볼래요?"
편이 함께합니다. 고맙습니다.
작은 자유를 꿈꾸는 당신에게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일”
상이
도시에서 지리산으로
2011년 겨울,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문득 고민에 빠지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대학에는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그럼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나는 누구지?’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던 저에게 바깥세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위 질문에 대해 한번 깊게 고민해 보자
생각하며 당시 부모님이 계셨던 도시로 돌아왔지만, 부모님은
어린 동생을 혼자 중등대안학교에 보낼 순 없다며 지리산으로
귀촌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혼자 도시에 남겨진 저는 마냥
시간을 죽일 순 없었고, 무엇보다 집의 월세를 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애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어머니와 연이 있던 환경단체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별생각 없이 시작한 직장생활은 일이 많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기에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료 관계도 쉽지 않았고, 혼자 지내는 도시
생활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지리산에 계신 부모님 집을 찾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몸은 도시에, 마음은 지리산에 두고
이중생활을 한 지 일 년이 조금 안 될 때,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여러 까닭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까닭은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서 혼자 살아갈 준비, 하루 여덟 시간씩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앉아 있을 준비, 나보다 늦게 들어온
나이 많은 (남자)후배가 반말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 등. 그리고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그
준비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해 말 잘 듣는 노동자가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에서 찾은 작은 자유
일을 그만두고 뭘 하면 좋을까 다시 시작된 고민에 부모님은
집을 지을 예정이니 잠깐 내려와서 도와 달라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잠시 부모님 집에서 쉬며 미래를 그려 봐야지
생각하며 2013년, 지리산 자락에 내려왔습니다. 그저 잠깐
쉬어 가야지 하며 가볍게 내려온 지역살이가 어느덧 9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비결이요? 저는 마음 맞는 또래 친구들을 제1 비결로 꼽고
싶습니다. 지역에 있는 대안 대학에서 에스페란토어 청강을
들으며 처음 친구 두 명을 만났고, 그 친구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니 마을에서 관심을 주셨습니다. 주변의 마을 분들이
자연스레 “어느 마을에 누가 사는데 너희랑 비슷한 또래인 거
같다”는 식의 소식을 전해 주시곤 했습니다. 지역의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마을에 남아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
대안대학으로 귀촌하여 삶의 전환을 꿈꾸던 친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온 친구,
지역에서 상근으로 군대를 다니던 친구 등 다양하지만 결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같이 밥을 해 먹고,
친구네에서 영화도 보고, 보드게임도 하는 등의 친목 모임이
계속 만남을 이어 가다 보니 “작은자유”라는 이름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가수 오지은 님의 노래 <작은자유>에서 따온
이름이랍니다.)
함께함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지속해서 즐겁게
지역살이를 함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먹고사는 이야기,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에
식당 자리가 임대로 나오게 되었는데, 작은자유의 활동을
눈여겨보시던 동네 삼촌이 식당을 차려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마침 모두가 아르바이트와 하던 일을 그만둔
상태였고, 어떤 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시기였기에 긴 고민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커뮤니티 밥집 <살래청춘식당 마지>가
탄생하였습니다.
마지 프로젝트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청년들이
자립을 위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입소문을 타고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에게 후원을 받아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는 식당 운영을 통해 마을에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과 돈벌이를 공간에서
함께하자는 큰 꿈을 가지고 출발하여 두 해 정도 힘차게
달렸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지만,
친구 관계와 일을 함께하는 동료 관계를 어떻게 구분 지어야
하는지, 우리는 이토록 힘들게 일하는데 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지, 정말 지역에서 우리는 먹고살 수 있는지 등의
고민이 쌓여 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마지에서 함께했던 활동과
나눠 먹은 밥, 서로 돌봄의 구조가 최저임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걸 알지 못해 괴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는 2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환대와 변화
마지가 문을 닫고 오랜만에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직장이 있던 시내까지 편도 40분이 걸리는 출근
시간을 견디며 출근하여 주 5일 하루 8시간 자리만 지키면
꼬박꼬박 나오는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었지요. 6년 만에 돌아온 직장생활은 제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노동자가 되었다는 것을 빼고는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두 해 동안 몸담았던 회사 생활은 자본주의에 대해 고민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루 8시간을 직장에서 자리만 지키며 보내는
것이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하는 의문부터 생애 가장
많은 돈을 벌며 ‘나에겐 이만큼의 돈은 필요 없다’는
결론까지.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제게
남았습니다. 마침 지역에서 “아주 작은 페미니즘 학교 탱자”를
운영하는 탱자 님이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와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며 자본주의의 폭력성과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통해
‘공유지’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가 득세하기 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공유지는 자기 땅이 없는 사람들과 마을의 번영을 위해 각자
규칙을 가지고 운영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금송계禁松契’를 예로 들 수 있지요.
다양하게 쓰이는 소나무를 귀하게 여겼던 시대에 권세가가
마을 숲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마음대로 소나무를 남벌하는
짓을 막고자 결성한 자치 조직입니다.
하지만 농촌에 살던 농민을 도시로 끌어내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권력자들은 공유지를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6세기 튜더왕조 초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종획운동enclosures이 있습니다. 인클로저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공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거지, 강도, 농노,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이렇게 공유지를 사유화하고 공유 문화를 산산조각
낸 것일까. 굳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할 필요성이 없는 나와 내
친구들에게 어쩌면 공유지를 되찾는 일이 ‘거대한 전환’을
위한 출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때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자본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친구들 사이에 퍼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달리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이나 그 가족만을 위한 사유지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유지로서의 숲의 개념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고 말이죠.
생태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한 게더링gathering인
“지리산게더링”은 그런 제 고민에 돌파구 같은 활동입니다.
2019년 지역의 민간 중간 지원 조직인 ‘작은변화지원센터’를
통해 하동에서 댐 반대 운동을 하던 감자라는 친구와
연결되고, 생태적 삶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명
두 명 친구들이 모여 총 다섯 명의 친구들과 2020년 한 해
하동에서 게더링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한 해 동안 땅을
돌보며 여러 사람과 만나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살며 우리와 같이 생태적 삶을 꿈꾸고 자립을 고민하는 사람,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지역에 내려오고 싶은 사람,
생태적 삶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지리산게더링에 오고 난 후 도시 생활에 더욱 집중하게 된
사람 등. 그런 다양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화덕을 만들고, 물놀이를 하고, 밥을 지어 먹으며
연결된 삶, 순환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동에 있는 땅은 면적이 좁아 많은 사람이 함께 지낼
수 없었고, 사유지여서 함부로 농사를 짓거나 땅을 개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던 저희에게
선물 같은 제안이 들어옵니다. 구례에 놀고 있는 숲이 있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땅을 소개해 준 선생님의 따스한 환대와
넓은 땅에 반하여 저희는 구례로 활동지역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여성해방 마고숲밭’을 만들어 가는 일
2021년 봄, 구례의 한 숲에 퍼머컬처 농법을 배우겠다는
공통된 마음으로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어린이부터
50대까지, 지리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부터 농사를 짓고 싶지만 자기 땅이 없어서 고민하던
이까지. 함께 모여 퍼머컬처 기법의 이론을 배운 후 밭
모양을 함께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가 그린 디자인을
나누고 세 표씩 투표권을 행사하여 디자인을 정하였습니다.
자연의 모양을 본뜬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그린 여성해방 무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여성해방 무늬에 마고 신이 감싸 안고
있는 모양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이름은 “여성해방
마고숲밭”으로 정하였습니다. 공동경작을 함께하는 사람 중에
여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공간을 만드는 바탕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직접 농사짓던 이웃 농부님이 채종한 씨앗을 잔뜩
나누어 주셔서 그 씨앗 리스트를 바탕으로 함께 심고 싶은
작물을 밭에 배치해 보고, 생애 처음으로 씨앗이 모종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여름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숲으로 가
공동경작 친구들과 땀 흘리며 밭을 돌보고, 함께 점심을 먹고
계곡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곳에서는 늘 자신을 스스로 농부라고 소개하면서 속으론
‘이런 농땡이 농부가 다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렇게 풍요로운 때가 있었나 싶습니다.
오랫동안 찾아오는 사람이 없던 숲이 지금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공동경작 멤버들, 이명 풍물패,
숲밭에서 열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한 번씩 숲에
오는 참여자 등 다양한 친구들이 오갑니다. 저 역시 더욱
마고숲밭 가까이 살기 위해 작은 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성해방 마고숲밭은 차츰 ‘모두를 위한 공유지’에 한발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함께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직면하고
있습니다. 스캇 펙 박사가 이야기한 ‘공동체 형성단계
이론Scott Peck's Four Stages of Community Development’에
따르면 신뢰와 소속감으로 시작한 ‘가짜공동체Pseudo
community’는 시간이 지나며 현실주의와 만나 혼돈과 갈등에
부딪힙니다. 그 갈등을 직면하며 공동체의 공허와 마음
비워냄의 단계를 지나 신뢰를 회복하여 다시 만나게 된다면
‘참 공동체True community’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참 공동체의 단계란 단순히 도달하고 마는

이상적인 결과론적 개념이 아닌 나선형으로 순환하며
계속해서 혼돈과 갈등으로 돌아가지만 참 공동체를
지향점으로 두고 함께 바라보며 가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
개념을 접하며 사람들이 한뜻으로 만나 자연스레 공동체가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돈의 과정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나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지리산게더링은
다양한 갈등과 혼돈을 마주하게 되겠지요. 신뢰를 잃게 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한 사람의 불편함도 쉬이여기지 않으며 반복해서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알려 줍니다.
이제껏 사회가 돌아가던 구조에서는 기후위기를 ‘잘못된 것,
과학으로 해결해야 할 혼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공유지’를 되찾는 과정에서
기후위기는 혼돈만이 아닙니다. 제가 친구들과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갈 새로운 공간은 기후위기라는 혼돈이 나선형으로
순환하여 결국 참 공동체를 찾아가게 하리라고, 서로 밥을
지어 먹으며 순환하는 삶에 가까워지리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변화를 시작할 공간을 함께 만드는 일, 그게 저에게는
지리산게더링이고 여성해방 마고숲밭입니다.

나의 벗자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한 달에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해 봤을 때 50만 원(±α)이 필요한데, 사실 내
노동력을 팔아 쉽게 생활비를 벌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숲을 빌리고 집을 지은 이후의 삶을 상상해
보면 농사짓기와 더불어 손작업으로 자립하는 일상을
상상하게 됩니다. 내가 직접 기른 채소로 밥을 지어 먹고 좀
여유롭게 거둔 작물은 다른 이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일상을
상상합니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나와 함께하는 이들, 내가 살아갈 집, 자연이
준 텃밭, 예상치 못하게 목돈이 필요한 순간 등등 내가 처할
환경도 상상해 봅니다. 삶의 전환을 생각할 때 내 곁에 있는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선택이 좌지우지된다는 당연한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제 삶의 큰 변화는 언제나 공간과 주변
사람들의 변화와 함께했습니다. 나를 변화하게 한 모든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또 한 번 전환과 변화를 앞둔
지금 이 앞을 가로막는 환경 혹은 장애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살피며, 또 옆에 있는 서로를 돌보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해방 마고숲밭이 돌아가는 방향과 모양새를 담아 정리한
약속문을 공유하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여성해방 마고숲밭>
여성해방 마고숲밭은 에코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공간입니다.
숲을 우리 삶의 중요한 기반으로 여기고 함께 돌봅니다.
우리는 나이, 성별, 성 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 여부, 국
적, 피부색, 출신 지역 혼인 여부, 가족관계 등과 관계없이
동등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어를 쓰고, 상호 동의 없이 반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낄 때 마음을 터놓고 혼자 참기보
단 함께 나눕니다.
서로의 마음과 시도를 경청하고 존중하며, 문제에 대해서
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공동으로 대처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모두
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합니다.
약속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실천하고 변화하는 방
향으로 함께 약속을 만들어 갑니다.
<여성해방 마고숲밭>이 모두의 공유지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합니다.
비인간동물을 죽이고 착취하는 종차별주의에 반대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습니
다.
나이, 성별 등 위계에 의한 호칭 문화를 지양합니다. 본인
이 원하는 호칭을 서로에게 알리고, 서로를 그 호칭으로
부릅니다.
여성해방 마고숲밭은 누군가의 집이자 생활공간입니다.
SNS에 이곳 소식을 올리거나 사진을 촬영할 경우 사전에
동의를 구해 주세요.
우정의 환대로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자리
를 내어 줍니다.
◌ 상이 ◌
스물한 살, 직장을 때려치우고 지리산에 왔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6년, 친구들과 함께 구한 셰어하우스에서 3년, 합해 9년째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2015년 처음 페미니즘을 접한 뒤,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 중입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여성회의” 위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지리산게더링”이라는 이름으로
공유지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게더링 ‘여성해방
마고숲밭’에서 함께 자급하는 농부를 꿈꿉니다. 에코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만,
기존의 ‘가부장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의 무게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 여러 각주가 있으나 <지리산인> 지면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벗자편지>> _자급하는 삶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자
• 지은이 : 김혜련, 칩코, 똥폼, 문홍현경, 풀, 상이, 아랑, 김정희
• 펴낸 곳 : 니은기역
• 펴낸 날 : 2022년 11월 22일
• 판형 120*188 / 쪽수 256쪽
• ISBN 979-11-968328-4-1 (03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