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1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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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눈물바다
    「섬진강 편지」 - 거짓말, 눈물바다 ‘2025년 4월 14일 오후 4시 01분 현재 구례군 대설주의보 발효중. 강설로 인해 노고단 일주도로(천은사 입구~달궁삼거리) 통행제한 중입니다. 도로 미끄러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구례군」’ 백몇년 만의 4월 대설이라니 기록을 남겨두어야겠다. 거짓말 같은 4월 중순 대설주의보 재난문자를 받고 오른 노고단 길. 구름이 걷힌 오후 1시 성삼재를 출발 노고단 거쳐 4시에 내려오는데 그 사이 눈이 녹아 허물어지며 눈물을 철철 흘린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물로 길은 그야말로 흥건한 눈물바다다. 눈물을 만나면 늘 어쩔 줄을 모르겠다. 모든 눈물은 그렇게 난감하다. 오늘 만나 이 눈물도 때를 잘못 만나 한나절을 못 버티고 녹아내려 엉엉 울음소리까지 요란한 서럽디 서러운 눈물이다. 마을에 내려와 돌아보니 거짓말처럼 산정의 눈이 흔적도 없다. 내일은 또 무슨 거짓말 같은 재난문자를 받게 되려나!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5-04-16
  • 참교육 키즈의 생애 14편 엇갈린 운명
    이삭이 무거워진 벼는 점점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남풍에서 북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변했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었고 벼는 더 고개를 숙였다. 수현이 들판에서 익기 시작한 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노무사 시험을 봤지만 수현은 번번히 낙방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논 농사와 밭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5년이 되었다. 이제는 그 스스로도 농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수현이 농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수현의 아버지는 농부였고 그의 어머니도 농부였다. 수현이 돌아 갈 곳은 농촌 뿐이었다. 농민회에 가입하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농민회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한 때 그의 모든 것처럼 여겼던 민주주의 그리고 혁명 세상의 부조리 그런 모든 단어는 수현의 마음속 깊은 수렁에 빠져 다시 나오지 않았다. 수현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살았다. 수현이 보낸 10년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숙이 살고 있는 여수에 수현은 딱 한 번 가본적이 있었다. 지숙은 여전히 수현을 좋아했다. 하지만 과거의 수현을 좋아했다는 것을 수현을 다시 만나 보고 알았다. 지금의 수현은 과거의 열정이 넘치는 대학때 수현이 아니었다. “선배 왜 그래?” “뭐가" “과거의 모습은 어디로 갔어?” “과거라니….” “대학때 열정이 넘치던 수현선배는 어디 갔냐고?” “그러게….” “어디로 갔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자의 말로라고나 할까!” 지숙은 수현이 잃어버린 초심이 무엇인지 알 고 있었지만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지숙 자신도 잃어버리는 초심을 수현이라고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배 강진 선배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강진선배 아직도 학교에 있던데?” “아직도?” “그래" “군 제대하고 복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학교에 있더라구….” “학교에서 뭐하고 있는데?”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고….” “ 뭐 하던 것 하겠지” “학교에 한 번 가봐?” 지숙과 수현은 여수 오동도를 걷다가 돌산 대교까지 걸었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돌산의 다리는 여전했지만 지숙과 수현의 말을 겉돌았다. “수현 선배 저 가볼게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지숙은 있지도 않은 약속을 핑계로 수현과 헤어졌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이야기는 가능 했지만 미래의 이야기가 불가 했다. 아무것도 없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고, 있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헛된 것이었다. 그 후로 수현은 지숙를 찾지 않았다. 지숙 역시 수현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벚꽃이 피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눈이 올 때 마다 지숙은 수현을 생각했다. 수현은 가끔 나경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나경은 잘 살고 있겠지.. 가끔 도쿄에 가서 나경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결혼한 나경을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수현은 도쿄에 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경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나.. 나경이야" 네….. 수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10년 만에 걸려온 나경의 전화 한 통으로 수현은 자신이 여전히 나경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경 선배 맞아요?” “어 그래" “우리 한 번 만나자" “아.. 그래요.” 나경이 수현을 찾은 것은 첫 눈이 내린 며칠 후였다. 도로에 그 날 내린 눈이 갓길에 쌓여 있었다. 뉴스에서 빙판을 조심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나경은 수현이 사는 남쪽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수현을 만나야 할까? 아니면 그냥 말아야 할까? 한국에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부터 고민했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한국에 가야 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수현이었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수현이라는 이름을 지워 버리고 싶어 일본에 도망치듯 떠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그 이름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었다. 수현역시 나경을 잊지 못했다. 지숙을 사랑했지만 그녀는 떠났고 나경을 떠나 보냈지만 여전히 그리웠다. 수현은 그 후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봄이 오면 농사를 시작했고 가을이 오면 수확했다. 그 단순한 삶에 빠져 살았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수현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 들판에서 돌아오면 수현을 반기는 온기라고는 햇살에 뜨거워진 대문 손잡이 뿐이었다. 수현은 스스로를 방치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수현도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나경이 오늘 온다는 것이었다. 기차 도착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수현은 옷장에서 옷을 꺼내 보았다. 옷을 구입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시간 동안 구입하지 않았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현이 입고 있는 옷은 그가 20대에 구입했던 옷들 뿐이었다. 옷을 구입한 기억이 없었다. 수현은 미리 읍에 나가 옷이라도 하나 구입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수현이 중고 트럭을 구입한 것도 5-6년 전이었다. 구입 했을 때 이미 10년을 넘긴 차였다. 시동키를 돌렸지만 한 번에 시동이 걸리지도 않았다. 키를 돌리고 엑셀레이터를 살짝 밟았다. 그러자 시동에 걸리다가 푸드덕 하고 꺼져 버렸다. 겨울엔 항상 이랬다. “무엇하나 변변한 것이 없군" 수현은 스스로 변변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은 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읍으로 나갔다. 인구 5만의 소도시, 모두가 떠나는 도시로 돌아온 수현을 반기는 것은 텅 빈 가게들 뿐이었다. 가게는 줄고 병원과 요양병원만 늘었다. 젊은 사람들은 서울로 갔다. ‘옷가게가 어디 있었더라” 토요일 오후에도 소도시엔 사람이 없었다. 겨우 찾은 옷가게에 들어가자 주인이 반색을 하며 수현을 반겼다. 겨울 잠바 하나 사려구요. 네. 주인은 수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혹시… 이수현씨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아. 맞구나. 누구시죠? 나.. 몰라! 기억 안나? 나 최현주…. 우리 초등학교 동창인데…. 아.. 그런가… 미안해.. 기억을 못해서 그러겠지. 그때 너는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너 좋아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 그랬나…. 야.. 우리 다음에 한 번 보자. 어..그래 오늘 무슨 일 있어? 아.. 일은 무슨…. 그냥 옷이 없어서…. 그럼 잠바 하나 골라줘…. 내가 옷을 사본적이 없어서…. 수현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사본적이 없어 무슨 옷을 사야하는지도 몰랐다. 알았어… 초등학교 동창이니까 내가 알아서 코디 해줄께… 근데 너 결혼 안 했어? 어… 혼자 살아. 야.. 너 같은 애가 혼자 살아? 어. 뭐… 현주는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가장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던 수현을 떠 올렸다. 그런 수현을 현주도 좋아했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수현을 멀리서 보기만 했었다. 말 한 마디 못했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런 수현이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다는 소식을 현주도 친구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들끼리 만나면 수현을 두고 안주삼아 떠들었다. 야.. 너희들 이수현 알지. 어. 야 수현이를 모르면 간첩이지. 수현이 농사짓는다고 하던데? 정말? 좋은 대학도 졸업하고 뭐 좋은 곳이라도 갔을 것 같은데 농사를 짓는다고? 그래, 그것도 벼농사 삼천평….. 벼농사 3천평 지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 그러니까…. 뭐.. 유기농 벼농사 짓는다고 논에 피만 잔뜩 있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 욕한다고 하더라…. 너 어떻게 알아? 야.. 수현이 우리 옆 동네 살잖아.., 그럼 너 수현이 본 적 있어? 몇 번 봤지…. 그래.. 요즘은 어때 뭘 묻는 거야? 수현이 얼굴…. 그래? 여전하지 뭐.. 농사 짓는 다고 그 얼굴이 어디 가냐? 여전히 키크고 몸도 좋고 잘생겼더라….. 그치… 야.... 한 번 보고 싶다… 우리 초등학교에서 수현이가 최고 였잖아…. 그치….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한 번 말이라도 걸어 보려다가.. 야.. 너는 아이만 셋이잖아 그래..히 히 현주는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 수현에 대해 이야기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옷 안 골라줘?” “ 어.. 그래" 현주는 수현에게 어울릴 만한 롱코드를 골랐다. 야.. 키큰 남자에게 롱 코트가 어울려…. 잠바 보다는… 농사짓는 놈이 무슨 롱코트냐… 그냥 잠바나 줘… 야.. 아니야.. 이게 더 잘어울려…. 바지도 하나 더 사라.. 바지가 그게 뭐냐? 10년은 넘어 보인다. 그런가…. 내가 동창 디스카운트 팍팍 해줄게… 그래. 수현은 더 이상 이야기가 하기 싫어 현주가 권하는 대로 옷을 샀다. 수현아.. 셔츠는 서비스다. 선물이라고 생각해. 수현은 평생 입어 본적이 없는 고가의 옷을 구입했다. 수현은 그동안 5만원이 넘는 옷 한 벌을 구입해 본적이 없었다. 수현은 현주가 골라준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거울을 보며 수현은 “그래 나도 꽤 보기 좋았던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이수현 멋지다" 현주는 수현을 보고 말했다. 봐라. 내가 골라준 옷을 입으니까 완전 달라 보인다. 그래… 고맙다. 수현은 가게를 나왔다. 어느새 밖은 다시 눈이 오기 시작했다. 수현은 가게를 나와 시내를 걸었다. 수현이 중학교때 놀던 오락실은 세탁소로 바뀌어 있었다. 엄마 아빠도 없이 혼자 먹었던 초등학교 졸업식날의 짜장면집은 여전했다. 수현이 역 앞에 도착했을때는 기차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많은 남은 상태였다. 눈은 펑펑 쏟아졌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기를 잘했구나.” 수현은 나경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했다. 결혼 생활은 어떤지… 일본 생활은 어떤지.. 잘사는지.. 행복한지 ….. 수현은 나경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봤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물음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현이 사는 도시는 눈이 많은 곳이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며칠씩 내리곤 했다. 수현은 눈오는 날이 좋았다. 학교를 안 가도 되었고,. 이런 날은 엄마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엄마는 고구마 삶거나 찐빵을 만들어 주었다. 수현은 엄마 생각이 나면 찐빵을 먹곤했다. 시큼한 막걸리가 들어간 찐빵을 먹을 때면 세상에 없는 엄마 냄새가 났다. “잠시후 여수행 새마을호가 도착 하겠습니다.” “여수행 새마을호를 이용하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안전한 승강장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역무원의 안내 방송이 끝나고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했다. 수현은 역 창문 너머로 나경의 모습을 찾아봤다.
    • 문화예술
    • 연재소설
    2025-04-15
  • 산청, 구례에서 열리는 세월호 다큐 상영회
    산청과 구례에서 세월호 다큐 <제로썸>을 볼 수 있습니다. 각 고을 소식 전합니다. (1)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산청 산청에서 4월 15일에 원지 작은영화관에서 '제로썸' 상영회가 있습니다. 2014년 그날의 사회적 참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산청의 뜻있는 단체와 개인이 11주기를 맞아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영화 상영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상영 후 윤솔지 감독,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호 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습니다. 지리산사람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습니다. (2)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구례 이번 공동체 상영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구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영화 <제로썸>은 추모를 넘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원인 ·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까닭에 대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영화는 11일부터 16일까지 각자 보실 수 있지만, 16일 저녁 7시엔 4.16을 함께 맞이하고픈 분들이 모여 작게 추모와 연대의 뜻을 새기고자 합니다. 많은 분이 함께하여 따뜻한 기억의 자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참고로, 단체 관람 원하시는 단체(학교 등)는 영화관에 문의하여 원하는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 16일 <제로썸>함께보in구례 신청 페이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D2LfIxHgHxrFcwmaDqbi2Cf_ox1l8I98NfCyJqra4C79nMA/viewform 고맙습니다.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4-14
  •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긴급 기자회견
    4월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하동참여자치연대, 산청함양난개발대책위에서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과 임도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문제제기와 산불 현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다르게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인 하동 두양리와 산청 중태리 일대의 산불은 피해가 심각했으며 불이 수관화(산불이 나무를 타고 나무의 가지까지 올라오는 상황)로 이여져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갔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일부 주민의 집은 전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소나무 위주로 관리한 소나무림은 모두 고사한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진은 맨 아래 사진을 참고) 그러나 산림청의 숲가꾸기가 진행되지 않은 자연림임 국립공원구역의 숲의 산불은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표화에서 멈추었으며 수목에 대한 피해도 사진에서 보듯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데도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서 산불진화가 어려웠고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거짓말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대응에도 실패하였습니다. 민가로 불이 내려오는 것 부터 막아야 할 산림청은 헬기만 투입시켜 산위에 불만 잡으려 하고 있었고 이러고 있는 사이 마을에 있는 일부 집들은 불에 전소하였습니다.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를 하고 지역민의 터전을 복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산림청장은 임도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나 봅니다. 지금 임도, 숲관리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터전을 잃은 주민과 생명들 여기서 희생된 사람과 생명들,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져입니다. 산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숲이 산불에 강한 숲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산불로 활엽수는 산불에 강하며 소나무 처럼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도깨비 산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산불관리와 숲 관리에 실패한 산림청은 숲 관리에서 손을 때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숲을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는 4월 1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 방지의 대안이 아니다. 산림청은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난 산불의 원인을 두고 산림 전문가 등은 “소나무는 죄가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소나무는 죄가 없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임도 확대 주장과 관련, 상반되는 의견으로 임도 논란도 뜨겁다. 임도 또한 죄가 없다. 그럼 누가 죄인인가! 2025년 산림청은 2024년 대비 120억 원이 증가한 2조 6,246억 원 예산을 편성하고 주요 내용으로 ‘일상화·대형화되는 산림재난 대응을 위한 투자’를 한다며 과학적인 산림재난 대응체계로 국민안전 확보를 외쳤다. 많은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산림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월 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사람들’회원들과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일대와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불피해 지역을 찾았다. 숲가꾸기를 통해 조림이 이루어진 곳과 숲가꾸기 사업으로부터 산림이 보호되는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양상은 달랐다. 소나무 중심으로 숲가꾸기를 한 곳은 수관화(지표화로부터 발생한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를 태우면서 수관으로 강한 화력이 퍼지는 위험한 불)가 발생,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수관화로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인 비화는, 다른 곳에 옮겨 붙어 새로운 산불을 만든다. 도깨비불처럼 날아가는 불똥은 바람을 따라 최대 2km도 날아간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똥이 최대 35km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지표층이 정리된 곳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소방헬기는 물론 인력으로 진화가 어렵고 인근 주민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소나무 조림지는 산불 규모, 확산면에서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으나 활엽수림대는 산불 확산의 방어선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체로 수분을 가지고 있는 활엽수는 지표의 낙엽만을 태우며 확산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공원 산불피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는 온대활엽수림의 식생 상황으로 바뀌고 있으니 숲의 생태에 맞춰 그대로 전이할 수 있게 두어야 한다. 인위적인 조림사업은 숲을 해칠 뿐이다. 국립산림과학원(2017)자료에 따르면,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한 수종으로써 수관이 하나뿐인 단층으로 이루어져 불의 통로가 쉽게 나타나고··· 이른 봄에도 수관층에 잎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활엽수림에 비해 연료의 양이 많아 수관화에 취약하다··· 수종 간 확산속도를 분석한 결과, 활엽수는 273.2m/h를 이동한 반면에 침엽수는 364.0m/h를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4월 7일 하동 산불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소나무 등 침엽수는 빠른 산불을 유발하고 활엽수는 깊은 산불을 초래한다“고 했다. 활엽수가 수분함량이 많아 화재 저항성이 강하고 활엽수 낙엽 또한 무겁고 수분 함량이 많다는 사실을 산림청장이 모를 리 없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지중화(땅속의 이탄층이 타는)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산림청장이 말하는 ‘깊은 산불’이란 바람이 없고, 지중화가 일어나 땅속에서 계속적으로 타는 불을 얘기하는데, 정말 오래된 원시림으로 수만 년 쌓인 낙엽이 있어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강도 분석 결과> 아래 표는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분석 결과 피해강도를 강, 중강, 중약, 약의 4개 등급으로 구분해서 분석한 것이다.(NASA 표준 제시) 강한 피해를 입은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의 비율은 약 2%에 불과하고, 6% 정도의 혼효림이 있다. 침엽수림의 거의 대부분은 소나무림인데, 산청 산불은 그 차이가 커서 96% 가까이가 소나무림이다. 중강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또한 소나무림이 압도적이다. 경북 산불은 75% 정도가 소나무림을 포함한 침엽수림이었고, 활엽수림은 조금 늘어 10% 정도를 차지했다. 약한 피해를 입은 지역(지표화지역)은 활엽수림의 비율이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정리된다. 이는 강산을 푸르게 가꾼다는 명목으로 30년간 꾸준히 숲가꾸기를 해 온 산림정책 결과,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하게 만든 것이 대형 산불의 원인임을 말하고 있다. 영상 분석과 현장 경험으로 본 전문가는 중약 이상의 지역은 사람과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숲 관리의 핵심이고 시급한 방법이다. 출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 우리나라 임도는 「산림자원법」에서 정의하는 ‘산림 경영 및 관리를 위해 산림청이 설치한 도로’인 간선임도, 산불진화임도, 작업임도를 말한다. 이 임도 전체를 합치면 총 임도 길이가 나오고, 이를 산림면적으로 나누면 임도밀도가 계산되는데,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4.1m/ha이다. 산림청이 임도 확대를 외치며 비교하는 나라가 일본 24.1m/ha,오스트리아 50.5m/ha인데, 2023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실 분석 결과 위 국가들의 임도밀도 산정방식과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수치로만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임도밀도가 낮다며 임도 개설을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국립공원 임도설치를 주장했으나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임도 설치는 불가함을 명확히 밝혔다. 현장의 다양한 환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예방책의 모든 해답이 임도로 귀결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임도로 산불 초동 대응은 가능할지 몰라도 대형화된 산불에는 오히려 바람길 역할을 한다. 임도가 조성되어 탈 것을 없애면 산불을 끌 수 있다는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 산불로 불탄 집은 전부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있는 곳에는 불을 껐는가? 임도를 산 곳곳에 설치한다 해도 산불 현장으로 진입하여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현장을 보면, 국립공원이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불을 끄기 어렵다는 산림청장의 말이 거짓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산불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마을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주거지를 지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조건 산불만을 끄기 위한 진화작업은 문제가 있다. 산림청 산불진화 관련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가치를 종종 무시한다. 산청 주불이 잡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산불 피해현장 잿더미를 뚫고 초록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불로 많은 생명을 잃고 생태환경이 무너진 뒤에야 교훈을 얻은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산림청은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을 하고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의 산불현장 ▲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현장, 피해 정도가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고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고 그 피해도 적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층만 그을렸을 뿐 죽지 않았다. 공원구역안의 소나무의 모습, 숲가꾸기가 진행된 다른 숲들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사하지 않았음 하층으로 불이 지나갔으나 수관화로 이어지지 았았다. 그래서 소나무숲과 다르게 불이 산에서 산으로 넘어다니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동 옥종면 두양리 산불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음에도 산불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하동 두양리 임도 주변의 산불 확산 현장 소나무는 타 죽었지만 서어나무는 하부만 불이 지나갔고 죽지 않았다. 소나무는 수관화로 불이 이어졌으며 임도 주변의 소나무임에도 수관화로 이어져 불이 산을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5. 4. 10.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 기후위기
    2025-04-10
  • 1m의 세상
    1m의 세상 바야흐로 텃밭을 일구는 계절이 왔다. 손바닥만 한 밭이니 괭이로 파고 호미로 골라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만 뿌려 밭을 일구다 보니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괭이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 편에서 보면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느 때는 땀도 좀 식힐 겸 지렁이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감출 때까지 앉아 쉬며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렁이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지렁이가 하루 종일 꿈틀거리며 생명 활동을 하는 땅속 반경이 1m라고 해도 내가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밭을 일구며 보내는 삶의 반경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저는 부지런히 저의 세계를 살았다 해도 겨우 1m의 땅속 반경을 기어다닌 것이고, 나 또한 열심히 나의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우주의 한 점인 지구별의 어느 귀퉁이에서 평생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하루를 살다가는 객(客)일 뿐이다. 참으로 이런 허접하고 싱거운 생각을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여려져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등바등 죽네 사네 하며 한 생을 살고 있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우주의 지구별에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다. 지렁이처럼 평생 1m의 어두운 땅속 세상을 꿈틀거리다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말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주변의 풍광 또한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아무런 뜻도 없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그 뜬구름 같은 생각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벅차올라 눈앞에 펼쳐진 이 구체적으로 눈부신 봄날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 없다. 마른 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새잎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온 세상을 초록 바다로 만들어 출렁이는 봄 산을 보면 이 비루한 몸뚱어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이 정도 차오르면 푸르릉 날아오르는 감나무의 새 한 마리만 봐도 괜히 서럽고 아무에게나 무엇에게나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수없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도 어쩌다 제 감정에 겨워 세상이 만만해지니 그러는 것이리라. 일상 속 또 다른 일상을 보는 일이 항상 그런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늘 그 일상으로 건너가고 싶다. 텃밭의 지렁이가 되어 아무런 뜻 없이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고 싶은 것이다. 살아야 이승이고 죽으면 저승일 뿐이라는 말이나,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이런 심정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찰나의 한 生인데 권력과 부와 명예를 좇으며 불안하고 분노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보다 눈앞의 눈부신 봄날,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이 아니겠나. 글을 보내는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윤가의 파면 소식이 왔다. 별의별 추측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는 불신의 사회, 억지와 비상식의 나라가 되어 대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국민 덕분이다. (박두규.시인)
    • 문화예술
    • 지리산 편지
    2025-04-08
  • 침교육키즈의 생애 13편 "결혼 이혼 장애"
    교문안으로 검은색 벤츠 W-124 들어왔다. 교문을 통과한 벤츠는 학생회관 앞에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뒷 문을 열자 예쁜 여학생이 내렸다. “김기사님 첫 날 부터 늦으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나경은 학생회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오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다고 했다. 나경은 대학생이 된 자신이 너무 좋았다. 이제 나의 답답한 과거와는 결별이라고 나경은 외쳤다. “새내기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총학생회장 김문술입니다.” “당당하게 대학생이 되신 새내기 여러분!! 대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도 답을 하는 사람이 없자 총학생회자 문술은 다시 이야기 했다.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해서 이 대학에 들어왔지만 여러분이 한 번 생각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새내기 여러분 이제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 되었어요. 이제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내 주변에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줄 수있는 당당하고 멋진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즐거운 대학생활 하세요! 나경은 학생회관 제일 뒷 자리에 앉아 총학생회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라…. 방송에 나오는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 하는 것일까? 열심히 살면 누구나 부자가 되는 것 아니가?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난한 이유가 있고 부자인 사람에게는 부자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나경은 생각했다. 오리엔테이션의 2부는 각 과에서 준비한 행사가 있었다. 과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총학생회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는 학우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경은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찾기 힘들었다. 나경은 잠시 신입생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경은 가끔 자신이 일본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사는 것과 일본에서 사는 것은 많이 달랐다. 여기는 외국이고 거기다가 일본이었다. 나경의 남편은 재일교포 3세였다. “나경씨 저는 한국 이름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었요" “그래요?” “왜요?” “왜요라니요! “일본에서 한국 이름으로 사는 것은 불편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런가요?” “저도 한국 이름으로 살고 있고 많은 한국인이 일본에서 한국식 이름으로 살고 있는데요? “아 그거 하고 이거는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났고 학교를 다 일본인 학교에서 다녔어요" “그런데요? “ 일본에서 한국씩 이름으로 살면 왕따 당하기 쉽다구요" “ 그건 그냥 자신이 못나서 그런 것 아닌가요?’ “아.. 그것과는 다른 이유입니다.” 영진은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한국인 이라는 것 때문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더 하려고 했지만 나경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사람이 여기서 살던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진도 같았다. 나경이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영진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나경의 집이 생각보다 잘 산다는 것과 나경이 한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했었다는 것이었다. 나경은 가끔 자신이 대학생 시절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열열투사인 것처럼 이야기 할 때도 있었고 그래도 열심히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영진의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나경의 눈빛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나경의 모습은 보통의 평범한 유부녀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둘은 결혼 한지 4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없었다. 처음 2년은 나경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경은 마음이 변했을 때는 생각처럼 임신이 쉽지 않았다. 1년이 지났고 여전히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포기하려는 순간 아이가 찾아왔다. 건강한 남자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도 나경의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나경의 아이는 자폐아였다. 말 보다는 손짓으로 말을 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나경에게 “엄마”라고 불러주지도 얂았다. 무무무무…. 으으으으 나경의 아이는 세살이 되어서야 겨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자 문제는 더 악화 되었다. 산책을 하러 나가면 아이는 홀린 것처럼 뛰어 다녔다. 스미마센.. 나경은 이 말은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한국인이고 장애아의 엄마 나경은 강해지려고 했지만 매일 무너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금만 내가 더 노력하면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 처럼 될 것이라는 희망을 불꽃을 피우지만 저녁이 되면 다시 그 희망은 더 큰 절망이 되어 나경을 무너뜨렸다. 나경은 아이와 함께 언어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종종 거렸다. 여기를 다니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이런 치료를 받으면 좋아지지 않을까? 발달장애아를 치료 한다는 치료실이나 상담사를 찾아 다니는 것이 나경의 하루 일과가 되었다. 나경의 삶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영진은 나경에게 좀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영진은 매일같은 교회에 나가 아이가 좋아지기를 기도했다. 나경에게도 교회에 나가서 좀 더 열심히 하나님께 기도를 하자고 말했다. “나경씨 기도를 하면 예수님이 우리 아이를 구원해주실 겁니다.” 영진은 아들이 자신의 기도를 통해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나님은 모든 병을 낳게 해주십니다.” “우리에게 석민이를 태어난 것도 하나님의 계획일 겁니다.” 영진이 이런 말을 할 때 마다 처음에 거부 했지만 자신이 무너져 내린 다고 생각 했을 때 나경도 아이와 함께 교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영진과 나경은 매일 교회에 나가 아이가 보통의 아이처럼 살아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우리에게 시련을 주신 만큼 행복도 주실 거야 그치?” 영진이 5살이 되었을 때 나경의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라고 이야기 했다. 나경은 처음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이야기 했을 때 펑펑 울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더 이상이 언어 발달은 없었다. “엄마..무.. 어.. “ 나경은 아이에게 물을 가져다 주었다. 아이가 8살이 되었을 때 나경은 영진과 이혼했다. 나경은 길고긴 일본 생활을 정리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일본에서 키우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경은 떠나왔던 집으로 스스로 돌아갔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아이는 일본에서 보다 좋아졌다. 9살이 되던 어느날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나경은 다시 세상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 문화예술
    • 연재소설
    2025-04-07
  • 새벽 세 시
    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 김해화 시인은 철근 노동자로 살아왔고 칠순에 이른 나이에도 그 직업을 벗어나기 어려운가 보다. 그는 매일 캄캄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밥을 챙겨 먹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인 3시에 나선다. 그에게 새벽은 시간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늘 새벽에 나서야 하고 그 시간이 새벽일 뿐이다. 그래도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올 거라고 말한다. 그 뚝심 하나로 버텨온듯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감추고 산다. 나는 30년 가까이 김해화를 가까이 보며 살아왔지만 왠지 그를 보면 늘 미안하다.
    • 문화예술
    • 시를 찾아서
    2025-04-07
  • [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다양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3월 20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참새의 날입니다. 그것도 세계 참새의 날! 세계 참새의 날은 인도의 환경단체인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어티(NFS)'와 프랑스의 에코시티 액션재단이 2010년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고 합니다. 흔한 참새를 무슨 이유에서 날까지 지정했을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여서 흔하게 서식하는 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참새는 농경지의 감소와 도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서식지 감소, 유리창 충돌, 로드킬, 야생화된 고양이에 의한 교란)로 인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새의 서식 밀도는 1997년 제곱킬로미터당 183.6마리였으나 2010년 95.4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135.2 2020년 166.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23년 139.4마리로 집개 되었습니다. 2020년대비 19% 감소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82년도의 참새 서식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469마리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이렇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참새만이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2021년 제곱킬로미터당 66.7마리에서 2023년 56.5마리로 15.4%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13.4% 감소하였고 어치의 경우도 10.9% 감소하였고 박새도 15.6% 감소하였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 어치는 산속의 농사꾼입니다. 어치가 물어 나르는 도토리와 각종 씨앗으로 숲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치는 수다꾼입니다. 심심하면 고양이소리, 염소소리, 다른 새들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와 박새, 어치, 청둥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그냥 종 하나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참새는 곡식도 먹지만 식물에 붙어있는 진딧물과 같은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 개체수의 감소는 농가의 피해로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참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은 참새만이 아니라 모든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기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화된 고양이와 그리고 농경지 감소가 있습니다. 새대가리? 실제로는 지혜로운 새들 참새는 둥지를 만들 때 둥지에 생 ‘쑥’을 섞습니다. 쑥은 해충을 방지해 주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 둥지를 만드는 참새들이 쑥을 물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합니다. 이처럼 새들은 지혜로운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둥지를 만들기 위해 식물의 뿌리를 물고 왔습니다. 참새는 인가 주변 처마 밑이나 전봇대의 틈새 등 인가 주변을 둥지 장소로 선호합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적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 레이첼 카슨이 DDT 사용으로 인해 침묵의 봄이 올 것이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DDT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젠 다른 문제가 침묵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감소와 농경지 감소, 그리고 야생화된 고양이와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이제 우리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봄을,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할 것인지 말입니다.
    • 자연생태
    2025-04-01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5-04-01
  • [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24년 2월 초, 엄청나게 내린 눈을 뚫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도, 쥐를 쫒아간 족제비 발자국도 보면서 말이죠. 능선까지 갔었고,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눈의 무게에 조릿대가 길을 덮어 더디게 진행하는데, 저 앞쪽으로 퍼런 조릿대 무덤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쮸뼛 서며, 뒤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찍으려는 찰라 왼쪽으로 돼지 한 마리가 튑니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오는 상투적인 탄성과 함께 아래로 튀는 멧돼지를 따라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다시 한 마리가 튀어 나갑니다. 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어요. 크기는 한 100근(60킬로) 정도 나가는 돼지 두 마리가 조릿대 속에 있다가 저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간 거였어요. 모르긴 해도 조릿대를 꺽어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산실(새끼를 낳고 일주일 정도 키울 요량으로 만든 집)을 만든 자매 멧돼지였나 봅니다. 일단 다가가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덮인 눈 속에 퍼런 조릿대가 무덤의 봉분처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봤다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일이나, 여러번 봐왔던 터라 한눈에 멧돼지 산실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둥지를 헤쳐 내부도 보고 싶었으나 출산을 앞둔 예비 어미 멧돼지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그러면서 바로 드는 생각이, 여기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러 와야겠다 였어요. 이중 한 마리가 드나들면서 출산을 할 것이고 곧 새끼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 거지요. 산실을 본 반가움과 바로 내려와야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가보지 못했어요. (사진1. 멧돼지가 두 마리가 튀어나갔던 조릿대로 만든 산실) 어려서 동네 잔치에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고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을 이발소에 가면 큰 어미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커다란 액자도 붙어 있었구요. 오래전이라 액자 속의 새끼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열 마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열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치고, 숲에 있는 멧돼지도 새끼가 많지만 집돼지보단 적게 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먹이를 찾는 멧돼지보다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먹이 걱정 없는 집돼지의 새끼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다들 이해 하실겁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돼지를 잡으면 젖꼭지를 세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확하게 셀 수가 없는 겁니다. 뒷다리 쪽으로는 톡 튀어나온게 정확하나, 가슴쪽에 있는 건 거의 형태만 있지 제 구실을 할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거든요(가짜 젖꼭지). 언제 한번은 대략 7쌍(14개) 정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를 가축화 시켰기에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젖꼭지 수도 같아야겠으나 야생의 혹독함을 겪으며 집돼지보다 새끼의 수도 줄었으니 젖꼭지도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집돼지와는 달리 멧돼지는 산실에서 일주일 정도 키운 뒤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들은 도태되거나 천적에게 먹히겠지요. 물론 안락하진 않으나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크는 집돼지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자연에 맞서야하는 멧돼지니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맞겠지 싶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암컷들이 공동육아를 하며 야생에서 남는 법을 배우겠지요. 산에서 조사를 하다보면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낙엽이나 흙을 긁어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주둥이(코)로 밀고 다닌 흔적입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밤이나 도토리를 찾아 먹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산 아래 밭에 고구마를 세 고랑 놓았는데, 아침에 산책 다녀온 집사람이 고구마 고랑이 다 뒤집어져 있대서 가보니 멧돼지 짓이더라구요. 딱 고구마 밑이 들 때를 기다려 그렇게 다 먹어치운 거죠. 가끔 칡을 파먹은 흔적도 보이는데, 고구마처럼 녹말 성분을 좋아해서입니다. 식물성이 기본이지만 닥치는 대로 뱀까지 먹는 잡식인 멧돼지는 논에 들어가 분탕질을 하기도 하고,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기도 해서 농사꾼에게는 최고의 미운털이 박힌 동물이기도 하지요. (사진2, 고구마밭을 파헤친 흔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조사를 하다 임도로 떨어졌는데 저쪽에서 인기척이 나 가보니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멧돼지가 있더라구요. 얼마나 벗어나려 애를 썼는지 올무 반경의 흙이 밭을 갈아놓은것첨 보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상악골(코와 붙어있는 윗니)에 걸린 와이어가 더 조여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인거지요. 그때 드는 생각이, 이걸 지자체에 신고를 하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제 갈길을 가나였어요. 신고를 하면 예전엔 마취를 시켜 올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2019년부터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은 엽사를 보내 무조건 사살하고 샘플(양성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뽑는 피) 채취하고 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회뿌리고 묻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대로 두고 오면 올무를 놨던 사람이 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하겠지요.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구간에 전라북도 남원 산내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마천의 경계에 등구재가 있습니다. 마천의 창원마을쪽 등구재 바로 아래 조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에 소류지 주변에서 멧돼지가 풀을 뜯어 만든 산실도 본적이 있는 터라, 기다렸다가 멧돼지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쌀쌀했으나 소류지 뚝방에 메트리스를 깔고 납작 엎드려 건너편 물이 내려오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기다렸어요, 돼지가 갑자기 보이는 겁니다. 하도 오래 엎드려 앞만 보고 있었더니 잠시 놓쳤던 거겠지요. 돼지가 천천히 나타나는데 해도 넘어갔고, 앞을 가린 나뭇가지로 시야는 안좋았으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느긋하게 자리를 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머리와 등을 제외한 몸에 물이 묻어 있더라구요. 돼지는 사람처럼 피부로 열을 발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진흙목욕을 선호합니다. 충청도 어느 산에는 봉분이 죄다 패여 있는 겁니다. 비가오면 돼지가 위에서 목욕을 하고 벌건 황토를 주변 소나무 여러 군데에 묻혀서 이동한 동선이 보일정도로 말이지요.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고라니나 담비, 멧돼지는 멋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죽게 되면 털속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드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요. 체온이 식어 숙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는 이유는 더워서도 있지만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들어가는 것보다 물이 고여 자작한 진흙을 선호하지요. 뒹굴며 체온을 식힘과 동시에 몸에 흙이 달라붙게 만드는 겁니다. 어느정도 굳어지면 주변에서 송진이 베어나오는 나무를 찾아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등. 튀어나온 엄니(송곳니)로 상처를 낸 다음 송진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가려운 곳 순으로 긁어대것지요. 이렇듯 몸을 비비는 나무를 멧돼지 베개목, 또는 비빔목이라 불러요. 멧돼지 물통(진흙목욕을 한 곳) 주변에는 대개가 비빔목이 있답니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비벼댔는지 빙 둘레 수피가 다 벗겨져 죽어가는 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송진의 테르펜 성분이 항균작용을 하는걸 아는 모양입니다. (사진3, 멧돼지 물통과 비빔목-흙탕물이 있는 걸로 보아 목욕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산불이 있었던 곳에 조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다 타서 시커멓게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숲에 멧돼지가 쉬거나 잠을 잔 흔적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층식생이 다 타고 없는 곳에 쉼터 자리에만 주름조개풀이 보이는 겁니다. 숲 가장자리에 사는 주름조개풀의 끈끈한 열매가 멧돼지 털에 붙어 거기까지 이동한 것이죠. (사진4,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관에 멧돼지 산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땅에 맹수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야생동물들은 거의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멧돼지는 사람 말구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생태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죠. 그러나 농사꾼들에게 눈에 가시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로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입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였으며, 농사꾼에겐 홀대받을 지언정 알아주는 이 적어도 묵묵히 숲을 가꾸는데 일조한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위해 설치한 펜스로 의도치않게 다른 야생동물의 통행까지 막아 민폐를 끼치게 된 멧돼지.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유해조수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거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 추적자 학교 하정옥 / 글.사진 추적자학교 하정옥
    • 자연생태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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