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한 걸음 더 문화제

성삼재정령치주차장을 나무와 풀들, 반달가슴곰의 삶터로

 

어제(1014)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는 국립공원공단 앞에서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한 걸음 더 문화제> “성삼재정령치주차장을 나무와 풀들, 반달가슴곰의 삶터로를 열었다.

 

전라남도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가기 위해 나는, 새벽 550분에 집을 나섰다. 날이 밝기 전, 사방이 어둠에 쌓인 길을 걸으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 시간, 이 캄캄한 길을 걷는가?’

 

구례를 출발한 차는 남원 인월에 들러 지리산 북쪽의 사람들과 합류하여 원주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 마음 안에 움텄던 서늘함이 함께 한 사람들 덕에 따뜻함으로 채워졌다. 우리를 태운 차는 장수, 무주, 대전을 거쳐 원주로 달려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덕유산을 보았다. 지리산과 다른 느낌, 덕유산의 가을은 어떤 느낌일지, 아름답다던데..

 

차 안에서 얼마전 국립공원공단이 발주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정령치 일원 친환경 교통체계 개선 용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429일 발족한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는 발족식 당일 열린 토론회에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몇 가지를 요청했다. 연구용역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국립공원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에는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이 절대절명의 과제인 지금-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을 관통하는 성삼재, 정령치도로는 바뀔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빠져있다. 우리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왜 빠졌을까?

 

우리를 태운 차가 원주에 들어온 그때, 오늘 문화제에서 춤을 추기로 한 신애자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도착했단다. 신애자 대표는 원주를 기반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 광대패 모두골을 이끌고 있다. 김병주 종책실장(화엄사)의 지인으로, 김 실장의 요청을 받고 당연히,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했단다. 고맙고 감사하다.

 

문화제는 국립공원공단 정문 앞에 성삼재, 정령치 주차장 철거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신애자 대표가 정화의례로 했다. 사방에 쑥 향을 피워 터를 정화하고, 춤으로 또한 터를 정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하는 의미로 정화수를 그릇에 담고 소원을 빈다. 마지막으로 부정한 기운과 삿된 마음을 털어내는 의미로 살풀이(액맥이춤)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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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정화하는 춤을 추는 신애자 대표

 

10분의 시간, 춤은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주장하고, 요구하고, 외치는 일이 분노와 원망이 아니라 지리산과 함께하는, 지리산에 사는 동식물들과 같은 마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신강 이사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최상두 대표 (수달친구들)가 지리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윤용병 상임위원 (지리산 실상사)과 조성천 대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가 지리산자락 사찰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달려온 임정숙 님과 오여주 님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게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지리산을 살리는 일에 함께 해서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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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성삼재정령치 도로, 주차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문화제 참가자들 (사진_최상두) 

 

마지막으로 한승명 처장 (지리산생명연대)이 우리의 입장을 낭독했다. ‘... 최근 우리의 근본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나, 대형산불, 홍수,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위기 상황은 과도한 개발행위로 그 균형을 잃어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의 복구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임을.. 그래서 전 세계는 인류에게 불어 닥친 이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으로 가는 절실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그러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법으로 정한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더욱 그 중심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관통하는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더욱 녹색전환을 해야 합니다...‘

 

문화제는 함께 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아 지리산을 생명평화의 땅으로, 성삼재정령치도로를 정의롭게 전환하라, 지리산 반달곰을 예뻐하라, 성삼재정령치주차장을 철거하라고 외친 뒤, 대형 현수막 위에 누워 원주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와 희망을 기원했다. 지리산의 희망을, 모두를 위한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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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정령치주차장 철거하라는 대형 현수막에 누운 지리산활동가들 (사진_최상두)

 

우리가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전환과 성삼재정령치주차장의 철거를 요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최상위 보호지역인 국립공원, 우리나라 3대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마루금에 위치한 도로와 주차장을 지금 이대로 놔두면서 국립공원 탄소중립을 말할 수 없다는 절실함 때문이다.

 

성삼재주차장(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산 110-3)1100m 높이에 11,112넓이(90×45 넓이 축구장의 2.7배 크기)로 건설되었고, 정령치주차장(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산215-23)1172m 높이에, 4,865넓이로 건설되었다.

 

우리가 특히 문제로 지적하는 정령치주차장은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전의 강도가 가장 높은 자연보존지구에 건설되었다. 자연공원법 제18(용도지구)에 의하면, 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등에 지정되며, 학술연구, 자연보호 또는 문화재의 보존·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행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최소한의 공원시설의 설치 및 공원사업 등만이 허용되는 지역이다. 정령치주차장이 자연보존지구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주차장이 들어서기 전, 그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 실현에 국립공원이 앞장서서 실천해야함을 강조하였고, 이를 위해 성삼재정령치도로를 오가는 연간 50만대 이상의 탄소발생 차량을 통제하고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친환경셔틀버스를 제안하였다. 또한 1100m 백두대간 마루금 상에 위치한 성삼재 주차장, 국립공원자연보존지구에 위치한 정령치주차장의 철거를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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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앞에 펼쳐진 성삼재정령치주차장 철거 현수막 (사진_ 최상두)


그러나 환경부와 공단은 구례군, 남원시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연구용역을 이유로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는 성삼재정령치주차장의 소유자인 환경부와 공단이 지금 당장 성삼재정령치주차장 폐쇄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로만의 탄소중립, 녹색뉴딜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성삼재, 정령치 주차장이 철거된 그 땅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구상나무와 신갈나무, 참빗살나무, 그리고 그 나무들 사이로 봄이면 얼레지가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원추리와 지리터리풀이, 가을이면 투구꽃과 구절초가 꽃을 피우는 장면을. 또 사람들이 없는 그때에는 반달가슴곰이 지나갈 것으로, 담비와 삵도 성삼재를 거쳐 만복대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 생각은 그냥 꿈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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