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6월 목동반 산행은 백무동에서 칠선계곡으로 가는 길인 두지터이다.

백무동 버스터미널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못난이쌤이 이번 산행 일정은 잦나무 군락까지 갔다가 돌아내려 오는 길이라고 설명하였다. 김귀옥김문숙 선생님이 작년 산행에 갔었는데 두지터 길은 잦나무 군락이 아니라 일본잎갈나무 군락이라고 하셨다.” 하여 가서 확인해 보자고 하며 길을 시작했다.

noname01.png알록제비꽃

 숲 입구에 알록달록 올라온 알록제비꽃 잎을 시작하여 참반디꽃들이 소박하게 피어 있었다. 백무동에 계곡에는 밤새 비가 왔는지 바위들이 미끄러워 다들 조심조심하며 길을 올랐다.

 

그 지독한 가뭄을 뚫고 나무는 꽃을 올렸고,  꽃을 피웠던 나무는 열매를 달고 있었다. 작살나무의 향은 여전히 작살나게 좋아 김귀옥 선생님은 이름을 허벌나무로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향이 허벌나게 좋아서. 그렇게 작살나무에 취하고 서로의 농담에 웃기도 하면서 길을 걸었다.

 

예전에 이 외길 숲 속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분들은 지금처럼 과학이 가미된 등산화도 없이 통풍이 잘되는 옷도 없이 산길을 고스란히 발로 느끼며 땀을 흘리며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 삶의 흔적들은 숲에 쌓여 진 돌담과 밤새 비바람에 떨어진 맺지 못한 감나무 열매와 호두나무 열매들이 보여 준다. 마을에서 살지 못하고 이 깊은 숲까지 들어온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숲은 분명 친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들어온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소리에게 그랬듯이, 반달곰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미역줄나무에게 그랬듯이 친절하지 않으나 무심히 그 생명을 품었을 것이다.

noname02.png너의 이름은?

길이 외길이다 보니 선두 잡은 못난이쌤과 거리가 먼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몇몇 나무 앞에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작살인지 병꽃인지 헷갈렸던 나무는 나뭇잎을 따서 못난이와 가까웠을 때 물어본 김문숙 선생님 덕분에 괴불나무로 정정 되었고, 고광나무라고 생각했던 나무는 말발도리로 정정이 되었다.

 

두지터 가는 길은 덩굴나무가 많았다. 칡과 머루가 나란히 오르고 있어 칡과 머루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고 평소 헷갈렸던 노박덩굴과 털노박덩굴이 친절하게 자신들의 다른 점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미역줄나무의 굵기를 보고 다를 놀라워하면서 선녀 부채 같았던 열매를 슬며시 만져보기도 했다.

깊은 숲에서나 볼 수 있는 할미밀망덩굴나무를 공부하지 않으면 다들 풀이라고 외칠 사위질빵이 자신의 목본 정체성을온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noname03.png선녀가 든 부채모양의 열매-미역줄나무


noname04.png어떤 시간을 살았길래 이렇게 깊은 주름이 있는 걸까털노박덩굴 

두지터 오르기 전 잦나무와 일본잎갈나무 논쟁은 잦나무로 판명이 났다. 다들 잦나무 향이 이렇게 코에 맴도는데 어떻게 다른 나무로 착각했냐고 하니 김귀옥 선생님이 그때 걸었을 때는 겨울이었고 우산을 들고 있어서 땅을 보고 걸으셨다고 하셨다. 그래도 선생님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잦나무 군락 직전에 아름드리 일본잎갈나무가 서 있었다. 양팔을 벌려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의 굵기였다. 아마 그 나무 요정이 김귀옥 선생님과 김문숙 선생님의 눈을 홀리지 않았을까?

하여 우리도 반쯤 두지터 길에 홀려 미소를 가득 안고 길을 걸었다.

 

어제는(629) 남원시청 앞에서 산악열차 반대 촛불집회를 다녀왔다. 다들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한다. 형제봉의 산악열차 문제가 지금 남원으로 번져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한다. 꺼진 불이라고 여겼던 설악산 케이불카는 불씨가 오르더니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우리의 산과 강은 아마 더 큰 시련이 올 것이다.

두지터 길을 함께 걸으면서 어제 느꼈던 절망이, 그 한숨이 점점 지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산과 강을 파헤치려는 의도를 무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 것은 아니다. 김소연 시인의 시집 시옷의 세계에서 절망과 어려움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밥처럼 나누는 것이다. 나누는 사이로 희망이 끼어들어 이유를 완성한다.”라고 하였다. 이 절망을 내 이웃과 밥처럼 나누다 보면 그 밥이 힘이 되고 희망이 되지 않을까?

지금 절망 중이신 분들은 이웃과 함께 두지터 길을 걸으시라. 그 호젓한 길들이, 풀들이, 나무들이 당신과 연대해 줄 것이고, 숲은 그 옛날 절망을 품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품을 열어준 것처럼 우리에게도 무심히 길을 열어 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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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터. 절망을 지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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