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강변에서 일박
-섬진강 편지
「몽골에서 띄우는 섬진강 편지」
- 카라강변에서 일박
서울에서 약 3시간을 날아 징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조카의 2인승 산악용 지프를 타고 약 4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다르항의 카라강(Kharaa River) 강변이었다.
강가에는 유목민들이 양털을 깎는 작업장이 있었고, 우리는 그 옆에 텐트를 치고 몽골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
하지만 텐트를 치기 전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할 존재가 있었다. 바로 반카르(Bankar)다.
반카르는 몽골 초원에서 유목민의 가축을 지키는 강력한 가축 수호견(Livestock Guardian Dog)이다.
유목민들에게 이곳에 텐트를 쳐도 괜찮겠냐고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건네자,
계속 차 주변을 맴돌며 으르렁대던 반카르가 그제야 경계를 풀고 조용해졌다.
오후 8시 30분. 카라강 위로 저녁 햇살이 물들기 시작했다.
강변을 감싸는 황금빛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어둠이 내리자 가축들과 유목민들은 게르로 돌아갔고,
넓은 강변에는 잠자리를 찾아온 새들 수런거림과 바이칼 호수를 향해 흐르는 강물 소리만 남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축축한 안개가 강 위를 덮어 별빛은 기대만큼 선명하지 않았다. 대신 밤새도록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다르항은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는 몽골 종단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적막한 초원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기차의 기적 소리는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잇는 거대한 대륙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다.
겨울날 저 기차를 타고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담는 상상도 해본다.
몽골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다르항(Darkhan)은 몽골어로 ‘대장장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시 서쪽을 따라 흐르는 카라강은 몽골 북부의 중요한 하천으로, 그 유역은 몽골의 핵심 경제권 가운데 하나를 이룬다.
수도 울란바토르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가 이 강을 따라 발달했으며, 주변 농업과 산업 역시 카라강의 물에 의존하고 있다.
카라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몽골 북부의 산업과 농업을 떠받치는 생명선이자, 다르항의 성장과 함께해 온 젖줄 같은 존재다.
대장장이의 도시를 바라보는 카라강가 텐트 안에서 몽골에서의 첫날밤에 대한 설렘으로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섬진강 / 김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