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지리산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여름,지리산
폭우 폭염에 지리산정의 꽃들조차
예전의 꽃빛을 잃은 여름입니다.
지리터리풀과 동자꽃은 폭우에
꽃빛이 녹아내렸고
원추리꽃 산오이풀 꽃빛도 어쩐지 시들합니다.
그래도 큰 산이 우뚝하여
우리들은 늘 마음 기대어 삽니다.
이런저런 심란한 일로 8월에는 길 나서지 못했는데
고단한 마음 추스려 새벽 노고단길 나서야겠습니다.
원추리
-여름, 지리산
무엇을 잊기에
지리산만치 좋은 곳 있을까
산수국물봉선비비추지리터리원추리
구름에 낯을 씻는 꽃천지 노고단에 올라
설핏 눈물자국 비치는 섬진강을
저기 저기 좀 보란 말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아라
지척도 아득한 마음일 때
지리산만치 좋을 곳 있을까
- 김인호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