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벗자편지>>를 펴낸 니은기역 출판사입니다.

 

자급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나와 둘레를 돌보며 고귀한 하루를 살려는 농부들의 편지, 

<<벗자편지>>를 여기 <지리산인>에 한 달에 한 번, 한 꼭지씩 들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의 시간을, 나의 생산수단을, 나의 재주를 좀 더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엔

⑨ 김정희 : 바라는 삶을 살고 싶은 해바라기 벗들에게, 

“담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일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편이 함께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구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하고픈 걸 하며 살고 싶은 청년에게,
"주저하는 마음이 들고, 두려워도 괜찮아요. 우리 같이 해 볼래요?"

  

아랑

 

 

땅은 언제부터 인간의 소유물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내가 살

집을 갖기 위해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걸까. 몇백만 년 지구 역사에서 채 100년도 안 되는 시간을

머물다 갈 집을 ‘소유’하겠다고 내 평생을 바쳐야 한다니! 난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스무 살 이후 나는 자본주의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해 오지 않았나 싶다.

삶 대부분을 바쳐 돈을 벌어야만 하는 현실을 벗어던지기

위한 방법을 찾고 또 찾아 헤맸다. 이것은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허브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어린 시절 전문직 여성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파란색

블라우스에 힐을 신고 어떤 일을 진두지휘하며 이끄는 모습.

왜 그게 멋진 여성이라 생각했던 건지, 지금 내 모습과 너무

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굽 높은 구두를 신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지금 난 개량 한복을 입고 팔에 분홍 토시를 끼고, 알록달록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땀 냄새 풀풀 풍기며 농사일을 

한다. 꽃을 따고, 허브를 수확해 말리고, 모종을 키우고, 풀을 

뽑는다.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기까지는 방황하고 침잠하던

시기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감정들이 나를 지배했지만, 그런 시간을 잘

버티고 나니 기회가 왔다.

지금으로부터 여섯 해 전, 영국에서 처음 허브를 만나게

되었다. 1년 넘는 외국 생활을 하며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다가, 영국 한 작은 도시로

흘러가 허브가 가득한 정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공짜로 얻는 대신 일을 돕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만난 허브가 ‘세이지’였다. 여린 색에 보들보들한

그 세이지 잎이 소화작용에 도움이 된다는 영어로 된 허브

책을 보고 날마다 세이지 잎을 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밭 곳곳에 있는 레드커런트나 블랙커런트 같은 작은

열매들을 따서 잼을 만들고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내 몸이 느끼는 불편함과

아픔을 반드시 다 약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허브를 공부하면 가벼운 통증들을 스스로 돌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둘레에 나는 풀로 제 몸을 보하는 일이야말로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 조상들이 몸을 돌보던 방법이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 슬기로운 지혜들이 왜 먼지가 가득 묻은 

채 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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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퍼머컬처permaculture를 만나게 되었다.

퍼머컬처란 지속가능한 농사를 바탕으로 만든 삶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자연 체계에 따라 농사짓고

에너지를 적게 써 자급하는 생활 방식 또는 순환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일을 아울러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2월

페이스북에서 퍼머컬처 디자이너 양성과정이 열릴 거라는

공고문을 마주하자 홀리듯이 ‘이건 가야 해!’ 하는 마음을

먹었고, 결국 2주라는 시간을 비우고 돈을 마련했다.

그때 내가 느낀 퍼머컬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며 나

스스로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농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목수만 숟가락이나

책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나 원한다면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거나 교환하여 사용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퍼머컬처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삶을 꾸려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당연하게 내 시간과 돈을 맞바꾸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삶이 있었다. 왜 이제껏 아무도 나에게

이걸 알려 주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게 뭘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잘 곳과 먹거리가 해결되어야 하겠지.

농사를 짓는 일을 멋지다고 생각한 가장 큰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먹고살 거를 해결해 주잖아!’ 거기다가

식재료를 살 때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무수한 쓰레기들을

감당할 필요가 없어진다. 먹고는 살아야겠으나 먹거리를 살

때마다 딸려 오는 그 무수한 쓰레기들 말이다. 게다가 농사가

잘되거나 수확물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팔아서 여윳돈을 벌

수도 있다.

 

 

‘아지랑’, 자급으로 가는 길

 

살아가는 것만으로 지구에 이미 너무 해로운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나는 아주 미비할지라도 지구가 겪는 고통을 덜어

주고 싶었다. 탄소를 가두는 농법으로 땅과 미생물들을

살리고, 그 땅에서 나는 농작물을 먹고 살며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순환이 이루어지는 자급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 

먹거리 자급에 대한 욕망은 퍼머컬처를 만난 이후부터 무척 

커졌는데, 2017년부터 2019년 서울에 사는 동안에도 옥상에서

상자 텃밭을 가꾸었고,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작은 텃밭을

빌려 농사짓기도 했다.

퍼머컬처를 만나고 공부하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2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2019년 고향인 경상북도

구미로 오게 되었다. 마침 경상북도에서

‘도시청년시골파견제’라는 청년지원사업이 있어서,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 교육을 진행하는 ‘생태감성충전소

아지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내가

바라던 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꿈같기도 하고 얼떨떨했다.

지원받는 기간 안에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것 같다. 어쩌면 무모하게 그리고

얼렁뚱땅 말이다.

퍼머컬처는 처음 2-3년이 아주 중요한데, 그때 두둑이 높은

밭을 만든 후 다년생(여러해살이 작물)을 중심으로 심고,

짚이나 우드칩이나 왕겨 같은 자연 재료로 흙 표면을 잘 덮어

주어야 하며, 무성히 뚫고 나오는 풀도 돌봐야 한다. 지난해

첫 번째 여름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주로 밭에서

살았다. 아지랑을 시작하기 전 퍼머컬처를 2년 동안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1년 농사를 제대로 시작한 건

처음이었고 다양한 작물이 있는 만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작물도 많았다. 그런데 난 그냥 했다. 모르는 건 

인터넷을 뒤지며, 책을 찾으며, 도저히 모르겠는 건 주변에

물어 가며 절기마다 해야 할 농사일들을 허겁지겁해 나갔다.

무모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선 나에겐

퍼머컬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지구를 위해, 또 온 생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퍼머컬처를 삶에서 실현하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일단 시작해 보고 싶었다. 퍼머컬처 농사는

자리 잡기까지 적어도 3년에서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얼른

시작해 3년 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자급하리라는 기대가 나를 움직이게 한

큰 힘이었다.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땅에서도

먹거리를 기를 수 있다. 그것은 반드시 농업을 공부해야

하거나 대규모 농사를 짓거나 먹거리 모두를 자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만이라도 괜찮으니 내 먹거리를 내가

생산해 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용기 그리고 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자급이 시작된다.

 

 

자급하는 길을 탄탄히 만들어 주는 채식

 

나에게 자급이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나는 여전히 삶을 

꾸리기 위해 소비를 해야 하지만, 농사를 짓고 또 생활재 

만드는 기술을 익히며 조금씩 자급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대략 2016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는데, 채식을 시작하면서

더욱 자급이 절실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페스코

단계(육류만 먹지 않고, 바다 동물과 알, 유제품은 먹는

단계)로 채식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이, 채식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험난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나마 페스코는 사 먹을 게 있지만, 2년 정도 전부터

비건 지향으로 살면서부터는 정말 스스로 요리해 먹는 게

가장 속 편했다. 지금은 비건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넓게

퍼져서 수도권 쪽은 채식인으로 살기 나쁘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지방은, 글쎄? 이 불편함 덕분에 빵이든

요리든 이것저것 더욱 시도해 보게 된다. 어느 동물도

착취하지 않고 마음 편히 먹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걸 파는

데가 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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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여정이 꽤 흥미롭다. 밖에서 무엇을 사 먹으려면

불편할 때가 많고, 누군가와 만날 때도 식당을 고르기가 쉽지

않음에도 그걸 다 감수할 가치가 있다 싶게 비건을 지향하는

여정은 나를 성장하게 한다. 요리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내가, 먹는 것만 좋아했던 내가,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먹고 싶던 채식 레시피를 실현해 보는 일이 되었다.

게다가 지금 나는 농사를 짓고 있어 재료까지 선택해 직접 

키울 수 있다. 이게 바로 선순환 아닌가? 게다가 최근에는

함께 사는 강아지가 몸이 아파 자연식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자급 농사를 향한 의지가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 강아지에게 줄 건강한 먹거리를 키워

내는 농부가 되어야지!’ 하는 열정 가득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자급력을 +1, +3 ‘레벨 업’ 해 나가고 있다.

 

 

생명 감각을 잃지 않는 밥벌이

 

앞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나는 내 일생을 돈 버는 일에 바치고

싶지 않았다. 내 밥벌이가 나를 살리고 지구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생명 감각을 잃지 않는 밥벌이’가 곧 삶이고,

삶이 곧 밥벌이가 되기를 바랐다.

2016년 환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찾아다니며 공부하다

보니 어찌 잘 연결되어 서울에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강사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는 수줍음이 많고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면 심장이 세상 쿵쾅거리고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고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강사가 될 줄이야.

(인생은 결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현인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 늘

소비자로 살던 내가 생산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러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워 나갔다. 반드시 석박사를 해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 신념과 열정을

품어 공부하고 또 실제로 그 현장에 뛰어들며 겪다 보면

누구에게든 자기 기술이 쌓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은 내 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나는 어린이들을 만나 교육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둔다.

감사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에 금과 은보다는 희망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생각한 선생님을 만나 생명은 귀하다고, 우리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고 배웠다. 겨우 한 해였지만, 그 시간

덕분에 어른이 된 내가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도 어린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비인간동물들과 인간동물이 공존하는 세상… 그러한 자연 

이치들을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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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나는 지금 퍼머컬처를 실현하며 그 길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길고양이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귀한 생명임을 말하고, 밭에 쪼그려 앉아

괭이밥을 뜯어 먹기도 한다. 밭에서 수확한 허브들로 모기

기피제를 같이 만들고, 아카시아로 만든 만두를 함께 해

먹기도 한다. 한번은 어린이들과 같이 무전, 고구마전,

배추전을 구워 먹었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거둬 씻기부터

부침가루를 묻혀 팬에 굽기까지 아이들이 온 과정에 다

참여하는 수업이었다. 그때 한 어린이가 열심히 구운 전을

먹으며 말했다.

“아랑! 저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아이가 내뱉은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란 나는 “아직 어린데

그게 무슨 말이야.” 해 버렸다. 그러자 내가 당황한 걸

느꼈는지 아이가 “아니요, 아니요, 지금 말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지금을 떠올리면 그럴 것 같다고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말을 한참을 되뇌었다. 너무 기쁘면서도 동시에 슬펐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순간을 될 수 있는 한 힘껏 자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렇게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을 때

충만하고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느끼며 자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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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불을 끌 수 있다

 

이렇게 나는 어린 나의 친구들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을 진행하며 지구 한 생명체로 살아

나가는 길에 있다. 그렇게 세상이 요구하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인 방향에서 벗어나 지구를 위한 방향으로 스스로

노선을 결정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이 여정이 절대

완벽하지는 않다. 팜유가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산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라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비건을 지향하지만 간혹 어쩔 수 없는 상황엔

페스코 단계까지 타협하기도 한다.

늘 생각한다, ‘나는 죽는 날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지구와

지구의 많은 생명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겠구나’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인간동물들은 무수한 비인간동물들

서식지를 파괴하여 문명을 누리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내가 쓰던 플라스틱은 지구에 남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있는 힘껏 내 생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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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태학자도, 기후위기 전문가도, 과학자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사는 한 인간동물이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집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툰베리Greta Thunberg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서 불이 난 우리 집을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급하는 삶도,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삶도 특별한 누군가 또는 여유 있는 누군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알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살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마음을 벗어던지는 것과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하는 마음을 벗어던지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슬픔은 상대방도 느낄 수 있고, 지구가

느끼는 아픔은 우리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같이 나무를

심고, 채식 위주로 맛있게 먹고,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함께하면 좋겠다. 그렇게 허울과 껍데기는 벗어던지고 진짜 

우리 알맹이를 함께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랑 ◌

아랑 또는 다혜라고 불리길 바랍니다. 강아지 토리, 고양이 우주와

함께 살며 경북 구미에서 퍼머컬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린 생명들과 함께’ ‘어린 생명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교육공간’이라는 뜻의 생태감성충전소 아지랑을 운영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 속 경쟁하는 세상만 있지는

않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농사, 자연, 먹거리, 비건, 퍼머컬처,

자급자족, 비인간동물을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반려동물인 토리를 만나 인생 첫 전환점을 맞았고, 퍼머컬처를

만나 두 번째 전환점을 마주했습니다. 비인간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시작한 이후로, 인간동물밖에 몰랐던 세계에서 비인간동물과

공존하는 세계로 확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제 모습대로 살 수 있기를 꿈꾸고, 인간동물이 빼앗고

파헤친 자연 속 생명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해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퍼머컬처 농사를 짓습니다.

저는 무척 허술하고, 느리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하루하루 배우며

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벗자편지>>를 통해 누구나 지구에

닥친 이 거대한 불을 끄는 일에 함께할 수 있고,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도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 여러 각주가 있으나 <지리산인> 지면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벗자편지>> _자급하는 삶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자 

• 지은이 : 김혜련, 칩코, 똥폼, 문홍현경, 풀, 상이, 아랑, 김정희

• 펴낸 곳 : 니은기역

• 펴낸 날 : 2022년 11월 22일

• 판형 120*188 / 쪽수 256쪽

 

• ISBN 979-11-968328-4-1 (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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