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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섬진강 편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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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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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盡日尋春不見春)
짚신 발로 온 산을 헤매며 구름만 밟고 다녔네(芒鞋踏遍 頭雲)
집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歸來偶過梅花下)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春在枝頭已十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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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춘 무렵이면 찾아 읽어보는 「尋春」(심춘)이란 선시입니다.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 마음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보름 전에 보았던 얼음새꽃 자리를 가보았습니다.
행여 몇 송이 더 피었을까 기대했는데 올라오던 새싹들도
움츠린 채 얼어버렸습니다.
돌아와 보니 마을 쌍산재 매화 몇 송이 반짝이네요.
이 추위 지나면 방긋방긋 터지겠습니다.
혼탁한 이 나라도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언 땅을 뚫고
환히 꽃 피는 봄이 오길 기원합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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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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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설경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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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섬진강 설경 2편
지난 눈 내리는 날 임실 진뫼마을에서 멈춘 설경을 이으려고 남원 오수 지나 섬진강 상류로 달렸습니다. 임실 진안 쪽은 말 그대로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눈이 내려 모처럼 눈 덥힌 옛마을 풍경을 보여줍니다.
운암댐 붕어섬이 내려다 보이는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붕어섬 조망을 하고 진안에 사는 지인과 함께 데미샘을 보러 산행에 나섰으나 데미샘길 통제로 팔공산밑에서 바라만 보고 왔습니다.
아쉬움에 들린 마이산 설경과 노을빛도 좋았지만 이 깊은 산중에서 반겨주는 지인이 있어 대접받은 차는 종일 눈밭에 젖어버린 몸을 덥혀 주어 참 좋았습니다.
#붕어섬 #마이산 #섬진강설경 #섬진강편지
-섬진강 / 김인호
-붕어섬 설경
-마이산 설경
-운암댐 붕어섬도 이제 출렁다리가 놓여져 섬이 아니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가는 길
- 마이산 석양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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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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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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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섬진강 설경
남원 부절리 소나무 숲을 보고 섬진강을 거슬러 임실 진메마을까지 다녀왔다.
구담마을에서 장구목 길이 눈이 쌓여 차는 자꾸 미끄러지고 금방 날이 어두워진다.
쏟아지는 눈 속에 고립되어 하룻밤은 장구목가든에서 머물러도 좋겠다 싶었는데
사륜애마는 ‘뻘생각 말라'는 듯 어두워지는 언덕길을 박차고 올라선다.
순창을 지나 남원에 접어드니 눈발이 잦아들었다.
오늘은 섬진강 상류구간인 임실 붕어섬과 진안 데미샘까지 설경을 담고 싶었는데
순창지역 기온이 영하 15도가 넘어 엄두가 나지 않아 나사질 못했다.
한파에 가출해서 밤내 들어오지 않고 애태우던 냥이가 정 때가 지나서야
슬며시 나타나 얄밉게 밥그릇을 두들긴다.
어젯밤을 장구목에서 하룻밤 묵고 왔더라면 나도 냥이와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 뻔했다.
-섬진강 / 김인호
-남원 부절리 솔숲
-진메 가는 길
-진메 징검다리
-구담마을 돌다리
-구담마을
-장구목
-요강바위
-장구목
-진메마을
-진메에서 천담마을 가는 길
-진메마을
-구담마을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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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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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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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새 아침
어지러운 꿈 조각들을 털어내고
새벽에 일어나 몸을 씻는다.
아이들아,
어서 일어나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하자
지리산 능선 뻗어 내리는 맑은빛
깨어나는 섬진강 푸른빛을 담아
새봄을 준비하자
여느 봄이 아니라 삿된 기운들 걷어내고
새 맘으로 땅을 갈아엎어 새 씨를 뿌리는
새봄을 준비하자
아이들아,
어서 나아가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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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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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에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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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지리산 품에 너를
오늘 노고단길은 특별하다.
실연 아픔을 안고 지리산을 찾은 조카와 함께
새벽 노고단 길을 올랐다.
동편 하늘 구름이 많아 붉덩이 일출은 만나지 못했지만
날은 차고 맑아 무등산 지척이고 남해바다 지척이여
손을 내밀면 가 닿을 것 같은 날이다.
골골 안개 어려 산그리메 고운 날이다.
겨울날 같지 않게 바람도 많지 않아
노고할미 곁에 서서 오래도록 섬진강을 바라본다.
저기 천왕봉, 저기 반야봉, 저기 무등산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는
조카의 얼굴도 환해진다.
그래 잘했다.
지리산 품으로 달려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고단한 짐 다 부려놓고 한 사흘 지리산 품에 너를 맡겨 보거라.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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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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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희망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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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여의도 희망가 1. / 지리산 천은사 노랑망태버섯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나부끼는 젊은이들의 깃발 아래서 젊은이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그놈에게’
가사는 다 알진 못하지만 더 나은 내일의 희망가라는 건 압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젊은이들의 몸짓을 따라 어깨춤을 추었다.
그 리듬을 다 따라 하진 못하지만 평화의 춤이라는 건 압니다.
‘탄핵윤석열탄핵윤석열탄핵“
젊은이들 구호를 따라 외칩니다
내 작은 목소리는 함성에 묻히지만 거대한 물결이 되다는 건 압니다.
추운 날씨에도 밤이 깊어 가도 흐트러지지 않는 젊음대오
여의도에 가서 젊음이 소리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여의도에 가서 젊음이 만드는 내일을 보았습니다.
여의도에서 돌아와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번에 펴낸 ‘나를 살린 풍경들’ 책 속의 지리산 섬진강 사진들로
<여의도 희망가> 시리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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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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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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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노고단 칼바람
경찰서 로터리에서 비상시국 촛불을 켜고 돌아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어 불안감에 휩싸여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비상계엄 획책한 저들이 변명 한마디 없이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전쟁,
이 땅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내몰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속이 바짝 탄다.
입 밖으로 차마 내뱉기 어려운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새벽길 나서 노고단 정상 칼바람 속에서 참혹한 일들을 막아달라고
노고할미에게 빌었다.
해가 뜨지 않은 바람 드세고 어두운 날이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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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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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첫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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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 지리산 첫 눈 소식
여기저기 눈소식입니다.
지리산에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첫눈이 왔습니다.
눈은 소통의 메신저입니다.
영문자판에 한글로 '눈'을 쳐보세요.
'SNS'입니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첫눈을 핑계로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눈이 오면 누나가 많이 생깁니다.
설악산 눈 와?
전화를 하면 설악산 누나가 생기고
대둔산 눈 와?
전화를 하면 대둔산 누나가 생깁니다.
새롭게 태어난 하얀 세상,
첫눈 소식을 전합시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라 첫눈을 맞이했습니다.
어렵게 올랐는데 살을 에는 칼바람에 20분을 못 견디고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라!
새삼 깨달으면 지리산길 설설 기어 내려온 첫눈 오는 날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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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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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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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11월의 산타
쿵!
형님!
가요!
문밖에 소리가 있어 내다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의 산타가 다녀갑니다.
1톤 포터 썰매에 이십 킬로 쌀자루가 한가득 실려있습니다.
올해는 벼멸구병으로 농사도 시원찮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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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명(鹿鳴)
‘사슴 록(鹿), 울 명(鳴)’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함께 나누기 위해 다른 사슴들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녹명이다.
대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마저 숨기기에 급급한데, 사슴은 울어 울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 녹명은 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말이다.
형님!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나가 보니 마을 후배가 20킬로 쌀 포대를 마루에 부려 놓는다.
추수했으니 햅쌀 맛 좀 보시라 내려놓고, 잠깐 들어오라 불러도 손사래 치며 서둘러 다음 집으로 간다.
해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루돌프 사슴 썰매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골목길을 오가는 마을 산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 울음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햅쌀 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형님” 소리가 바로 녹명이 아닐까!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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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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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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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새벽 지리산에 들어 6시 40분부터 7시 50분까지
노고단에서 내내 섬진강을 바라보았다.
날이 맑아 금오산 너머 남해 섬들 반짝임까지 들여다보이고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도 가까워 보였다.
가을 운해철인데 북쪽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풍경을 그려낸다.
산그리메가 좋았던 아침,
한바탕 울어 볼 만한 풍경을 품어서일까?
돌아와 몸살 기운에 종일 들어 누웠다.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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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