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와 죽음의 문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2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생수와 죽음의 문화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우리는 ‘생수’라고 부릅니다. ‘살아있는 물’ 이라는 뜻일 텐데요. 요즘은 가열과 증류 과정을 통하지 않고 제품화된 지하수를 보통 생수라고 합니다. 계곡이나 자연샘, 옛날 방식의 우물에서 바가지로 뜬 물이 아니라, 소독약을 뿌린 플라스틱이나 테트라팩에 담긴지 삼일 이상 지난 물을 생수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지만, 편의상 생수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생수에는 용기 안쪽에 뿌려진 소독약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얇은 페트병에서 우러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소량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인체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니지만, 페트병은 일회용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이 우러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곧장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페트병이 정말로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오염물질과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의 물은 한라산이나 지리산, 백두산, 또 알지 못하는 어느 수계에서 왔습니다. 물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레 인체는 여분의 물을 배출합니다.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아주 먼 곳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전혀 엉뚱한 수계로 배출하게 됩니다. 국내산 암반수는 대한민국의 곳곳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수출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수를 사 마시면서, 수세식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고 강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또 고기를 얻는 축산공장에서는 물청소를 하고는 그 물을 강으로 내보내죠. 지자체에는 물감시 전담 인력이 없기에, 감시체계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과중한 문서처리 업무로 다들 바쁘고, 비오는 날에 아침에 축사를 불시 방문할 공무원은 없습니다. 콘크리트 보로 막혀 자정능력을 상실한 낙동강은 녹조라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산시민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고 덕산을 수장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세상이 이러하니, 깨끗한 식수를 누구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게 제품화 하는 사업이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먹는샘물개발업자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합니다. 국내 생수 산업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등지로 수출할 길도 열렸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 시점에서, 수원지 근처 주민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생수공장이 들어서고 30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쭉 잘 나오던 용천수와 계곡물이 말라 버렸어요. 우리는 마실 물과 씻을 물, 농사지을 물을 얻기 위해 이제 관정을 점점 더 깊게 파서 전기로 물을 퍼올려야 해요. 예전엔 공짜로 물을 마셨는데, 지금은 전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생수공장에서 물을 더 퍼가겠대요. 도로로 지나가는 생수 트럭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매일 집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어요.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국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먹는물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하와이, 사이판, 괌, 일본, 중국, 유럽 등지로 진출하자고, 지리산 삼장면 같은 수원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물을 뺏고, 집을 부수고, 농토를 서서히 말려버려도 되는 걸까요? 지하수는 공유재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허가를 받아 공유재를 사유화한 다음, 몇 푼 안되는 수질개선부담금만 납부하고, 주민들은 말라버린 계곡과 강물, 부서진 가정용 관정 모터, 흙탕물로 손상된 세탁기, 물이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 가운데서 시름만 깊어갑니다.
시끄러운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에서 마을발전기금을 주겠다거나, 체육시설을 지을 돈을 주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민을 회유하기도 합니다. 몇 달전 삼장면 이장협의회장 백 모씨는 ㈜지리산산청샘물에서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준 돈 6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고 착복한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공유재인 지하수를 지역의 이장 및 사회단체장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상 개인적으로 기업과 거래하고, 공증까지 받은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이번 삼장 지하수 증량 허가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는 관계없이 272톤 증량은 진행되었습니다.
지하수 총량 관리와 주민 피해 보호는 뒷전이고, 프랑스 에비앙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K-생수의 해외 진출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박수받는 세상. 과연 정상적인 세상일까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이용의 생태적 원칙에서 계속됩니다.
<참고자료>
‘25.7.15일 기준
-지리산권 4개 시군 7개 업체 총 허가량: 7,244톤/1일
-한라산권(제주도) 총 허가량: 4,700톤/1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제주삼다수) 4,600톤/1일+ 한국공항(주) 100톤/1일) * 제주도내 지하수 고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공항(주)가 2025년 4월 30일 50톤/1일 추가 증량을 신청하여 논란 중
지리산권 샘물공장 허가량 및 제품명('25. 7.15 환경부 공표 먹는샘물 제조업체 현황에서 인용)
㈜산청샘물(산청 삼장면 600톤/일): 화이트, ECO화이트, 맑은샘지리산, 지리산을 그대로 담은 뽀로로샘물, 숲속의 맑은샘물, 지리산 청정수, 깊을수록 ECO,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가야 water
LK샘물(산청 삼장면 400톤/일): 지리산수워터, ECO JIRISAN SOO WATER, I’m 3H 지리산水, ECO I’m 3H 지리산水, 지리산 산수, 화이트, ECO화이트, 일화 광천수, 맑은나라 지리산水
산청음료(주)(산청 시천면 1,885톤/일): HEYROO미네랄워터, youus(유어스)맑은샘물, 미네랄워터 ECO, Homeplus Signature 맑은샘물, 맑은샘물, 하루이리터, 아이시스, ICIS, 아이시스 8.0, 내몸애 70%, PADAISE
화인바이오(산청 시천면 2,379톤/일): 지리산물하나, 지리산물하나eco,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YOUUS지리산맑은샘물, 지리산수(JIRISANSOO), NATURAL MINERAL WATER, 우리샘물수, 추신水, 지리산암반수, ㈜정상북한리조트 네추럴미네랄워터, 정식품 지리산 심천수, 유진샘물
㈜ 회천(구례 산동면 530톤/일): 지리산 천년수, 셀밸런水, 지리산 산수려, New서울생수
㈜더조은워터(전북 남원시 주천면 1,190톤/일): 깊을수록 ECO 무라벨, 깊을수록,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호진지리산보천(하동군 화개면, 260톤/일): 오(eau), 쉐프큐QNC샘물, 지리산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