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

 

요즘 나는, 여러 일들로 마음과 몸이 힘겹다. 코로나가 우리를 묶어놓는 사이,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악양 형제봉에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6월말부터 계속된 비에 텃밭의 작물들은 녹아내렸고, 88일에는 섬진강댐 대량방류 등으로 구례읍, 구례 마산, 남원 금지, 하동 화개 등이 수장되어 수천억 원의 피해와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여기에 하나 더, 지난 6, 국토교통부는 굵직한 사안들 틈을 비집고 서울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까지 고속버스 정기노선(이하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을 인가하였다.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 내가 관심이 가는 부류는 이왕에 있는 도로, 서울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분들이다.

,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리가 성삼재도로를 통해 지리산에 간 게 몇 년부터일까, 성삼재도로는 편한 거 말고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게 된다. 몸과 마음으로 성삼재도로를 바라본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고, 1985년에 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너비 8m 포장도로로 재정비되었다.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당시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할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도 861호라고 이름 붙였다.

성삼재도로가 포장되자 사람들은 버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도로를 이용하였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성삼재엔 11,670규모의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5, 7~8,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지리산국립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밀려 그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1100m를 오르는 차량들의 곡예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은 성삼재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러면 그 도로로 인해 차량과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리산 인근 지역사회는 경제적으로 덕을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곧바로 지리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인근 지역사회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려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었을 뿐이다. 성삼재도로는 지리산국립공원에도, 지리산자락 주민에게도 아픈 도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단체들은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이 도로가 지리산국립공원과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게 미치는 영향,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하였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성삼재도로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들자고 성삼재 걷기를 하였고, 지역주민들과 만나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고, 성삼재도로 주변의 외래식물을 조사하고,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성삼재도로가 바뀌어야 지리산이 건강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가치와 존엄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있는 도로인데.. 그런다고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어?’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를 인가하면서 성삼재도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 인가 소식을 접한 구례군민들은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 구례군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구례 땅인 성삼재까지 올라오는 정기노선 버스를 인가한 것에 분노하면서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례군민들은 말로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버스가 도착하는 토요일, 일요일 새벽 230분에는 도계쉼터에서 버스를 막고, 승객들에게 구례군민의 분노와 협조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구례군민들의 반응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사람들의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구례군 버스는 성삼재까지 올라오면서, 정기버스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케이블카 추진이 어려워지니 그런 것 아니냐고들 한다. 구례군이 진정으로 지리산 환경을 생각한다면, 구례 성삼재 버스 폐지, 지리산 케이블카 포기 등을 선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상태에서 당국이나 지역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대안은 지리산을 관통하는 지방도 861호를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성삼재도로가 국립공원도로로 전환되면, ‘구례~성삼재 군내버스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은 막고 친환경차량만 다닐 수 있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리산 방문자들에 의거해 살아가는 지리산 인근의 주민들의 경제적 삶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보전에도 도움이 되며, 지리산 방문자들에게도 별다른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성삼재주차장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면, 백두대간 마루금을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축 연결의 큰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리산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짐은 물론이다. 이것이 지리산국립공원과 지리산자락 주민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의 가장 간결한 방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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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 훼손하고 주민 동의 없는 서울~성삼재 고속버스 노선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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