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5)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5)
다른 주민 관정에서는 왜 영향이 측정되지 않을까?
상상실험실에서 이 실험을 재현해 봅시다(지하수이야기 4 참조). 밀도와 두께가 서로 다르고, 모양이 불규칙한 스펀지가 여러 장 있습니다. 모두 물에 적셔 포화시킨후, 커다란 용기에 겹쳐 담습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그보다 작은 판대기도 아무데나 한두 장 끼워 넣습니다. 굵은 빨대를 준비해 아래쪽에 작은 구멍을 촘촘히 뚫습니다. 저 아래쪽에 깔린 스펀지에 빨대를 꽃은 후, 빨대 속에 물이 충분히 고이면 빨아 올립니다. 윗층의 스펀지에서 동시에 물이 줄어들까요?
답은 당연히 ‘아니다’일 것입니다. 지하암반은 여러 층으로 되어 있고, 공극률과 투수성이 제각각입니다. 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불투수층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물이 이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조건에 따라 수천년, 수백년, 몇 년, 몇 달, 수 주일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래 암반층에 물이 사라지고 허당이 되었어도 위의 암반층에는 물이 상당기간 남아있게 됩니다. 반대로, 위층에 물이 사라져도 아래층에는 물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땅속의 구조가 이렇게 때문에, 3일간의 양수시험으로 생수공장과 주민 관정, 계곡물의 연관성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민 관정이 닿는 암반층과 샘물공장 암반층 사이에 완벽한 불투수층이 있다는 것을 여러 곳의 굴착조사를 통해 밝혀내지 않는 이상, 연관성이 없다고도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지상의 현상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한 후 추론할 수 있을 뿐이죠.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장 오랜 시간 관찰하고 경험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삼장면에 수년~수십년 살아온 주민들입니다.
삼장 주민들은 최근의 기후변화나 영농 목적의 지하수 사용보다는, 생수공장 때문에 지하수 고갈이 일어났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실거주자의 90%가 증량반대에 서명했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집수구역 내인 덕교 뿐 아니라, 상류인 명상마을의 계곡에서 먼저 고갈 현상이 일어났다고 증언합니다. 주민들은 지질학 전공자가 아니고 농부이지만, 가장 오래 지표면을 관찰한 생활 과학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증언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300미터 지하 암반수’라고요? 사실은 29미터 지하 암반수입니다.
㈜지리산산청샘물의 관정(특히 5호정)과 주민관정, 국가지하수보조측정망 007이 같은 레벨에 있으며, 고갈 현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싱의 길이와 해발고도입니다. 2024년 연장허가 당시의 환경영향조사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관정의 해발고도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해발고도는 다음 지도상에서 등고선을 확인하여 대강 추정할 수 있습니다.
케이싱은 우물에 흙이 들어오거나 우물벽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는 플라스틱관 또는 강관을 말합니다. 케이싱을 통해서는 우물 속으로 물이 스며들지 못합니다. 케이싱은 단단한 암반층에는 박지 않습니다. 물이 스며들어야 하니까요. 땅속으로 구멍은 300미터 깊이로 파되, 케이싱은 관정마다 길이가 다릅니다. 케이싱이 없는 지점에서부터 암반수는 우물 속으로 스며듭니다. 환경영향조사 보고서에서 확인된 ㈜지리산산청샘물의 기존 취수 관정은 총 3곳으로, 아래 사진에서 정호의 위치와 케이싱 깊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 생수는 ‘300미터 지하 암반수’라고 홍보되지만, 그것은 우물의 최대 깊이이고, 1호정은 지하 101m, 4호정은 지하 79.6m, 5호정은 지하 29m에서부터 우물 안으로 스며드는 물을 뽑아 올릴 수 있습니다.생수공장의 물은 사실 그리 깊은 물이 아닙니다. 특히 5호정은 지면과 굉장히 가까운 지점(지하 29m)에서부터 스며든 물을 뽑아 올리고 있습니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www.gims.go.kr) 에 공개된 지하수보조수위측정망 자료에 따르면, 산청샘물 인근 삼장다목적캠핑장 위치한 보조측정망 007은 표고가 132m입니다. 5호정 보다 약 30미터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5호정 케이싱 깊이와 같습니다. 이 두 우물은 같은 지하 레벨에 있는 것이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나요? 실제로 보조측정망 007의 수위는 매우 불규칙한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간혹 계측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보조측정망 007 계측기가 한달 넘게 매일 마이너스 값을 기록하는 것을 올해 1월에 발견했습니다. 물이 지면 위로 1m나 올라와 있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계측기의 기록마저 객관적인 자료로 믿기가 어렵습니다.
(https://www.gims.go.kr/assiObsvPosiSttsPop.do?obsvCode=782822&fromDt=20260109&toDt=20260208&btn=0&time_btn=1 에서 확인가능)
샘물공장의 영향은 수년 안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샘물공장이 동시양수검사시 모든 관정에서 물을 뽑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영업상의 손실을 이유로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공장 안으로 돌려 제품화하였기 때문에, 가장 케이싱이 짧은 5호정을 작동시켰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먹는물관리법> 상의 환경영향조사는 누적 총 허가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신규 관정 신청시 동시양수검사를 할 때 기존 관정까지 양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지하수는 어떤 깊이에서 퍼올리든, 관정이 있는 지표면의 소유자가 누구이든, 지역공동체(마을)에 이용의 우선권과 개발이익이 돌아가야 하며, 대규모 개발은 주민들의 숙의를 통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의 물은 공유재이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기업이 공유재를 전용하기 위해 만든 <먹는물관리법>을 조속히 폐지하고, 주민이 공유재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