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2(화)
 

생명을 말하면서 그 우열을 가리는 언설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크다거나 작다거나 또는 잘 생겼다거나 못 생겼다거나, 물론 잘 생겼다는 기준이 인간 중심이기도 하지만, 온갖 이유로 차별적 인식을 정당화하는 일이 이 사회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하는 언어적 혼선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모든 생명은 저마다 하나의 우주이고 지구라는 생명체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하찮게 거명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이 책 [참나무라는 우주]를 읽으면서 저자가 특정한 한 종류의 나무에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에 반대를 할 수 없었다. 모든 나무와 풀, 새와 벌레, 사람을 포함한 큰 동물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까지 하나를 이루어 자연의 질서를 구성하지만 역할의 차이는 존재하고 그래서 참나무를 심어 가꿈으로써 생태적 건강함을 회복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책은 참나무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1년 열두달 동안 참나무를 둘러싸고 수많은 존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마치 자연 다큐를 보여주듯이 묘사하고 있다. 가을날 어치가 도토리 한 무더기를 머금고 날아 식량을 삼으면서 동시에 그 자손을 널리 퍼뜨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봄과 여름 참나무에 기대어 경쟁하고 싸우며 때로 협력하는 다양한 벌레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미가 배경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언급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래도 책을 이해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들이 사는 방식이 너무나 흥미롭고 신비롭기까지 해서 중간에 책을 놓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함께 산다고 하면 ‘공생’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참나무가 펼쳐놓은 세계에서 참나무는 그저 무대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참나무는 강하고 크다. 빨리 자라고 오래 산다. 한없이 베풀어도 모자람이 없다. 품어안고 내놓으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넉넉한 나무다.


우리 조상들도 참나무의 가치를 알았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진짜’ 나무라는 말이 아닌가. 조상들의 생각을 유추하자면 참나무와 대비되는 소나무도 있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둘 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좋은 소나무는 궁궐에서 관리를 했기 때문에 백성들로서는 쓰임새가 많은 참나무를 훨씬 더 친근하게 느꼈으리라고 여겨진다.

<농사직설>에서 참나무를 농사에 활용하는 법이 제시되고 있고 생강농사로 유명한 완주 봉동에서의 전통농법 역시 참나무를 멀칭에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도 참나무만큼 토양 미생물에게 좋은 먹이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라는 책을 떠올렸다. ‘어머니 나무’는 숲의 수많은 나무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특히 크고 나이든 나무가 다른 나무들의 성장과 치유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 실증을 통해서 밝혀내고 있다. 그것은 주로 뿌리를 통한 그물망, 그들을 이어주는 땅속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실현된다.

참나무가 뿌리를 아주 넓게 뻗는다는 점에 비추어 어머니 나무가 될 소지가 많다. 나무는 지상부와 지하부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두 책은 함께 읽어볼 만하다. 어쩌면 참나무의 땅속 세계를 알아본다면 줄기와 잎, 도토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못지 않은 풍성함이 있지 않을까.


장 지오노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 이를 영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깊은 감동으로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황량해진 산에 참나무를 심는다. 정성을 다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토리를 고르고 산에 오른다. 그의 노력이 산을 푸르게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조차 변화하게 만든다. 그보다 아름다운 삶이 있을까.


저자 더글라스 탈라미는 집앞 정원에, 도시의 가로에, 유원지에, 숲에 참나무를 심자고 제안한다. 다른 어떤 일보다 그것이 먼저라고 본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따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손이 닿는 한 이 책의 주장에 함께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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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라는 우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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