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4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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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례 공설 자연장지에 다녀왔다. 지리산사람들의 멤버였던 지인을 흙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49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버렸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통곡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돌아오는 차 속에서 슬픔의 감정이 진정되는 즈음에 우리는 죽음을 두렵고 피해야만 한다는 소극적인 삶에서 벗어나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삶의 적극성을 생각해 보았다.

 

생명을 오로지 물질적인 몸으로만 보기 때문에 죽음이란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정신, 마음, 영혼 등을 말하며 생명을 물질로만 인식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죽음은 유한의 시간을 무한의 시간으로 바꾸며 죽음은 공간의 경계를 무한으로 확장 시키는 통로이기도 하다. 죽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물질적인 영역이 같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듯 삶이 끝나고 죽음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삶과 함께 의식 속에는 항상 죽음이 같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영원한 것, 무한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의 실재는 결코 개인적인 것일 수 없지만 업보나 윤회 같은 종교적 세계관을 통해 죽음은 내가 무엇(이승의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어떤 무엇)이 되느냐에 대한 문제로 늘 가까이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삶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랑과 진리는 신성의 영역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듯이 죽음 또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현재로 초대하고 어쩌면 그것을 사랑이라는 것처럼 동등한 가치의 고귀한 개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든 의식적으로라도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삶의 균형을 잘 이루게 될 거라는 생각이다.

 

 

사진 unsplash의 Diago Nu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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