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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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는 조그맣고 예쁜 할매들이 많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얼굴이 뿜는 아름다움을 능가할 게 없지 않을까?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어릴 적 본 상할매와 닮은 할매를 만났다. 그 할매는 식사를 잘하다가 죽이 입안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죽을 받아먹다가 자꾸 기침한다. 넘김이 시원하지가 않다. 천천히 조금씩 삼킴을 확인하고 식사 수발을 한다.

 

할매는 죽을 잘 삼키지 못해도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비위관 삽입은 원하지 않는다. 죽을 주다가 미음을 주다가 삼킴을 확인하고 수저를 놓을라치면 손을 꼭 잡는다. 더 먹고 싶어 하는 할매의 마음을 알기에 더 천천히 조금씩 죽을 넣어드린다. 그녀의 입 모양을 보며 꿀떡! 한다. 우리는 꿀떡을 함께 삼킨다. “잘 넘어갔어요?” 사레들지 않게 느리게 가는 시간, 살기 위해 애써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오늘은 할매가 미음을 잘 삼키지 않는다. 할매 기운이 떨어진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튜브를 통해 산소를 주입한다. 미음이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반의반도 못 넘긴 미음 그릇, 수저를 내려놓고 그대로 둔다. 다시 넘김을 시도하려고 놓아둔 미음이 식어만 간다. 요양병원은 어느 날이 자주 요동친다. 어느 날 그녀는 입으로 미음을 받아먹을 힘이 없다. 수액으로 버티고 흡입할 산소의 양은 늘어만 간다. 출근하면 나는 할매 옆에 달린 모니터의 산소포화도와 심장 그래프와 혈압을 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할매가 혈압을 재고 있는 내 얼굴을 만진다. 그녀의 손길이 얼굴에 닿는 순간, 그렇게 내 볼을 만지는 그녀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시간이 멎을 것 같은 그 말. 나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평소 말이 없던 할매는 하필 그때 그 말을 해야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 후로 할매를 닮은 자녀들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였다.

올봄, 잊고 살았던 그 말이 봄 찾아오듯 살아난다.

 

요양병원은 아다지오가 흐르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클라리넷,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으로 아다지오가 흐르듯 삶이 고요히 흘러가는 곳이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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