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냄새
김영춘
물밑에 안쳐놓은 밥이 끓어오른다
물이 밥을 끌어안은 것을
밥을 안친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하는 동안
밥이 익어서
깊숙이
온 집안에 밥 냄새 가득해서
이 세상 모든 향기가 소용없어라
저 홀로 피어나던 마음처럼
조용조용 살아 오르는 밥 냄새
누구를 기다리는가
고스란히 퍼져나가는
오래된 저녁때로다
부질없는 생각은 모두 저버린 몸이 되어
밥을 곁에 두고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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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냄새 하나로 세상의 모든 향기가 소용없다고 말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전기밥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 냄새를 맡으면 왠지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의 단순하고 정갈한 식량이 그리운 시절이다. 이제는 차고 넘치는 자본의 밥상과 비만해진 사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 그 마음을 읽게 하는 시 한 편이 있어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