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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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날 도서관 기웃거리다 우연히 손에 잡힌 책입니다. 도서관, 박물관 책들을 점검하고 수선하는 영상을 보다 보면, 공공 말고 개인을 위해 아끼는 책들을 수선해 줄 전문가나 장인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책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서점 8개월에 주제넘지만, 참 좋은 책들이 시대나 흐름과 어울리지 않아 계속 책으로 묶이지 못하는 경우를 제법 봤습니다. 읽어보면 내용이 너무 좋아서 표지나 속지 등 더 좋은 견고한 보살핌을 주고 싶은 책들도 있습니다. 더구나 개인이나 집단의 특별한 경험을 함께한 책이라면 원형 보존을 떠나서 그 책의 물성과 품위를 지켜주고 싶은 것이 아끼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그래서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고 사물에는 물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책 또는 종이와 관련된 아끼는 사물이라면 고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지 않고 그 물격과 품위를 지킬 방법을 제시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26년 전, 허름한 벙거지 모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그 모자에 정을 붙여 어디든 자연 속에서 함께 했습니다. 땀과 햇볕 그리고 부대낌에 헤지고 삭아서 더 이상 사용 힘든 모자를 어렵게 수소문하고 두어번 수선해서 그 모자의 물격과 품위를 유지한 적 있습니다. 이제는 큰아이가 물려받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수리비가 구입 가격 여러 배 한참 넘었던 것 같습니다. '캡앤햇'이란 모자수선가와 전화로 택배로만 만났지만, 모자에 대한 애정을 말하면 이해해주고 수선하는 행위에 수선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책 수선 과정과 상황을 담백하게 말하고 있지만, 책 수선을 의뢰하는 사람과 수선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물성과 책과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월 중 계획한 일이 원만치 못하면 소장한 책을 일부러 훼손해야 할지도 모르는 서점주인에게 인연인가 싶었던 책입니다. 책 수선 전문가여서 그런지 묶어 나온 책 자체도 단단하고 야무져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잡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가난한 책방주인 소망으로 책 수선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이 적었으면, '재영 책수선'이 오래오래 자리를 지켰으면 합니다. 모자 수선 '캡앤햇'은 찾아보니 사라졌더군요. 책 내용도 물성도 좋은 책입니다. 자신있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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