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8(화)
 

우리는 반달가슴곰의 짝궁, "곰짝, 곰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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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에 비친 반달가슴곰은 어떤 모습일까? 구례 토지초 아이들이 그린 반달가슴곰을 만나러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복원센터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공존센터에 다녀왔다. 이번 반달가슴곰 작품 전시회는 지난 3월 27일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서 열린 ‘우리동네 곰짝! 곰짝! 공존문화행사’(이하 곰짝곰짝 행사)의 결과 가운데 하나다.

 

곰짝곰짝 행사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면서 안전 우려와 공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덩달아 늘어남에 따라 곰과의 공존 문화를 지역사회 안에 퍼뜨리기 위해 열린 행사로, 지리산 자락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 만든 행사다.

 

곰짝곰짝 행사에서는 지역 주민의 다양한 공연과 곰을 이해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는데, 특히 구례 토지초등학교 아이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전교생이 ‘곰과의 공존’을 주제로 글·포스터 공모전에 참여했고, 4~6학년 학생들은 ‘곰짝곰짝 반달곰’ 노래와 율동을 선보여 공존의 의미를 보여줬다.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복원센터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공존센터에 가면 지난 행사 때 아이들이 만든 글·포스터 작품을 볼 수 있고, 곰짝곰짝 반달곰 노래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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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창의성에 놀라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지적 흡수력과 감수성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너무도 친근하게 표현된 반달가슴곰을 보고 있노라면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늘 무심했던 어른이었음이 부끄러워진다.

 

반달가슴곰과 인간의 공존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뜻이 아이들의 노력을 보태 이루어졌다니 참으로 희망이 가득한 사례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일에 함께해야 할까?

   

곰은 ‘생태계의 핵심종이자 우산종’이다. 말이 너무 어렵다. 쉽게 말하자면, ‘곰의 존재가 생태계 내 다른 종 다양성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반달가슴곰은 다래, 머루, 도토리 같은 열매와 씨앗을 주로 먹는데, 곰이 싼 똥에서 식물이 발아하는 확률이 자연 발아에 비해 2배나 높다. 생태계 유지와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반달가슴곰과 곰의 서식지를 보호하면 다른 종들의 서식지도 보호할 수 있는데, 마치 우산을 펼친 듯 하위 종들을 보호할 수 있어서 반달가슴곰과 같은 종을 우산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리산에? 곰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고대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왔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먼저 살고 있던 한반도의 토박이인지도 모른다. 지리산은 유전인자 보전을 위한 기존 야생곰이 남아 있고 안전하고 넓은 서식공간과 풍부한 먹이자원 등 충분하고 우수한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반달가슴곰이 살아가기에 좋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반달가슴곰’을 보전하는 일을 해 온 남부보전센터는 곰짝곰짝 행사가 주민 주도로 이뤄질 수 있게 지원했다. 남부보전센터가 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공존센터에는 곰들이 산다. 이 곰들은 동물원처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야생성을 잃어버린 곰이나, 치료가 필요한 곰 등 보호·보존을 위해 마련된 곰들의 집이다.

 

남부보전센터틑 멸종위기종 복원과 탐사, 연구 사업 외에도 반달가슴곰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사업으로 탐방프로그램과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반달곰 보전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감을 없애고, 인간이 생태계 파괴자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공존하도록 협의체를 구성하고 간담회를 연다. 왜 반달가슴곰을 보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까닭, 반달가슴곰의 생태, 반달가슴곰과 마주치지 않는 방법, 혹시 마주쳤을 때 피하는 방법 등 교육하기도 한다. 곰짝곰짝 행사도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가 찾아간 날 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소민석 센터장님을 만나 곰짝곰짝 행사에 대한 이야기와 보전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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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석 센터장님은, 곰이 사람을 공격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걱정에 곰이 지리산에 사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사람이 곰의 영역에 침범한 것이지, 곰이 사람의 영역으로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곰과의 공존을 위한 인간의 노력을 강조했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무서워한다. 반달곰도 마찬가지여서 사람 소리나, 방울, 종소리 등을 듣게 되면 먼저 피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시선을 피하지 말고 뒷걸음으로 곰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절대 혼자서 산행하면 안 된다.”

 

우리의 사고는 인간 위주여서, 인간이 모든 동물의 우위에 있고,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한다. 학교에서 배운 ‘먹이 피라미드’가 떠오른다. 피라미드의 가장 우위에 있는 인간은,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두가 그 대답을 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움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는 선뜻 행동으로 동참하기 쉽지 않다. 토지초 아이들과 토지면 주민들이 곰짝곰짝 행사를 멋지게 해낸 일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곰짝곰짝 행사를 마친 소감을 물었다.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프로그램이 좋았다고 소문이 나서 그 후로도 다른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까지 다녀갔지요. 보전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고 비협조적이어서 외롭고 힘든 일이었는데, 이 활동과 변화를 통해 직원들이 ‘아, 무언가 할 수 있구나’ 하는 활력과 힘을 얻게 되었지요.”

 

이어서 그는, ‘생태 보전 활동에 지리산 권역에 있는 기관들과 주민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함께 해 나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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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살고 있는 곰들은 보호 관리를 위해 추적기를 달고 있다. 야생생물보전원에서는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반달가슴곰 목격 제보를 받고 있는데, 추적을 나갔던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양봉하는 곳에서 반달곰이 벌집을 통째로 훔쳐 달아났는데 바위 뒤로 몸을 숨긴 곰이 꿀을 먹지 않고 바위 사이로 주인이 쫓아오는지를 엿보고 있더란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 곰이 그제야 맛있게 꿀을 먹었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이에 출동한 사람들이 마취총을 쏘자, 오른쪽으로 날아오면 왼쪽으로 휙, 왼쪽으로 날아오면 오른쪽으로 휙, 고개를 돌리며 피하는 모습이 하도 우스워서 모두 같이 웃고 말았다고 한다. 곰의 식별 번호를 부르며, 거기 가만히 있어, 하니 또 가만히 서서 기다리더라는 이야기도 함께.

 

반달가슴곰들이 살고 있는 보전원 인공 서식지에서, 바위를 뒤뚱거리며 뒤로 내려오는 곰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이 ‘꿀을 훔친 곰’ 이야기 속 곰의 모습과 겹쳐 떠올라 혼자 웃었다.

 

오늘도 해가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를 반복한다. 지구 한편에 홍수가 나고, 다른 한 편은 가뭄으로 땅이 말라간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많은 동식물이 사라져 간다. 인간이 더 이상 환경 파괴자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반달가슴곰과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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