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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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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모데미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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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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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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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금낭화
비 그친 아침 피아골 금낭화를 보러 갔다.
밤사이 마을로 내려온 구름이 산 위로 돌아가는 풍경은
그야말로 오! 아!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탄화였다.
피아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피아골 피아골을 외치는지
알 것도 같다.
그 피아골에 어마어마한 금낭화 군락이 있다.
사라진 피아골 다랭이논 대신 노고할미가 내어준 선물 같다.
섬진강, 지리산 보물이 또 하나 늘었다.
선암사에서 맨 처음 금낭화를 만나던 날,
그때는 진짜 봄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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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금낭화
-김인호
이제껏 알지 못하던 우리가
이렇듯 서로를 부르며 만날 수 있다니
이 봄날 다 가 너 꽃잎 떨구더라도
내 마음속에 늘 환히 피어 있으리니
어디 멀리 떠나 다시 너를 찾지 못할지라도
내 마음속에 늘 이렇듯 피어 있으리니
내 가진 것 다 잃더라도
너는 내 맘에 남아 있을 것이리니
주렁주렁 연등 내 건 듯한 금낭화 곁만 맴도는
아, 사랑에 마악 눈뜨던
스무 살 적 마음의 한나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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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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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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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거짓말, 눈물바다
‘2025년 4월 14일 오후 4시 01분 현재 구례군 대설주의보 발효중.
강설로 인해 노고단 일주도로(천은사 입구~달궁삼거리) 통행제한 중입니다.
도로 미끄러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구례군」’
백몇년 만의 4월 대설이라니 기록을 남겨두어야겠다.
거짓말 같은 4월 중순 대설주의보 재난문자를 받고 오른 노고단 길.
구름이 걷힌 오후 1시 성삼재를 출발 노고단 거쳐 4시에 내려오는데
그 사이 눈이 녹아 허물어지며 눈물을 철철 흘린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물로 길은 그야말로 흥건한 눈물바다다.
눈물을 만나면 늘 어쩔 줄을 모르겠다.
모든 눈물은 그렇게 난감하다.
오늘 만나 이 눈물도 때를 잘못 만나 한나절을 못 버티고 녹아내려
엉엉 울음소리까지 요란한 서럽디 서러운 눈물이다.
마을에 내려와 돌아보니 거짓말처럼 산정의 눈이 흔적도 없다.
내일은 또 무슨 거짓말 같은 재난문자를 받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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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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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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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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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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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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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고운사 깽깽이풀
사흘 연속 25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계속되더니
꽃들이 두서없이 일제히 피어난다.
마당 살구나무가 하루 만에 일제히 피었다.
숲의 꽃들도 천불이 인듯 피어난다.
가슴에만 천불이 이는게 아니었구나!
소식이 없어 애태우던 화엄사 홍매도 하룻사이에 붉게 피어났다.
섬진강변 숲에서 깽깽이풀 꽃을 보고 왔는데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되었다는 속보가 뜬다.
고운사는 딱 한 번 찾아갔지만 늘 지워지지 않는 절집이다.
깽깽이풀 꽃을 피워놓고 나를 불러주었던 곳이다.
야생화 포토포앰 『꽃앞에 무릎을 꿇다』 표지사진인 고운사 깽깽이풀
곳곳의 산불로 전국이 초비상 상태이다.
산청에서 시작된 지리산 산불도 벌써 엿새째인데
불길이 다 잡히지 않았다.
사진 속의 고운사 깽깽이풀 꽃에게 소원해 본다.
보우하사 어서 비를 내려 주시길!!
-섬진강 / 김인호
#지리산산불 #고운사깽깽이풀 #의성산불 #고운사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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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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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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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소원바위
겨우내 찾지 못했던 사성암 소원바위를 찾아 소원을 한다.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욕심을 내어 두 가지 소원을 올렸다.
강 건너 숲에 들어 꽃 앞에 엎드리니
작은 개울물 소리가 크게 들린다.
언 땅을 뚫고 꿈틀대는 새싹들! 얼어붙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땅이 녹아내리고 뭇 생명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누가,
누가 천심 민심을 거스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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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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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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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청노루귀 숲
5cm 저 여린 청노루귀 꽃밭 다녀가는
이 숲에서 유일하게 신발 신은 이기적인 동물
내 발자국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
봄 숲에서는 23g 아기참새 종종종 발걸음처럼
내가 가벼워져서 가벼웠으면,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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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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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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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너도바람꽃
눈 녹은 숲이 선수들 준비운동으로 소란스런 체육관이다.
쉭쉭 잽을 날리는 바람 소리, 엇둘 엇둘 트랙을 도는 소리,
타다닥 타다닥 줄넘기 소리로 활기차다.
너도바람꽃,
안개비 내리는 숲에 별 몇 개 내려왔다.
내일이면 친구별들도 우르르 내려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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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학명의 Eranthis의 er은 봄(春), anthis는 꽃(花), stellata는 별 모양,
별 모양의 봄꽃입니다. 이름 앞에 접두어 '나도'나 '너도'가 붙은 꽃이름은
원래는 다른 분류군에 속하지만 비슷하게 생겼다고 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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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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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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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盡日尋春不見春)
짚신 발로 온 산을 헤매며 구름만 밟고 다녔네(芒鞋踏遍 頭雲)
집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歸來偶過梅花下)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春在枝頭已十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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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춘 무렵이면 찾아 읽어보는 「尋春」(심춘)이란 선시입니다.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 마음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보름 전에 보았던 얼음새꽃 자리를 가보았습니다.
행여 몇 송이 더 피었을까 기대했는데 올라오던 새싹들도
움츠린 채 얼어버렸습니다.
돌아와 보니 마을 쌍산재 매화 몇 송이 반짝이네요.
이 추위 지나면 방긋방긋 터지겠습니다.
혼탁한 이 나라도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언 땅을 뚫고
환히 꽃 피는 봄이 오길 기원합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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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