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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 다양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3월 20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참새의 날입니다. 그것도 세계 참새의 날! 세계 참새의 날은 인도의 환경단체인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어티(NFS)'와 프랑스의 에코시티 액션재단이 2010년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고 합니다. 흔한 참새를 무슨 이유에서 날까지 지정했을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여서 흔하게 서식하는 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참새는 농경지의 감소와 도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서식지 감소, 유리창 충돌, 로드킬, 야생화된 고양이에 의한 교란)로 인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새의 서식 밀도는 1997년 제곱킬로미터당 183.6마리였으나 2010년 95.4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135.2 2020년 166.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23년 139.4마리로 집개 되었습니다. 2020년대비 19% 감소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82년도의 참새 서식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469마리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이렇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참새만이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2021년 제곱킬로미터당 66.7마리에서 2023년 56.5마리로 15.4%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13.4% 감소하였고 어치의 경우도 10.9% 감소하였고 박새도 15.6% 감소하였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 어치는 산속의 농사꾼입니다. 어치가 물어 나르는 도토리와 각종 씨앗으로 숲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치는 수다꾼입니다. 심심하면 고양이소리, 염소소리, 다른 새들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와 박새, 어치, 청둥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그냥 종 하나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참새는 곡식도 먹지만 식물에 붙어있는 진딧물과 같은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 개체수의 감소는 농가의 피해로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참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은 참새만이 아니라 모든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기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화된 고양이와 그리고 농경지 감소가 있습니다. 새대가리? 실제로는 지혜로운 새들 참새는 둥지를 만들 때 둥지에 생 ‘쑥’을 섞습니다. 쑥은 해충을 방지해 주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 둥지를 만드는 참새들이 쑥을 물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합니다. 이처럼 새들은 지혜로운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둥지를 만들기 위해 식물의 뿌리를 물고 왔습니다. 참새는 인가 주변 처마 밑이나 전봇대의 틈새 등 인가 주변을 둥지 장소로 선호합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적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 레이첼 카슨이 DDT 사용으로 인해 침묵의 봄이 올 것이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DDT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젠 다른 문제가 침묵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감소와 농경지 감소, 그리고 야생화된 고양이와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이제 우리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봄을,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할 것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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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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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 「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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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24년 2월 초, 엄청나게 내린 눈을 뚫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도, 쥐를 쫒아간 족제비 발자국도 보면서 말이죠. 능선까지 갔었고,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눈의 무게에 조릿대가 길을 덮어 더디게 진행하는데, 저 앞쪽으로 퍼런 조릿대 무덤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쮸뼛 서며, 뒤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찍으려는 찰라 왼쪽으로 돼지 한 마리가 튑니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오는 상투적인 탄성과 함께 아래로 튀는 멧돼지를 따라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다시 한 마리가 튀어 나갑니다. 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어요. 크기는 한 100근(60킬로) 정도 나가는 돼지 두 마리가 조릿대 속에 있다가 저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간 거였어요. 모르긴 해도 조릿대를 꺽어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산실(새끼를 낳고 일주일 정도 키울 요량으로 만든 집)을 만든 자매 멧돼지였나 봅니다. 일단 다가가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덮인 눈 속에 퍼런 조릿대가 무덤의 봉분처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봤다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일이나, 여러번 봐왔던 터라 한눈에 멧돼지 산실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둥지를 헤쳐 내부도 보고 싶었으나 출산을 앞둔 예비 어미 멧돼지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그러면서 바로 드는 생각이, 여기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러 와야겠다 였어요. 이중 한 마리가 드나들면서 출산을 할 것이고 곧 새끼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 거지요. 산실을 본 반가움과 바로 내려와야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가보지 못했어요. (사진1. 멧돼지가 두 마리가 튀어나갔던 조릿대로 만든 산실) 어려서 동네 잔치에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고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을 이발소에 가면 큰 어미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커다란 액자도 붙어 있었구요. 오래전이라 액자 속의 새끼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열 마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열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치고, 숲에 있는 멧돼지도 새끼가 많지만 집돼지보단 적게 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먹이를 찾는 멧돼지보다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먹이 걱정 없는 집돼지의 새끼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다들 이해 하실겁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돼지를 잡으면 젖꼭지를 세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확하게 셀 수가 없는 겁니다. 뒷다리 쪽으로는 톡 튀어나온게 정확하나, 가슴쪽에 있는 건 거의 형태만 있지 제 구실을 할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거든요(가짜 젖꼭지). 언제 한번은 대략 7쌍(14개) 정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를 가축화 시켰기에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젖꼭지 수도 같아야겠으나 야생의 혹독함을 겪으며 집돼지보다 새끼의 수도 줄었으니 젖꼭지도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집돼지와는 달리 멧돼지는 산실에서 일주일 정도 키운 뒤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들은 도태되거나 천적에게 먹히겠지요. 물론 안락하진 않으나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크는 집돼지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자연에 맞서야하는 멧돼지니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맞겠지 싶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암컷들이 공동육아를 하며 야생에서 남는 법을 배우겠지요. 산에서 조사를 하다보면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낙엽이나 흙을 긁어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주둥이(코)로 밀고 다닌 흔적입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밤이나 도토리를 찾아 먹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산 아래 밭에 고구마를 세 고랑 놓았는데, 아침에 산책 다녀온 집사람이 고구마 고랑이 다 뒤집어져 있대서 가보니 멧돼지 짓이더라구요. 딱 고구마 밑이 들 때를 기다려 그렇게 다 먹어치운 거죠. 가끔 칡을 파먹은 흔적도 보이는데, 고구마처럼 녹말 성분을 좋아해서입니다. 식물성이 기본이지만 닥치는 대로 뱀까지 먹는 잡식인 멧돼지는 논에 들어가 분탕질을 하기도 하고,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기도 해서 농사꾼에게는 최고의 미운털이 박힌 동물이기도 하지요. (사진2, 고구마밭을 파헤친 흔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조사를 하다 임도로 떨어졌는데 저쪽에서 인기척이 나 가보니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멧돼지가 있더라구요. 얼마나 벗어나려 애를 썼는지 올무 반경의 흙이 밭을 갈아놓은것첨 보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상악골(코와 붙어있는 윗니)에 걸린 와이어가 더 조여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인거지요. 그때 드는 생각이, 이걸 지자체에 신고를 하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제 갈길을 가나였어요. 신고를 하면 예전엔 마취를 시켜 올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2019년부터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은 엽사를 보내 무조건 사살하고 샘플(양성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뽑는 피) 채취하고 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회뿌리고 묻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대로 두고 오면 올무를 놨던 사람이 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하겠지요.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구간에 전라북도 남원 산내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마천의 경계에 등구재가 있습니다. 마천의 창원마을쪽 등구재 바로 아래 조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에 소류지 주변에서 멧돼지가 풀을 뜯어 만든 산실도 본적이 있는 터라, 기다렸다가 멧돼지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쌀쌀했으나 소류지 뚝방에 메트리스를 깔고 납작 엎드려 건너편 물이 내려오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기다렸어요, 돼지가 갑자기 보이는 겁니다. 하도 오래 엎드려 앞만 보고 있었더니 잠시 놓쳤던 거겠지요. 돼지가 천천히 나타나는데 해도 넘어갔고, 앞을 가린 나뭇가지로 시야는 안좋았으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느긋하게 자리를 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머리와 등을 제외한 몸에 물이 묻어 있더라구요. 돼지는 사람처럼 피부로 열을 발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진흙목욕을 선호합니다. 충청도 어느 산에는 봉분이 죄다 패여 있는 겁니다. 비가오면 돼지가 위에서 목욕을 하고 벌건 황토를 주변 소나무 여러 군데에 묻혀서 이동한 동선이 보일정도로 말이지요.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고라니나 담비, 멧돼지는 멋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죽게 되면 털속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드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요. 체온이 식어 숙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는 이유는 더워서도 있지만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들어가는 것보다 물이 고여 자작한 진흙을 선호하지요. 뒹굴며 체온을 식힘과 동시에 몸에 흙이 달라붙게 만드는 겁니다. 어느정도 굳어지면 주변에서 송진이 베어나오는 나무를 찾아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등. 튀어나온 엄니(송곳니)로 상처를 낸 다음 송진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가려운 곳 순으로 긁어대것지요. 이렇듯 몸을 비비는 나무를 멧돼지 베개목, 또는 비빔목이라 불러요. 멧돼지 물통(진흙목욕을 한 곳) 주변에는 대개가 비빔목이 있답니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비벼댔는지 빙 둘레 수피가 다 벗겨져 죽어가는 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송진의 테르펜 성분이 항균작용을 하는걸 아는 모양입니다. (사진3, 멧돼지 물통과 비빔목-흙탕물이 있는 걸로 보아 목욕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산불이 있었던 곳에 조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다 타서 시커멓게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숲에 멧돼지가 쉬거나 잠을 잔 흔적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층식생이 다 타고 없는 곳에 쉼터 자리에만 주름조개풀이 보이는 겁니다. 숲 가장자리에 사는 주름조개풀의 끈끈한 열매가 멧돼지 털에 붙어 거기까지 이동한 것이죠. (사진4,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관에 멧돼지 산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땅에 맹수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야생동물들은 거의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멧돼지는 사람 말구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생태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죠. 그러나 농사꾼들에게 눈에 가시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로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입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였으며, 농사꾼에겐 홀대받을 지언정 알아주는 이 적어도 묵묵히 숲을 가꾸는데 일조한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위해 설치한 펜스로 의도치않게 다른 야생동물의 통행까지 막아 민폐를 끼치게 된 멧돼지.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유해조수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거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 추적자 학교 하정옥 / 글.사진 추적자학교 하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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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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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개 십리 벚꽃길
- 지리산 화개 십리 벚꽃길 2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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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개 십리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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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키즈의 생애 12편 "도쿄에서의 결혼생활"
- 도쿄의 8월, 뜨거운 태양이 나경의 머리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경은 서둘러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요." 나경은 역이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긴시쵸 역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서 생활 한지도 5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경은 남편과 함께 도쿄에서 살았다. 남편은 긴신초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수현과 헤어지고 다시 돌아온 일본에서 나경은 재일 한국인과 만나 결혼했다. 나경의 아버지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 오라고 했지만 나경은 가지 않았다. 한국은 그녀에게 선택과 고민, 갈등의 땅이었다. “ 한국에는 돌아가지 않을겁니다. 전 일본에서 살겠어요!” 나경의 남편은 일본에 있는 한국 벤처기업에서 일했다. 한국 회사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나서 일본 담당자가 되었다.. 함께 일할 알바생을 찾았고 나경은 남편이 일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했다. “나경씨 퇴근 하고 술 한 잔 해요?”라고 물었을 때 나경은 좋아요. 라고 짧게 답했다. 나경은 당장 누군가라도 만나야 했다. 그것이 지금은 남편이 아니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수현이 아닌 다른 남자가 나경은 필요했다. 남편은 수현처럼 키가 크지도 잘생기지도 않았다. 수현과는 정 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랬을 까? 나경은 오히려 좋았다. 둘은 1년의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식 조건으로 유일하게 나경이 제안 한 것은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경의 남편은 나경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경은 예쁜 여자였다. 나경의 남편 영진은 스타벅스 안에 앉아 있는 나경을 바라보면 생각했다. 저 예쁜 여자가 왜 나를 선택 했을까? “영진씨!” “여기요!” 나경이 반갑게 영진을 불렀다. 당신이 무슨 일이야? 점심 시간에…. 사무실까지 찾아오고…. 집에 있기 심심하고 당신도 보고 싶어서 왔어요! 당신도 한 잔 해요? 점심 시간이 얼마 안 되어서… 이 근처 식당도 붐비고.. 밥먹으러 가자… 그래요. 밖으로 나오자 여전한 정오의 태양이 둘을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먹어요. 당신 카레 좋아하잖아? 여기 카레 맛집이 있는데.. 아. 그래요. 둘은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나경은 카레를 먹는 남편의 모습을 물끄러미 봤다. 저 사람이 수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나경의 멍한 눈을 영진이 보고 있었다. 저 여자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진은 나경이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고 있었다. 나경이 같은 집안에 나 같은 남자가 맞지도 않고 자신과 나경을 비교해 봐도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진은 나경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사무실에 들어 온 날 자신이 살면서 처음 가까이해 본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런 여자에게 술을 먹자고 한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지만 일을 핑계로 만나자고 했는데 나경이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준 것이다. 그리고 둘은 결혼까지 했다. 영진이 교회에 가자고 했을 때도 나경은 순순히 따라 갔었다. 영진이 다니는 한인 교회는 교인이 50명이 안 되는 작은 교회였다. 영진은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교회에서 있을 때 영진은 평화를 얻었고 마음은 고요했다. 나경은 영진의 권유로 교회에 따라가고 있지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교회가 끝나면 함께 밥을 해먹거나 차를 마셨다. 함께 김치를 담기도 했다. 지루한 일본 생활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영진은 이런 나경을 보면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나경이 교회에 가지 않는 다고 하면 영진은 화를 냈고 나경은 결국 다시 교회에 갔었다. 나경도 가다보니 익숙해졌다. 익숙한 것은 편안한 것이다. 편안하고 무언가 선택하지 않는 삶 그것이 나경이 일본에서 구원한 삶이었다. 한국은 선택해야 했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삶이 나경이 원하는 삶이었다. 아니 지금은 그래야 했다. 수현을 떠나 일본에 왔던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선택하지 않는 삶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있었다면 나경은 일본에서 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경이 받아 드린 그 하나의 사상 때문 이었을 것이다. “어딘가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혼자 행복한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라는 것 바로 이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그날 그 경험이 없었다면 나경은 부유한 집안의 딸로 편안하고 아늑한 삶을 선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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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키즈의 생애 12편 "도쿄에서의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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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안철환의 땅 이야기 6] 단작과 윤작&혼작
- [도시농부 안철환의 땅 이야기 6] 단작과 윤작&혼작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흙을 죽이는 단작 농경의 시작은 아마도 곡식 농사였을 거라 추측합니다. 곡식 농사로 비로서 잉여식량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상추 배추 같은 채소 농사로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잖아요? 과일도 그렇고 가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령 채소와 과일은 채집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고기도 수렵으로 얻을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런 먹을거리는 잉여식량이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럼 왜 곡식농사가 농경의 시작이라는 걸까요? 처음 야생 곡식을 발견한 사람은 저는 남자일 거라 추측합니다. 왜 그럴까요? 곡식류는 벼과식물이 많고 벼과는 자가수분 식물들이어서 군락하는 특성이 있어요. 군락하려면 아무래도 들녘이 유리합니다. 자가수분 식물은 남의 꽃가루가 아닌 자기 꽃가루를 받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같은 벌레에 의존해 수분하지 않고 바람 불어 꽃가루가 떨어지면 밑에 있는 암꽃이 받아 수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충매화가 아닌 풍매화라고 하지요. 벌이나 나비 같은 동물에 의해 수정하면 씨가 여기저기 골고루 퍼질텐데 바람에 의해 번식하다보니 멀리 퍼지질 못해 군락하게 된 걸겁니다. 야생 곡식이 군락하기 좋은 들녘은 아무래도 강가에 가깝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숲과 가까운 언덕 움막 주거지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강가 들녘으로 사냥이나 천렵 나갔을 때 발견한 게 야생곡식이었을 거라는 거지요. 게다가 채소는 매일매일 돌보며 수확해야 하기에 주거지 근처에서 재배했을 것이고 그래서 여성에게 적합했을 겁니다. 반면 곡식은 한꺼번에 특정 시점에 수확해야 하기에 매일 가보지 않아도 되었을 거니 수렵 나갈 때 돌보거나 날 잡아 한꺼번에 수확하러 가도 되니 남자들에게 적합했을 거라 보는 거죠. 그렇게 시작된 곡식에 의한 농경 혁명으로 잉여식량이 생기기 시작하자 여러 사회적 변화들이 동반되었습니다.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 중심으로 권력이 만들어졌겠지요. 거기에서 가부장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적인 얘길 하려는 건 아니에요. 이 곡식 농사는 자연스럽게 단작 농사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바로 군락 특성 때문일겁니다. 또 들녘을 좋아하는 특성도 영향을 주었겠지요. 그럼 단작을 얘기하려는 거는 왜일까요? 단작이 바로 토양을 망가뜨리는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작물은 한 땅에서 한 종류만 심게 되면 그 종류만 좋아하는 생물들이 모여듭니다. 미생물도 벌레도 기타 생명들도 단순해져요. 뿐입니까? 한 종류만 심으면 땅 속으로 뻗어가는 뿌리도 단순해지지요. 길이도 비슷할 거고요, 뿌리를 통해 내뱉는 작물의 대사물질도 단순해지고, 작물의 생산활동으로 뿌리에 축적되는 양분도 단순해집니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토양은 점차 토양의 남은 유기물을 고갈시켜 갑니다. 유기물이 없어진 토양은 바람과 폭우 등으로 쉽게 침식, 유실됩니다. 그러면 토양의 보수력도 말라가고 결국 사막화의 길로 가는 거지요. 물론 단작을 하면서 화학비료도 주고 퇴비도 주면서 임시방편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얼마나 오래 갈까요. 임시방편일 뿐 아닐까요? 기후위기 시대에 이 문제는 머지않아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큽니다. 단작은 연작, 광작으로 이어진다 했지요. 연작, 곧 같은 종류의 작물을 계속 이어서 심게 되니 위의 문제는 더 심각해지지요. 게다가 광작, 곧 같은 류의 작물을 드넓은 땅에서 재배하게 되면 한 지역이 사막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한번은 스페인의 올리브 최대 단지가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가보았는데 온 세상이 올리브만으로 덮여있는 곳을 몇 시간이나 달리는 겁니다. 경관이 너무 지루해 잠밖에 잘 일이 없는데 저는 자못 긴장하고 최대한 눈과 카메라에 경관을 담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곰곰 보니 두 가지가 안보이대요. 바로 새와 사람이 보이질 않는 거에요. 아~ 저건 올리브가 만든 사막이구나 했지요. 사람이 만든 거겠지만요. 이런 삶은 결국 지구를 사막의 별로 만들고 말 거라는 경고를 준 영화가 있지요. 바로 인터스텔라라는 에스에프 영화입니다. 끝없는 옥수수 밭 넘어로 엄청나게 밀려오는 흙먼지 폭풍이 결국 지구를 살 수 없는 별로 만든다는 암시를 준 영화지요. 이 거대한 흙먼지 폭풍은 193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미국 서부의 얘기에요. 서부에서 발생한 흙먼지 폭풍이 뉴욕이 있는 동부까지 날아갔다 하지요.* 근데 단작은 흙만 망가뜨린 건 아니에요. 단작은 나를 위해 농사짓는 게 아닌 남을 위해 농사짓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남에게 팔기 위해 농사짓기 시작했다는 거죠. 잉여식량이 부로 축적되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빈부격차와 계급, 계층 갈등,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아마도 단작은 만악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게다가 단작은 붙박이 정주 사회를 고착시켰을 겁니다. 단작을 유지하려면 안정된 노동력을 유지해야 했을테니요. 사실 사람도 철새처럼 더울 때는 높은 곳이나 북쪽으로, 추울 때는 낮은 곳이나 남쪽으로 이동하며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기후 변화가 오면 자기들 체질에 맞는 기후 환경으로 옮겨 가며 살면 기후 위기도 별 문제는 아닐텐데요. 먹을거리도 때에 따라 곳에 따라 먹게 되면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도 큰 문제는 아닐 것 같고요. 땅도 망가뜨리지 않으니 사실 환경파괴도 없을 겁니다. 그럼 왜 단작은 땅을 망가뜨릴까요? 앞의 글을 읽으신 분들은 벌써 아실 겁니다. 단작하는 인삼은 땅을 망가뜨리지만 야생에서 다른 생명과 공생하는 산삼은 땅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한 거 기억나시죠? 그렇다고 산삼처럼 키울 수 없으니 우리는 인삼과 산삼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겁니다. 저는 그게 전통적으로 이어온 윤작, 혼작 방식이라고 봅니다. 또 서두가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흙을 살리는 윤작, 혼작 드디어 본론입니다. 그럼 어떻게 윤작, 혼작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윤작, 혼작하는 농부는 소농이라는 점을 짚고자 합니다. 대농이 윤작, 혼작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농은 늘 단작에 유혹을 받지요. 그렇지만 아주 드물게 윤작, 혼작을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하는 대농도 있긴 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그런 분들을 소개할까 합니다만...... 윤작, 혼작하는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서로 다른 성격의 작물을 이어심거나 섞어심어 그를 통해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일입니다. 그 중 윤작은 한 작물을 재배해 수확하고 나면 다른 작물을 심어 재배하는 걸 말합니다. 벼 수확하고 나서 보리를 심는 이모작 방식이 대표적이죠. 벼와 보리는 같은 벼과 식물이라 비슷할 수 있지만 벼는 여름을 나고 보리는 겨울을 나는 점에서 다르죠. 생육 시기가 다르니 서로 경쟁할 일이 없어요. 또한 보리는 한 겨울 토양을 한파와 건조로부터 보호해줍니다. 당연히 겨울의 매서운 북풍도 막아주지요. 저는 이를 작물멀칭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작물을 심어 토양을 보호하는 거죠. 또 대표적인 윤작으로 마늘과 들깨를 이모작 하는 재배입니다. 마늘엔 고자리파리라는 해충이 골칫거리입니다. 그런데 이 놈이 들깨 향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들깨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마늘을 심으면 고자리파리를 못 오게 할 수 있는 거지요. 윤작 중에 재밌는 이름으로 그루갈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자로는 후작(後作)이라고 합니다. 한자를 보면 뒤에 심는다는 뜻을 쉽게 알 수 있죠. 말하자면 앞의 작물(전작前作)을 수확하고 나서 심는다는 것입니다. 근데 순 우리말인 그루갈이가 이해하기 좀 난해하죠. 말 자체를 보면 그루는 식물을 베고 남은 밑동입니다. 갈이는 그 밑동을 갈아 엎는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앞 작물의 수확 후 남은 밑동을 갈아엎어 후작물을 심는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혼작은 토양을 망가뜨리는 작물을 토양을 보호해주는 작물과 함께 심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옥수수나 목화처럼 거름을 많이 먹는 작물은 토양에 거름을 만들어주는 콩과 함께 심는 겁니다. 옥수수는 식량이 아니고 한여름 장마철 한 때 먹는 군것질 먹거리라 많이 심지 않으니 콩 밭 둘레로 심었어요. 목화는 옷이나 이불을 해 입어야 하는 필수 작물이어서 군것질 용 옥수수처럼 조금 심을 수 없었으니 콩 한 줄 심으면 목화 한 줄 심는 식으로 좀 더 많이 재배했지요. 대표적인 혼작 방식으로 인디언 세 자매 농법이 있어요. 옥수수 콩 호박을 혼작하는 건데요, 콩은 질소를 고정해 비료를 많이 먹는 옥수수와 호박에 도움을 주고, 호박은 넓은 잎으로 그늘을 드리워 풀 발생을 억제하고, 옥수수는 지주 역할을 합니다. 그 말고도 시간 차를 이용한 의미도 있지요. 짧고 빨리 자라는 옥수수를 먼저 심어 여름 중에 수확을 하고, 두번째 심은 콩은 옥수수와 함께 집중적으로 자란 뒤 옥수수 수확하고 난 후엔 꽃 피워 콩 코투리를 맺고 영글어 갑니다. 호박은 자칫하면 콩을 덮어 그늘을 드리울 수 있기 때문에 콩을 먼저 심고 콩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때 호박을 심습니다. 심는 위치도 콩 바로 옆이 아닌 옥수수 옆에다 심어 옥수수 대를 타고 올라가게 하여 콩을 보호합니다. 그래서 혼작 방식엔 시간 차를 이용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세 자매 농법엔 우리식도 있습니다. 고추를 주 작물로 심고 부작물로 들깨와 수수를 심는 거에요. 고추를 줄 지어 심은 후 들깨를 2미터 간격으로 드물게 심고 수수는 3미터 간격으로 더 드물게 심는 겁니다. 들깨의 향은 고추 열매를 구멍 뚫고 들어가 속을 파먹는 담배나방 애벌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수는 키가 크지만 잎은 그리 넓지 않아 고추에 그늘을 드리우진 않으면서 뿌리의 길이도 다르고 좋아하는 양분도 달라 고추와 경쟁하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 궁합이 맞아 좋은 작용을 한다네요. 그런 식물간의 작용을 아레로파시(Allelopathy), 곧 타감(他感) 작용이라 합니다. 물론 경쟁적인 타감작용도 있습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화학물질을 발사하여 자기를 방어하기도 하고 서로 협력하기도 합니다. 요즘엔 토마토를 바질과 함께 심는 게 많더라구요. 혼작도 유행이 있는가 봅니다. 토마토는 대파와도 좋습니다. 그래서 혼작을 하려면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작물 관계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윤작, 혼작 말고 재밌는 작부체계가 있는데 바로 간작, 곧 사이짓기입니다. 사이짓기로 재밌는 사례로는 봉동생강 재배법이 있습니다. 전북 완주의 봉동은 최초의 생강 시배지로 유명하죠. 재밌는 것은 생강을 보리밭 사이에다 심는다는 겁니다. 보리를 심을 때 생강 심을 자리를 대비해 줄 간격을 미리 좀 넓게 심습니다. 그리고 보리를 수확하기 한 달 전쯤 보리 줄 사이에 생강을 심습니다. 보리를 이삭만 수확하고 남은 보릿대를 생강에 덮어줍니다. 생강은 습기를 잘 유지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리를 수확하고 나서 심으면 때가 늦고, 보릿대를 덮어주기도 힘들죠. 간작은 이런 식으로 시간 차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벼와 보리를 이모작하는데 남부지방은 벼 수확 후 보리 심는 게 자연스러운데 중부지방은 좀 추워 벼 수확 후 심으면 늦을 수가 있어요. 그럴 때 벼 수확 전 사이에다 보리를 심는 거지요. 다음 글에선 다년생 나물과 유실수 및 특용수와 혼작하는 법과 채집에 대한 얘길 들려드리겠습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이 글은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홈페이지에도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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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안철환의 땅 이야기 6] 단작과 윤작&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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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화백의 섬진팔경사계] 왕시루봉 봄
- [송만규화백의 섬진팔경사계] - 蟾津 5景 - 왕시루봉의 봄 -왕시루봉 봄, 2016. 140*200, 장지에 수묵채색 왕시루(상) 섬진강은 혼자가 아니다. 높고 낮은 산들과 더불어 흐르고 있다. 그 중 지리산이 품고 있는 남원, 구례, 하동을 싸안고 흐른다. 고준광대(高峻廣大)하면서 중후인자(重厚仁慈)하여 아버지 같기도 하고 어머니 같기도 한 웅대함을 지닌 영산(靈山), 지리산! 그런 만큼 1967년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되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45킬로미터가 넘는 주능선에 반야봉, 토끼봉 등 고산 준봉이 20여개가 있으며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산속의 산’을 안고 있고 15개의 지능선과 계곡들이 있는 그야말로 산괴(山塊)이다. 어느 산악인의 고백처럼 지리산은 찾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노고단에서 구례군 토지면을 향하여 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 왕시루봉이 있다. 정상부분이 펑퍼짐하고 두루뭉술하고 커다란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왕시루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과의 인연은 토지면 파도리 부터 이다. 1990년대 초, 왕시루봉 별장의 산사람 함태식 선생을 찾아서 문학인들과 함께한 산행이 시작이다. 그날 낯선 경험을 했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에 재를 뿌린다. 그러면 냄새가 제거 된다고 하던데 그런가보다. 습기 찬 여름인데도 개운하다. 선생은 주변 환경으로 안내 한다. 그 이후 나는 밤낮 구분 없이 몇 번을 오르내렸던가! 두 세 시경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열차를 탄다. 택시로 갈아타고 토지면 왕시루봉 입구까지 간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밤, 쏟아지는 별빛과 헤드랜턴에 의존하고 더듬거리며 산길을 오른다. 이곳에는 반달곰, 멧돼지가 서식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서로 피해의식이 있다. 배낭에 놋쇠로 만든 종을 매달아 소리를 내고 가끔 헛기침으로 경계하면서 오른다. 섬진강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멀고 길게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여러번 찾은 곳이다. 어둠이 걷히면서 청아한 새벽 공기에 은빛의 물길이 그려진다. 지리산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깊숙함 속에 환희가 있다. 겹겹이 쌓여진 산과 하나 되어 유유자적한 강물까지도 의연함을 자아내는 신새벽을 맞이한다. -송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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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깽깽이풀
- 「섬진강 편지」 -고운사 깽깽이풀 사흘 연속 25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계속되더니 꽃들이 두서없이 일제히 피어난다. 마당 살구나무가 하루 만에 일제히 피었다. 숲의 꽃들도 천불이 인듯 피어난다. 가슴에만 천불이 이는게 아니었구나! 소식이 없어 애태우던 화엄사 홍매도 하룻사이에 붉게 피어났다. 섬진강변 숲에서 깽깽이풀 꽃을 보고 왔는데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되었다는 속보가 뜬다. 고운사는 딱 한 번 찾아갔지만 늘 지워지지 않는 절집이다. 깽깽이풀 꽃을 피워놓고 나를 불러주었던 곳이다. 야생화 포토포앰 『꽃앞에 무릎을 꿇다』 표지사진인 고운사 깽깽이풀 곳곳의 산불로 전국이 초비상 상태이다. 산청에서 시작된 지리산 산불도 벌써 엿새째인데 불길이 다 잡히지 않았다. 사진 속의 고운사 깽깽이풀 꽃에게 소원해 본다. 보우하사 어서 비를 내려 주시길!! -섬진강 / 김인호 #지리산산불 #고운사깽깽이풀 #의성산불 #고운사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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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 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오늘 3월 25일,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며 1144일째 천막에서 농성하는 친구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려고 전주에 다녀왔어요. 전날 정환, 아림, 삵 함께 모여 만든 '아주 멋진' 구호 팻말을 들고 전북지방환경청으로 갔답니다. (우리가 만든 팻말을 들고. 사진=지리산사람들.)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은 2022년 2월 6일부터 주말을 뺀 날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종시에서 계속돼 왔어요. 곳곳에서 300명이 넘는 많은 분이 천막농성장 지킴이로 함께해 왔다고 해요. 지난 2월 25일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환경청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하면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교통부·환경부 청사 앞에서 해 오던 천막농성장을 전북환경청 앞으로 옮겨 오게 되었답니다. 전북환경청이 평가서에 부동의한다면 새만금신공항 계획은 철회됩니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새만금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 반경 13km와 그 둘레엔 저어새, 황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삵 등 법정보호종이 무려 64종이나 살고 있다고 해요. 다큐 <수라>를 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수라갯벌은 수많은 야생동식물이 살아가는 새만금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며 우리 지구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그뿐인가요? 계절마다 다양한 새가 찾아오는 철새들의 집이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쉼터입니다. 특히 우리 지구에 5천~6천 명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90% 이상이 한반도에서 번식하는데, 수라갯벌엔 그들의 번식지가 세 곳이나 있고, 그 가운데 두 곳은 각각 8km, 10km 안에 있다고 합니다. 수라갯벌이 공항으로 사라진다면 이 소중한 생명들도 함께 사라질 거예요.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거예요. 불타는 산과 들을 보세요. 사계절이 사라지는 한반도를 보세요. 먹을거리가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가 잦아진 둘레를 보세요. 수라갯벌을 지키는 건 우리 목숨을 지키는 것과 같아요. 오늘 우리 지리산권 시민들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까닭을 아시겠지요? 지리산과 더불어 수라갯벌이 하나라는 걸 이야기하고, 뭇 생명과 함께하는 연대의 힘으로 생태학살을 막기 위해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전북지방환경청이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재검토(사실상 부동의) 결정한 데 이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역시 반드시 부동의 결정하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일은, 참, 힘이 셉니다. 우리는 이런 시위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될까' 하는 물음으로 허전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태껏 많은 생태학살을 막는 일엔 꼭 '연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힘을 보태 주세요. 목소리를 내 주세요. 왜 여전히 공항이 더 필요하냐고 물어 주세요. 놀고 싶다고요? 같이 놀아야지요. 자기만 비행기 타고 슝슝 놀러 다니며 편하게 지구를 망가뜨리는 게 어떻게 떳떳한가요? 왜 신공항을 짓겠다는 이들이 고개를 들고 다니나요? 이상해요. 그러니 다들 막아 주세요. 신공항도, 골프장도, 케이블카도, 무슨 무슨 막개발 모두 싫다고 해 주세요. 개발이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한 곳에 알맞게 해야지요. 왜 갯벌을 없애고, 숲을 없애고, 동식물을 다 죽여서 짓겠다는 걸까요? 이상하잖아요. 그건 정말 끔찍하잖아요. 한 생명으로서 할 짓이 아니잖아요. 놀고 싶으면 함께 놀아야죠. 죽이면서 놀지는 말자고요. 수라갯벌을 그대로, 지리산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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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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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마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도시에서 살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공원녹지가 많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걷기 편한 길이 많고 공원이나 녹지가 가까운 지역에 살면 신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늘고, 정신 건강도 좋아져 결국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들의 특징은 생태 친화적인 도시의 특징과 잘 들어맞습니다.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한 삶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대표적인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프라이부르크, 호주 멜버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시민의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400km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손꼽힙니다.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타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30% 감소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코펜하겐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높고, 비만율은 10% 이하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으며 천식·호흡기 질환 비율이 낮게 보고되었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의 90%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 도로로 이어져 있기로 유명한데요, 특히 남쪽의 바우젠 지구는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70%가 넘는 주민이 자가용 없이 생활하며 자전거를 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구 외곽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해요. 또 40% 이상이 녹지 공간으로 공원과 커뮤니티 정원이 많아 주민들 사이 교류가 활발합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기대수명이 높고 당뇨병·고혈압 발병률이 독일 평균보다 낮은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멜버른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200만 그루 이상 나무를 심어 왔습니다. 도시 나무 심기 프로젝트라고 부르는데요, 가로수를 좀 많이 심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녹지 공간을 넓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2040년까지 멜버른 곳곳에 나무 480만 그루를 심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기후변화로 인한 불볕더위와 도시 열섬 효과를 낮추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로수를 더 많이 심어 그늘을 만들고,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방치된 공터를 다양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녹지 공간으로 바꿔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도심 평균 기온이 감소하고 불볕더위 피해가 줄었으며 시민들의 건강 지표가 나아졌다고 합니다. 코펜하겐, 프라이부르크, 멜버른의 사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잘 보여줍니다. 게다가 해마다 심해지는 불볕더위와 홍수, 가뭄에 대비하려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화석 연료가 필요 없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많은 도시로 변해 가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한 도시는 인간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길고양이와 풀, 나무, 새, 곤충 모두의 삶에도 좋으며 기후재난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길가 나무 그늘도 물웅덩이도 공원이나 녹지도 없는 도시의 길고양이를 상상해 보세요. 무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에어컨을 돌리는 동안 길고양이는 어디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요? 작은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에서는 인간도 건강할 수 있겠지요.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1.)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2.) (구례읍 어느 작은 골목에 생긴 주차장 공사장.) 그럼 우리 구례는 어떤가요? 지리산과 섬진강 같은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나 생물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보행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시 안 생활용 자전거도로는 보기 힘들고 오히려 야생동물의 서식지 근처에 관광용 자전거도로를 놓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우리 구례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이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인가요?기후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나무가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기온이 최대 4°C 낮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볕더위에 대응하려면 나무 그늘 쉼터가 늘어야 하는데, 우리 구례는 주차장만 자꾸 늘고 있습니다. 보행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이 늘었습니다.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흙길이나 녹지 공간 또한 부족해 보입니다. 자꾸 아스팔트로 덮고, 나무를 베고, 주차장을 늘리는 정책은 우리 구례군민의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에게도 좋지 않으며,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갈 우리 미래에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 여러 도시가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주민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부추기지 않으려는 노력이며, 다가올 기후재난을 예방하고자 하는 정책입니다.이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을 늘릴 게 아니라 걷기 좋은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지켜지는 도시, 불볕더위나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주차장 없는 불편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될 수 있으면 차를 두고 다니려는 마음도 모여야겠지요.내 건강도 지키고 다른 이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주차장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내 건강을 길고양이의 건강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도시입니다.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3월 경칩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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