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소박한 삶을 위하여
지리산인의 생각
박두규 (시인)
가을이 왔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반갑다. 지난 여름이 너무 혹독해서 그럴 것이다. 유래 없는 홍수로 섬진강이 범람하고 구례는 물속에 잠겼다. 그 피해와 슬픔, 복구와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가을은 왔고 머잖아 또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재해는 구례의 재해만이 아니라 지구의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초록별 지구는 자본주의 문명의 극점을 찍고 급격하게 그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의 재앙을 염려하고 정치권에 호소했고 그 심각성을 인지해 교토의정서(1997)며 파리 기후변화 협약(2020) 등을 채결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소홀히 하고 탄소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미국(트럼프)은 미국경제에 해가 된다고 탈퇴를 선언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지구의 온도를 2℃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자는 세계의 약속이 깨지고 이대로 방치되면 2100년에는 4~5℃ 이상으로 오르게 될 거라는 것이 정설이다.
4℃ 이상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해수면은 최대 2.4미터 상승하며 인구 1000만의 자카르타 같은 도시들은 2050년에 잠긴다고 한다. 북극의 빙상은 이미 붕괴된 지 오래고 알프스의 눈도 70%가 녹고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며 물 부족과 폭염으로 북위도 지역마저도 해마다 수천 명이 죽고 남부유럽은 영구적 가뭄에 시달리며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이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전 세계의 식량 위기가 매년 닥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질병들, 상상을 초월하는 산불과 홍수의 증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기후 난민, 경제 대공황과 지역 간의 기후분쟁, 농산물 생산이 크게 줄면서 자원전쟁 등 곳곳에서 전쟁까지 늘어나게 된다니 앞으로 80년 안에 변화될 지구의 모습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80년이면 사실 코앞에 온 현실이며 내 자식과 손자들의 시대다. 이번 여름 구례의 수해처럼 곳곳에서 일어나는 역대 급 재난들을 지구의 재앙과 연결해서 봐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인과 국가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을 계산하고 살 수는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와 재앙이 구체적으로 먼저 오는 곳은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들부터이며 부자들과 부자나라들이 저지른 죄가를 목숨으로 막아주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공존 공멸하는 세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21세기에 전 지구적으로 기후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시작하지 않으면 인류의 멸망은 천년 안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 불행의 씨앗은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이데올로기화 한 자본주의의 종말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 우리는 이 자본의 욕망과 그 구체적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시작해야 한다. 그 방법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르게 이야기 한다면 단순 소박한 삶의 방식을 개인과 국가들이 과학적으로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