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8(화)
 

[푸른목소리]



환경 위한다면,
급식부터 남기지 말자

 

 

안녕하세요 식당문화부입니다. 저희가 간마디에 올라온 이유는 요즘 우리 학교에 생긴 안 좋은 식당문화에 대해, 또 이번 주가 환경주간인 만큼 우리가 식당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일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간마디를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요즘 식구들이 밥을 잘 안 먹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선생님들과 식문부가 왜 자꾸 밥을 먹으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식문부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식수조사에 왜 이렇게까지 매달리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밥을 먹지 않으면 그만큼의 음식이 남고, 식당쌤들께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거기서 멈추지 말고,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4월에 식문부에서 남은 식판의 개수를 세어 봤습니다. 남은 식판 14개. 어느 날은 17개가 남은 날도 있습니다. 14인분, 17인분의 음식이 먹지도 않고 버려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오지 않은 사람 분의 식판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치우게 됩니다. 식당쌤들은 항상 밥을 먹는 사람만큼의 식판을 딱 맞춰서 꺼내 두신다고 하셨는데 말이죠. 우리 학교는 환경친화적인 것들을 지향하고 다른 학교에는 없는 환경주간도 열며 환경감수성이 높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런 학교에서 음식이 매일 이렇게나 많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우리가 한 노력들은 무슨 소용인 걸까요? 왜 모두가 환경을 지키자는 것에 동의를 하면서 한 반분 이상의 음식이 하루 만에 버려지고 있는 걸까요. 이번 환경주간 동안 많이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아 보고 싶다면, 자신도 환경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밥부터 드시기 바랍니다. 남는 식판이 없게, 남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환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의 급식은 정말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뒤져봐도 볼 수 없는 수준인 영양만점에 푸짐하고 맛도 훌륭한 급식이 제공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학교 식당은 자율 배식이며 심지어 채식 음식도 제공합니다. 우린 전 세계 1% 수준의 급식 안에서도 가장 훌륭한 급식을 매일 먹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과도한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급식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1990년대 이후 그동안 엄마인 여성들에게 전가해 온 ‘도시락 노동’을 사회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시작된 것이 학교급식입니다. 하지만 급식 노동은 오랜 세월 제도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왔습니다. 학교급식실의 산업재해율은 3.7%로 전체 산업 평균인 0.67%의 5배가 넘고, 매우 위험하다고 알려진 건설업보다도 높습니다. 폐암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조리노동자도 178명에 이르며, 그중 15명이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학교 식당은요? 남은 식판 개수 17개. 식당쌤들은 그날, 만들 필요도 없는 17인분의 음식을 만드셔야 했고, 치워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밥을 먹으러 오지 않더라도 그만큼의 음식까지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 학교 급식입니다. 주말에 식수조사를 한 학생이 5명도 안 되더라도, 단 한 명만 신청한 날도 밥해 주려 출근하십니다.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올해 1월이 되어서야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노동자들의 힘든 투쟁 끝에 드디어 가결되었습니다. 개정된 학교급식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급식은 교육의 일환”임이 법적 목적으로 명시되었다는 점입니다. 내 밥상에 오른 음식을 누가, 어떤 조건 속에서 만들었는지를 아는 일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교육이라는 이유입니다. 간디 식구분들, 이런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걷어차지 맙시다.

 

사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조금 의문이 듭니다.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자는 정말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요즘 정말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밥을 만들어 줬는데 먹으러 오지도 않는 행동은 환경, 노동권 다 떠나서 그냥 정말 무례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밥해 준 사람에게 아무런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식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식당쌤들이 보는 앞에서 부식으로 나온 과일이나 간식, 음료만 챙겨서 식당에서 나가 버리고, 주말에 식수조사 해 놓고 먹으러 오지도 않거나, 오늘 나오는 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홍화원(학교와 가까운 식당)가서 먹고 오는 행동들 말입니다. 만약 사정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오늘 간마디가 조금 직설적이고 말이 뾰족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학교에서 꼭 다뤄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점점, 남는 식판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06.04. "식구총회 식문부 간마디"

 

 


글쓴이 : 전지율 _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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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3학년 전지율입니다. 간디학교에서는 매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학생자치 부서인 환경부에서 ‘환경주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쭉 고민해 오던 것이 환경주간과 어울리는 주제였기에 우리 학교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인 ‘식구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발표 전날 급하게 글을 써 식구총회 간마디(간디인의 한마디)시간에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서 말한 환경부와 같이 우리 학교 학생자치 부서인 ‘식당문화부’의 장을 맡고 있습니다(줄여서 ‘식문부’라고 부릅니다). 간디학교 관계자가 아니라면 식당문화부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아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식당은 학교 급식소를 말하는 것이며 우리 학교만의 좋은 급식문화를 만들고 식당쌤들(영영사, 조리사 선생님들)과 함께 식당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부서입니다.


사실 제가 사람 많은 곳에서 발표하는 걸 즐기는 성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간마디는 학교 졸업할 때까지 절대 올라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 주장이 담긴 글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읽고, 그 글을 기고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만큼 어떻게든 표출하여 전하지 않고선 못 견딜 만한 마음들이 제 가슴속에 계속해서 쌓였었나 봅니다. 덕분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잘 느껴지는 글은 분노가 담긴 글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글보단 대본에 가까운 이 글을 학교 사람들 앞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습니다. 어딘가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처음인데요. 이 글이 읽게 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함께 분노할 수 있는, 공감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목소리의 첫 주인공이 되어 준 산청 간디고 전지율 님 고맙습니다. 

애써 주신 산청 간디고 최보경 선생님께도 고마움 전합니다.


지리산人의 기획 칼럼 [푸른목소리]에는 지리산 둘레에 사는 청소년-어린이의 생태감수성이 담긴 글을 싣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말하는 사회에 '이런 삶도 괜찮잖아?'라든가 '난 이렇게 살고 싶어' 같은 생각거리를 주는 글, 

자연의 생명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글,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환영합니다.

>> 지리산人 푸른목소리 기고 문의 : mhgh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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