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2(화)
 

 

 

 

미안한 일

 

 

이상국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인으로 살며

 

언제부턴가 세상은 자꾸 넓어지고

 

나는 작아져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

 

어느 해 겨울 밤

 

아들의 주머니 속 손을 뜨겁게 잡고

 

마을 길을 걸으며

 

아버지는 가진 게 시밖에 없으니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시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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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사는 일이 그렇다. 스스로 간절히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일용할 양식을 제대로 물어오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가난은 나의 문제지 시의 문제가 아니어서 시에게도 미안하다. 시인이라는 존재로 사는 일만이겠는가. 세상에 태어나 무엇으로 산들 그게 가난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으로 산다는 것, 무엇이 된다는 것을 늘 돈의 문제로 경제의 문제로만 규정짓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사느냐라는 삶의 문제일 뿐이다. 돈의 문제는 알다시피 삶의 문제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삶의 근원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삶은 내 인생을 창조하고 발명하는 일이지만 돈에 끌려다니는 삶은 나를 잃는 삶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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