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섬진강 편지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화엄사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에 있는 추모비에 새겨진

625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토벌대장이었던 차일혁 총경(1920~1958)의 말이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19515, 지리산전투경찰대는 화엄사 소각 명령을 받았다. 숲이 우거지는 녹음기에 빨치산들이 근거지가 될 만한 사찰 및 암자를 소각하라는 것이었다.

명령을 받은 차일혁 총경은 아무리 전쟁 중이지만 소중한 문화재를 함부로 불태울 수 없다고 명령을 거부하고 기지를 발휘하였다.

 

문짝만 뜯어내도 빨치산들의 은신처를 없앨 수 있다고 대웅전 등의 문짝만 떼어 불태움으로서 천년 고찰 화엄사를 살렸다.

 

그렇지만 그는 명령 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후에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벌어진 부질없는 동족상잔이었다고..(중략)"

 

이후에도 신문에 기고한 625전쟁에 대한 글과 빨치산 남부군사령관 이현상을 화장해줬다는 이유로 그는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결국 혁혁한 전공에도 불구하고 총경 자리에서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하고 38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사후(2008)에 문화재청에서는 빨치산의 근거지인 화엄사 등의 사찰을 불태우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절하여 명찰들을 보존한 공적이 있는 차일혁 경무관에게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서훈하고 화엄사에 이 추모비를 세웠다

 

그날 그 명령을 내가, 당신이 받았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빗물에 얼룩진 차일혁 총경의 글을 다시 읽는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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