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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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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고맙습니다
요양병원에는 조그맣고 예쁜 할매들이 많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얼굴이 뿜는 아름다움을 능가할 게 없지 않을까?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어릴 적 본 상할매와 닮은 할매를 만났다. 그 할매는 식사를 잘하다가 죽이 입안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죽을 받아먹다가 자꾸 기침한다. 넘김이 시원하지가 않다. 천천히 조금씩 삼킴을 확인하고 식사 수발을 한다.
할매는 죽을 잘 삼키지 못해도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비위관 삽입은 원하지 않는다. 죽을 주다가 미음을 주다가 삼킴을 확인하고 수저를 놓을라치면 손을 꼭 잡는다. 더 먹고 싶어 하는 할매의 마음을 알기에 더 천천히 조금씩 죽을 넣어드린다. 그녀의 입 모양을 보며 꿀떡! 한다. 우리는 꿀떡을 함께 삼킨다. “잘 넘어갔어요?” 사레들지 않게 느리게 가는 시간, 살기 위해 애써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오늘은 할매가 미음을 잘 삼키지 않는다. 할매 기운이 떨어진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튜브를 통해 산소를 주입한다. 미음이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반의반도 못 넘긴 미음 그릇, 수저를 내려놓고 그대로 둔다. 다시 넘김을 시도하려고 놓아둔 미음이 식어만 간다. 요양병원은 어느 날이 자주 요동친다. 어느 날 그녀는 입으로 미음을 받아먹을 힘이 없다. 수액으로 버티고 흡입할 산소의 양은 늘어만 간다. 출근하면 나는 할매 옆에 달린 모니터의 산소포화도와 심장 그래프와 혈압을 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할매가 혈압을 재고 있는 내 얼굴을 만진다. 그녀의 손길이 얼굴에 닿는 순간, 그렇게 내 볼을 만지는 그녀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시간이 멎을 것 같은 그 말. 나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평소 말이 없던 할매는 하필 그때 그 말을 해야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 후로 할매를 닮은 자녀들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였다.
올봄, 잊고 살았던 그 말이 봄 찾아오듯 살아난다.
요양병원은 아다지오가 흐르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클라리넷,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으로 아다지오가 흐르듯 삶이 고요히 흘러가는 곳이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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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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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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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계단을 오르는 일은 숨이 차지만 회전계단을 오르는 일은 보이지 않은 뒤를 돌아보게 한다. 한 발 한 발 발자국 위로 들리는 숨소리가 계단을 오른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요양보호사교육원 강의실. 수강생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생들은 나를 강사님이라 부르고 나는 그들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제일 뒤에 앉은 여인은 수업 시간 내내 나만 보고 있다. 부인과 함께 앉은 70대 수강생은 수업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쉬는 시간에 찾아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 수강생은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 갑장이라 나란히 앉은 사람들, 수강생의 시험을 책임지겠다는 반장. 지병을 상담하는 여인, 멀리 옥과서 온 고운 할미는 자작시를 들려준다. 학원 원장은 70대 수강생들이 요양보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그들 마음을 담아 그들 앞에 선다. 어쩌면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리라. 강의실 한편 인체 크기의 실습용 마네킹이 누워 있다. 사람이 누워 있는 줄 알았다며 무섭다는 사람들에게 인체모형임을 설명한다. 우리 몸 안의 심장을, 양쪽 폐와 여러 장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눈빛들. 그들에게 임상 사례 하나하나 보따리 풀 듯 풀어낸다. 나를 거쳐 간 숱한 날들이 찾아와 강의실에 앉아 있다.
요양병원 중환자실 창가에 누워 있던 할미가 있었다.
직사각형 침대 안에 누워 눈으로 웃고 눈으로 말하던 그녀는
천사의 날개를 하고 차창에 드는 햇빛으로 와 그 겨울을 듣고 있을 것이다.
미음 한 그릇 느리게 한 수저 한 수저 넘기던 그녀가
밥인 양 하얀 휴지를 입안에 넣고 하얗게 풀어지던 날이 있었다.
입 모양 보며 저녁 별이 희미한 창가에서
“하늘 좀 봐요” 해놓고 미안해지던 날이 있었는데
작은 체구로 웃어주던 그녀의 나지막한 말이
어느 날 들릴락 말락 귀 대고 듣던 그 말이 크게 들려왔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그리고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느티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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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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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슈케트에 에로스를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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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토요일은 슈케트에 에로스를 마셔요
프랑스 정통 디저트 전문점 <구례 메종타르트31>
봉주르!
여기 들어서면 종이 울려, 종이 울리면 새들이 타르트 위로 구른다. 처음 여기 올 때 꽃비내리던 정오였어. 점심시간 도망치듯 나와 들어간 곳. 카푸치노 한잔에 타르트의 맛이 우울한 기분을 삼켜버릴 듯했어.
여기 들어서면 귀에 익은 봉주르, 내 뒤로 들려오는 소리. 들어서는 사람마다 시옷으로 말하는 새 같아. 뭐지? s로 시작하는 sh? 쉬민케는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인데, 사람마다 약속한 듯 암호처럼 슈케트. 그 정체 모를 슈케트가 하오를 흘러 다녔다. 내 귀에 붙은 소리, 나는 그 어감을 사랑해. 에코처럼 퍼지는 에로스가 겹친다, 오늘 토요일이야, 전화를 받고 나는 부리나케 메종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수요일. 레몬 타르트에 눈이 간다. 지금은 딸기가 당기는 겨울이야. 오우! 혀를 적시며 촉촉하게 찾아오는 너는 뭐지? 처음 만난 비숍의 시처럼 깊은 곳에서 슬며시 오는 너는?
슈케트에 톡톡 눈이 내린다. 톡톡 그 욕망의 알갱이가
울퉁불퉁 너를 휘감는 상처마저 아, 어지러운 달콤인 것을
마샬에서 지저귀는 새의 소리, 에로스를 마셔요
파울 첼란을 필사하다, 잠에 미끄러질 것 같아. 내 혀가 범접하기 어려운 너를 맛본다.
에로스, 홍차에 빠진 에로스, 입안에 퍼지는 향의 기분,
메종에 흐르는 성악곡은 누군가 배신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 같다.
노고단과 왕시루봉이 보이는 곳에 앉은 <메종타르트31>가 온 이유
오일시장을 지나 알록달록한 벽화가 생소한 골목에 다다르면 예쁜 집 <메종타르트31> 프랑스 정통 디저트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나의 시선은 파티쉐로 향한다. 그녀를 글로 쓰기를 청한다.
백석과 윤동주, 정호승의 시를 사랑하는 파티쉐. 평생 정호승의 수선화를 품고 살았다는 사람, 시 ‘수선화에게’를 잃을까 두려워 시인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노고단 능선을, 왕시루봉을 바라보며 새처럼 노래하는 사람을 듣고 있다.
구례에서 태어나 구례를 떠났다 다시 구례 오니 참 좋다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구례의 골목을 더듬는다. 동질의 향수 같은 것이 묻어난다.
프랑스에서 25년을 살아온 그녀는 2019년 코로나 시기에 귀향했다. 파리에서 성악을 전공하여 최고 연주자과정을 마쳤으며, 마카롱과 슈케트를 좋아해서 입학한 파리 르 꼬르동 불루 출신 쉐프이다.
외국 여행을 하면 남의 눈치 안 보듯 고향 구례에 오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타국에서 살다 온 그녀에게 간혹 구례가 생소해 어디를 가나 외국인 같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파리는 전생의 기억처럼 아득한, 과거 페이지를 넘겼으니 지금은 현재를 살고 오늘이 내일이 되는 거라고……고향은 그래서 고향이고 긴장을 늦추고 돌아갈 가깝고도 먼 곳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맛과 음악이 흐르는 공간
여기 그녀의 노래로 빚은 정통 수제 디저트 한 모금이 형용할 수 없는 미각을 불러오며 아스라이 사라져간 그 무엇이 열리는 듯하다.
계속해서 낫 킹 콜의 ‘아! 너무 아름다운 초록 눈’이 흐른다.
처음에는 직업으로 하지 않고 마카롱으로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에서 인턴을 하고 조카에게 마카롱을 만들어준 것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아이에게 먹이는 심정으로, 최고급 재료로 손이 부끄럽지 않게 디저트 작업을 했다. 그래서 메종을 찾는 사람들이 정통 수제 디저트에 진심인 특별한 파티쉐가 만든 타르트 맛을 잊지 못한다. 다시 방문한 여행자의 타르트 사랑에 대해 들어보자.
“유럽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향긋함과 고급스러움이 있고, 달지 않고 건강한 맛,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조화로워요.” “타르트가 너무 예쁘고 맛있어요.”
여기 더해지는 여유가 있다. 여행자들이 머물며 나누는 대화와 침묵이 음악 속을 유영한다. 글을 쓰다 보니 에펠탑에 두고 온, 센강을 바라보며 마카롱을 즐기던 여행자의 시간이 아련하다. 이곳은 떠남을 불러들이는 묘한 끌림이 있다.
행복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집
“혼자 방문한 여자 손님이 생일이라 해 축하 노래를 불러줬더니 행복해하던 적이 있어요. 하루는 짬뽕을 먹으러 가자는 엄마에게 공주 옷이 어울리는 메종타르트31 가서 차를 마시자고 해 온 예쁜 드레스 입은 여자아이가 핫초코를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같이 행복해졌어요.”
“여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짐이 가벼워지고, 하나쯤 품고 있을 아픔이 짠해 보여요. 짠해서 그 마음을 안아주고 싶어요.”
그래서 그녀의 슈케트*가 유난히 혀에 감기며 포근하게 입안을 감싸고 도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행복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집, 생각하면 미소가 떠오르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봄 햇살처럼 따듯한 집, 햇살이 터지듯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곳이었으면, 방문 리뷰를 보면 드리고 싶은 마음을 받아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음악으로 카미유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카스타 디바’를 꼽는다.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김수영과 보르헤스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구례에 있어 좋다. 이곳 메종타르트31이 디저트와 차 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통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기 지리산이 보고 있다. 오늘따라 지리산 능선이 포근하게 감싸온다. 하물며 문을 열고 나가면 추억어린 서시내가 흐르고……그 아래 카미유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에 나오는 ‘당신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열리고 있다.
* 슈케트 : 프랑스에서 오래 전부터 먹었던 국민 간식으로 설탕을 뿌린 속이 비어 있는 작은 빵
4pm이 되면 프랑스 사람들이 슈케트를 입에 물고 다닐 정도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두 번째 사진은 이촉 시인이 찍은 사진이며, 나머지 사진은 메종타르트31의 사진입니다.
* 이 글은 가게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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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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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의 새해편지] 1. 구례 : 나를 돌아보게 하신 지리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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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으며,
『지리산人』 독자들께 특별한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저 날짜 하나 지나가는 것뿐이지만, 우리에겐 흩어지지 않을 희망과 용기가 계속 필요하니까요.
지리산 자락 다섯 개 지역에서 난개발을 막으려고 애써 온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서 무겁지만 가볍게, 가볍지만 무겁게, 길을 내 온 활동가들의 마음을 읽어 주세요.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새해 복은 넉넉히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지리산人』 드림
[활동가들의 새해편지] 1.구례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신 지리산이여
지리산이 드리우고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이곳이 지리산 자락의 사포마을입니다. 사포마을의 주된 작물은 다랑논에서 지은 쌀과 한약재의 원료인 산수유입니다. 자연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런 이곳에서 골프장과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외치는 지자체와 일자리에 목마른 주민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골프장과 케이블카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라고 여기던 저는 주민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틀렸다고, 그들의 생각을 고쳐야만 한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골프장 문제가 누그러든 지금, 이제 와 지난 내 모습을 돌아보면 낯이 뜨거워 고개를 들기가 어렵습니다. 마을 분들과 마주할 땐 겸연쩍습니다. 마을을 뜨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함께하면서 힘이 되던 시민 활동가들이 있는데 마을이 안정되었다고 나의 안주를 위해 이들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산에 나무가 베어져 황토색으로 물들 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윤주옥이 있었고, 골프장 예정 부지인 지리산 자락을 수없이 누볐던 지리산사람들! 우리 곁에 늘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지리산 그리고 그 사람들! 난개발 문제에 부딪히고서야 알았습니다. 늘 있어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큰 덩치의 지리산도 작디작은 우리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산이 산처럼 있어 줘야 인간은 숨을 쉽니다. 강물은 막힘없이 흘러야 우리 몸도 순환합니다. 산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뭇 생명을 지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물질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가는 길 아닐까요.
글쓴이 : 전경숙
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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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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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마을 숨은 멋쟁이 구례 '용방면 농악단' 김기춘 고문님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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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마을 숨은 멋쟁이
구례 <용방면 농악단> 김기춘 고문님을 찾아
농악은 전통 민속 음악으로, 농사 관련 의식에서 유래하여 마을 공동체의 결속과 풍년을 기원하는 중요 문화유산이다. 구례 농악은 섬진강을 중심으로 왼편인 임실, 순창, 남원 등과 함께 호남좌도농악에 속한다. 매년 곡우가 되면 구례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리산 남악제를 지낸 후 각 면 단위별 농악단 공연으로 화합과 축제의 장을 펼친다.
용방면 농악단은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다섯 가지 악기로 이루어진 농악단이다. 주로 용방면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과 귀향, 귀촌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2시간 동안 강습이 진행된다. 1시간은 신규 회원을 중심으로 기초 강습을 하고 나머지 1시간은 기존 회원과 신규 회원이 하나 되어 선반으로 강습이 진행된다.
현재 농악단 교육은 김종광 선생님이 담당하고 있다. 김기춘 고문님은 김종광 선생님의 부친으로 용방면 농악단을 만들고 이끈 인물로서 고문의 소임을 맡고 있다. 감천마을에서 태어나 40여 년 전부터 농악을 시작한 그에게 용방면 농악단의 역사를 들어보기로 한다.
“공무원 생활하면서, 농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시절 농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구례 좌도농악회를 결성하였어요.”
“그 당시 마을마다 농악이 있었으나 골목 농악이고, 잠자는 농악이었지요.”
“그래서 공무원 퇴직 후에는 감천마을을 시작으로 용방면 농악단을 만들었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뭣이든 내 것으로
농악 관련 말씀에 이어 판소리와 붓글씨 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한때는 판소리에 빠져, 흥보가를 완창하고 박양덕 명창에게 배워 수궁가를 완창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붓글씨에 미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썼지요. 남이 뭐라 하든 말든 뭣이든 내 것으로 해야 해요.”
감천마을에 흐르던 소리 몸에 돌던 동편제, 수궁가를 청해 듣고 싶다.
“가락보를 보면 때려봐야 알아요. 갠지갠지 입으로 외지 않으면 못 외워요, 산토끼 토끼 노래처럼 외우세요. 악기는 채 잡는 것을 익히세요. 채는 지금 안 잡으면 나중에 못 해요. 궁딱딱 궁딱딱 재미있어요. 가락보를 읽어 머릿속에 넣어 입으로 익혀야 해요. ”
금세 고문님이 쇠를 들고 장구를 치고 소고와 함께 어깨춤을 출 듯,
아니 나는 덩덩, 북이라도 치고 싶다.
먼 산을 바라보며 고문님은 어린 시절로 들어간다.
“다른 멀메들은 중학교 가는데 나는 나무 지게 짊어지고 나무하러 갔지요. 그때 성중학교나 재건학교만 갔어도 좋았는데…. 낮에는 나무하고 일해야 하니까, 서당에서 6개월 동안 밤으로만 공부했어요. 소학을 읽으며 명심보감을 들으며 외웠어요. 그런 식으로 노력을 하면 돼요.”
고문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구례 농악이 보이고 구례의 소리가, 한 사람이 살아온 여정이, 그 안에 서린 한이 고였다 내린다. 농악의 가락보 마냥 그 지난 시간이 출렁이며 되살아난다.
“음악은 따라 놀아야 해요. 영감들이 장구를 무릎에까지 내려서 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혀. 농악에서 소고를 치면, 소고를 어떤 방식으로 치고 놀아야 예쁜가를 배워야 하지요. 소고는 너스레가 좋아야 해요. 소고는 너스레를 못 하면 안 돼.”
명언이다. 좌도농악에서 소고 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너스레를 각자 상상해보자.
하루는 회원이 맨 북을 보고 “줄이 되! 줄이 되!” 되다는 말은 구례 말로 짧아 당긴다는 뜻이다. 북을 어떻게 매는지 줄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자상한 모습으로 북을 고쳐 매 주시던 고문님, 북을 허리에 돌려 매서 넉넉하게 하고 나니 북 치기가 훨씬 수월했던 적이 있다.
“우도농악은 보여주는 농악, 무대 농악이에요. 반면 좌도농악은 듣는 농악이고, 몸을 놀리면서 배우고, 박자를 맞추고, 박을 찍고, 돌고 멋있게 춤추면서 천천히 내 것을 만들어서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오세요. 농악 하러 오세요.”
그 말씀이 꽹과리 여운처럼 남는다.
고단함과 시름 잊게 하던 농악, 그 맥 이어가길 바라며
고문님은 아드님을 농악단에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아드님이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가기 전 즈음 3일 저녁을 따라다니더니 3일 만에 어지간한 가락은 다 쳐버릴 정도로 잘했다고 넌지시 아드님 자랑을 한다.
“아버님이나 저에게 농악은, 고단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농악을 통해 심적 위안과 활력을 주는 원동력 같은 것입니다. 아버님이 연로하시면서 저에게 용방면 농악단 강습을 부탁하여 어느덧 15년 세월이 흘렀어요. 용방면 농악단은 3년 전부터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라고 김종광 선생님은 농악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용방면 농악단은 새해 첫날, 산성봉에서 해맞이를 시작으로 정월대보름이면 죽정마을에서 달집태우기를 하고 초여름이면 통일벼 심기 행사에 참여하여 농악으로 풍년을 기원한다. 매년 8월에는 쑥골 계곡에 모여 피서 겸 단합대회로 잔치를 벌이고 지역사회 인사들과 소통의 장을 갖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통일벼 베기 및 각종 마을 축제는 물론 군 내 행사에 공연함으로써 마을 사람들과 하나 되어 농악을 즐긴다.
농악단 회원들은 모이면 다 동네 언니, 오빠, 누님이 되어 금세 가족처럼 어울린다. 김종광 선생님은 북과 장구, 소고, 꽹과리, 징을 가르칠 때면 엄한 스승이 된다. 설명해도 따라오지 못하는 회원들 보는 선생님 삼정은 오죽할까. 일하다 와서 든 장구와 북이 제대로 쳐지지 않아 한바탕 웃고 또 웃는 사이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게 농악의 매력이다.
박현아 씨는 농악단 회원이자 김종광 선생님의 배우자다. 대학에서 풍물패 선후배로 만나 꽹과리를 가르치고 배웠다고 한다. 그 시절 꽹과리 가락을 못 외우면 꽹과리 대신 머리에 가락을 칠 정도로 엄하게 가르쳤다며 후일담을 들려준다. 그 후일담을 듣던 김기춘 고문님은 애정이 없으면 지적도 하지 않는다며 웃으신다.
농악단 단장은 고문님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동창이 서울에서 귀향하자, “어이, 나 따라다니세. 장구 치러 와!” 이렇게 농악단에 합류하여 지금껏 장구를 치고 있는 최성옥 단장님의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다.
김종광 선생님은 농악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농악을 남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잘하든 못하든 회원 스스로가 흥을 느끼고 농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농악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농악단 회원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젊은 회원들이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요.” 라고 전한다.
2대에 걸쳐 제자 육성에 힘쓰는 김기춘 고문님, 김종광 선생님 부자의 농악단이 오래오래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면서,
화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용방면사무소 주민자치센터 2층에서 들리는 농악 소리를 그 앞에 서 있는 500년 수령 버드나무는 고요히 듣고 있다. 아니, 어쩌면 버드나무 소리로 축원하고 있지 않을까?
덩 더 궁따따궁따따궁 따
덩 더 궁따따궁따따궁 따
덩 덩 더덩 덩
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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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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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풍류와 멋을 찾아, 시조창의 맥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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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풍류와 멋을 찾아, 시조창의 맥을 잇는 사람들
구례 동편제전수관, 시우회관에서 완제 팔만대장경이 울려 퍼진다. 계절마다 흘리는 꽃 향이 바람에 실려 머물다간 자리, 유독 금목서 향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목청. 그 자리에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넓은 마루 지나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른들께 절하고 마주하는 자리는 마치 시조창이라는 음악에 예를 올리는 의식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이제 시조창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몸속 세포들이 깨어나는 시간 속으로.
이종춘 회장님이 동그란 피치를 불고, 양문석 고문님이 집고를, 곁에서 방부승 부회장님과 신현숙 사무국장님의 장단과 함께 시우회 회원들 사설시조가 시작된다.
여래~~ 보사~~~~~ㄹ지자~~~ㅇ보사~~~~~ㄹ
관세~~~ㅇ~~~~~~ㅁ보사~~ㄹ
나~~~~~무우우우아미~~타~~~~~~~~아아부--------~~ㄹ
“계단을 잘 밟고 올라가”
“예쁘게 쓰다듬어 갖고”
시조창 배우는 자리에 스승과 제자 사이 오가는 말. 살아나는 입말은 구수하기 그지없다. 푹 빠지는 말맛에 어우러지는 선율이라니. 세월의 굴곡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물방울처럼 구르는 듯, 내 몸이 함께 액체화되는 기분. 아마 옛사람들도 그랬을까,
시조창은 알 것 같으면서 잘 잡히지 않은 분야였다. 시조창은 조선 후기의 가객 이세춘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시조창은 리듬과 선율이 전하는 감동이 크다. 시조는 평시조, 사설시조는 물론, 남창질음, 여창질음, 엮음질음, 우조질음, 중허리시조 등 다양하다.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음계는 황종, 중려, 임종의 3음의 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주는 계면조와 질음시조는 평시조의 구성음을 중추로 하되 임종, 청황종, 청태주, 청중려 등 4음을 변조시켜 음역대를 넓히고 있다. 다양한 음계와 고저장단과 장구 장단, 단모음과 중모음 변화, 부호 등 생소한 음의 세계는 안개 속에 묻혀 있는 듯 깊기만 하다. 시조창은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으며, 사라져 가는 시조창의 맥을 잇기 위해 전국적으로 경연대회와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
시조창의 선율이 구례 어른들의 목청에서 가르침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귀하고 소중한 자리는 3일, 8일 구례 오일장이면 어김없이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글로 남겨야 하는 필자는 시간이 서서히 흘러 이분들의 소리와 열정이 구례에 오래 넘쳐흐르기를 바란다.
파리 몽마르뜨언덕에서 한산섬 버스킹을 꿈꾸는 신현숙 사무국장님은 시조창의 좋은 점을 묻자 “우선 단전호흡이 저절로 되어 마음 안정과 심폐기능의 향상으로 건강에 도움이 돼요.”라고 답한다.
“시조창은 선비의 전유물이 아니라 선비문화를 흠모하고 지향하는 일반 백성들의 대중문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판소리나 민요와 비교해 채록되어 남아있는 시조창이 월등히 많고 작자층이 광범위하거든요. 이런 시조창이 이어지도록 살려놓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겠지요.”
“특히 구례 시우회 어르신들이 점잖고 분위기가 좋아서 마음이 편해요”
그렇다. 고문님은 마치 교장 선생님 같고 회장님은 아버지 같다면 부회장님은 조용히 곁에서 경청한다. 고문님은 장단을 맞추다 “소리가 찢어져” 수업 중 참다못해 직접 들려주는 시조창 역시 맛갈지다. 필자도 그렇게 몸 안에서 소리가 여울지다 흐르다 소리를 묶어 애끓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하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바로, 아니야, 아니야, 귀명창, 귀명창, 하며 달랜다. 구십을 살은 어른들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냥 나왔을까! 그 매혹적인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는 그 향기에 취할 수 없다.
양문석 고문님은 94세로 환갑 때부터 시조창에 입문했다고 토로한다. “처음에는 광주 시우회 소속으로 배우다가 토지가 중심이 되어 석낙용 선생이 구례 시우회를 만들었어요. 나는 또 이상술, 정경태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웠지 하믄, 구례에서는 석낙용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우기 시작했어. 한때 문척에서 시조창 붐이 일고 토지 사람들이 시조창을 많이 했어.” 밤에 깨어 잠이 안 오면 속으로 시조를 하다 보면 잠이 든다고 술회한다. 10년 전 시조창 10곡을 모아 CD로 제작하였다며 필자에게 CD 하나를 건네준다.
방부승 부회장님은 90세로 10년 전부터 시조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보통 사람의 목소리보다 음이 4단계 높고 아름답다. “나는 토지 사는 박판규기 권해 시조창을 하게 되었어요. 젊어서 술 한잔 먹거나, 외로울까 싶으면 노래를 불러 안 나올 때까지 소리를 질렀어. 소리가 단전에서 나와. 소리가 길 때 보면 숨을 쉬어야 해, 들이쉬면서 내뿜으면서. 시조창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한가로워지지. 노후에 시간 보내기도 좋고.” 하며 소리 없이 웃는다.
시우회 어른들은 또한 구례 유림이다. 유림회관에서 시조창을 권하자 즉석에서 고문님은 책 두 권위로 손장단을 맞추고 부회장님의 남창 질음이 시작된다. “푸른 산중 백발 옹이 고요 옥좌 향남봉 이로다.” 고음 따라 깊은 산중 신비로운 세계로 끌려간다.
올해 92세인 이종춘 회장님은 스무 살 때부터 시조창을 시작하여 70여 년을 시조창과 함께 살아온 산 증인이다. 아들이 언제까지 시우회 회장은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시조창을 배우고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구례 시우회 미래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시조창에 대한 열정은 청년처럼 넘쳐흐른다. 제자들의 경창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명인, 대상부 장원이 배출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격려와 가르침, 끈끈한 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시 선율보 앞에 모여 앉은 수업 시간, 이종춘 회장님이 악보를 짚어가며 회원의 시조창 듣는 모습을 대하니, 시대를 거슬러 그림 속 정자에 앉아 나도 몰래 몸에서 음이 새어 나온다. 그사이 출현하는 사잇말은 해학과 리듬으로 물결친다. 구례 말이 살아 숨 쉬는 현장. 그 주인공은 당연, 회장님이다.
삼각형을 안 하고 지나 가부네
나비야 아흐 ~~~안되었어
아흐흐흐 이제 되었어
이게 속청이 제일 많아
아니 이이이라
엮음질음은 흥이 나고 필자도 흥이 나고
임실 시조창 경연대회 나갈 사람이 목청이 붉어지고 굵어지고 이제 청을 내고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 돌려봐 봐
소리를 삼각형으로 불러야 하는데 매끄럽게 되지 않아 또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한다.
삼각형이라니? 어떻게 목소리를 삼각형 도형으로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듣고 듣다 보니 알 것 같은데, 목이 말을 듣지 않아서지
그 삼각형의 소리가 제대로 나면 리듬이 꺾이고 살아난다.
한 고개 넘고 나면 소리가 또 다른 스승의 귀에 차지 않는다
너무 빨라 느긋하게 해야지 너무 빨라
그거 아니야 속청이 나와야지 왜 겉 소리가 나와
그렇제 사아아아아
빠그러졌다고,
아이가,(절레절레)
사~~~이가 안 되어
아이가, 참
장구 박을 맞추는 구순의 세월은 흥이 나고
여러 시조창을 듣고 있자니 내 목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갖은 속청 내기의 유려함이라니
온몸으로 울고 있는 소리 새의 울림이
대금연주와 함께 흐르고 있다.
온몸이 내는 옛 선비의 세계가
아직도 울려 퍼진다. 우리의 소리가
깊은 연륜의 속청 길이와 길이의 고저가
흘러가는 시간이 또 시간을 흐르게 한다.
풀어내고 풀어지는 소리
함양 대상부 대회를 앞두고 수업 시간은 긴장이 감돈다.
야물딱지게 돌려서
질음이 안 나오니까 내가 거기 봉착해있는 거야
엮음질음 할 때 내가 들어본 께
옳게 한가 말을 해봐, 무역이여
우조질음은 동유~~~ 유로다
더 올라야 해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넣어봐봐
한 박을 안 했어! 다시 해봐
황학이~~ 이이이
맞아 그러케
웃삼각형!
굳어서 안 되어 못 고쳐
다시 하고
그때 가서,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애끓는 소리에 애가 타는데
구순의 어른은 웃기만 한다
딴소리가 나부러 이히이
웃삼각형을 좀 천천히 해야 돼
(소리 없이 몸을 흔들고 눈을 감고)
도둑 숨 쉬고 떨고
술을 안 주니 맥히고 그러네
술을 안 먹어도 취하고 그래
석인이~~~~~~~~~~
음이 좀 다른 음이 나오드라
다시 한번 해볼게요
제발 좀 해! 돈 주란 소리 안 할 테니
목을 갈아야 해
필자는 입을 떼지 못해도, 우조질음도 엮음질음도 따라 한다.
새가 천상으로 오르는 듯, 날던 새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 시조창의 풍류에, 구례를 지나간 이순신 장군의 수루에 앉아 장군처럼 그렇게 한산섬을 읊어보기를 권하면서, 용호정 시계, 축하 공연에서 연주한 “한산섬”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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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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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로파이에서, 함께 책 읽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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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 읽는 사람들
장소: 구례 숲거리길 책방 로파이(Lo-fi)
언제: 격주 월요일 밤 20:00~끝나는 시간
누가: 빵, 양이, 장이, 정규, 보라, 야마, 상이, 유림, 지안, 단디, 송이
* 조응
작년 7월, 숲거리길 개천 따라 파란 양철 대문, 로파이라는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처음 나를 맞는 것은 벽에 걸린 바랜 종이 속 시인 허수경, 그 옆 독서 모집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나 책 모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시작한 독서는 팀 잉골드의 『조응』을 몇 차례 나눠 읽으면서 과제로 그림을 그리고, 짧은 글을 나누며 조응할 수 있었다.
그 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알렉시스 폴린 검스 『떠오르는 숨』을 읽고 해양 포유류를 통해 기후 위기에 생존법을 배우고 페미니즘과 퀴어에 대해, 나희덕의 『예술의 주름들』을 읽고 여러 예술가와 그 작품을 통해 시야를 넓혀갔다. 필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를 같이 읽고 싶었다. 사실 릴케를 읽을 수 있음은 흔쾌히 함께 읽은 사람들 덕이다. 두이노의 비가를 발음하며 웃는 일이 많아져 릴케와 친해졌다고 하면 누군가는 의아해할 것이다. 독서 하면서 웃을 일이 많아진다. 공감의 마약 같은.
감이 익어가던 계절, 우리는 마루에 앉아, 짜이를 앞에 두고 어느새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로 떠난 단디의 영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럴 즈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어 우리는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1980년 5월은 필자의 오월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동기가 도청에서 진압군의 폭격에 쓰러져갔다, 1980년 광주는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의 중앙에 있다. “아마 전쟁이란 이런 걸 거야” 생각하던, 유언비어와 유비통신을 광주에서 접하면서, 진실을 일기장에 적던 날들이 생생하다, 아들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 즈음, 그 끔찍한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을 또 접하기도 했다.
어느 날, 마산의 하운팅걸즈 독서팀이 구례 로파이로 원정 와서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을 읽고 책을 통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 리스펙토르님, 좋은 밤이에요
우리는 보다 문학적인 책 읽기에 돌입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 『아구아비바』 『G.H에 다른 수난』 『달걀과 닭』 『별의 시간』 을 읽으면서 리스펙토르의 원시림을 향해 걸어갔다. 끊어지는 단락이 없이 지속되는 글의 흐름을 따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고, 읽으면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었다. 『G,H에 따른 수난』을 읽고 바퀴벌레, 그녀의 세계, 무와 존재, 중립의 세계란 무엇인가 열띤 토론을 하다, 어쩌면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옆에 클라리시 사진을 두고, 클라리시와 같이 길을 잃어가며 숲을 헤쳐나갔다. 점차 그 깊이 속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클라리시를 읽는 즐거움. 네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사실 클라리시와 함께 살았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 『별의 시간』에 도달했다. 책 마지막, “우리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하지만 나도?!” 지금이 딸기 철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마시기를. 그래. 하고 맺는 그녀와 헤어지며, 우리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의식의 흐름 속 깊은 터널을 통과한 안도의 이심전심, 그래
* 여름밤 뒤라스의 바다
뒤라스 첫 책 『여름밤 열 시 반』을 읽고 이구동성으로 리스펙토르에 비해 뒤라스의 글이 쉽다고 했다. 역시 우리 멋진 사람들. 뒤라스의 글은 호흡이 짧고 행간이 길고 침묵이 자리해 숨 쉴 여지가 있어 좋았다. 숨어 있는 의식의 흐름을 우리는 간파해야 했다. 책을 읽고 각자의 질문을 나누는 방식으로 토론해나갔다. 깊어가는 밤, 뒤라스에게 섞이는 밤, 뒤라스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인물이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망각이나 기억 싱실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글 사이 침묵은 독자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혼란에 빠트리는 매력이 있다. 이는 뒤라스 소설을 잘못 읽는 재미인지도 모른다. 뒤라스의 『글』은 읽으면서 글을 쓰게 한다. 마지막 독서 『사랑』은 아름다운 한 권의 시였다. 죽음과 사랑은 하나이면서, 부재나 감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소개하면, “여러분에게 세계의 끝 같은 곳은 어디일까요” “본문에 딱 한번 나오는 사랑, 도대체 사랑은 무엇일까요?” “ 빛에 대해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빛, 햇빛, 뙤약볕, 낮 등이 어두움, 밤과 대비되어 나오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여행자는 그녀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그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보니 죽음의 의미가 모호해서, 여기서 죽음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우리는 각자 끝이라 생각되는 장소나 심경을 토로했다. 누구는 아득한 제주의 바다 끝, 누구는 봉안당에서, 누구는 말라게따 해변을 걸으며, 누구는 계곡 수심으로 떨어지던 순간을, 누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속으로, 누구는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어쩌면 죽음과 사랑은 하나이며, 감옥이나, 부재, 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한밤 마당에 둘러앉아 뒤라스 바다, 에스탈라를 걷고 있었다. 그와 그녀, 여행자처럼,
* 피 흘리던 시를 낭송하던 밤
우리는 시집을 읽기로 했다. 시집 판매금이 난민에게 전액 기부되기로 한 『팔레스타인 시선집』이 마침 출간되고, 흔쾌히 의견이 수렴되어 시낭송회를 하였다. 광주에서 대학생 송이가 합류했다. 유림과 지안이 찾아와 더 풍성한 낭송회가 되었다.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고, 팔레스타인이란 시를 합창하고 다시, 가자를 위한 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를, 낭송하며 그들과 함께했다. 2023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시인 리파트 알아리르의 시가 가슴을 울렸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는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 시가 피를 흘리는, 시를 낭송하고 한참 침묵이 흘렀다. 팔레스타인에 전쟁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발효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들기를,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기도를!
* 함께 읽는 책은 우리에게 변화를
기억에 남는 책이나 독서를 통해 나에게, 또는 책 모임의 변화를 묻자, 책방지기 방성원 님은 “저는 양이 형이랑 모니카랑 셋이서 오붓하게 모였던 『유러피언』이 생각납니다. 양이 형의 미술적 지식과 분석적 시각 덕분에 두꺼운 책을 비교적 재밌게 끝낼 수 있었고, 모니카도 책 모임 후 유럽 예술사로 무장한 채 유럽대륙으로 성공적인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회상한다. 유러피안을 읽던 시간은 책 모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책이 조응이었다고 밝힌 양이 님은 “나와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책 모임을 통해 오랜 시간 책을 읽다 보니, 생각과 말이 풍성해지고 넓어짐을 체감하고 마치, 뇌가 스트레칭 되는 느낌이었어요.”라는 말이 넉넉하다. 늦게 합류한 보라 님은 “같은 글을 읽지만, 각자의 감상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았어요. 결국, 책에서 내 이야기를 연결 짓게 되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수전 손택의 글이 떠오른다. “독서를 하면서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공동체, 문학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간 위대한 작가들을 통해 때론 기시감을 감지할 때의 희열, 읽지 않으면 알지 못할 그 순간을 읽었기 때문에 만끽하는 것이다.
책 읽기는 계속된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우리의 소통은 가히 역동적이고 결합력이 있다. 누구는 주도적이고, 들어주고, 이끌어주고 조율하며 조응한다. 서로 간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 서로 질문하다 보면 책은 살아 우리에게 온다. 독서는 글을 쓰게 한다.
책 모임에 동참할 수 있는 구례에 책방 로파이가 있어 참 좋다. 이 자리를 빌려 책방지기 방성원 님께 깊은 감사를, 함께 읽는 우리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다음 책 모임 <다와다 요코와 열차를 타고>.
다와다 요코의 책을 계속 읽을 예정이다. 야간열차를 타고 자그레브로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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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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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사람들성명서]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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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을 환영하며 구례군의 성실한 복구를 촉구한다
지리산 자락 사포마을 숲에서 추진되던 지리산골프장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10월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구례군은 사업자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사업 무산을 인정했다. 2년 넘게 지리산골프장이 생기지 않도록 저항해 온 사포마을 주민들과 또 이를 지지해 준 모든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은 200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던 사업이었다. 그러다 2023년 구례군이 골프장 예정 부지에 대한 벌목허가를 내주면서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골프장 사업을 재추진하겠다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진행되었던 벌목은 재선충 방재를 위한 모두베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지만, 실상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골라 베기 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업자는 허가받지 않은 지역까지 벌목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1등급지 골라 베기 하였다는 것을 반증하듯 다음해 2024년 벌목지에 대한 생태자연도 등급조정 신청이 들어갔고 벌목 허가를 받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한 등급이 3등급(벌채지)으로 하향되었으며 불법 벌목이 있던 지역은 유지되었다. 이렇듯 편법과 불법으로 진행된 사업이 토지 소유권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내년 2월까지 인허를 위한 절차들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행정절차만 1년이 필요하기에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는 MBC 취재 결과 구례군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번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은 시민들이 이루어낸 결과다. 2023년 4월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 처음 조직된 뒤 바로 이어 사포마을 주민들이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등 주민들과 시민들이 함께 지리산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끈질기게 저항해 왔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배포, 언론사 취재 조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전 군민 대상 유인물 배포, 다양한 문화 축제 진행 등 그 방식도 다양했다. 특히 2023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사포마을 다랭이논이 환경부장관상을 받으며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지리산골프장 반대 힘에 더욱 목소리를 실을 수 있었다.
한편에선 사업주가 지대 차익을 노렸을 거라는 말도 들렸고,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인 줄 알면서도 표심을 잡으려는 꼼수일 거라는 말도 들렸다. 우리 지리산사람들과 사포마을 주민들 그리고 이에 함께하는 시민들 모두는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계속 저항했다. 저들은 나무를 벴으나,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저들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였으나, 우리는 공동체를 더 단단히 묶으려 했다. 저들은 정치적 노림수와 자본의 이익만을 생각했지만, 우리는 지리산을 생각했고, 야생동식물이 살 곳을 걱정했고, 마을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 이렇게 지리산골프장 사업은 무산된 것이다. 지리산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주민과 시민 모두의 승리이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벌목과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절개하면서 발생하는 토사로 인해 마을 상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산이 무너질지 걱정하며 벌채지를 돌아야 했었다. 그럼에도 구례군수는 이런 군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공식적인 장소에서 ‘골프장 추진을 계속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과 지리산사람들이 문제 제기했듯, 시행사는 당해년도 자본이 1억 원도 되지 않는 종이껍데기 회사인 데다가 8년간 골프장 사업권을 인가받고도 두 차례나 연기했던 곳으로 지리산골프장은 애초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려 행정력을 낭비했으며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담비, 삵 등 무수한 생명의 보금자리인 지리산 자락 숲을 불법적으로 벌채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장은 경제성도 없는 사업이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매년 80억에서 100억의 적자를 내는 골프장까지 있는 현실이다.
그뿐인가. 구례군이 2년간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군민을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게 해 지역공동체의 분열을 낳은 것은 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군민에게 남은 것은 치유되기 어려운 마음속 상처뿐이다.
이제는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개발사업은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일부 군민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하며 난개발 정책 또한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라는 경계만큼만 보호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국립공원 경계 안의 지리산도 지리산이고 경계 밖의 지리산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포마을 주민들이 평화를 되찾고 더 이상 내가 사는 마을이 파괴되는 두려움 속에 살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근거 없는 경제성을 운운하며 벌어지는 개발 논리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진짜 자연으로 가는 길로 나아가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리산의 자연림과 가까운 벌목지는 이미 기존에 있던 활엽수의 맹아와 아까시나무와 같은 속성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림이 아닌 자연복원으로 스스로 회복하게 두어야 한다. 구례군이 하여야 할 것은 인공 조림이 아니라 절개지와 무너지는 지형에 대한 복구이며 주민들의 상처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진심 어린 사과이다. 또한 지리산골프장 추진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공동체 분열,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원 작업도 군의 단독 추진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의논하여 복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주민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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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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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집에 피는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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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이 잔뜩 또 피었다. 지난주 토지초 아이들이 학교에서 캠핑을 했다.
내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이 끊어질 만도 하지만
둘째 아이가 캠핑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이미 시동을 걸어둔 상태였다.
나는 작년까지 토지 마을학교 대표였다. 마을학교 행사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2박 3일로 진행되는 캠핑 행사다.
80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하고 유치원부터 중학생 때로는 고등학생 아이들도 한두 명씩 참가하기도 하는데다
부모들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면 꽤 많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하고 혹시 모를 위험한 일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불놀이를 위한 장작을 마련하고 음향 시설을 설치하고 캠핑 동선을 짜고 각 시간별 이벤트도 만들어야
실속 있는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산책 선생님으로 초대를 받았다. 작년에 아침에 할 일이 없어서
"산책이나 한 번 합시다"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작년에도 꽃무릇이 한창 피었을 때 행사를 진행했다.
토지초 옆 구산마을 소나무 아래 붉은 꽃무릇이 아득하니 피어 있었다.
"여러분,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요?"
"네, 꽃무릇이요."
아이들도 대부분 꽃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 꽃무릇의 구근에 독이 있는 것은 모르죠?"
꽃무릇을 심으면 거의 죽지 않는데 그 이유는 구근에 독이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여러분, 꽃무릇 구근을 먹으면 큰일 납니다.
"우와, 그래요. 헉..."
다음은 개망초네요. 나물로 먹을 수도 있는 풀이지만,
잡초 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해서 죽이기도 어렵죠.
"집에 사람이 살지 않고 망하면 처음 피는 꽃이라서 망초라고 해요."
"진짜요? 거짓말요."
"하하하..."
아이들과 학교 주변 마을 길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보통 아이들과 이야기는 30분 정도 하면 그다음엔 시들해진다.
나뭇잎으로 풀잎배를 만들기도 하고 칡넝쿨 잎을 따서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역시 아이들이 재밌어했다.
모두 내가 어려서 동네 아이들과 심심할 때 하던 놀이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좀 전에 했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또 산책 선생님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가진 이야기는 그게 전부인데...'
'아이들이 기억하지 않기를 바래야 되나 아니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야 하나'라는 작은 고민이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꽃무릇이 조금 더 많이 핀 것 같고 아이들도 조금 더 자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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