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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파괴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독소조항 삭제하라!
- 전남광주가 통합을 하면서 만들어진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독소조항등이 가득합니다. 자연공원법의 공원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공원관리청과의 협의가 없어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제93,제94조는 국립공원을 보전이 아닌 유원지화 할 것이며 제264조에는 '공익사업'의 경우 특별도지사가 국립공원 해제를 요청할 수 있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과거 흑산도공항을 허가해주었던 것처럼 지리산의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여 케이블카던 리조트, 그 무엇이든지 건설할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제271조는 백두대간보호법까지 무력화 시켜서 국가의 정맥인 백두대간까지 파괴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이에 지리산사람들/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당과 전남, 광주 지자체장의 지리산 파괴 행위를 강하게 규탄합니다. 성명서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파괴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독소조항 삭제하라! 민주당은 민족의 영산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멈추라! 지리산은 전남도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영적인 존재이다. 지자체와 민주당이 마음대로 개발하고 파괴해도 되는 일부 집단의 소유가 아니다.그러나 전남,광주를 통합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특별법(제264조)에는 ‘공익사업’이라는 모호한 내용으로 국립공원에 대한 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다.이와 연계하여 제271조(산림이용진흥지구 내 적용의 특례) 3항에 자연공원의 공원시설(제18조제2항제1호나목)로 들어가 있는 [공원자연보전지구에서 허용되는 ‘최소한의 공원시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공원시설에 들어가 있는 궤도,삭도(케이블카)를 포함한 것으로. 이는 지리산을 겨냥한 법 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민족의 영산에 쇠말뚝을 박기 위한 법을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민족의 영산을 파괴하는 악법의 독소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규모 규제 완화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산림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산림이용진흥사업을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이는 산림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규제를 원천 차단하고 지리산을 산림이용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같은 법 4항을 보면 궤도운송법이 명시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지리산의 그 어디든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악법은 독소조항을 즉각 삭제하고 이 법안을 만든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 국립공원 유원지화 하는 제93조, 제94조에 있는 자연공원법에 대한 무력화 시도를 삭제하라! [제1장 ‘전남광주통합특별법’ 개발 계획]의 제93조, 제94를 보면 ‘개발사업을 하려는 자는 통합특별시장의 시행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같은 법 제94조를 보면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자가 제93조에 따른 개발사업의 시행승인을 받거나 의견을 들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허가, 인가, 지정, 승인, 협의, 신고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지자체장의 행위 허가와 국가기관의 행위 허가가 나누어져 있는 것은,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이해 관계자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관리, 감독, 제제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인허가, 승인 등을 생략할 수 있다면 이는 규제 기관이 사라지는 것으로 ‘심판’ 없는 경기장으로 묻지마식 난개발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여기서 더 큰 문제는 같은 법의 33항에 [자연공원법 제71조 제1항에 따른 공원관리청의 협의]가 포함되어 있다.공원구역의 행위 허가를 모두 특별시장이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립공원의 이용과 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시설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자연공원법]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국립공원에 대한 난개발의 빗장을 열어주게 될 것이고. 이는 국립공원의 지정 이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리산에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 난개발 조항 삭제하라! [제2장 에너지사업의 제109조 영농형 태양광 지구 지정 특례]를 보면 자연공원 안에도 제2항에 따라 통합특별시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자연공원법]을 무시하고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는 공원구역 안에도 나무를 베어내고 생명들의 집을 파괴하여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전이 우선시되는 자연공원의 지정 이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리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곳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전 국민과 지리산에 살아가는 생명들의 쉼터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개발과 케이블카 추진으로 위협에 놓여있다. 그나마 [자연공원법]이 지리산을 지켜내고 있었으나 전남과 광주가 통합되며 만들어진 법안이 [자연공원법]을 무력화시켜 지리산에 칼을 겨누려 하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칼을 겨누는 것으로 미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지리산은 반달가슴곰, 삵, 담비, 고라니와 같은 생명들의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이다.보호지역을 늘리고, 자연을 보전하자는 세계적 흐름 속에 이 흐름을 역행하는 ‘난개발 특별법’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전남 도민으로써의 수치이다. 그리고 보호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도 반하는 행위이다. 하나,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훼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의 [국립공원 해제 요구] 항목 즉각 삭제하라! 하나, 특별법에 들어가 있는 행위 허가 생략에서 [자연공원법] 항목을 삭제하여 지리산을 향하는 난개발 계획을 즉각 멈추라! 하나,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백두대간 보호법]을 무력화시키는 조항을 삭제하라! 하나, 제93조, 제94조, 제109조, 제206조, 제264조, 265조, 제271조에 자연공원법을 무력화하는 난개발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삭제하라! 2026년 2월 9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문의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사무국장 정정환(010-2972-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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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파괴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독소조항 삭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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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유람기]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 [반달곰1%유람기] 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순간적으로 장면이 바뀌는 영화처럼 구례읍 성당 뒷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풍경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소식다료. 반듯한 벽면에 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수묵화 같은 인테리어 공간이 나타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작은 숨을 쉴 수 있는 찻집’. 누군가에게 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운명적인 이끌림, 차(茶)그리고 구례 소식다료를 운영하는 장이 님이 처음 차를 접한 건 12년 전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서였다. 도시에서 커피에 익숙한 그녀에게 차(茶)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그 순간이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되짚어보니 그곳은 선암사의 다실이었는데 구례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곳인지, 본인이 구례에서 다실을 운영하며 살게 될지 그때는 몰랐다. 여행이 끝난 후 차에 대한 호기심에 폭풍검색이 시작됐다. 마침 회사 근처에서 티소믈리에 과정을 수강할 수 있었고, 한국차를 공부한 이후에는 차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차를, 그리고 대만차, 일본차를 순차적으로 공부해 갔다. 사실 5년 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처음 자리 잡은 곳은 구례가 아니었다. 화개에 머물면서, 남해와 하동, 악양에서 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하면 네비게이션이 구례로 길을 안내했다. 볼 일을 보러 구례에 오면 가끔은 구례읍을 탐험하듯이 산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성산 주변을 산책하다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거기서 ‘주택매매’ 팻말을 발견했다. “뭐에 홀린 것 같았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계약을 했죠.” 그리고 찾아든 불안감. 지인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구례에서 살 수 있을까? 잠도 오지 않았다. 그때 도움을 준 사람이 호호의 숲 류호화 님이다.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는 질문에 울음이 터져버린 장이 님의 손을 이끌고 구례의 다정한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여기저기를 안내해줬다. 그렇게 구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매일을 화개에서 구례로 출퇴근하다시피 한 공사를 마치고, 23년 9월 소식다료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굳이 호지차여야 하는 이유 소식다료는 호지차 전문점이다. 찻집을 준비하면서 손님들이 쉽고 편안하게 차를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지차를 선택했다. 한국의 차는 격식과 예를 중시하는 느낌이라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일본의 호지차는 우리나라의 보리차처럼 남녀노소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로 맛도 구수해서 호불호가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아기도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아기짱차’라고도 불린다. 호지차는 증찜과 건조 후 고열로 로스팅을 하는데, 소식다료에서는 개조한 커피로스팅기로 일주일에 한 번 직접 로스팅한다. 또 소식다료의 호지차는 장이 님의 개성 있는 블렌딩으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와 블렌딩한 코히호지차는 때때로 강한 커피향에 유혹되지만 카페인에 민감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다과로는 호지차 베이스에 간장과 마스코바도를 졸인 소스를 곁들여주는 소식차병이 있다. 구례사람은 10% 할인된다. 호지차를 팔고 있어서인지 일본풍 찻집이라는 후기가 많은데, 약간은 억울한 면이 있다. 인테리어는 깔끔한 걸 좋아하는 주인장의 취향이고, 구비되어 있는 찻잔이나 다구, 소품 등은 대부분 한국작가가 만든 것들이다. 호지차도 일본차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하동 제다원에서 가져오고, 걸려 있는 그림도 구례에서 알게 된 친구가 그린 민화, ‘책가도’이다. 굳이 말하자면 소식다료는 주인장의 안목과 취향으로 탄생한 감성과 개성의 공간이라는 것. 소식다료만의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다실이 작고 테이블이 바테이블처럼 배치되어서인지 혼자 오시는 여자 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말없이 조용하게 차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나가면서 수줍게 인스타 메시지를 확인해달라고 했던 손님이 기억난다. ‘그 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데 차를 마시고 이 공간에 머물면서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고맙다.’는 메시지였다. 순간 울컥했다. 그리고 오히려 손님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왜 찻집을 하려고 했는지 초심을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고. 0.1초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자연의 힘 장이 님은 사실 구례로 오기 전까지는 여행객처럼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그 안의 동식물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구례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환경이나 동물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반달곰 복원사업이나 오삼이에 대해서도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반달곰 1%가게로 참여하는 것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귀촌해서 세운 목표 중에 하나가 절대 로드킬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단다. 그런데 차도로 뛰어드는 개구리들은 피할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니….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반달곰 1% 가게로 참여하면서 미리 쿠폰을 알고 오시는 손님도 많지만, 소식다료에서 쿠폰을 보고 관심을 보이시는 손님도 많은 편이다. 입구 옆쪽으로 호지차를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함께 자리한 반달곰 쿠폰이 꽤나 존재감 있게 보인다. 손님들이 발견하고 궁금해하면 자연스럽게 설명해드리고 있다. 구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 중에 하나가 눈을 들면 어디서나 지리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장이 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출근을 하려고 집에서 나오면 보이는 지리산은 그녀를 0.1초 만에 무장해제시킨다. 도시를 벗어나 귀촌해 살면서도 사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부대끼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순간들은 존재한다. 그런데 그 0.1초의 순간, 평화와 안정이 찾아든다.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장이 님의 목표는 앞으로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찻집을 하는 것이다. 살면서 깊이 빠져들게 된 첫 취미가 바로 차(茶)였는데, 그녀는 선암사에서 처음 차를 접했던 그 순간, 그때 알았던 것 같다고 한다. ‘아, 나는 죽을 때까지 차와 관련된 일을 하겠구나!’하고. 10년, 20년 후에도 구례성단 뒷골목 어느 곳에 소식다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6년 현재 구례 11곳, 하동 12곳으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글쓴이 : 강은경 구례 봉서리에서 반달곰1%가게인 '느긋한쌀빵, 느긋한점빵'을 운영한다. * 이 글은 가게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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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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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유람기]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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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① 우리는 어쩌다 ‘주옥’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 [곰주옥 X 인간주옥] 우리는 어쩌다 ‘주옥’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내 이름은 ‘주옥’이다. 어린 시절 나는, 주옥이란 이름이 못마땅했다. ‘ㄱ’으로 끝나는 이름은 차갑고 무뚝뚝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때는 ‘천당과 지옥’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다혜, 현아, 수정 등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개명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친구 중에 ‘언년’이가 있었고, 언년이가 이름 때문에 심한 상처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주옥’ 정도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주옥이란 이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1학기 첫 시간에 국어 선생님은 출석을 부르다가, “‘주옥’, 누구냐?”라고 물었다. 손을 들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책상 앞에 오신 선생님이 손바닥을 내밀어보라더니, 펜으로 ‘주옥’이라 쓰시고는 ‘이렇게 예쁜 이름을 누가 지어주셨냐?’고 하셨다. “네? 아버지요.” 그날 이후 나는 손바닥을 볼 때면, ‘주옥’이라고 써나가던 펜의 감각이 살아난다. 간질간질한 따뜻함이 온몸에 전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숙, 용, 훈, 태, 명, 환, 열, 순 등을 돌림자인 ‘주(柱)’자 뒤에 붙이는 방식이었고, 세상의 모든 글자 중 하나인 ‘옥(玉)’자가 그냥 얻어걸렸다고 짐작했다. 곰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내보기로 한 2026년이 시작되었다. 2026년 1월 6일, 나는 동료들과 ‘구례 곰 마루쉼터’(곰쉼터)를 찾았다. 2025년 9월 말에 문을 연 곰쉼터는 ‘국내 1호 공립 곰 보금자리’이다. 이곳의 곰들은 열악한 사육 환경이나 농가 방치 상태에서 구조된 이후 비로소 기본적인 보살핌을 제공받고 있었다. 이곳에서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팔다리가 없는 곰들을 처음 만났던 날, 나는 이 곰들과 무엇이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 ‘무엇이라도’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우리에게 곰쉼터 곰들의 이름과 특징을 이야기하던 최신영 수의사가 “참, 이 곰의 이름은 ‘주옥’입니다.”라며 나를 바라봤다. ‘앗! 주옥이라고?’, 살면서 ’주옥‘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게 딱 한 번인데, ‘주옥’이란 이름을 가진 곰을 만나다니, 반갑고 신기하고 강한 연결감이 전해졌다. 순간 곰을 향해 손을 뻗을 뻔했다. 이 곰은 어쩌다 ‘주옥’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이곳에 곰들이 처음 들어올 때는 전부 관리번호로 불렸어요. 1번, 2번, 3번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평생을 이곳에서 살 친구들을 번호로만 부르는 게 너무 정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원들끼리 이름을 붙여주자고 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까 내 이름을 붙일래’, 이런 식으로요. 저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곰이라 ‘옥주’라고 부르고 싶었는데 제 이름이랑 헷갈릴 것 같아서 앞뒤를 바꿔 ‘주옥’, 그래서 ‘곰주옥’으로 불리게 됐어요.” (2026년 2월 2일 임옥주 수의사 면담) ↑ 관리번호 BF-08의 이름은 ‘주옥’이다 곰주옥을 만나고 나니, 내가 ‘주옥’이 된 것에도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대설에 시작된 추위가 계속되던 날에 아버지를 뵙고 인간주옥이 ‘주옥’이 된 이유를 물었다. 주옥:제 이름이요, 왜 ‘주옥’이라 지은 거예요? 아버지:작명법이 있는데, 너희는 ‘주(柱)’자가 돌림이거든. 기둥 주를 쓰고. 그다음에 획수를 따져서 알맞은 글자를 찾은 거야. 주옥:작명법이요, 그런 게 있군요? 아버지:책이 있지. 주옥:구슬 옥, 이걸 찾은 게 아버지세요? 아버지:내가 찾았지. 부르기 좋고, 첫째는 그거야. 그리고 획수가 맞아야 돼. 그 책에 보면 나와. 그래서 숫자에 맞는 글자를 찾다 보니까 ‘옥’이 된 거야. (2026년 1월 24일 인간주옥과 아버지와의 대화) 그동안 나는 ‘주옥’이란 이름이 부르기에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버지는 부르기가 좋다고 하셨다. 이런 걸 ‘간극’이라고 말해야 할까? 나와의 대화를 멈추신 아버지는 서재로 가시더니 족보를 가져오셨다. 아버지:족보에는 여자들 이름은 안 올라가고, 누구의 처, 이렇게 돼 있지. 여기도 그럴 거야. 주옥:아, 할머니 이름은 없고, 할머니의 아버지와 관련된 사항은 있고. 여기에 아버지가 제 이름을 써넣은 거예요?. 아버지:그렇지, 나중에 족보를 다시 하게 된다면, 다른 집은 모르지만, 내 집안에 대한 거는 이대로 하려고 해놓은 건데. (2026년 1월 24일 인간주옥과 아버지와의 대화) ↑ 여성 ‘주옥’의 이름을 써넣은 족보 요즘은 족보를 만드는 집이 없으니 내 이름이 인쇄된 족보를 볼 일도 없고, 또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세상에 없는 족보, ‘주옥’이라는 여성의 이름이 올라간 족보를 간직하고 계시다는 게 놀라웠다. 인간주옥은 이 사실이 가슴 벅차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졌다. 또 다른 주옥인 곰주옥은 그동안 관리번호로만 불렸다. 그에게 이름을 붙인 임옥주 수의사는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곰이야, 그러니 너에게 나를 그대로 반영할게’라고 말하며, ‘주옥’이라 이름 붙였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따뜻함이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순간이다. 곰주옥과 같은 이름을 갖은 인간주옥은 곰주옥과의 만남을 계기로 곰쉼터에서 살아가는 곰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그곳의 삶은 어땠는지, 그들의 몸이 기억하는 것은 무엇인지, 곰쉼터에서의 하루는 어떤지, 곰이 곰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등을 면담과 관찰, 자료 조사를 통해 쓸 예정이다. [곰주옥 X 인간주옥]은 같은 이름으로 이어진 곰과 인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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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곰주옥X인간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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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① 우리는 어쩌다 ‘주옥’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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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탈핵시민행동’의 깃발을 들고 ‘탈핵희망전국순례단’은 2026년 혹한의 1월 5일, 16일간 고리팀(고리-세종 구간), 영광팀(영광-세종 구간), 세종팀(세종-서울 노량진 구간)으로 나누어 순례를 이어갔습니다. 1월 20일, 마지막 16구간은 모두가 노량진에서 모여 청와대를 향했습니다. 청와대 도착해 미사를 진행한 뒤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후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비서관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중 세종팀 구간을 걸었습니다. 이번 순례는 정부가 신규로 대형 핵발전소 2기를 더 지을 목적으로 ‘이름만 공론화’를 내세우며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긴급하게 조직되었고, 부당성을 시민들과 연대하며 막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순례의 기조는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입니다. 아침 8시. 순례자들은 동그랗게 모여 ‘탈탈탈(탈핵•탈석탄•탈송전탑) 순례가’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씩씩한 탈탈탈 순례단. 생명평화 지켜내는 탈탈탈 순례단~” 노래에 맞추어 각자의 깃발을 겹치며 탈탈탈을 외칩니다. 하루 약 15~20km. 세종, 오송, 옥천, 청주, 천안, 평택, 오산, 수원, 안양, 과천, 노량진, 청와대까지, 1월 5일부터 20일까지 세종팀은 약 200여km를 걸었고, 고리팀•영광팀•세종팀을 합해 총 850여 km를 걸었습니다. 길 위에서 시민들과 만날 때,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추운데 왜 나왔어요? 제 말이요. 왜 추운데 이렇게 나오게 하는지. 지역주민들 참여도 없이 1월에 신규핵발전소 건설 결정한대요. •핵발전이 뭐예요? 집에서 전기 쓰시죠. 그 전기 만드는 공장인데... 아무도 책임을 못 짓는 핵폐기물 나오는 공장을 말해요. •방사능 위험하지. 네. 저는 방사능 무서워서 이렇게 걸어요. 핵 없이 살자고요. •그럼, 없으면 전기는? 전기 걱정되죠. 저도 전기가 없으면 걱정돼요. 근데 이제 기술이 달라졌어요. 재생에너지 많이 늘리면 되어요. 혹시 전기 아껴 쓰나요? 그거 잘하시는 거예요. 백날 성장만 하면 뭐해요. •뭐라고 쓴 겨? 또 지으면 안 돼! 오래 쓴 거, 노후 된 거? 또 쓴다고? 안 돼! 하고 썼어요. •또 지어? 어디에 있는데? 미친 거죠. 자, 서쪽에 영광. 동쪽으로 가 봐요. 저 밑에 부산. 좀 더 위로 가 봐요. 울산, 경주. 더 위로 가 봐요. 울진이 있어요. 핵발전소 거기에 있어요. 근데 또 짓는대요. •힘들겠네 추운데. 하필 엄동설한에 나와 가지구. 그래도 얘기 안 하면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 울어요. 이건 그들만의 일이 아니에요. 나와 가족, 이웃, 우리 모두의 일이에요. •어디서부터 걸었어요? 부산 고리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영광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우리는 세종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오늘이 6일째에요. 16일 걸어서 청와대까지 가요. •어디서 왔어요? 각자 다른 지역에서 모였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더 많아요. •어머나 청와대까지? 네. 우리 생각을 직접 가서 말하려구요. •아이고야 사람들 많다! 그래서 좋아요. 같이 걸으실래요?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뭐할라꼬 걸어요? 그러게요. 뭐 할라고 우리는 걸을까요. 우리 다 전기 쓰잖아요. 근데 도시에서 전기를 더 많이 쓰는데 자꾸만 지방에다 위험한 핵발전소를 짓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제 그만 안 된다고 이렇게 걸어요. 말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전기 안 써요? (웃으면서) 저도 쓰죠. 첫 번째, 전기가 모자르지 않아요. 두 번째, 다 쓰고 난 핵폐기물 누구도 책임 못 져요. 어르신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해요. •(곁눈질 하는 시민에게) (몸에 붙어있는 몸자보 가리키며) 봐 주시니 좋습니다. •핵발전소가 얼마나 있나요? 32기예요. 근데 40년 다 쓴 걸 10년 더 연장해서 돌린대요. 글구 신규 핵공장 2기도요. •몰랐어요. 경주에 있는지. 거기 APEC 한 데 아니에요? 맞아요. 그 경주 맞아요. 근데요. 핵발전소랑 1km도 안 되는 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요. •이재명 대통령은 안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뉘앙스였는데... 짓는다고 하네요. 헐 •이 정부도 한데요? 네 한데요. ㅠㅠ. •이렇게 걷는다고 되나? 되더라구요. 바뀌더라구요. 이렇게 지나치지 않고 말 걸어주시잖아요. 함께 고민해요 고맙습니다. •응원해요. 고맙습니다. 힘 팍팍 임다. 힘 받고 출발~오예^^ •대신 해 줘서 고맙지 뭐. 아이쿠. 저는 누구나 즐겁게 살길 바래요. 그래서 거리에 나왔어요. 같이 고민해요. •난 반대하는 것 까지는 생각도 못햐. 괜찮아요. 자꾸 이야기 나누면 되어요. 지금처럼 •이제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모든 건 관심부터라 생각해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좋아요. •다음엔 언제 걸어요. 그땐 참여할게요. 오예~ 연락처 저장해도 될까요? •이 사람들이 매일 같이 걸어요? 매일 같이 걷는 분들도 계시고, 그날그날 달라요. 몇 명 걸을 때도 있고, 몇십명이 걸을 때도 있어요. 지역마다 달라요. 세종에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까지 걸으며 만난 시민분들과의 비록 짧지만 반가운 대화입니다. 마주친 분들의 궁금증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탈핵이라는 어쩌면 일상과 먼 듯한 주제를 거리에서 나눈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을 걸어 주셔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또한 유난히 추웠던 날씨임에도 순례자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주신 지역 시민분들 덕분으로 따뜻한 순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연대의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순례 중에도 지역에서 일어난 사안들을 살펴보며 만남과 연대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세종에서는 한국GM세종부품물류센터 하청노동자 분들이 직영화와 고용승계를 위해 투쟁하는 천막농성장을 찾아뵈었습니다. 청주에서도 충북교육청에서 단체와 임금교섭 쟁취를 위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교육공무직충북지부의 투쟁현장도 방문하였습니다. 참사의 오송지하차도를 지나며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렸고, 천안에서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분들의 묘터도 둘러보며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이 원불교에서 수상하는 ‘천지보은상’ 소식에 일행과 함께 찾아가 축하도 드렸습니다. 서울 세종호텔 로비농성장도 방문했는데, 노동자분들은 해고복직투쟁을 1500여일을 넘게 해오고 계셨습니다. 1월 14일에는 수원의 시민단체와 종교계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 대응하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발언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왜 이리도 급했던가요? 이를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있을까요? 허울뿐인 공론화를 통해 핵발전소 2기를 지을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참여의 기회도 박탈된 비민주적인 작태입니다. ‘핵발전 축소’와 ‘재생발전 확대’는 이미 성립된 시민사회의 의지였습니다. 에너지는 아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산업사회와 성장위주 경제 이면에 드리운 과다한 에너지소비는 결국 탈을 내고 말았습니다. 기후와 핵, 경제와 전쟁위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AI라는 편리의 도구, 새로운 소비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정부는 신규핵발전소 추가건설,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전국을 관통하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자본과 정부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전환’입니다. 위험한 ‘핵발전’을 ‘재생발전’으로, 재생에너지라도 적당하게 소비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편리와 돈’을 덜 쫓아야 에너지 전환 사회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민사회를 기만하고, 사람과 뭇 생명의 삶을 파괴하는 폭거임이 분명한 신규핵발전소 건설은 멈춰야 합니다.” 1월 20일, 청와대 앞에서의 기자회견은 많은 수의 순례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습니다. 울산 북구에서 오신 이현숙님의 발언은 핵발전소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부산, 울산, 경주는 세계 최대 밀집지역, 최고의 위험 지대이며, 정부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호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민주사회에 반하는 정부의 행태는 일상과 내일의 안위를 꿈꾸는 800여만명의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결사항쟁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순례단 발언도 있었는데, 부산 고리팀의 구호와 영광팀의 간략한 발언, 세종팀의 랩을 부르는 것으로 짧게 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컴언,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수.명.연.장.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에게 평화가 있기를 피이스...” 이후 3명(고리,영광,세종팀)이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기후환경에너지 이유진 비서관과 ‘졸속 공론화 중단과 건설 계획 전면 철회 요구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하였습니다. 사전에 저희 3명은 쫓겨나더라도 성과 없이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4시간 버티며 결국, 23일 금요일 오전 8시에 ‘탈핵시민행동’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과의 면담을 약속하며 순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지리산 백무동행 12시 막차 버스를 타고 마침내 집으로...^^ 그런데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발표하였는데, 90%가 핵발전 필요하다, 70%가 신규핵발전소 추진해야, 60%는 안전하다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며칠 뒤 1월 23일, 여의도 주변 회의장에서 만난 면담 자리에서도, 장관은 여전히 철회의 의사를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26일,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 등의 전력 수요 급증과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신규핵발전소 2기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탈핵은 마라톤이다.’라고 저는 늘 생각하는데, 이렇게 최근 흐름을 보면 정말 비유되듯 돌아갑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싸워나가야 하는 형국의 연속이니까요. 탈핵신문 운영위원이며,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인 이헌석님은 27일 ‘탈핵시민행동’의 광화문에서 열린 신규핵발전소 건설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5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애써 피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첫째,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전력이 정말 필요하다면, 핵발전소를 용인과 수도권에 지어라. 굳이 왜 멀리 있는 곳에 지으려 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핵발전은 출력을 제어할 수 없는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발전은 늘어나는데 유연한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울산과 영덕, 울진에 신규핵발전소를 지으면 그 곳엔 수요는 없다. 또 다시 전국에 송전선로를 지어야 한다. 어떻게 할 건지 밝혀야 한다. 넷째, 핵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준위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부의 계획으로도 부지 선정 작업을 30년이나 진행해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핵폐기물을 양산할 것인가. 다섯째, 핵발전소가 6기나 10기로 밀집되어 있어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또한 인근에 대도시가 포함되어 있어 피난은 불가한데 정부의 방책은 있는가. 위 내용을 접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여론’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여론은 그동안 핵산업과 이를 보조하는 정부와 학계, 언론 등의 카르텔로 인해 왜곡되어 왔음입니다. 다방면의 공작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라는 환상을 수십년에 걸쳐 가스라이팅 하였던 것입니다.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90%도, 신규건설 추진해야한다는 70%도, 안전하다는 60%도 거짓입니다. 조작된 결과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숙의 없고 조악한 공론화, 신속하게 처리한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핵발전의 진실이 드러나고 ‘만들어진 여론’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지금까지 순탄하게 유지해왔던 이윤과 이익이 사라지는 악몽입니다. 한편 놀랍게도 ‘만들어진 여론’에서 조차 향후 ‘재생발전’ 확대 필요성이 50%에 가깝다는 사실은 고무할 만한 일입니다. 다시 순례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시민들과의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비록 진실이 가려져 서로를 경계할 때도 있지만, 안전을 바라는 마음엔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차 핵발전의 베일이 벗어지고, 더 큰 고민과 대안을 나누는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이 때는 찬반으로 나눠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갈등도 사라지길 바라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이 탈핵을 가로 막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카르텔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리와 돈’이라는 성장주의의 산물을 개인과 사회는 줄여나가야 합니다. 에너지의 과다한 소비는 핵발전소의 불을 결코 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16일간 탈핵 순례길에 마음으로, 걸음으로, 응원으로, 기획으로, 홍보로, 웃음으로, 환대로, 모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에 함께해 주신 동지들, 마주했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잠자리와 공간, 식사를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또 전 구간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주신 경찰분들과 참여 아이디어도 주신 시민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함께 내디딘 걸음, 서로 나눈 대화와 눈빛, 영상, 응원, 순례나눔 시간에 했던 소중한 이야기들... 그 모든 순간들이 기쁜 기억으로 마음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순례는 끝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식과 역량으로 할 수 있을 만큼 이어가는 탈핵의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은 힘들더라도, 끈끈한 탈핵정신과 연대로 반드시 신규핵발전소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핵발전소의 불을 끄는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촐한 글임에도 읽고 연대해주시는 지리산인 독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앗싸, 이 땅에 탈핵!! P.S 2026.1.2. -순례 나서기 전 용인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지윤의 메세지와 키링- ♡♡♡ "응원합니다 순례할때 키링 달고 가세요. 제가 뜨개한거에요" 고맙구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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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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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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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리산 지하수를 끝가지 지키겠다! _경남도의 증량 허가에 맞서며
- 우리는 지리산 지하수를 끝가지 지키겠다! _경남도의 증량 허가에 맞서며 2024년 12월 경남 산청군 삼장면 덕교리에 사는 한 주민이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흙탕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삼장지하수보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하수 고갈로 인해 2024년 경남 산청군 삼장면 덕교리의 한 나무가 말라죽어 주민들이 베어낸 모습. 삼장지하수보존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를 함께 읽어 주세요 지리산산청샘물의 지하수 증량을 허가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상남도를 규탄한다 일시 : 2026년 2월 2일 월요일 성명서 발표 단체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담당자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사무국장 정정환 연락처 : 010-2972-3398 지하수는 공공의 자산이다. 개인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환경청, 경남도는 공공의 자산인 지하수를 개인이 난개발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으며 주민 피해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2026년 01월 30일 지리산산청샘물이 신청한 지하수 증량허가 신청서를 허가하였다. 이는 경남도민을 무시한 행정이다. 이에 우리는 경상남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절차적 과정에 결함이 있는 환경영향조사서 경상남도가 증량 허가를 내주기 위한 근거가 되었던 환경영향조사서는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있는 평가서이다. 기존 집수구역 면적인 458만㎥으로 지하수 증량을 신청하지 않고 집수구역을 965만㎥로 두 배 확대하여 환경영향조사서를 작성하였다. 두 배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의 과정에서 자진 철회하였지만, 사업자가 집수구역을 두 배 확대하려 시도한 것은 기존 집수구역으로는 사업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하수양수검사 거부, 이는 지하수 고갈의 위험을 알고 있음을 의미 환경영향조사서를 작성하면서 주민의 지하수는 조사하였지만, 자신의 사업장에 대한 양수검사는 거부하였다. 이는 스스로 지하수가 고갈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심의위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사업을 통과시켰으므로 과연 제대로 된 검토를 하였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주민 고발, 이게 향토기업의 행동인가 지리산산청샘물은 스스로 ‘향토기업’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리산산청샘물은 지하수 증량을 반대 주민들을 법적으로 고발하고 있으나 협의 없음이 나왔다.그럼에도 다시 고발하는 등 주민을 괴롭히고 있다. 이게 과연 향토기업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절차적 규제나 반려할 규정이 없다는 경상남도 경상남도는 주민 90%의 반대, 산청군, 산청군의회의 반대 의견과 부실한 환경영향조사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반려할 규정이 없다.’며 주민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하였다. 이는 주민과 지자체,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여야 할 경상남도가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이는 지하수 업체의 대변 단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도대체 경상남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비공개,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환경영향조사서’ 민주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이다. [먹는물관리법]에 지하수를 신규로 허가받거나 증량을 신청할 경우 환경영향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을 잡고, 문제와 환경적 영향, 주민들의 피해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환경영향조사가 엉터리로 추진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주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사업임에도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과정도, 환경영향조사서 초안 조차도 공개되지 않아서 정상적으로 환경영향조사서가 작성이 되었는지, 문제가 없는지 시민사회와 주민이 검토할 과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서 형식적으로라도 주민의 의견이 반영시킬 이유 조차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은 당장 중단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여 절차적으로 정당한 방식으로 평가가 가능할 때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그러나 경상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 허가를 내주었다. 이는 지역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국가기관으로써의 직무유기이다. 심의위원의은 지하수 고갈을 지적하였다. 이를 무시하고 허가한 것은 심의위원의의 의견을 듣고 평가하여야 하는 관련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지리산산청샘물이 작성한 환경영향조사서를 검토하였던 심의위원은 지하수 고갈 위험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를 무시하고 환경영향조사서를 통과시켰다. 환경청에 근무하는 관련 업무 담당자, 환경청장은 지하수에 관하여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기에 ‘심의위원의’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먹는물관리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환경영향평가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환경영향조사서를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직권 남용이다. 지하수가능개발량,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리산 산청 삼장면은 지하수 고갈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마을 개인 지하수가 고갈되고, 마을 당산나무가 말라 죽고, 수 천년된 마을 샘이 말라버렸다. 그러나 심의위원은 증량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이미 허가를 내어줄 것을 전제한 듯 증량 톤수를 적어내어 평균 산출량을 계산하는 행위를 하였다.이는 과학적으로 검토하여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없는지, 생태-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여야 할 전문가들이 기술적 판단을 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명백한 사기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지역 주민의 생존권과 지리산에 살아가는 생명을 죽이는 지하수 증량허가 즉각 철회하라! 하나, 30년된 악법 먹는물관리법 즉각 개정하라!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불법적으로 작성된 환경영향조사서 즉각 폐기하고 주민과 지자체를 무시한 행동에 경상남도청은 공개 사과하라! 하나,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산청군과 산청군의회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것은 국민의 주권과 행정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경상남도는 즉각 해당 허가를 취소하고 주민과 산청군에 공개 사과하라!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는 지리산의 지하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30년된 악법인 먹는물관리법을 바꾸기 위한 개정 운동도 전개할 것이다. 지리산의 지하수를 착취하는 행동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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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을이야기
- 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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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리산 지하수를 끝가지 지키겠다! _경남도의 증량 허가에 맞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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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씻나락] "혼자가 아닌 나, 잘 키우기보다 같이 키우기" 푸른
- 혼자가 아닌 나, 잘 키우기보다 같이 키우기 _푸른 괜히 찌뿌둥한 날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간다. 돌 전부터 나와 목욕탕에 들락거렸던 우리 아이들은 목욕탕 가는 걸 놀이터 가는 것만큼이나 좋아한다. 겨우 두 살, 네 살 된 조그만 내 딸들이 탕 안에 의젓하게 앉아서 반신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내가 봐도 좀 귀엽다. 동네에 내 또래 젊은이도 거의 없고, 아이 키우는 집도 별로 없는 데다, 그중에 목욕탕을 다니는 사람은 더 드물어서 목욕탕에서 우리는 언제나 시선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신발장에 아이들 신발이 있으면, 사람들은 들어오면서부터 “아이고~ 아가야들 왔나.” 하면서 좋아해 주신다. 존재만으로 기쁨을 준다니,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을까. 내가 다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동네 어른이 다 우릴 기억한다. 인사해 주시는데 못 알아 뵈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낯선 우리 식구에게 축복을 보낸다는 사실이 언제나 놀랍고 감사하다. 아이들이 목욕탕 가는 길에 잠이 들면, 탈의실에 털썩 눕혀놓고 나 먼저 들어가 씻는다. 아이가 깨면 누구든 아이가 옷 벗는 걸 도와주시고, 아이 손을 잡고 탕에 데려다주신다. 아이들만 탕에 두고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걱정이 없다. 누구든 내가 다녀올 때까지 아이들을 지켜봐 주신다. 이런 일상은 목욕탕뿐 아니라 동네 카페도, 길에서도,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이들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육아는 배로 힘겨웠을 거다. 하지만 언제든 나와 아이들을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아이 키우는 일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시스템을 갖춘 공동육아는 아니지만, 내 일상은 공동육아 그 자체다. 공동육아 멤버는 주로 불특정 다수의 산청군민이랄까. 사람들은 내가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서 ‘아이고~ 힘든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라든지, ‘고생한다.’, ‘대단하다.’, ‘애들을 수월하게 키우는 것 같다.’라고 한다. 나는 은근히 뿌듯하면서도, 사실은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운다면 그건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들을 자연스레 돌봐주도록 육아 환경을 조성해 두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동네에 내놓고(?) 키우는 데에 주저함과 어려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아이의 존재를 납작하게 만드는 말들도 자주 듣는다. 아이는 달라고 한 적 없는데 과자를 꺼내 보이면서 "나 안 안아주면 이거 안 줄 거야."라고 한다든지,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부당하고 불편한 상황인데도 "왜 징징거려, 울지 마! 왜 떼를 써!" 같은 말로 서둘러 아이의 정당한 감정 표현을 막아버린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 역시 아이들에게 악의가 아닌 선의로 관심을 표현한 것이니, 내가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변하기도 애매한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땐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냉랭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내 품에 꼭 끼고 있었다면 그런 상황 안 겪었을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이 둘을 키우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아이들을 키우면 키울수록 내가 첫 아이를 키울 때 가늠하고 희망했던 모든 기준에 좀 더 가까워지고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철저히 지켜가고 싶었던 그 많은 원칙과 소신들이 얼마나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이유로 조정되고, 타협될 수 있는지 배웠다. 좋은 것만 취하고, (내 기준에) 해로운 것은 단 하나도 아이한테 닿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불가능하고 아이에게 해로울 수 있는지 배워야 했다. 부모 경력이 쌓일수록 내가 더 대단하고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얼마나 나 혼자서는 육아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지 점점 더 분명히 알게 되는 것에 가까웠다. 육아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었다. 할머니들이 재미 삼아 한 주먹씩 가득 쥐여주시는 달콤한 과자들은 아직도 아찔하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 사랑이 얼마나 푸근할까 싶어 나서서 막지 못한 때도 많다. SNS에 흔히 보이는 감성 육아 사진들처럼 언제나 뽀송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도 싶었지만, 현실을 살다 보니 늘 아이 방에 널브러져 쌓이는 빨래를 어느 날 비효율적인 시간에 걸쳐 아이들과 함께 놀이 삼아 개는 일도 큰 기쁨이었다. 이렇게 내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을 좀 더 믿어보고 싶은 의지로, 아이들을 좀 더 세상으로 내놓고 키우려 했다.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일찌감치 아이들을 삶의 주인공으로 모시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만의 세상(어린이집, 놀이터, 키즈카페)뿐만 아니라 목욕탕, 면사무소, 은행, 우체국, 세탁소 같은 일상생활의 세상도 함께 경험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웬만하면 아이들과 함께 다닌다. 아이들이 이 동네를 아주 편안하고 믿음직스럽게 느끼고, 어딜 가도 낯익은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나의 자녀로서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이 동네를 경험하고 관계 맺어가면 좋겠다. 왠지 그러면 아이들이 더 단단하게 자랄 것만 같다. 아이들과 늘 함께 다니다 보니, 다른 이들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때가 생기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런 도움에 기댄다. 내게 손이 부족하면 손이 오고, 아이들을 돌볼 눈길이 부족하면 어디선가 눈길이 채워진다. 그렇게 아이들을 환대하며 어른들의 마음에도 기쁨이 자랄 거라 믿는다. 셋째를 가진 것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 ‘대단하다’, ‘용감하다’라며 많이 칭찬하고 응원해 주신다. 하지만 막상 내게는 ‘셋째까지 가져보겠어!’ 같은 웅장한 결심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새 아이와 함께 새롭게 조율해 나갈 새로운 우리 식구의 모습이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다. 우리 집에 새 아이가 또 온다면, 얼마나 곱절로 재미있고 행복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 지난여름 무서운 수해가 산청을 휩쓸고 간 다음 날 아침, 남편이 폭삭 물에 잠겼던 딸기 하우스와 작업장을 확인하러 갔을 때, 하필 그때. 나는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했다. 수많은 생명이 물에 잠겨 목숨을 잃었던 그날, 내 몸에는 새 생명이 막 싹을 트고 있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원인으로 기후 재난이 일어났듯이,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훨씬 더 많은데, 그런 세상에서 내가 바라는 대로 이렇게 귀한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은 기적과도 같이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둘째 때는 임신 사실을 알고 너무 신이 나서 ‘야호! 오예!’를 외쳤다면, 이번엔 마음 깊이 ‘아-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묵직하게 솟았다. 서로 도와 세상 사람 모두 다 같이 잘 살고 싶다는 남편의 인생관을 받들어 첫째, 둘째 아이 이름은 ‘서로’, ‘도와’가 됐다. 셋째 임신 소식을 들은 거의 모든 사람이 셋째(와 넷째까지) 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그 이름들은 대부분 이런 거였다. ‘함께’, ‘사랑’, ‘마음-모아’, ‘행복’, ‘나눔’, ‘모두’, ‘기쁨’, ‘희망’, ‘평화’ … 그 이름들을 지어주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설레어 보이던지. 아마 모두가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거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인구 과밀이라는 다소 씁쓸한 배경이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을 이렇게 귀하게 여기고, 느끼고, 환대하는 마음이 살아있다는 것만큼은 이 지리산 자락의 농촌이 지켜가고 있는 순수한 마음이자 진실한 아름다움일 거다. 이런 곳에서 아이를 낳고, 모실 수 있다는 건 특혜임이 틀림없다. 지리산에 기대어, 앞으로도 아이들과 서로 도와 함께 사는 설렘과 기쁨을 맘껏 나누며 살고 싶다. 글쓴이 : 푸른 대도시에서 자랐지만, 알고 보니 시골살이가 찰떡인 30대 청년. 엄마로 태어난 지 5년 차. 두 아이와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와 함께 날마다 세상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어린이, 농촌, 평화, 교육에 대해 늘 생각한다. (첫 번째 사진 출처 unsplash, 이후 사진은 모두 필자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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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씻나락] "혼자가 아닌 나, 잘 키우기보다 같이 키우기"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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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1
- ■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1 * 2026 병오년 새해부터 이곳에서 새롭게 편지를 쓰려고 한다. 지리산 자락에 몸 붙이고 살면서 그 입은 은혜가 크니, 무엇이라도 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슨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 몸으로 품팔아 갚기는 어려운 처지이니 편지라도 써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려는 수작인 것이다.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구례인데 내 고향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고향이다. 나는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지만, 결혼과 함께 내려와 지금까지 전남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고흥, 구례, 순천, 보성 등을 전전하다 은퇴하고 지금은 구례의 섬진강 하류 두텁나루숲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구례에서 보낸 세월이 20여 년이고 두 아이의 고향이 구례이다. 그리고 구례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뼈를 묻을 곳도 구례이니 나는 구례 사람이 분명하다. * 구례에 살며 젊은 날에는 주로 지리산을 오르내렸다. 시름에 겨워 힘든 날에도 산은 늘 내 곁에 있어 주었고 먼저 말을 걸어왔고 묻지 않아도 대답해 주었다. 친구처럼 스승처럼 어머니처럼 산은 늘 그렇게 나를 살아 주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며 두텁나루숲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강을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구례를 사는 일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사는 일이기도 해서, 나는 분에 넘치는 이 고마움을 어떻게라도 보답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음의 문을 이렇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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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책방×지리산인] 지리산 둘레 책방지기들이 뽑은 “생태 감수성 뿜뿜 책” 10
- 책방지기들의 글 : 내가 이 책을 뽑은 까닭 봉서리 책방 (구례)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서산정길 61-3 인스타그램 @bongsuri_bookshop 『기후 여행자』 / 임영신 지음 / 열매하나 펴냄 기대하며 읽은 책입니다. 몇 년 전 <홀리 터펜>의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읽고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좀 빈약해서 아쉬웠고요. 외국인 저자의 글이어서 더 가깝게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모국어 사용하는 작가가 쓴 같은 주제의 책 만나니 무척 반갑고, 기대되었습니다. 앞에 언급한 책보다 여행의 부정적 영향 조목조목 언급하고 자세하게 그 이유 지적합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그 심각성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결책까지는 아니지만 그 영향들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지침들과 최근 움직임 부지런히 안내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공동체 전문가의 간절함과 노력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여행과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서평 쓰면서 망설인 것 있습니다. 책 내용이 아니라 이 주제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입니다.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것 분명하나, 여행을 관광을 <지극한 경험 지향>과 <소비적 경험 지향>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방랑, 순례와 같은 진지한 여행일지라도, 일상의 고단함을 잊는 소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약 같은 여행일지라도, 서로 날카롭게 대비되는 경험으로 현실에서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구와 분석을 위한 편의적인 구분일 뿐입니다. 관광행위는 현실에선 정도의 문제이고 언제나 넓은 회색지대 속에서 존재합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추상적인 대비는 현실에서 여행행위의 복합성과 다양성을 단순한 윤리와 도덕의 문제로 전환시킵니다. 이는 관광업계엔 그린워싱에 의한 여행상품 돋보임을, 그리고 여행자엔 그러한 선택으로 윤리적 죄책감을 줄이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시기의 문제도 있습니다. 기후문제와 관광산업의 영향 관련 대중을 위한 책들은 2020년대에 그것도 최근 몇 년에 묶여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션산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조금 더 빠르지만. 기후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이슈화에 비해 왜 이렇게 늦었을까 생각합니다. 저자 <이소연>의 책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서문에 언급한 표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요즘 애답게”처럼 그들에게 여행과 패션에 기후 영향을 유보하거나 몇몇 윤리적 관습으로 외면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관광은 국제적인 산업으로 넓어지고 깊어져 왔습니다. 자동차나 전기처럼. 이처럼 고도로 연결된 산업이자 문화/소비 행위를, 비판하거나 가이드 제시하는 것으로 유의미한 변화 끌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목사님 성가대에 설교하기>. 믿음 깊은 성가대에 목사님은 처음 복음 전하는 사람에게처럼 설교하지 않습니다. 그 믿음 강화하거나 함께 서로 격려하려는 의도로 말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쓰였겠다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혹시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너와 나를 나누는 윤리적 가이드로 혹은 여행이란 행위에 몇몇 도덕적 위안을 얻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따져본들 의미 없습니다. 여행과 환경에 관심 있고 민감한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바로 지금 실천에 의미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몇 권 읽어보지 않지만, 이만한 책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자 모시고 구례에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고요. 가난한 책방이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귀한 책입니다. 『리페어 컬쳐』 / 볼프강 M. 헤클 지음 / 조연주 옮김 / 양철북 펴냄 어떤 것이 옳을까요? 옳고 그름은 있을까요? 친환경 제품 구매와 기존 제품 수리 후 계속 사용, 같은 가격 같은 연비에 덩치 큰 자동차, 소박한 개인주택과 에너지 절약형 넓은 아파트, 요즘 쿨한 친환경(을 광고하는) 상품, 버리고 다시 사는 마음과 오히려 비싼 수리비를 감내하는 마음, 소유한 물건에 부여하는 애정. 이 모두가 한 사람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갈래 마음 길입니다. 저자는 문장에 드러나긴 하지만, 함부로 시비(是非)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알려줍니다. 소유한 물건을 고치고 그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수리하는 개인에게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개인들이 모여 만드는 <리페어 컬처>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합니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좋은 것입니다. 요즘 환경과 기후 문제들이 워낙 불거지니 재활용 재사용 관련 책들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몇몇 읽어봤지만 과하게 추상적, 감성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가볍게 실용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저자 <볼프강 M. 헤클>은 추상적이다가 구체적인 경험을 말하고, 감성적이다가 분석적으로 설명하며, 실용적이다가 공동체와 환경을 생각합니다. 읽다가 모르거나 지루할지라도, 아끼고 오래 쓰는 마음을 호기심 수준 이상 가지고 계신다면 권합니다. <재미있는 책>이기 보다 <읽어야 할 책>입니다. 겁많은 똥손(?)이지만, 3개월간 준비하고 부품과 토크렌치를 구매하여 낡고 오래된 자동차 수리했던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소중했던 그것 더 소중해졌고, 고치며 주변 약해진 부분과 앞으로 더 수리할 범위 계획 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전문가 손 빌릴 때도 원인과 범위를 알고 있어서 수리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경험자들의 적극적인 조언과 오래된 부품 찾고 안내해 준 전문 부품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었습니다. 작은 <리페어 컬처> 였습니다. 이것을 우리 사회에 확대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능할까요? 희망합니다. 책의 작은 제목이 '쉽게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입니다. 물격(物格)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인격(人格)을 존중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책 권합니다. 찬장과책장 (남원 산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1-4 인스타그램 @jirisan.bookcase 『모든 것의 이름으로』 /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 변용란 옮김 / 민음사 펴냄 밑바닥부터 시작해 식물 무역, 약품제조업으로 성공한 휘태커 집안의 딸 앨마, 19세기 여성에 대한 편견,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넘치는 지적 호기심과 끈질긴 탐구심으로 오로지 식물학에 헌신한 앨마 휘태커의 일대기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식물과 생명을 통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앨마의 삶은 두꺼운 소설로도 부족하고 매혹적입니다. 작가의 철저한 조사와 고증은 너무 생생하여 소설을 읽는 내내 다음 장을 읽고 싶은 마음이 넘치게 만들어요. 1판이 나온 지 10년, 2판이 나온 지 3년이 넘었어요. 800쪽이 넘는 벽돌 소설인데요, 그 벽돌 두께의 부담스러움으로 이 좋은 책이 선택받지 못하고 잊힐까 봐 걱정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800쪽이라는 두께는 잊고 어느새 빠져들어 마지막 장을 읽고 있을 거예요.) 햇살같이 밝고 영롱한 19세기 여성 식물학자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이끼 이야기 부분을 쓰기 위해 『향모를 땋으며』 『이끼와 함께』 의 저자 로빈 월 키머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해서 더 반가운 책이랍니다. 『거북의 시간』 / 사이 몽고메리 글 / 맷 패터슨 그림 / 조은영 옮김 / 돌고래 펴냄 동물생태학자이자 자연탐험가인 ‘사이 몽고메리’가 거북구조연맹에서 거북이를 만나고 구조하는 이야기를 썼어요. 동물생태학자이지만 거북이에 대해 잘 모르는 저자는 책 속에서 인턴입니다. 열정적인 인턴의 눈으로 보고 기록한 거북구조대작전,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치유받는 이야기, 아름다운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책입니다. (책 내용 중) “어떤 동물이든 동물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람쥐를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거북을 구한다면, 특히 암거북을 구하면 앞으로 100년을 살면서 계속 알을 낳을 겁니다. 거북 한 마리를 구하는 것은 결국 여러 세대를 구하는 일이지요.” “거북의 치유 능력은 놀랍지만 대신 낫는 속도가 느려요.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거북이 가진 게 바로 시간이니까요.” 세상에 패배하는 거북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지구에, 생명에 참 미안했고 그러면서도 쓰담쓰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판타지 (산청) 경남 산청군 산청읍 덕계로 13-14 지금부터 판타지 인스타그램 : @fantasytarot.and.books 『아나스타시아』 ③ 사랑의 공간 /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 한병석 옮김 / 한글샘 펴냄 『아나스타시아』 ④ 함께 짓기 /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 한병석 옮김 / 한글샘 펴냄 러시아 타이가 숲에 사는 신비로운 여인 아나스타시아 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 <사랑의 공간>과 네 번째 이야기 <함께 짓기>를 소개합니다. 아나스타시아 시리즈를 처음 접한 지 16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귀농해 사는 이들이 이 책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지인의 서가에서 1~2권을 훑어보고는 ‘판타지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주의자인 부모님을 따라 5살 때 산속의 외딴집에 들어와 살면서 논밭에 일절 약을 치지 않고 손으로 농사짓고, 겨울이면 나무를 해서 군불을 때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밥맛도 좋았지만, 외풍 심한 흙집은 한겨울이면 행주가 밤새 꽁꽁 얼고, 뜨거운 물로 녹여서 밥상을 닦으면 바로 살얼음이 끼어 그릇이 슝 미끄러질 정도였지요. 겨울에는 매번 뺨과 손이 트고, 수족냉증과 동상으로 고생하는 나에게 타이가에서 거의 나신으로 생활하는 아나스타시아의 능력은 현실 같지 않았습니다. 고구마밭, 옥수수밭을 침탈하는 고라니, 멧돼지를 어떻게 막아낼지 고민인데, 다람쥐가 사람 손 위로 올라와 알밤을 까서 먹여준다고? 숲속에서 혼자 아이를 낳고, 벌거벗은 아기를 흙바닥에 내버려두고, 암곰이 젖을 먹이고 재우고 똥오줌을 치우게 하며, 독수리가 아기를 붙들고 하늘을 날아 숲을 구경시켜 주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아름답고 건강한 여인 아나스타시아는 숲속의 빈터에서 삽니다. 여느 사람처럼 집이 있지도 않고, 농사를 짓지도 않습니다. 자연이 기꺼이 베풀어주는 것을 누리며 살지요. 그런데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우주적인 정보망에 직접 접속되어 있어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다른 시간대에서 일어난 일, 심지어 외계행성에서 일어나는 일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그런 시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자연과 공명하는 살아있는 정령이나 여신 같은데, 아나스타시아는 자신이 그냥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자인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사업을 하다가 망한 유부남인데, 타이가 숲에서 아나스타시아를 우연히 만나 여러 가지 신비한 체험을 하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아는 메그레가 태어날 아이의 양육에 일조하는 것을 거부하고, 도시로 돌아가 책을 쓰라고 합니다. 메그레의 생각은 과학기술 문명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아들이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메그레는 화가 났지만, 아나스타시아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데 성공합니다. <사랑의 공간>에서 메그레는 약속대로 책을 썼으니 아들을 만날 자격이 되었다고 여기고, 그들이 만났던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는 마을 사람 알렉산드르에게서 그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메그레의 책 때문에 아나스타시아가 사는 장소가 밝혀졌고, 결국 과학자들이 헬기로 아나스타시아를 수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렉산드르는 아나스타시아가 나타나서 과학자들에게 고인돌과 메그레 이야기를 했던 일(천리안), 푸른색 빛공이 날아와서 그들이 끔찍한 체험을 했던 일(UFO/초능력), 아나스타시아가 엄마 없는 병약한 소녀의 삶을 바꾼 일(치유 능력) 등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고, 메그레를 타이가에 데려다줍니다. “타이가에 데려다주기는 하겠지만, 당신은 아나스타시아와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알렉산드르의 질투심 섞인 예측과는 달리, 메그레는 그녀와 재회하여 아들을 만나게 됩니다. 곰과 늑대와 독수리가 사는 숲속의 빈터에서 기절초풍할 육아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아들. 메그레는 함부로 아들을 만지거나 안을 수도 없습니다. 아들이 그의 손길을 허용할 때까지. 아무렴, 아무리 나이가 어린 존재라도 존중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먼저이지요. 빈터를 찾아온 메그레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사람이 지닌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만물을 끌어들이고 세상을 창조하는지, 생각과 언어가 어떻게 현실화하는지, 부모가 아이를 위해 준비하는 사랑의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이어지는 4권 <함께 짓기>에는 창세기, 형상학, 고대 이집트의 신관과 아나스타시아의 조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재 인류가 가진 지식과 과학은 진짜 창조의 방법(형상학)을 숨기고 대중을 미혹하기 위해 신관들이 쪼개어 놓은 진리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합니다. 아나스타시아에 따르면, 사람이 본래의 신적인 창조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하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를 잉태하기 전부터 사랑으로 준비해 온 가원이 필요하며, 아이는 이곳에서 온 생명과 접촉하며 성장해야 합니다. 가원이 대대손손 보존되면 몸이 죽어도 영혼은 기억을 지니고 새 몸을 받아서 다시 가원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해요. 처음에는 집도 과기 문명의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생활도 습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세월이 흘러 첫 세대가 심었던 나무로 집을 짓게 되면, 가원은 완전히 성숙하여 사람은 에덴을 되찾게 됩니다. 아나스타시아를 처음 읽고 상상력 뛰어난 사람이 지어낸 판타지 소설이라고 짤막하게 결론을 내린 지 한참 뒤에 나도 몇 가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숲속의 나무들이 내뿜는 향기가 평소의 30배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고, 나무의 호흡이 그대로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나의 생각과 감정이 풍경과 날씨에 그대로 반영되고, 목 부근에 열매와 풀잎을 가지고 오니 먹지도 냄새 맡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은 얼마나 다채로운 관능으로 가득 차 있던지요! 이후 레이쥬(靈受)를 받고 나서는 수족냉증이 낫고, 한겨울에도 좀처럼 손이 시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나스타시아처럼 다 벗고 살지도 못하고, 천리안도 없지만, 메그레 아저씨가 전해준 이야기가 허풍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짓기>에서 아나스타시아는 아버지의 역할은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가원을 만듦으로서 사랑하는 여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에겐 아이들만 있고 가원을 함께 만들어 줄 남자는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함께 지을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더라도, 아무도 배척당하거나 미움받지 않고, 나를 찾아온 이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런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내 소유의 가원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이런 가원들이 많이 생겨서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숨통 트이는 지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찌나 과기 문명이 지독한지, 요즘은 돈이 없으면 가원을 못 만드는 상황이 되었지만요. 10월 27일에 메그레 아저씨가 한국에 와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는데, 아직 천리안과 타심통이 없어서 웹자보를 29일에야 접하게 되었어요. 사실 여태 시리즈를 완독하지 못해서, 메그레 아저씨를 만났더라도 별로 할 말이 없었을 거예요. 올해는 지리산의 독자들과 아나스타시아를 10권까지 완독하고 싶습니다. 시소 (하동) 경상남도 하동군 하동읍 남당길 50 시소 인스타그램 : @see.saw111 『놀자 놀자 해랑 놀자』 / 강윤자, 박은하, 손종례, 유종반 글 / 장서윤 그림 / 목수책방 펴냄 드는 봄, 부름비, 깨어날 봄, 온봄, 밝은 봄, 씨앗비… 너무 예쁜 이름이다. 이렇게 봄의 절기만 나열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의 순우리말이다. 이 책은 철든 삶으로 이끄는 절기 살기에 대한 책으로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방지기가 아끼는 책이다. 절기에 따른 나무(식물)의 삶은 사람의 삶과 무척 닮았다. 자기다움을 찾을 때, 나 다운 삶을 확장하는 성장의 팁을 나무의 성장으로도 알려주는 책이다. 책 대부분은 절기 놀이와 예쁜 그림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흥미롭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종종 노래와 시, 먹거리 등 풍성한 내용이 가득가득 담긴 귀한 책이다. 생명철학과 삶의 지혜가 담긴 놀이를 통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저질로 생태 교육의 문턱을 넘게 해 준다. 『놀자 놀자 해랑 놀자』는 24절기의 안내서이자 내 삶의 텃밭이다. 무엇보다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해님의 다른 이름 ‘절기’는 아이들이 때에 맞게 밥을 잘 먹듯이 놀이도 때에 맞게 놀 수 있도록 지혜로운 놀이로 꽉 차 있다. 아이들이 학원과 공부에서 살짝 빠져나와 절기놀이로 항상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가장 오래된 인생 최고의 ‘철학’, 절기 책으로 모두들 건강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책을 덮는 순간 참 잘 살았다고 느낄 것이다.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지음 /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펴냄 ‘자연은 내 이웃이자 선물이니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 나누고 존중하라’ 이 책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인디언 출신의 한 과학자가 그들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싶은 염원이 담긴 책. 『향모를 땋으며』는 이 시대 삶의 문제를 ‘향모’라는 인디언의 상징인 풀을 매개로 인간의 소비 행태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반성문 같은 책이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등교시키려고 정성스럽게 빗질하여 머리를 땋아 주던 오래된 기억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딸 때 우리는 애정을 듬뿍 싣는다. 이처럼 이 책도 모든 이야기 속에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글 제일 앞에 ‘엄마’라고 쓰인 부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미국 정부가 아메리카인에게 제일 먼저 빼앗아서 온 것은 땅이다. 그다음 언어다. 하지만 키머러 같은 이들이 있어 조각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치유하고 복원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 세상은 선물과 같고 모든 자연물은 인간과 동등하다는 생각과 세계관이 사라진 요즘, 이 책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과학적 세계와 토착적 세계 양쪽이 서로 조화로울 때 나 자신도 당신도 아름답다는 진리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과학과 영성이 서로 얽혀 있고 어우러지는 만큼 옛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가 우리와 대지를 함께 치유해 준다. 다 작가의 힘이다. “제가 땋을 수 있도록 끄트머리를 잡아 주세요.” 이 책을 읽고 모든 독자가 다 같이 끄트머리를 잡고 함께 향모를 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다시 한번 이 책을 추천한다. 새삼 자연과 대지의 여신이 고맙고 우리 지리산, 어머니까지 소환해 주는 작가도 고맙다. 덧붙여 언어를 없애려 한 개발주의 백인에 맞서 이런 책을 쓴 작가의 깊은 의도를 찾아가며 읽는 재미를 모두들 느끼시길 바란다. 오후공책 (함양)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로 67. 1층 인스타그램 : @5whobook 『흙의 숨 : 흙과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왔는가』 / 유경수 지음 / 김영사 펴냄 미네소타대학교 토양학 교수 유경수가 발로 뛰며 채집한 지구 곳곳 흙 속 놀라운 이야기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자연인 흙에 대한 이야기. 흙에 관한 그의 애정 어린 수다. 결국 흙으로 돌아갈 존재, 흙을 파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한 줌의 흙이 갖는 진정한 가치, 즉 흙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지탱하고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근원임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 이다 지음 / 현암사 펴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이다가 일 년간 주변에서 만난 자연을 기록한 책. 계절이 바뀌는 동안 산책길에서 만난 동물, 식물, 하늘, 날씨 등 주변 자연의 순간들을 손으로 그린 그림과 글로 정성껏 담아냈다. 가까운 길을 산책하며 자연에 귀 기울이고,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느끼게 해 준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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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책방×지리산인] 지리산 둘레 책방지기들이 뽑은 “생태 감수성 뿜뿜 책”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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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 쏙부쟁이 선종구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어 눈길 멀리 두면 거기 꽃은 피어 있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여 젊은 귀농자여 철조망 너머 절개지 쑥부쟁이 한 무더기 있어 지금은 온통 가을인 거야 ----------------------------- 왠지 쓸쓸한 시골 풍경이 짙게 풍겨오는 시다. 봄꽃들은 피었다 지면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이 있지만 쑥부쟁이는 가을빛에 무더기로 피어 가득 찬 듯 아름답지만 이내 지고 나면 그뿐이어서 쓸쓸함을 내장하고 있는 꽃이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가 쑥부쟁이로 투사 되면서 시골 농촌의 녹록하지 않은 삶이 드러난다. 젊은 날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간 후배가 오죽했으면 돌아왔을까만 또 얼마나 더 오죽했으면 다시 도시로 나간다고 할까. 그 사연의 모든 게 쑥부쟁이로 집약되어 상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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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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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소한 때 다 못 쓴 대한 편지
- 소한 때 다 못 쓴 대한 편지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추위가 계속되니 밭에조차 가는 일이 겨우 2,3일에 한번뿐이고 가더라도 일은 아주 적고 둘러보는 것 정도만 하고 집에 오기 바쁘네요. 집에 일 있는 것도 아니고 저야말로 요증 빈둥빈둥 그 자체입니다. TV드라마나 다큐 보고 유투브 쇼츠나 음악 듣고 아니면 같지도 않은 운동이나 아니면 폰으로 게임하듯 글이나 긁적이고 있는데 시간은 왜 이리 잘 가고 밥 먹는 시간은 어떻게 그리 빨리 오는지 참 웃기게도 바쁜 겨울잠(농한기)을 보내고 있네요. 그래도 역시 먹는 일이 제일 좋습디다. 잘 숙성된 김장 김치의 감칠맛은 요즘이 절정입니다. 김치만 있으면 뭘 먹어도 맛 있지 않은 게 없지요. 그렇지만 김치 못지 않은 겨울 채소는 역시 묵나물입니다. 지금은 김치가 세계적인 채소 먹거리가 되었지만 머지않아 묵나물이 뒤를 이을거라 저는 기대하지요. 아마 묵나물처럼 건조한 채소음식을 우리만큼 많이 먹는 나라도 드물겁니다. 쳇지피티에게 물어보니 말린 채소 먹는 나라는 많은데 대부분 보조재, 첨가재, 양념으로 먹지 우리처럼 나물이라는 독립 반찬으로 해서 일상적으로 또는 제사나 명절 때 주요 음식으로 먹는 나라는 없다네요. 너무 맛있게 먹느라 봄에 올라올 것만 남겨 놓고 다 캐먹은 시금치 기운이 아직 입가에 맴돕니다. 겨울에 먹는 노지 시금치 맛을 아시는지요? 시금치는 추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푸르른 녹색의 채소거든요. 제가 심는 건 토종시금치라 겨울에 더 강합니다. 씨에 가시가 있어 뿔시금치라 하는데 크기는 작지만 담백하면서 은은한 기운, 그리고 겨울을 이기기 위해 만든 깊은 단맛이 아주 울림이 있어요. 채소 싫어하는 애들도 좋아할 맛입니다. 아이들이 채소 잘 먹지 않는 이유 중엔 질소비료를 많이 주고 키운 요즘 채소들의 찝집한 뒷맛도 클 거라 봅니다. 옛날 분들은 이런 맛을 지리다 표현했어요. 시금치는 특히 질소질 비료를 좋아해 이를 많이 시비하면 크기는 크지만 감칠맛보단 지린맛이 많아져 애들은커녕 어른들도 젓가락을 잘 내밀지 않죠. 저는 질소질이 많은 요소비료는커녕 퇴비도 주지 않고 오줌만 주고 키웁니다. 물론 이도 질소비료이긴 한데 과다시비할만큼 줄 수가 없어요. 물타서 두세번 주고마니 줬다고 하기에도 그렇죠. 다만 토종시금치는 늦가을 또는 이른 겨울과 초봄에나 먹을 수 있어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만큼 길게 먹을 수 없는 약점이 있어요. 근데요, 제철이 아닌 건 차라리 먹지 않는 게 몸에도 좋다고 저는 믿습니다. 수박은 여름에 먹어야지 아무리 건강하게 키운 수박일지라도 겨울에 먹는 게 무에 좋을까요? 암튼 깊은 겨울의 끝자락인 대한이 되니 마음엔 벌써 입춘이 온 것 같기만 합니다. 대한이 소한 네 갔다 얼어죽었다는 뻥처럼 원래 소한보다 따뜻한데 이번엔 대한 추위가 소한 못지 않게 올 것 같습니다. 애동지 드는 겨울엔 소한 대한 추위가 약하다 했는데 이번엔 조금 모자란 듯 해도 겨울답네요. 가뭄이나 심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좋은 건 애타게 기다리는 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한기 절정인 소한~대한 때는 몸과 마음 다스리는 것으로 정중동 놀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소한 때 다 못한 얘길 이어서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여기에선 놀이를 운동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몸 다스리는 운동은 이름 붙이길 이른바 '쫀쫀한 운동'입니다. 이거 진짜 남이 보면 쫀쫀하기 그지 없어요.제가 몸이 불편해서이기도 하고 또 누구나 결국엔 불편해지잖아요. 그래 저를 비롯해 누구나 아무데서나 돈 안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한 건데요, 예컨대 애기 때 배웠던 잼잼, 곤지곤지, 도리도리 운동 같은 거에요. 참 유치하죠? 저는 이중 잼잼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진짜 열심히 하는 건 발끝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두드리는 겁니다. 손가락 끝을 이용하든가 지압봉 같은 걸로 두드립니다. 저는 나무로 만든 오십견 지압봉을 주로 씁니다. 오십견에 좋게 갈고리 모양이라 몸 어디나 두드릴 수 있구요, 특히 손가락 무릅 등 관절염에 좋아요. 하다못해 편두통에도 좋고 불면증에도 좋고, 혈액순환에 참 좋습니다. 어쨌든 저처럼 몸 불편해 유산소 운동 못하는 사람들에게 요긴할 겁니다. 사실 좋다고 추천하는 대부분 운동은 다리운동에 기반한 것들이에요. 이해는 하지만 다리 못 쓰는 사람들로서는 아쉬운 바가 없지 않지요. 근데 그 좋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나서 사람들은 으레 뒷풀이로 꼭 술을 즐기는 게 안쓰럽지요. 술 좋아하는 저로서도 이해도 가고 부럽기도 하지만 걱정은 떨칠 수 없어요. 더더욱 꼼지락 운동을 권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진짜 추천하고 싶은 쫀쫀한 운동은 숨쉬기 운동입니다. 앉아서도 하고 누워서도 하고 자다가도 하고 새벽에 잠이 깨 잠들기 힘들 때도 하지요. 하여간 수시로 하니 누구나 아무데서나 언제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다리와 몸을 많이 쓰는 유산소 운동은 한 때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반면 숨만 쉴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숨쉬기 운동이다라는 거지요. 죽을 때까지 말이죠. 제게 숨쉬기 운동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분 중엔 심장병으로 고생한 선배님이 계셨는데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건 숨쉬기라고 하셨어요. 결국 그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병에 관해선 도사가 되신 것 같더라구요. 그래 비유하시길 폐는 심장(구들)의 아궁이 같은 건데 구들을 데우려면 장작도 중요하지만 공기를 잘 통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셨죠. 특히 공기를 잘 통하게 하려면 잔숨을 다 빼내야 한다 했는데 폐속에 남은 잔숨은 일종의 오염된 공기로 이게 심호흡을 방해해 폐한테도 좋지 않고 심장에도 나쁘다 한겁니다. 그래서 숨은 들숨보다 날숨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폐를 쥐어 짜듯이 날숨을 하면 저절로 깊은 들숨이 들어오게 되어 있죠. 제 호흡운동 방식은 명상이나 단전호흡처럼 가만히 앉아 순전히 숨쉬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있고 팔과 어깨를 이용해 근육운동을 같이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면 절로 허리근육도 강화되고 괄약근 운동 효과도 있어 대장에도 좋지요. 방귀도 잘 나오고 속도 편해지거든요. 숨쉬기 운동은 드러누워서도 할 수 있어 아닌말로 죽는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 싶어요. 운동하며 삶을 마감하는 셈이지요. 그러면 죽음이 덜 힘들지 않을까 기대해보곤 합니다. 겨울 농한기에 죽음까지 생각해보는 건 슬픈 일이 아니라 삶을 더 진지하게 살도록 하는 동력이 될거라 기대합니다. 겨울의 죽음이 봄의 희망으로 부활하는 농한기가 되길 바랍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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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소한 때 다 못 쓴 대한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