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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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화는 젊어서부터 철근 노동을 하며 시를 써 왔다. 한때는 노동자 시인으로 문단에서 주목받기도 했으나 그는 나이 고희에 이르렀어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다닌다.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 한다는 생활 철학이 그를 뒷받침하듯이 그는 완강하게 철근을 휘는 의지로 무너지지 않고 세상을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평정심을 잃지 않은 삶을 일궈낸 것이다. 새벽 세 시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이백리 일터로 나가는 칠십 노구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노래한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