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계단을 오르는 일은 숨이 차지만 회전계단을 오르는 일은 보이지 않은 뒤를 돌아보게 한다. 한 발 한 발 발자국 위로 들리는 숨소리가 계단을 오른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요양보호사교육원 강의실. 수강생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생들은 나를 강사님이라 부르고 나는 그들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제일 뒤에 앉은 여인은 수업 시간 내내 나만 보고 있다. 부인과 함께 앉은 70대 수강생은 수업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쉬는 시간에 찾아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 수강생은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 갑장이라 나란히 앉은 사람들, 수강생의 시험을 책임지겠다는 반장. 지병을 상담하는 여인, 멀리 옥과서 온 고운 할미는 자작시를 들려준다. 학원 원장은 70대 수강생들이 요양보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그들 마음을 담아 그들 앞에 선다. 어쩌면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리라. 강의실 한편 인체 크기의 실습용 마네킹이 누워 있다. 사람이 누워 있는 줄 알았다며 무섭다는 사람들에게 인체모형임을 설명한다. 우리 몸 안의 심장을, 양쪽 폐와 여러 장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눈빛들. 그들에게 임상 사례 하나하나 보따리 풀 듯 풀어낸다. 나를 거쳐 간 숱한 날들이 찾아와 강의실에 앉아 있다.
요양병원 중환자실 창가에 누워 있던 할미가 있었다.
직사각형 침대 안에 누워 눈으로 웃고 눈으로 말하던 그녀는
천사의 날개를 하고 차창에 드는 햇빛으로 와 그 겨울을 듣고 있을 것이다.
미음 한 그릇 느리게 한 수저 한 수저 넘기던 그녀가
밥인 양 하얀 휴지를 입안에 넣고 하얗게 풀어지던 날이 있었다.
입 모양 보며 저녁 별이 희미한 창가에서
“하늘 좀 봐요” 해놓고 미안해지던 날이 있었는데
작은 체구로 웃어주던 그녀의 나지막한 말이
어느 날 들릴락 말락 귀 대고 듣던 그 말이 크게 들려왔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그리고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느티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