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8(화)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6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여다보지 않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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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들과 며느리 손주가 함께 하니 절간 같던 집이 떠들썩하다. 분주함은 분주함 대로 나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어서 이런저런 사소한 즐거움이 좋다. 두텁나루숲은 오랫동안 혼자 관리해 와서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누가 오면 내가 제일 바쁘기는 하지만 즐거운 비명이다. 아픈 아내는 손주를 봐주며 놀고 아이들은 서로 오랜만에 만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 바쁜 와중에 반가운 문자가 왔다. 마음으로 존경하는 선배가 휴가 동안 구례를 거쳐 가는 일정인 듯했다. 바로 나가서 반갑게 맞이하고 술 한 잔이라도 나눠야 맞는데 나는 왠지 망설이다가 문자로 답만 하고 나가서 만나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데 그냥 바쁘게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틈이 나서 페북을 읽는데 박00 선생(페북에서 만난 분)의 글이 나를 질타하고 있었다. 과문불입지죄過門不入之罪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여다보지 않은 죄라는 글이었는데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대문을 스쳐 지나며 벗을 찾지 않는 마음의 게으름을 옛사람들은 하나의 죄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인간의 도리를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것도 마음속으로 존경한다는 선배에게. 선배는 문을 두드렸는데 나는 문을 두드리지 못한 것이다. 살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스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서로 손을 내밀어야 벗도 되고 연인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적막하다면 그것은 나의 탓일 뿐 누구 때문도 아니고 어느 무엇 때문도 아닐 것이다. 우연히 큰 배움과 깨달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선배와 페친이 정말 스승처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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