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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⑥ 문수사를 나온 곰들, 무니와 수리 그리고 부기
- 지금은 구례곰마루쉼터(이하 곰쉼터)에 있는 무니, 수리, 부기는 올해 4월 30일까지 문수사에서 살았다. 내가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는데, 그 후로 문수사를 생각하면 곰들이 갇힌 철장이 먼저 떠올랐다. “2013년에 문수사 갔다가 갇혀 있는 곰을 보고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사찰에서 철창에 갇힌 곰에게 줄 먹이를 팔다니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거대한 곰의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저희 아이도 오래전에 거기 곰들을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문수사 간판만 봐도 싫어합니다.” 문수사와 그곳에 사는 곰들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이다. 나 역시 문수사를 떠올리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1년에 한 번씩은 문수사에 올라가 곰들이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의 질문에 매번 “그 곰들은 개인(문수사 주지)의 사유재산이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는 지난 2월, 문수사 주변으로 올무 수거 활동에 갔다가 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문수사에 올라갔다. 여전히 철장 안에서,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여전히 돈을 내고 곰들에게 먹이를 주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를 본 곰 한 마리가 철장에 머리를 부딪히며 소리를 지르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그 곰이 철장에 머리를 부딪힐 때마다 내 머리도 철장에 ‘쿵’ 부딪히는 통증이 전해졌다. 더는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어 일행들에게 내려가자고 이야기했다. 문수사에서 내려오면서, 가까이에 곰쉼터가 있는데 이 곰들은 왜 여전히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았다. ↑ 무니와 수리, 부기가 살던 문수사 철장(뜬장) 3월 초, ‘문수사 철장에 갇힌 곰들을 곰쉼터로 보내자’는 서명과 항의 전화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서명은 100명에서 1천 명으로, 다시 2천 명, 3천 명으로 삽시간에 늘어났고, 항의 전화를 했다는 분들이 상황을 전해왔다. 결과적으로 문수사의 곰들은 곰쉼터로 옮겨졌다. 3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곰들이 이주한 게 4월 30일이니 두 달 만에 묵은 숙제를 한 셈이다.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실천하면 부조리한 일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 일이었다. 무니, 수리, 부기는 4개월째 곰쉼터에서 살고 있다. 잘 살고 있겠지만,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더운 여름애 뭘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여 곰쉼터를 찾았다. 최신영 수의사는 무니, 수리, 부기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말해줬다. “무니, 수리는 문수사에서 온 친구들이라 자연스럽게, 마지막 한 친구에게 ‘사니’라고 붙이려 하니 ‘사니?’ 이런 물음으로 들려 좀 이상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잘 걷지를 못하는 거예요. 걷는 모습이 거북이 같아서 ‘부기’라고 했습니다.”(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 곰쉼터로 옮겨진 후 건강을 회복한 부기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곰쉼터에 왔을 때 거북이처럼 걷던 부기는 많이 좋아졌다. 척추에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어 압박이나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했고, 곰쉼터 바닥이 타일이라 미끄러우면 걷는 게 힘들 수 있으니까 청소 후에는 최대한 물기가 없도록 했다. 이제는 걷는 모습이 눈에 띄게 괜찮아졌다. 100% 완벽한 건 아니지만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은 없다. 나는 문수사의 곰들이 ‘이사’, ‘이주’했다는 표현보다는 ‘옮겨졌다’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문수사 곰들뿐 아니라 곰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람에 의해 이동하는 과정에는 마취를 하거나 포획틀을 사용하는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윤주옥: 문수사에서 여기는 무척 가깝잖아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때, 마취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신영: 네, 그렇습니다. 문수사 철장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동이나 환경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서요. 흥분한 상황에서 마취를 하지 않고 케이지로 이송한다면, 그 친구들에게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윤주옥: 더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거잖아요? 최신영: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작은 공간에 갇혔다가 (넓어지고 깨끗해졌지만)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흥분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곰이 다칠 수 있고 또 사람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마취가 좀 더 안전한 거죠.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무니와 수리, 부기는 얼떨결에 옮겨졌지만,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최신영 수의사는 문수사에서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공격적이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지하게 더웠던 올여름은 어떻게 지냈을까? 지리산 자연에 사는 곰들은 계곡에서 지낼 수 있으니 어떻게든 여름을 보냈을 텐데, 털 많은 곰들에게 이 더위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각 방에 물 양동이를 하나씩 넣었어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햇빛이 강하니까 안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중간방사장 위쪽에 검은색 천막을 쳐줬고요. 또 방마다 선풍기를 설치하고, 과일을 얼려서 주기도 합니다. 여기 바닥이 타일이거든요. 타일이 시원하니까 최대한 몸을 펼치고 누워 있더라고요. 입추 지나면서 조금 시원해져서 다행이에요.”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 물통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무니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 타일 바닥에 몸을 최대한 펼쳐 누워 쉬고 있는 수리 (사진제공 :구례곰마루쉼터)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후에 무니와 수리, 부기를 만났다. 부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고, 무니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수리는 옆 방의 친구들이 궁금한 듯 눈과 귀가 옆 방을 향해 있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곰들을 ‘친구들’이라고 칭했고, 개별 곰에 대해 말할 때는 이름을 불렀다. ‘부기야, 뭐 하니?’, ‘무니, 많이 덥구나’ 이런 식이다. 곰들을 대하는 그의 말과 태도에서 곰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무니와 수리, 부기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사육농장에 남아 있는 곰들이 있고, 곰쉼터에서 살아가는 곰들도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면 지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곰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계속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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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⑥ 문수사를 나온 곰들, 무니와 수리 그리고 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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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메가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9.19 기후정의행진 토론회
- 919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토론회가 열려 <지리산人> 독자들께 공유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 궁금하신 분들, 관심 없었지만 이제 생긴 분들 모두 함께해요. 우리 문제니까요. [9.19 기후정의행진 토론회] "메가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추기 위한 919기후정의행진 토론회가 개최됩니다.유튜브, 온라인 생중계 진행????919 기후정의행진은 이재명 정부가 재벌들과 함께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멈추고 기후정의를 향한 우리의 대안을 알리는 행진을 조직하고 있습니다.919 기후정의행진이 메가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이유를 기후생태위기 심화, 불평등과 양극화 악화의 문제, 지역을 수탈하며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파괴하는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보는 토론회를 기획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토론회 개요>일시: 2026년 8월 26일(수) 오후 2시-4시 30분장소: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1호온라인 중계: 919 기후정의행진 유튜브 계정참가신청: https://forms.gle/RRQFbspmX7fvVJ2F9<프로그램>사회: 가원 (919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발제: “기후정의행진은 왜 메가 프로젝트에 반대하나” - 권우현 (919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토론- AI 산업의 문제 - 김민(디지털정의네트워크)- 메가 프로젝트와 자산, 소득 불평등의 악화 - 이원호(빈곤사회연대)- 메가 프로젝트와 농업, 농민 - 엄청나(전국농민회총연맹)- 피지컬 AI 문제와 노동권 파괴 -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충북 지역 사례 “반도체 공장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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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메가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9.19 기후정의행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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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과 사진과 시, 그리고 지리산이 주는 것 - 이원규 시인 인터뷰 3부
- 3부에서는 무리한 순례로 얻은 병을 계기로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들어간 이원규 시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독학으로 익힌 사진으로 15년 넘게 지리산의 야생화, 별과 은하수, 반딧불이를 기록해온 과정과 지리산학교가 만들어진 배경, 지속가능한 환경운동을 위한 '자연 분양' 아이디어,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과 예술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지리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지리산의 시인이 전하는 마지막 당부로 마무리합니다. 00:00 인트로 00:46 오체투지, 임진각까지 그리고 무너진 건강 04:36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 김인호 작가와의 인연 06:17 지리산학교의 탄생 배경 07:44 독학으로 배운 사진, 야생화를 찍다 10:17 별과 은하수, 반딧불이를 기록하다 13:15 지속가능한 환경운동을 위한 제안 - 자연을 분양하다 17:06 지리산 국립공원, 주인의식으로 지키기 21:02 기후위기 시대, 문학과 예술은 어디로? 24:37 은하수와 별, 도시화로 잃어버린 것들 27:24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소개 31:35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 #이원규시인 #지리산사람들TV #지리산별빛 #지리산반딧불이 #지리산문화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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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과 사진과 시, 그리고 지리산이 주는 것 - 이원규 시인 인터뷰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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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꽃
- 「섬진강 편지」 -역설의 꽃차일봉에서 흘러 우번대 상선암 거쳐 천은사 계곡 지나 물들의 감옥천은저수지 가뭄 깊어 바닥 드러나니 백골꽃이 피는구나푸르렀던 나무가 무기징역살이 물속에서 침묵의 꽃을 피웠구나 물속에서 핀 바짝 마른 흰꽃이라니,저 역설의 꽃은 피어 쩍쩍 갈라질 메마른 세상을 예고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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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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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송이지만
- 「섬진강 편지」 - 딱 한송이지만 꽃봉오리를 올린 그제부터 숨죽여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 드디어 꽃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침 7시 10분부터 몇 번씩 나가 들여다 본다. 부처꽃의 호위를 받으며 5시간 만에 꽃문을 활짝 열었다. 저 순백의 연꽃, 너무 늦어 못 오시나 아니, 이제 영영 아니 오시나보다 했는데 이 폭염을 뚫고 오시다니, 하루 종일 오도 가도 못하는 마음으로 순백의 꽃주변만 맴돈다. 폭염경보 아니 폭염중대경보 아무리 떠들어봐도 저 순백이 피는 한 여긴 화엄세상, 견딜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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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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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송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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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모두의 가게, 모두의 공간
- [반달곰1%가게유람기] 모두의 가게, 모두의 공간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뀔 때 옷장을 정리했다. 아직 입을 수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아 따로 모아뒀던 옷들을 담아 악양에 있는 ‘모두의 가게’로 향했다. 내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그 곳에서는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의 가게’는 하동 악양에 자리한 자원순환 공간으로 품질에 이상이 없으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물건을 기부받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한편, 생활에 필요한 친환경 제품을 비닐포장 없이 판매하고 텃밭 농산물을 나누거나 크고 작은 소모임을 여는 곳이다. ‘모두의 가게’을 지키는 8명의 활동가 중 ‘진이’씨를 만나 가볍게 안부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두의 가게’를 손님으로 오가며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다.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수진 : ‘모두의 가게’가 생기고 운영되는 것을 보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어떤 인연으로 모두의 가게를 함께 시작하게 됐어요? 진이 :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모두의 가게’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는데 시작하기 몇 년 전부터 제로 웨이스트 모임을 같이 했어요. 생활에 필요한 것(세제, 밀랍랩 등)을 함께 만들기도 하고 책을 같이 읽기도 하면서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죠. 목공방을 운영하던 자리에서 ‘모두의 가게’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악양면사무소 앞이라 이웃들이 오며가며 들르기 좋을 것 같기도 했고 뭔가 해보면 재밌겠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공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제로웨이스트 모임을 계속 해왔으니 ‘자원을 순환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어요.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는 공간으로요. 요즘은 어느 카페를 가든 소비를 해야 하는 구조잖아요. 소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진 : 인테리어도 다 같이 한 거죠? 진이 : 맞아요. 8명이 함께 시작했어요. 그 중 시간이 되는 5명이 공간 지기를 하고 있어요. 함께 페인트칠도 하고 공방을 하던 친구가 남기고 간 가구를 활용하거나 각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가져다놓았죠. 새로 산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의 가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리면 누군가 가지고 있는 걸 나눠주기도 했어요. 수진 : 저도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어요? 진이 : 그럼요. ‘모두의 가게 악양’이라고 검색하면 나올 거예요. 100명을 채우는 게 목표였는데 벌써 110명이 넘었어요. 가게 소식도 전하지만 개인들이 ‘우리 집에 이런 게 있는데 나누고 싶다.’는 것도 많이 올리셔요. 농산물을 나누거나 판매하고요. “선풍기 필요해요.”라고 올리면 누군가 “저희 집에 있어요.” 해서 나눠주시기도 해요. 오픈 채팅방을 통해서 공유 경제라고 할까요? 그런 게 생각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24년 3월에 개설 된 ‘모두의 가게’ 오픈 채팅방에 함께하는 참여자는 26년 8월 기준 114명이다.) 수진 : 제로웨이스트 동아리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실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수익을 만들어야 공간 운영이 되니까요. 진이 : 그래서 고민이 되기도 해요. ‘소비하는 삶을 지양하고 있는 걸 나눠쓰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이 곳 물건이 저렴하니까 필요 없어 보이는데도 마구 사가는 분들이 간혹 계셔요. 그러면 ‘우리가 괜히 소비를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해요. 필요한 게 아닌데 생각보다 싸고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갖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공간 지기들은 물건을 사라고 부추기지 않아요. “필요 없으면 사지 마셔요.”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뭐, 저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수진 : 고민이 될 것 같아요. 공간이 더 활성화 되면 좋겠지만 소비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기도 하고요. 진이 : 그러게요. 소비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월세는 또 벌어야 되고.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슬기롭게 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물건을 무조건 싸게 파는 게 좋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몇 번 했었는데 지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요. ‘싸게 팔아서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는 게 좋다.’라는 의견이 있고, ‘그래도 물건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반영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게 좋다.’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수진 : 음... 값을 어느 정도 받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돈과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이 물건을 잘 사용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쉽지 않은 문제네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잖아요. 운영을 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물건값을 ‘5만원’ 이렇게 받지는 않을 거잖아요. 비싸다고 하더라도 5천원-1만원 일 것 같은데. 진이 : 논의를 하다가 허탈해지는 게 그거예요. ‘천 원 받을지 3천 원 받을지 가지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얘기를 해야 되나.’ 싶어 좀 웃겼죠. 결국 모든 물건에 천 원을 붙이는 것은 그만하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싸서 막 사는 것을 막기 위해서요.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노동력과 시간을 담은 공간 수진 : 이 공간을 지키는 분들 인건비는 거의 안 나올 것 같아요. 진이 : 전혀 안 나오죠. 수진 : 아이고. 그럼에도 공간을 지키고 사람들이 왔을 때 맞이하는 건 어떤 마음으로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봉사한다.’도 아닐 것 같아요. 진이 : 글쎄요. 지기들마다 다를 텐데 저는 봉사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우리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알바비 정도를 책정해서 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어쨌든 자기 시간을 여기에 쓰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나의 노동력과 시간에 대해서 억울한 마음은 없어요. 그런 마음이라면 이 일을 할 수 없겠죠. 처음부터 그런 기대로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글쎄, 어떤 마음으로 하는 걸까요? 나도 잘 모르겠네. 살다 보니 돈이 되는 일이 늘 재미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재미있든 재미없든 해야 되는 일인 경우가 많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 안에서 ‘하고 싶다. 이거 너무 재밌겠다.’라고 우러나와서 하게 되죠. (진이는 일주일에 하루는 ‘모두의 가게’에서 공간 지기로 일하고, 하루는 하동 이웃 5명이 함께 만든 독립서점 ‘이런책방’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이상하게 돈과 연관이 없는 일들인 거예요. 그런가 보다 생각해요. 돈은 딴 데서 벌고 이런 일로 나의 다른 부분 채운다고 생각해요.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게 꼭 돈이 따라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아마 다른 지기들도 그럴 거예요. 지금은 집 한 편을 수리해 작은 농어촌 민박(‘이런민박’)을 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동네 농장에서 애호박 포장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침에 3-4시간 정도 일하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시골에 내려올 때 ‘농사일에 품을 팔아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애호박 농장에서 일하는 동안 머리를 비우고 몰입해서 일하게 되는데 끝나면 개운하고 좋아요. 수진 :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시네요. 시골이라 가능한 걸까요? 진이 : 맞아요. 시골이라서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시골에서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해요. 하루 종일 일하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조그마한 일 하나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되니까요. 그런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야하는데 더 누워있어서 뭐 해. 가서 일하지.’ 이런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모두를 위한 공간 수진 : 앞으로 ‘모두의 가게’가 좀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진이 :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공간을 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의 가게’를 이용하는 분들 중심으로 여러 모임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장소를 얼마든지 이용하실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바느질 모임’도 해 보았고 ‘책 읽기’, ‘희극 읽기’ 같은 작은 모임들이 생겼다 사라지곤 했어요. 먹거리와 관련된 모임도 해보고 싶어요. ‘반찬 만들기’ 모임 같은 것을 하며 주기적으로 같이 ‘식사 모임’도 해보고 싶어요. 가게 한편에 공유 재봉틀이 있으니 사용하시라고 안내하는데 모임이나 공간 활용이 활발하게 잘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수진 : 공간을 잘 쓰이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계속 알리고 사람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지역사람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보시나요? 어르신들은 좀 낯설어하셨을 것 같아요. 진이 :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하셨어요. “여기 도대체 뭐 하는 데야?” 하시거나 “왜 이렇게 싸게 팔아? 누가 입던 옷 아니야?” 이런 이야기도 하셨죠. 그런데 저희가 잘 설명 드리면 “너무 좋네. 나도 집에서 좀 찾아볼게.” 하고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면사무소가 가깝다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셔요. 들어오셔서 물 한잔 하고 쉬었다 가시기도 하고 핸드폰에 문제가 있으면 “나 이것 좀 해줘라.”하시기도 해요. 그럴 때 뭐랄까,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요? 작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고 이웃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와주시는 게 고마워요. 처음에는 들어와도 되는 데인지 안 되는 데인지 몰라 기웃거리던 분들도 이제는 편하게 들어오셔요. 뭘 사지 않더라도 들어와서 잠시 쉬었다 가시기도 하고요. 요즘도 여기 앞에 써 놨어요. “에어컨 바람 공유합시다.”라고. 서로의 믿을 구석이 되어주는 사람들 수진 :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은 늘 매끄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함께 운영하는 분들끼리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아요. 진이 : 이것도 운영자들마다 생각이 다를 텐데, 생각처럼 큰 갈등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의견이 안 맞을 때는 꽤나 많아요. 그래도 대부분 대화로 잘 해결이 되었어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쪽을 따라간다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한 사람이 “난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 못해.” 하면 또 그 사람 뜻을 따르기도 하면서 해 왔던 것 같아요. 최악의 상황, 그러니까 “나 더 이상 같이 못하겠어!” 이렇게 관계가 틀어질 때까지 가면 안 되죠. 수진 : 이야기를 듣다보니 ‘모두의 가게’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이웃이나 일을 같이하는 사이 이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이 : 그 이상이긴 하죠. 저한테는 그래요. 우리가 오래된 친구처럼 일상을 다 공유하지는 않지만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모두들 발 벗고 나서 줄 사람들이라는 믿음 같은 것도 있고 기댈 구석이 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해요. 여태까지 경험해 온 인간관계랑 조금 다르다고 느껴요. 그렇다고 막 엄청 끈끈하진 않아요. 어느 정도의 거리는 있는데 또 어떨 땐 되게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사실 ‘이 사람들 없으면 여기 뭐 하러 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생각해 보면 복 받았죠.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서로 잘 조율하면서 재밌게,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기쁘죠. 수진 : 그런 단단한 관계가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운영되게 만드는 것 같아 보여요. ‘반달곰 친구들’과 연대하는 마음, 지구와 함께하는 발걸음 수진 : 이번 인터뷰는 하동에 있는 ‘반달곰을 사랑하는 1%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진이 : ‘반달곰친구들’ 단체를 알고 있기도 했고, 그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었어요. 그 곳에 수익금의 1%를 후원하는 가게들이 구례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거든요. ‘반달곰친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의 가게’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익이 많이 나서 후원도 많이 하면 좋을 텐데... 뒤이어 도시의 현대인보다도 바쁜 시골사람들의 일상을 넋두리하며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끝이 났다. 문 닫을 시간이 훌쩍 지나 새로워진 ‘모두의 가게’ 공간을 휘리릭 둘러보았다. 더 넓고 환해진 공간에 이웃들이 둘러 앉아 크고 작은 모임을 열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지나던 이웃이 “여기로 옮겼어?”하며 문을 열고 빼꼼히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고 돌아갔다. 더 이상 입지 않는 깨끗한 옷을 ‘모두의 가게’에 두고 꼭 필요해 사려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큰 유리병을 한 편에서 발견해 반가운 마음으로 사 왔다. ‘이런 곳이 하동에 꼭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공간을 기꺼이 꾸려가는 모두의 가게 공간 지기들이 참 고마웠다. 올해로 3년이 된 ‘모두의 가게’는 지난 7월 ‘악양면 악양동로 373’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매주 월-금 11:00-15:00 열려있으며 매일 다른 지기들이 이웃을 맞이한다.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6년 현재 구례 11곳, 하동 11곳으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글쓴이_ 정수진 하동으로 이주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남편과 함께 인도와 네팔에서 NGO 활동가로 살아가고, 꽃피는 봄이 오면 하동으로 돌아와 민박집을 엽니다. 텃밭을 가꾸고 이웃 농부들의 농산물이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요리하고 나누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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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모두의 가게, 모두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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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제25회 지리산쌀롱 "재난에서 (함께) 살아남기 : 100개의 비상배낭"
- 지리산이음에서 준비한 자리입니다. <지리산人> 독자 여러분 함께해요. 2026년 9월 2일 (수) 저녁 7시~9시 30분 ※ 신청 인원에 따라 장소가 변경될 수 있으며, 신청자에게 사전 안내드립니다. 4. 참가 신청 - 온라인 페이지 신청 https://forms.gle/DGC4uKLj2LHknHkP6 6. 문의 010.5154.0048 지리산이음 (누리) ???? 이 프로그램은 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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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제25회 지리산쌀롱 "재난에서 (함께) 살아남기 : 100개의 비상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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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지역정의 기획 강좌 "AI와 농촌"
- 곡성군농민회와 항꾸네 틈모임이 준비한, 지역정의 기획 강좌 ‘AI와 농촌’에 초대합니다. AI산업의 구조와 정책의 문제를 살펴보고, 지역 정의와 3농(농민·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농촌을 위한 지혜의 자리에 함께 해주세요.???? ①3대 메가프로젝트와 지역 8/27(목) 18:30 ②AI와 3農(농민농업농촌) 9/2(수) 18:30 -장소 곡성레저문화센터 대황홀 -공동주최 곡성군농민회, 틈모임 -참가신청 여기를 눌러서 신청하세요. *유튜브 생중계 동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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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지역정의 기획 강좌 "AI와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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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제8회 조태일문학상에 '지리산人' 편집위원 박두규 시인 선정
- 제8회 조태일문학상에 박두규 시인이 선정되었어요~!! 박두규 시인은 <지리산人> 편집위원이자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으로 지리산이 지리산답게 살도록, 지리산의 사람들이 지리산을 닮아 살도록, 운동하고 시를 써 온 아름다운 사람이랍니다. 우리 지리산人 모두는 박두규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박두규 시인의 시를 계속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 사진은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시집 나눔 잔치 때 모습으로, <지리산人> 이지민 님의 영상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참고) 박두규 시인은 1985년 '남민시' 창립 동인으로 등단했으며, 1992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과꽃 편지', '당몰샘', '숲에 들다', '두텁나루숲, 그대',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등의 시집과 '지리산, 고라니에게 길을 묻다', '生을 버티는 문장들'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전교조 창립과 함께 20여 년간 활동했으며 순천작가회의, 여순사건순천시민연대, 순천교육공동체시민회의 등을 창립해 지역 문예운동과 여순사건 진상규명, 고교평준화 운동 등에 참여했다.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한국작가회의 이사와 부이사장을 지냈으며,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두텁나루숲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지리산사람들’ 대표와 문화신문 '지리산 人' 편집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아래, 수상과 관련한 <더팩트>의 기사 일부를 공유합니다. [더팩트 l 곡성=김영신 기자]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의 박두규 시인이 선정됐다 전남광주시 곡성군과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조태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이를 이어갈 작품을 선정하는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박두규 시인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박두규 시인의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는 자연 속에 자신을 놓고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는 시집이다. 시인에게 '두텁나루숲'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바깥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시집의 제목이 된 '뒷간'은 이러한 사유가 집약된 공간으로 등장한다. 시인은 뒷간에 앉아 안개가 걷히고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상의 소박한 풍경에서 출발한 시적 시선은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랑'과 '영성'에 대한 탐구다. 특히 4부 '사랑의 완성'에서는 인도의 영적 스승 슈리슈리 아난다무르띠의 가르침에서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영적 수행을 뜻하는 '사다나(Sadhana)'의 의미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를 넘어 타자와 자연, 나아가 우주와 하나 되는 의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숲에서 시작된 시인의 사유가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되면서 개인의 내면과 사회, 자연을 연결하는 시적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다. 심사위원회는 박두규 시인의 작품에서 '언어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시집은 현실을 과장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며 "사물 하나, 풍경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인내 속에서 시대의 상처와 인간의 존엄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며, 생명의 미세한 결을 놓치지 않는 감각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심사위원회는 박두규 시인의 시가 조태일 시인의 문학정신을 단순히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조태일 시인의 시가 민중의 삶을 통해 국토의 생명성을 발견했다면, 박두규 시인의 시는 생태와 공동체의 감각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복원한다"며 "조태일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시대적 과제에 맞게 창조적으로 확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오늘의 시가 더욱 화려한 언어와 복잡한 형식을 경쟁하는 시대에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집"이라며 "생명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묵직한 언어로 증언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사는 도종환·김수열·서효인·신철규 시인과 고봉준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박두규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몸도 균형감을 잃으면 바로 설 수 없지만 마음 또한 균형감을 잃으면 평안하지 못하고 매사에 흔들리게 된다"며 "문학이라는 것도 자기완성을 위한 수행과 사회적 복무를 위한 실천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를 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집은 이런저런 이유로 바깥 상황보다는 안으로 더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조태일 선생님을 보다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게 해준 심사위원님들과 문학상을 추진해 오신 관계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문 출처 : https://v.daum.net/v/2026081011005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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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제8회 조태일문학상에 '지리산人' 편집위원 박두규 시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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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귀뚜라미 소리로 오는 입추
- 12지지 중 음력 7월은 신申월로 가을의 시작입니다. 봄은 인(寅, 1월), 여름은 사(巳, 4월), 겨울은 해(亥, 10월)와 함께 해당 계절의 첫달이자 시작이지요. 여름의 끝달인 미未월 밑에서 열매와 이삭의 기운인 가을이 꼬물락 거리다 신월이 되어 이삭이 패고 열매가 영글어갑니다. 열매와 이삭 자체는 음 기운이지만 이삭이 패고 열매가 익어가는 형국은 양의 기운입니다. 그래서 신은 양금陽金으로 대표 동물을 원숭이로 배치했는데 이삭과 열매가 익어가는 양의 기운을 상징한 것 같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점프해 다니며 열매 따먹는 원숭이의 기운 보면 그럴 법도 하지요.보통은 음력 7월에 입추와 처서가 드는데 올해는 음력이 늦어 아직도 입추는 6월에 머물고 있습니다. 25일이 입추로 일진으로는 계축癸丑입니다. 전날의 일진은 임자壬子일로 물기운을 많이 담고 있어 조만간 폭염은 가실 것 같습니다. 다만 입추날이 여름의 끝인 6월 하순에 들어 가을이 금방 올 것 같지는 않네요. 적어도 말복인 다음 주까진 한 낮 폭염은 계속되다 음력 7월 15일 백중까지도 여전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태풍이라도 들이닥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드네요.어젠 입추답게 가을이 오는 걸 알리는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해 반가웠지만 소리에 힘은 별로더니 입추인 오늘 밤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작년엔 입추가 윤6월에 들어 올벼도 아닌 벼가 입추에 이삭을 패서 긴장을 했었습니다. 보름은 빠른 거였어요. 근데 대개는 이삭 패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마구 패는데 몇 놈만 패곤 처서 즈음해서야 본격적으로 패는 걸 보고 윤달은 윤달이네 했었죠. 과도기라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생기거든요.올해는 서리 내리는 때를 알려주는 무궁화 꽃도 늦게 피고 음력 9월말 쯤 돼야 서리 내리는 상강도 9월 보름 전에 들어 이래저래 추위가 늦을 것 같네요. 벼도 처서 지나 좀 늦게 패지 않을까 싶구요.아무튼 입추는 입춘 입하 입동과 함께 해당 절기가 시작하는 입절기로 전 계절의 마지막 기운이 극성을 부릴 때 옵니다. 그러니까 그 절기가 시작되는 걸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중 특히 입추가 제일 극적입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가 지났는데 마지막 더위 말복이 들이닥치니 더 그렇지요. 액이 빠져나갈 때 꼬리로 뒤통수 치고 나간다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춘분 지나 들이닥치는 꽃샘 추위와 비슷하죠.입추가 되어도 폭염이 여전해 요즘은 오후 5시 넘어서야 밭에 갑니다. 아내나 저나 새벽 1시쯤에나 잠이 드는 야행성 게으름뱅이라 새벽엔 못 가죠. 오후 느즈막이 가서 해질녁 시원해진 바람 쐬며 들어오는 게 참 좋거든요.대서 지나 물 뺀 논에 들어가 하는 피사리는 미안하게도 아내 몫입니다. 물 빼기 전에 해야 피사리가 덜 힘든데 요번엔 녹조가 생겨 부득이 물 빼고 하려니 힘이 더 듭니다. 온몸이 땀에 절은 모습 보고 걱정하는 내게 벼 그늘에 허리숙여 하니 덜 힘들다고 기염을 하니 안쓰럽기까지 합디다.들깨밭 제초와 북주기는 폭염 전에 마무리하고 봄 가뭄에 반밖에 올라오지 못한 생강밭 제초와 당근 심을 풀밭 다스려 파종도 끝냈으나 직파한 가지 고추밭 제초는 결국 폭염 속에서 끝냈습니다. 오후 5시여도 땀 뻘뻘 흘리며 하느라 넓지도 않은 밭 하는데 3일이나 걸렸네요.그래도 아내는 밭에 들어가면 수확을 먼저 합니다. 지주 세워주지 않은 토마토에서 숨은 보물 찾듯 열매를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입니다. 작년에 쌓아둔 풀 더미 속 부엽토만 갖고 키운 토마토가 아주 싱그럽습니다. 병은커녕 열매가 아주 탱글탱글합니다. 폭염에 가물고 뜨거우면 칼슘 결핍이 일어나 열매가 갈라지거나 배꼽썩음병 같은 게 생기는데 이놈은 전혀 그럴 기세가 없네요. 넝쿨 속에 가려져 가뭄도 덜 타고 새도 열매를 쪼아놓질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주 세워 키우는 것보단 수량이 적겠으나 가성비 관점에서 이것저것 따지면 훨 나은 느낌입니다. 요즘 거의 매일 토마토를 먹고 있어 어째 수량도 더 많아보이더만요.토종오이와 수박 수확하는 재미도 참 쏠쏠합니다. 오이 모종을 수수 사이에 심어 수숫대 올라타는 놈보다 직파로 오이만 심어 바닥 기는 놈이 더 수확을 많이 하는 것도 재밌대요. 수수밭 오이는 깊이 뿌리내리는 수수와 경쟁할 일도 없고 햇빛 가릴만큼 수수를 밀식한 것도 아닌데 해석이 잘 안됩니다. 수숫대 타느라 넝쿨손 키우는 데 힘 써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어쨌든 오줌을 더 주어도 별반 차이가 없네요. 수숫대가 통풍을 방해해 매개충이 적은가 싶은 의구심만 갖고 더 지켜볼 요량입니다.토종수박은 그야말로 자급농사만 주는 기쁨이 진짜 쏠쏠합니다. 잘 해야 애 머리정도밖에 크질 않고 익은 거 고르기가 쉽지 않아 냉장고에 이삼일 숙성시키고 먹는데요, 단맛은 덜하나 수박향이 끝내줍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감동은 수박속껍질 나물입니다. 오이노각 나물처럼 해먹는데 수박향 때문에 맛이 더 끝내주죠. 옛날 농서에도 덜익은 수박은 나물 해먹으면 좋다고 했는데요,이게 바로 자급농사만이 즐길 수 있는 혜택입니다. 토종수박을 비롯해 토종과일들은 저장성이 떨어져 오래 못갑니다. 그래서 사라진 것들도 많아요. 대표적인 게 해남물고구마와 소사(부천)물복숭아입니다. 먹으면 꿀물 같은 게 입안 가득할 정도로 과즙이 끝내주는데 그 때문에 저장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외면받은 거죠.그런데 저장성이 좋아 두고두고 먹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뚝 따먹는 게 최고죠. 토종수박도 바로 따 그 자리에서 속도 먹고 껍질은 나물 해먹어야 하니 시장에 낼 수도 없어 소비자는 먹어볼 기회가 없습니다. 자급 농부만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인겁니다.한번은 토종씨앗 수집하러 갔다가 텃밭에서 참외 수확하는 할아버지를 만나 얻어 먹어 본 참외맛에 모두들 놀라고 만 적이 있었어요. 생긴 건 개량참외와 똑 같은데 시장에 내다 팔진 못하고 당신과 식구들 먹을 요량으로만 한답니다."팔면 인기 있을 것 같은데요?"했더니"냉장고에 넣어도 하루 지나면 삭아버리는 걸 어떻게 팔아요?" 하시네요.생각해보면 과일이란 게 사람 먹으라고 맺혀진 게 아니잖아요. 빨리 삭아 번식하기 위한 게 목적이니 그럴 것 같습니다. 유통하기 좋으라고 저장성이 좋은 건 자연스런 건 아닐겁니다.늦게 심은 토종참외도 이제 열매맺기 시작하니 참외 얘긴 다음에 해야겠습니다.입추는 입추인가 봅니다. 기온은 별 차이가 없는데 대문 기둥이 덜 달구어져 있고요, 그늘의 시원한 보도블럭만 찾던 삽살개가 입추 하루 지났는데 흙바닥 찾아 드러누워있네요. 입추 전날부터 울던 귀뚜라미가 다시 뜨거워진 입추 다음날엔 찍 소리 하나 내지 않다 입추 이틀 지나자 뭔가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더니 오늘 밤부터는 새로 울기 시작하더만요. 힘없이 울던 입추 전날보단 확실히 소리에 힘 들어가 있어 가을이 오는 건 시간문제만 남은 듯 하더이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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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귀뚜라미 소리로 오는 입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