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8(화)
 

박순남 할매와 함께 걷는 계단

   

보클보클한 구름이 짖는다. 노인복지센터 차가 박순남 할매 사는 이층집에 도착했다는 거다. 할매는 여든여덟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다리에 힘이 없어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 계단까지 가야 한다, 그 전에 차에서 내리는 순서가 있다, 오른발을 먼저 차 난간에 내려주고 엉덩이를 받쳐 내린 다음 오른발을 내려서 몸을 붙잡고 한 발 한 발 걷기 시작하면 꽃님이가 꼬리치고 반긴다. 계단 앞까지 왔으니 계단에 한발 한발 옮기면 된다. 왼발을 손으로 계단에 올려준다. 그다음은 할매 스스로 오른발을 옮기면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로 간다. 그 순간 스치는 경이로움, 화강석 계단 틈 사이 자란 풀이 꽃을 피웠다.

 

할매, 저 풀꽃 봐요!

할매는 두 손으로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르다 아래를 본다. “잘 안 보여” “꽃이 예뻐요” 저 풀도 이름이 있을 텐데, 그러게, 우리는 한 몸이 되어 계단을 오르고 구름이 짖는 소리가 하늘로 퍼져 구름이 된다. 보클보클한 구름이는 할매집에 사는 반려견 이름이다. 드디어 문 앞, 으싸! 마음이 바빠진 할매 발걸음이 빨라지며 앞으로 넘어질 듯 걷는다. 문고리에 걸린 열쇠를 빼고 문을 연다. 문을 여는 일은 할매가 오늘 하루 잘 지냈다는 일. 오늘도 애쓰셨어요. 꽃장식 보라색 모자도 벗어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요!  

밖에서 문고리를 채운다. 문을 잠그지 않으면 할매가 기어서 계단에 내려와 낙상한 적이 있다. 노인들이 눈 깜빡할 사이 낙상하면 골다공증이 심해 골절될 확률이 높다. 할매와 헤어져 계단을 뛰어내린다. 살아가는 것은 계단이야. 할매가 휠체어 도움 없이 포기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걸을 수 있다. 비 오듯 땀에 젖고 마르는 일 또한 계단이다. 나를 향해 구름이 짖고 난리다. 안녕, 구름아! 손을 흔들고 차에 오르자 우리를 차창으로 보고 있던 할매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에 금세 땀이 마르고 몸이 가벼워진다. 내 손이 박순남 할매의 발이 되는 계단. 가요! 파초길 지나 지리산을 보고 달려요.

 

잘 웃는 박순남 할매 목소리는 비음이 매력적이다. 

키 크고 잘생긴 아들과 예쁜 며느리가 처음 만나 연애하던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체조 시간에 몸이 따라주지 않아 율동하지 못해도 콧노래 부르고 손뼉을 치며 웃는 할매 보고 나도 웃는다. 어느 날 잘생긴 아들이 밭에서 따온 호박을 건네준다. 다음날은 복지센터에서 호박전 부쳐 먹는 날이다. 달착지근한 호박전 생각에 벌써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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