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곡성 섬진강 양수댐 반대 기자회견 영상. 2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정문
기자회견 일시 : 2023년 10월 23일 12:35
장소 :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정문
섬진강 양수댐을 반대하는 곡성구례 공동기자회견문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겨울부터 준비해 여름을 넘어 가을에 모든 결실을 얻게 됩니다. 땅은 우리가 서 있을 수 있는 바닥이 되고, 먹고 사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은 땅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땅은 산이 되기도 하고 강이 되기도 하며 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는 우리는 땅에게 무엇을 해주나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에 올라서는 쓰레기를 버리고, 좀더 편하게 올라가려고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합니다. 안전한 보금자리와 휴식을 제공해주는 땅에 오염물을 버리고 있으며, 바다에는 다른 생명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핵 오염수를 투기합니다.
땅에게 핏줄과도 같은 강과 계곡은 수많은 댐이 만들어져 썩어가고 있습니다. 물은 바다로 흘러야 합니다. 그 길을 막는다면 썩어버리고 맙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섬진강권에 들어서는 양수댐은 상부댐이 산 위에, 하부댐이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에 들어섭니다. 곡성과 구례의 양수댐 예정지는 물량이 많지 않은 곳이라 물의 흐름이 정체되어 썩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양수댐 주변 주민들은 썩은 물과 썩은 안개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기에 구례양수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9월 4일부터, 곡성양수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10월 9일부터 매일 집회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는 곳만 피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으나 곡성과 구례 사람들은 땅과 섬진강을 생각하며, 땅을 망치고 섬진강을 죽이는 양수댐을 막기 위해 연대하여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1, 기후위기시대에 숲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양수댐이 들어오게 되면 수십만 평의 숲이 사라집니다. 상부댐으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토목공사와 도로공사, 댐을 만들면서 파괴되는 숲, 수몰로 사라지는 숲의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동서발전과 중부발전은 최소한의 파괴만 있을 뿐이라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2, 상부댐 건설로 하루 8시간 기준 30대가 넘는 덤프트럭과 중장비가 마을을 지나다니게 됩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먼지와 교통 피해는 마을 주민이 감수해야 합니다. 1~2년 공사가 아닙니다. 10년 공사입니다. 10년간 먼지만 마시고 살라는 것입니까? 그렇게 피해를 다 보고도 남는 것은 안개로 인한 폐 질환과 일조량 감소로 오는 농작물 피해, 생태계 파괴입니다.
3, 공사 중 발생하는 진동과 중장비의 소음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줍니다. 인간들은 양수댐으로 인해 터전을 잃을 야생동식물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양수댐 예정지인 구례군 계족산과 중산리와 곡성군 봉두산은 수달을 포함한 법정 보호종 다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법정 보호종만이 아닙니다. 계족산과 봉두산에 기대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이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서식지입니다. 힘이 강한 종이라고 모든 곳을 정복하고, 파괴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생태계에서는 고유의 질서를 파괴하는 종을 생태계교란종이라 부릅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우리 인간을 생태계교란종이라 할 것입니다.
4, 동서발전과 곡성군, 중부발전과 구례군은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지방 소멸 위기 극복 등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가동 중인 7개의 양수댐 중 양수댐 건설 이후 인구가 증가한 곳은 없습니다.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중부발전이 전면에 내세워 광고하는 무주는 인구감소지역이며 지방 소멸 위기 지역입니다. 동서발전이 밀고 있는 산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자리 창출도 사실과 다릅니다. 양수댐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통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곡성군과 구례군은 동서발전과 중부발전이 흘리는 거짓 정보에 혹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좋아 내려온 청년들이 살 수 있는 터전, 100년 먹을거리인 건강한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애써주길 바랍니다.
5,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 양수댐으로 갈라져 서로를 믿지 못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양수댐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피해 주민,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우리는 썩은 물보다 살아있는 산과 계곡이 더 좋습니다.
2023년 10월 23일
섬진강 양수댐을 반대하는 곡성구례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