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북 샛길
가축병원 자리 골무 사태 들어 대장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봉남리로 나가는 샛길, 벽화 따라 걷는 봉동리 더듬어 주욱 이층집 지나 큰길 건너 읍사무소 자리 역사의 거리 지나 성당을 돌아 봉산 쪽으로 간다. 길을 접어 작은 길을 가니 소식다료. 들어서니 아는 사람이 앉아 있다. 호지차 한잔 주문하여 홀짝이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연둣빛 봉산이 금세 내 안으로 쏟아질 듯 하다. 구수하고 따듯한 호지차처럼 구례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찻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은 샛길 같다. 길 안에서 길을 마시는 차의 여백, 찻잎처럼 떠다니는 여백을 떠다니는 생각에 싸여,
걷는다. 봉북샛길 접어드니 샛길이 나를 기웃대며 녹슨 파란 대문이 꿈속으로 부는 바람처럼 나를 건든다. 고양이 두 마리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후딱 피한다. 가지 마! 나도 몰래 새 나가는 말이 전봇대 아래 멈추고 야옹, 고양이 눈이 맑다. 개울 따라 접어든 구례 샛길이 살갑다. 지나는 사람은 그림이 되고 십자가 뒤로 장미슈퍼가 미소 짓는 저물녘. 장미슈퍼 와상에 메주와 우유를 내놓았다. 먼 날이 불러오는 풍경 한파가 이어지던 영하 10℃ 냉장고를 나온 두부가 손님을 기다리던 시간 위로 떠 오르는 얼굴 함께 구례를 다시 걷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