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8(화)
 

 

 

 

잘 가셨는지요

 

백무산

 

 

죽은 자가 따라다니는 시절이 되었는지

또 날아온 부고는

믿기지 않았다 얼마 전 저녁을 함께 했던 사람이다

전화기를 접지 않고

그의 온기를 느껴보려고 그가 보낸 메시지를 뒤져보니

아직 체온이 남아 있었다

"잘 가셨는지요.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죄송했어요."

떠난 사람이 나였다는 듯이

그는 그곳에 있고 내가 멀리 가버렸다는 듯이

내 뒷모습에서 떠나는 자의 쓸쓸함을 읽었다는 듯이

살아 있다는 것이 되레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는 듯이

수많은 죽음을 맞이하는 일과

수많은 자신의 죽음을 겪는 일로

눈물은 죽은 자가 흘린다

죽은 자의 혼은 언제나 산 사람을 붙들고 운다

두고 가는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

산 사람이 가엾고 불쌍해서 펑펑 운다

죽은 자에게 애도를 받으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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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를 받고 문상하러 가면서 쓰여진 시다. 시 속의 화자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처지가 바뀌어 있음을 말한다. 죽은 자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산 자가 가엾고 불쌍하다. 죽었다는 것은 이미 도착한 것이고, 살아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는 것이어서 그렇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가 이승을 두고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산 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죽음이 가엾고 불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는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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