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박 석 면
잎이 있어야 꽃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데
넌 잎이 없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지
넌 짝 없이도 사랑을 할 수 있다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사랑할 수 있다는 말
너에게는 한낱 너스레
네 잎과 꽃은 혼자 사랑하다
혼자 죽어갈 뿐
꽃이 진 뒤 다시 잎으로 태어나
잎은 땅 위에 꽃은 하늘로 치솟아
산을 붉게 물들인다지
죽어서 꽃을 사랑하고
쓰러져 잎을 사랑하는 일
한 사람이 죽어야 한 사람이 사는
하, 그게 사랑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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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꽃대로 사랑하고 잎은 잎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져서 잎을 피우고 잎이 져서 꽃을 피우는, 한 사람이 죽어서 한 사람을 살리는 그런 사랑, 사랑은 그런 것이리. 그립고 안타까운 일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랑을 본 것이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혼자 사랑하다 혼자 죽어도 그것은 하나의 꽃무릇, 그런 꽃무릇들이 무리 지어 산사를 붉게 물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