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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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지하수 이야기] 나 물이야, 지리산 물
    작년 여름 피아골 계곡에서 한가롭게 보내던 한낮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딱 봐도 더위에 지친 얼굴로 마주한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찬물을 몸에 끼얹었다. 어허이- 소리가 절로 나고 한 걸음 한 걸음 물속으로 들어가다가 에라이 풍덩 몸을 넣으면, 도대체 언제 더웠나 싶다. 한순간에 뼛속까지 얼어붙는 차가움. 한참을 놀다 추워지면 뜨끈한 바위 위에 누워 햇볕에 몸을 노릇노릇 지진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나는 이런 여름을 보내려고 구례에 왔구나. 이 세상을 거쳐, 또 거쳐 지금 내가 폭 안긴 이 물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물이다. 자연이 만든 계곡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통실 통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진 파란색의 하늘.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친구들이 아직 물속에서 노는 소리. 이런 시간을 통해 서서히 알아갔다. 지리산의 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얼마 전에는 산청군의 대원사를 찾았다. 초여름 아직 신록이 완전히 짙어지지는 않아서 연둣빛이 물씬했고 올라가는 내내 점점 기온이 낮아지며 바람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속에 고요히 위치한 아담한 사찰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시간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공간인 대원사는 흐트러진 부분이 하나도 없이 정갈했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고 내려가려는데 ‘나 물이야’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 물이야 라는 말도, 글자도 너무나 귀여웠다...! 대원사의 약수터였다. 해외에서 온 물 소믈리에가 극찬을 했다는데 안 마셔볼 수가 없었다. 손을 둥글게 만들어 물을 받아 마셨다. 기분 탓일까? 눈이 번쩍 뜨였다. 화학적 맛과 향이 전혀 없이 달고 시원했고 무엇보다 목 넘김이 무척 부드러워서 놀랐다. 몇 번을 연거푸 마셨다. 몸이 아프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가라는 말이 이해됐다. 이 물을 계속 마시면 내 몸 안의 뭔가가 정화될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대원사는, 같이 간 선생님의 말마따나 ‘상부 오염원 제로’이니까, 물이 깨끗하고 좋을 만했다. 과연 지리산 약수였다. 여기서 잠깐. 왜 지리산에는 약수가 많을까. 지리산은 중생대 지각운동에 의해 형성된 복잡한 암석 지대이다. 빗물이 깊은 암반층으로 스며들고 오랜 시간 동안 여과 정화되어 약 알칼리성이며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등 미네랄이 들어있어 건강에 이롭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역시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어 있지는 않으니 맹신하진 말지어다) 무엇보다 약수는 정신적 부분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약수를 쉬이 얻을 수 없었다. 높이 올라야 하고, 물통을 짊어지고 가되 내려올 때는 그 안에 꽉 차 있는 물 때문에 더욱 힘들게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약수를 기르는 여정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여정이자 수행이었을 것이고, 약수가 필요한 가족 등 누군가를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쉽게 얻기 힘들기에 더욱 소중한 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쉽지 않은가. 너무 쉽게 취수하고, 너무 쉽게 ‘돈으로’ 좋은 물을 얻는다. 언젠가부터 물은 상품이고 그 상품을 많이 팔수록 이윤이 남는다. 바로 기업에게 말이다. 아이러니하다. 산청의 맑고 깨끗한 물을 너무도 쉽게 취수하는 것이. 물이 좋으니 취수량이 늘어나고, 결국 물이 마르는 것이. 그리고 그 이득을 생수 기업이 취한다는 것이. 작년 겨울, 산청군 삼장면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 문제를 공론화하고 싸움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장면에 위치한 생수 공장, 엘케이샘물과 지리산산청샘물은 매일 최대 1천톤의 물을 취수하고 있다. 지리산산청샘물은 2024년 2월, 기존 600톤 취수량에 더해 추가로 600톤을 증량하는 임시허가를 받았다. 날이 갈수록 피해가 심해지는데 이렇다 할 속 시원한 답변을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속도 말라갔다. 지하수를 길어 올리던 모터가 탔다. 생수를 실은 덤프트럭이 땅을 울려대며 하루에도 수백 번 지나갔고 집 벽에 크랙이 생겼다. 지하수 수도를 틀면 흙탕물이 나왔다. 하지만 면, 군단위 행정기관은 주민의 의견에 기반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2024년 초, 지역 주민 몇몇이 모여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유다.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어떤 의사도 공적으로 표출할 방법이 없기에. 그러니까 문제가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기에. ‘이 대로는 못 살겠다’는 설움이자 답답함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위원들에겐 어떤 결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산청에서 앞으로도 잘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겠다는 결심.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마음. 지리산사람들 회원 활동으로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기록을 읽어보고 있다. 2024년도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자료가 무척 많다. 표재호 위원장님 장 연구소에 가면 홀 한 쪽에 위치한 3개의 테이블 위에는 자료가 겹겹이 쌓여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셨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지하수 문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다.(사실 지금도 그렇다) 물이 좋은 산청에 살기에, 그 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고, 그 현장에 살기에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앞장서서 문제 제기를 시작한 것이니까 어쩌면 이 기록으로 지하수와 관련한 문제들을 톺아보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부가 되지 않을까. 2080년 한국에서 300만 명이 지하수 고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하수 수위가 계속 낮아져서 지하수를 얻는 데 어려움은 계속 배가될 것이다.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깊고 넓다. 지하수 고갈로 인한 지역 주민의 피해와 더불어 더 복잡한 문제에 가닿을 수 있다. 생태 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떻게 같이 가는지, 또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시군구 및 마을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를, 삼장면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역량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표재호 위원장 이하 대책위 분들처럼 열정을 가지고 지역 문제에 접근하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 또한 내게는 큰 배움이다. 짧은 기록으로나마 참여해보고 싶다. 부족한 점은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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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2025-06-08
  • 5월 31일 궁금해, 산청 산들강 (산청읍편) & 지리산작은음악회
    안녕하세요. '궁금해 산청산들강'과 '지리산작은음악회' 일정이 있습니다. 2025년 산들강은 매 분기마다 진행됩니다. 5월 31일 첫번째 산들강은 산청읍 둘레를 걷습니다. 경호강변에 자리한 산청읍내, 얼마나 아실까요? 산청은 원지, 덕산이 상대적으로 발전되어 있어 산청읍내가 역으로 '면소재지'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산청 주민들도 읍에 있는 산청근린공원과 항노화 산들길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청읍에 '문화의 거리' 가 있습니다. 그게 대체 어디일까요? 5월 31일 단오날, 산청읍 동네한바퀴 산책 후 문화원 앞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지리산작은음악회에서 세계적인 로컬 뮤지션들을 만나보아요~ *지리산작은음악회는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후원행사입니다. 후원금은 중산리케이블카, 삼장면샘물공장취수증량, 차황면골프장 등 산청의 난개발 반대 활동 실무비로 쓰입니다. 후원계좌 :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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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2025-05-28
  • 난개발에 저항하는 연대의 노래,< 제2회 지리산 작은음악회>에 초대합니다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함께해 주세요! 지리산과 푸른 산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리산작은음악회>가 5월 31일(토) 오후 4시 산청문화원 앞 야외공연장(산청문화의거리)에서 열립니다. 살아있는 자연이 숨쉬는 힐링의 고장 산청은 마냥 평안하지는 않습니다. 2023년 7월 발족한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산청군에서 추진중인 중산리케이블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어왔으며, 삼장면 샘물공장 증량, 차황골프장 추진 등의 지역 난개발 문제에 연대해 왔습니다. 지하수 고갈 등 이미 현실로 일어난 주민피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지자체장 스스로도 적자 가능성을 인정한 케이블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의 독단에 대처하기 위한 연대가 절실함을 느끼고,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로 확장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중 산청군은 용역비 5억 4천 만원을 들여 작성한 새로운 케이블카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환경부는 2023년도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은 채로, 삭도 설치 가이드라인 폐기, 지리산권 지자체 단일화 원칙 폐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응이 예상되어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산청, 구례, 우포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온 음악가들이 단오날에 연대의 노래를 부릅니다. 전환의 시대, 혼돈의 시간입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작은 도움을 보태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금은 지리산케이블카반대 뿐 아니라, 산청 지역의 난개발 대응에 사용됩니다. 지리산작은음악회 후원계좌: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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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2025-05-21
  • [달아의 세통내통] 오월의 어우러짐 속에서
    [달아의 세통내통] 오월의 어우러짐 속에서 오월의 바람이 여유로운 오늘 새벽, 반 쯤 열린 커튼 사이로 햇살과 함께 들려오는 새소리는 늦잠 많고 게으른 날 마당으로 이끈다. 그것도 부지런히 짜이 한잔 끓여 나무의자를 마당 한가운데 놓고 앉게 한다. 신혼 초 마당 한 귀퉁이 작은 텃밭에 남편이 고추, 상추, 깻잎, 가지 등 두어 포기씩 심어 놓았던 적이 있다. 녀석들이 하나 둘 달릴 때에도 난 마트에서 고기와 함께 그것들을 샀다. 왜냐? 모르니까! 정말이지 텃밭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햇살 뒹굴고 빨랫줄을 칠 수 있는 마당이 좋았다. 지금도 그리 환하진 않지만 그 때는 꽃이 펴야 그나마 나무 이름을 알았고 열매가 맺혀야 그 잎사귀가 뭔지를 알았다. 그저 밭에서 나는 풀과 땅 위에 서 있는 나무 그렇게 이 세상 텃밭과 마당을 인식하던 때였다. 그 텃밭 주인공들이 지금도 내 눈앞 초록초록 생명력을 뿜뿜거리며 오순도순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부추는 이제 키가 제법 크고 양파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지난 가을 상추는 부추 보다 머리를 쫑긋 올리고는 손길을 재촉한다. 오늘 저녁은 상추대로 불면증을 좀 진정시켜봐야지. 아내를 위해 야심차게 남편이 키워준 고수도 하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얼른 그 정성을 생각해서 먹어야 하는데... 이래저래 보고 있자니 새로 나는 것들, 잎이 자라는 것들, 꽃이 피는 것들, 시들어 가는 것들이 그 작은 텃밭에 모여 참 잘도 어울리며 나에게 위로를 전한다. 그 위로에 따스해진 눈길로 마당을 한번 찬찬히 바라본다. 여전히 새소리는 짜이의 달콤한 생강향과 어우러져 나의 오감을 일깨우고 덕분에 조금씩 순해지는 마음결에 나 홀로 머쓱해져 수줍어진다. 텃밭 터줏대감 목수국은 너무나도 탐스럽게 불두화마냥 이른 봄날 피었다. 보통은 불두화가 먼저 5월 즈음 피고 목수국은 6월이 지나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일찍 오동통하게 피었다. 얼마 전 봄비가 부슬거리던 날 지인이 놀러와 우산을 쓰고 그 앞에 서서 불두화가 참 깨끗하고 이쁘게 피었네 감탄했다. 그 순간 이름이 뭣이 중요하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여행 가서 길거리에 노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 그 아이 이름을 몰라 답답한 적이 있었던가. 어느 날 하늘빛이 너무 고와 사진을 찍을 때도 저 구름 이름을 몰라 감동이 낮아진 적은 없었던가. 그냥 그 순간 마음에 즐거운 파동이 일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물앵두는 하얀 꽃이 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태어난 지 보름 남짓 후 탯줄 배꼽을 묻었는데 그 이야기 덕분인지 유달리 그 나무에 올라 신나게 놀며 자랐다. 때가 되면 빠알간 열매를 따 먹고 친구들이 오면 그 위에 올라 크게 웃던 아들은 이제 고1이 되었다. 아들보다 대여섯 살이 많은 물앵두나무가 주말에 기숙사에서 올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집 마당 여기저기 작약도 한창이다. 볼그스름한 것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금낭화는 피아노 선율같은 자태로 동요를 들려주는 듯하다. 매일 출근하던 시절 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던 자주달개비는 남편이 아침인사꽃이라 애칭을 붙여줬다. 낮은 담장에 핀 해당화는 모란이랑 작약이 헷갈리든 말든 봄의 웃음은 내가 제일이란 듯 터질 듯이 피어있다. 아, 오늘 수요일? 휴강이구나. 갑자기 떠오른 오늘 저녁 수업시간. 매주 근처 고등학교에서 1년 남짓 북을 배우고 있다. 나에게 있어 풍물은 지신밟기와 서편제의 이미지가 다였다. 지신밝기는 정월대보름 마을 곳곳을 다니며 크게 울리는 밝은 느낌이라면 서편제는 자연 속에 어우러져 스며드는 애환의 슬픈 느낌이었다. 이는 그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평범한 인상이었는데 작년 우연한 기회에 북을 배우게 되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아마도 선생님이 계속 가르쳐 주는 한 내가 그만두진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북을 일주일에 한 번씩 이웃들과 어울려 조화를 맞춰본다. 묵직하고 안전감을 주면서 심장의 깊은 곳을 울려주는 두근거림은 나에게 매력으로 와 닿는다. 이 북은 강렬한 소리로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꽹과리의 이끎에 합을 맞춘다. 그러면서 다양한 변화와 꾸밈을 담당하는 장구와 부부처럼 짝을 이루어 이러쿵저러쿵 잘 지내야 한다. 그 울타리를 징이 강력하고 웅장하게 무게감으로 깊이를 자아낸다. 이러한 어우러짐의 조화가 풍물이리라. 그 어우러짐 안에는 함께 하는 이들의 조화로운 소통이 있다. 이는 각 악기가 내는 매력적인 소리 이상으로 강렬한 에너지의 합이 이룬 소통이다. 문득 오늘 아침, 마당 한 가운데 앉아서 오월의 정원과 풍물이 참 많이 닮았구나 느낀다. 세상사 사람살이도 이와 같겠지. 오늘은 그동안 배운 것들을 마당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저들과 나누어 봐야겠다. 이번 달부터 '달아의 세통내통'이 <지리산인> 산청 소식에 연재됩니다. "달아의 세통내통(세상과 통하는 내 마음의 통로)은 편지나 일기 형식을 빌려 산청살이에서 느끼는 삶의 한 순간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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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2025-05-14
  • 산청, 구례에서 열리는 세월호 다큐 상영회
    산청과 구례에서 세월호 다큐 <제로썸>을 볼 수 있습니다. 각 고을 소식 전합니다. (1)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산청 산청에서 4월 15일에 원지 작은영화관에서 '제로썸' 상영회가 있습니다. 2014년 그날의 사회적 참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산청의 뜻있는 단체와 개인이 11주기를 맞아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영화 상영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상영 후 윤솔지 감독,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호 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습니다. 지리산사람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습니다. (2)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구례 이번 공동체 상영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구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영화 <제로썸>은 추모를 넘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원인 ·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까닭에 대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영화는 11일부터 16일까지 각자 보실 수 있지만, 16일 저녁 7시엔 4.16을 함께 맞이하고픈 분들이 모여 작게 추모와 연대의 뜻을 새기고자 합니다. 많은 분이 함께하여 따뜻한 기억의 자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참고로, 단체 관람 원하시는 단체(학교 등)는 영화관에 문의하여 원하는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 16일 <제로썸>함께보in구례 신청 페이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D2LfIxHgHxrFcwmaDqbi2Cf_ox1l8I98NfCyJqra4C79nMA/viewform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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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2025-04-14
  • 포네의 사사롭지 않은 사토리 4-1. 청정 차황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
    안녕하세요. 지리산 산청 소식을 전하는 포네입니다, 요즘 산청에 연일 비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리산케이블카의 꾸준한 추진 소식에 이어, 차황면 골프장 추진, 양수발전소 유치 주민설명회까지. 어제(3월 21일)는 지리산 자락에 대형산불까지 일어났어요. 가장 핫한 소식인 산불은 제쳐 두고, 20일에 골프장 예정지인 차황면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에 가서 야생동물(포유류) 조사를 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예정지 맞은편 철수마을 주민들이 환경단체의 자문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최세현 대표, 민영권 집행위원장,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과 함께 3월 11일 철수마을을 방문하여 현재 상황을 들었습니다. 차황면은 친환경 메뚜기쌀 재배단지인데,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지하수 고갈과 농약 피해, 산림훼손이 우려됩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습니다. ◦골프장 예상 규모는 27홀로, 1일 1,800톤의 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경사도가 급하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률이 낮아 개발가능량이 829톤/1일 (남산, 정수산, 효염봉을 이은 약 10 제곱킬로미터의 집수구역 기준. 철수마을 포함)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이미 1일 200톤 이상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주민들에 의하면, 수달, 담비, 삵, 수리부엉이가 흔히 목격된다고 합니다. ◦입목축적 기준 초과. 산지관리법은 전용하려는 헥타르당 입목축적이 산림 기본 통계상의 관할 시군구의 헥타르당 입목축적 이하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은 송림이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송림개발(주)가 예정지를 몇 년에 걸쳐 사들여 작년 7월 ‘군관리계획(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 입안제안서’를 제출했고, 군에서는 11월 군관리계획 입안 제안에 대하여 반영을 결정했습니다. 2월 11일에 주민설명회도 있었는데, 주민들 대부분이 화가 나서 중간에 나와 버렸다고 합니다. 군에서는 절차상 할 일은 하였다는 식이지요. 이런저런 상황을 듣고, 용역업체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전에 미리 반대 측 주민 쪽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생태조사를 진행하여 이의제기를 위한 든든한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일에 야생동물 추적 전문가인 하정옥 님과 정정환 님이 오셔서 마을 주민 세 분과 동행해 예정지를 조사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목격할 필요는 없고, 흔적(배설물)을 찾으면 된다고 합니다. 목표로 하는 생물은 법정보호종 삵, 담비, 수달, 하늘다람쥐. 먼저 예정지 아래 시내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습니다. 주로 교각 아래의 돌 위에서 똥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안전지대에서 똥을 누는 수달. 예정지 입구에 오동나무가 있었습니다. 목질이 부드러워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잘 팝니다. 까막딱따구리가 살고 있을까요? 오늘의 목표는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입니다. 딱따구리 둥지에 하늘다람쥐가 잘 산다고 합니다. 나무 아래에 쥐똥이 떨어져 있으면 하늘다람쥐 똥이라고 합니다. 족집게 도사일까요? 쥐똥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을 찾아 산으로 들어갑니다. 중간에 고라니, 노루, 멧돼지, 오소리, 족제비, 다람쥐, 청설모의 흔적도 보았습니다. 노루가 비빈 흔적이 있는 나무들과 쉬어간 자리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은 어디에? 담비는 능선을 따라서 잘 이동하며, 능선의 바위나 쓰러진 나무 위에 흔적을 남겨서 영역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돌은 별로 없어서 나무 위를 열심히 보고 다녔습니다. 심봤다! 드디어 찾은 담비 똥. 고욤의 씨앗으로 족제비와 구별됩니다. 이제 삵의 흔적만 찾으면 됩니다. 근처 주민의 개가 삵을 잡아 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삵은 드러난 산길에 똥을 잘 눈다고 합니다. 오래된 임도를 찾아 걸었으나 하얗게 변색한 개똥만. 꼭대기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반대편에 대규모로 벌목한 자리가 있더군요. 산꼭대기에 서 있는데, 주민들이 도에 제기한 민원이 군으로 내려와 주민대책위 대표에게 답신이 전달되었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현재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산을 내려오며 임도에서 삵의 똥 발견.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그 임도에 많이 있더군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보람찬 산행이었습니다. 동행한 주민 한 분은 오부면 파출소에서 오래 근무하시다 퇴직한 경찰이었습니다. 정찰대원으로 근무하며 산청 곳곳, 야산 곳곳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보람찬 산행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저도 톰 브라운의 <추적자Tracker>를 어렸을 때 읽었는데, 저자인 톰 브라운이나 인디언 할아버지, 추적자를 만나서 야생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로망이었죠. 꿈은 이루어지나 봅니다. 30년 뒤 야생이 멸종위기가 될 때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3-22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3- 일주일 동안 뭐 했니
    오늘의 교육에서 'AI디지털교과서 위장된 혁신'을 읽다. , . 강수돌과 빌 게이츠. 지리산사람들 총회.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3-01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2: 보름밥 먹으러 모두의 집으로
    보름밥을 먹으러 모두의 집에 갔어요. 모두의 집은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산청의료사협은 조합원의 출자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한센인 요양시설인 성심원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2023년에 '화목한의원'을 개원했습니다. 정월대보름날 조합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모두의 집에서 현판 개소식과 오곡밥 나눔행사가 있었습니다.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2-17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1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올 한해는 산청에서 살면서 만나는 존재와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합니다. 존재는 인간/비인간, 사건은 공식적 행사/사사로운 경험이 모두 포함됩니다. 중간중간 책 읽은 이야기도 하려고요. 2월 5일에는 원서 읽기 모임을 했어요.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2-17
  • 궁금해, 산청 산들강 8- 문수암 바보숲길을 걷다가 조식을 만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허가된 후 우후죽순처럼 전국의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이미 너무 많은 곳에 있기도 하고, 적자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굳이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파헤치면서까지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자체에서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는 관광 수입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인데, 케이블카는 초고속 관광을 부추기기 때문에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른 지역에 숙식을 해결하러 가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령도시가 된 속초 설악동처럼 말이죠요. 최근에 와서 산청군수가 적자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케이블카 추진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많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것입니다. 2010년 10월에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한 달 뒤, 산청군 범군민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재외 향우와 군내 사회기관단체, 주민 등 1만여 명이 참여한 궐기대회가 원지 둔치에서 열렸던 적이 있습니다. 으쌰으쌰 힘 모아서 제출한 2012년도 케이블카 신청서는 경제성 부족으로 환경부에서 반려되었습니다. 다행이지요. 그땐 환경부가 제정신이 있었나 봅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올해에도 예정지인 중산리가 위치한 시천면과 이웃한 삼장면에는 여전히 케이블카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나이든 주민이 많습니다. 시간은 흘러 케이블카는 더더욱 실효성이 떨어지는 아이템이 되었지만, 자기세계가 깨지는 것을 못 견디는 노인들은 케이블카가 한물간 아이디어란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좀 있으면 드론 택시가 공중에 날아다닐 텐데, 이제 와서 무슨 케이블카일까요? 너도나도 드론 택시로 국립공원에 착륙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이 시대에 목숨 걸고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행동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더욱 귀하고 소중해질 것은 살아있는 흙과 접촉할 기회입니다. 포장된 도로, 데크 탐방로, 출렁다리, 케이블카가 아니라. ‘궁금해 산청 산들강 8’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산청군의 불합리한 케이블카 추진에 작년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리산 사람들과 연대하게 되었고, 올해는 산청의 산과 들, 강을 알리자는 취지로 진행된 ‘궁금해, 산청 산들강’을 숲샘과 함께하며 후기를 썼습니다. 외공리, 생초 두물머리, 고운동, 중산리 두류생태탐방로, 상사 폭포, 무제치기 폭포, 황매산에 갔습니다. 굳이 국립공원 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산청 곳곳에는 방문할 만한 곳이 많더군요. 11월 30일에 진행된 여덟 번째 ‘궁금해, 산청 산들강’에서는 문수암 바보숲길을 걸었어요. 문수암(산청군 시천면 마근담길 173-17)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암자로, 지어진 지 20여 년 되었고 바보여행 템플스테이로 꽤 알려져 있습니다. 문수암은 지리산 둘레길 운리- 덕산 구간이 끝나는 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걸음의 시작은 문수암 주차장. 현판 아래서 기념사진을. 현판의 글씨는 남사예담촌에 계시는 이호신 화백이 썼다고 한다. 지리산 깃발 글씨도 이호신 화백 작품. 문수암 경내를 한바퀴 돌고 출발. 참가자 중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 계셔서 문수암에 그냥 계시기로 했습니다. 겨울의 초입이라 나무들은 대부분 낙엽을 떨구었지만, 단풍나무들 중 어떤 것인 빨간 잎을 그대로 달고 있기도 했습니다. 바보숲길을 따라 남명묘소로 향합니다. 바보숲길, 바보여행의 바보는 어리석은 이를 뜻하는 게 아니라, ‘바라보기’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내면을 바라보라는 뜻이겠지만, 그냥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에도 좋습니다. 자, 바보행을 해볼까요? 숲길은 문수암에서 만든 모양입니다. 야자매트 위에 솔잎이 깔려있어서 내리막은 조금 미끄러웠습니다. 그래도 나무 데크가 아닌 지면이라서 좋았어요. 산에는 송이가 난다고 합니다. 불법 임산물 채취를 금지한다는 표시가 붙어 있고 줄이 쳐져 있습니다. 철제 울타리가 아니라서 다행. 경운기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만한 폭의 바보숲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 왕복 2시간이 걸렸던 통학로를 떠올렸습니다. 그때 그 오솔길은 중간에 옹달샘 2곳이 있어 물을 떠 마실 수 있었고, 세수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시사철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서 여름에도 그다지 덥지가 않았고, 밤새 눈이 내린 겨울 아침이면 산토끼나 다람쥐, 새 발자국을 추적하며 학교를 가기도 했지요. 그러나 1995년도에 산림 관리용 임도를 내면서 요정이 나올 법한 예쁜 오솔길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흙먼지 날리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너른 임도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자면, 간혹 ‘푸르게 울창하게’ 문구가 적힌 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차를 태워주며 ‘이제 자동차로 갈 수 있으니까 좋지?’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하게 ‘싫은데요’라고 답하지 않고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정답을 말했지요. 산림청에서는 임도를 내면서 산을 깎아낸 비탈에 침식방지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온 사료작물 ‘뷰티풀러브그래스’ 씨를 살포했습니다. 빗물에 씨가 길로 씻겨 내려와 다음해 키가 1m나 되는 열대 잡초가 길 전체를 덮었고, 이슬을 피하기 위해 우비와 고무장화를 신고 걸어 다녀야 했죠. 이후에 산청군에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임도를 포장했고, 길옆의 식생이 회복되어 풍경이 다시 좋아졌지만, 호두나무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몽땅 베어내어 지금 추억의 숲길은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 울창한 호두나무 숲이 되겠지만, 얼마나 오래 황량한 풍경을 보아야 할까요? 아름다운 바보숲길은 송이가 나는 소나무 숲에 있고, 문수암에서 지켜줄 테니 오래도록 유지될 수도 있겠습니다. 부디 그러하길. 요정의 오솔길이 사라져서 슬퍼하던 내가 같은 길을 운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서 휴대폰 쳐다보며 뒹굴지 않고 엄마랑 같이 바보숲길을 걸어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세월이란. 천왕봉 전망대 도착. 천왕봉에는 구름이 걸려있어서 꼭대기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래로 덕천강과 덕산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전망대의 정자에서 숲샘이 엄선한 시와 노래를 듣는 시간. 숲샘은 윤동재의 <단풍여자고등학교>를 낭송했고, 성심원의 유의배 신부님이 노래한 박남준의 시 <지리산둘레길>을 들려주셨어요.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몸 안에 한 그루 푸른 나무를 숨 쉬게 하는 일이네 때로 그대 안으로 들어가며 그대 뒤돌아 보았는가 낮은 산길과 들녘 맑은 강물 따라 사람의 마을을 걷는 길이란 그대 지금껏 살아온 발자국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 숲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생명의 지리산을 만나는 길 그리하여 둘레길을 걷는다는 건 그대 안에 지리산을 모신다는 일이네 유의배 신부님은 피카소의 그림으로 유명한 스페인 게르니카에서 태어나 한국에 오셔서 40년이 넘도록 산청 성심원에서 봉사하고 계십니다. 멀리 스페인에서 태어나 지리산 자락에 살게 된 신부님은 둘레길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여정과 머나먼 고향 게르니카의 풍경을 마음에 그렸을까요? 내가 바보숲길을 걸으며 어렸을 적 걸었던 추억의 오솔길을 떠올렸던 것처럼. 전망대에서 산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나타난 남명 선생의 묘. 선생의 묘 아래에는 숙부인인 은진 송씨의 묘가 있습니다. 숙부인은 조선 시대 정3품 당상 문무관의 아내에게 주어지는 등급으로, 정부인의 아래입니다. 첫 번째 부인인 정경부인 남평 조씨의 산소는 부인의 고향인 김해 산해정 앞산에 있다고 하네요. 남명 선생은 처가인 김해에 산해정을 짓고 30년 동안 강학을 하다, 50세 무렵 고향인 합천 삼가로 가게 되었는데, 남평 조씨는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본가인 김해에 남아 죽을 때가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조선시대 졸혼? 조식은 삼가에서 두 번째 부인 송씨를 얻고 60세에 산청에 와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식 선생은 정경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숙부인과의 사이에서 3남 1녀를 두었는데, 현재 조식의 후손은 숙부인 은진 송씨에게서 난 자손들입니다. 조식과 스무 살 가까운 나이 차가 있었던 송씨는 조식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식들을 키우며 한참을 더 살아 80세가 넘도록 장수했습니다. 아들 일찍 보내고 남편마저 살아서 떠나보낸 정경부인 입장에선 쓸쓸한 엔딩일 수 있지만, 어쩌면 더 이상 조식 뒤치다꺼리 안 하고 송씨에게 떠넘길 수 있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아무튼 처가에 얹혀살다 다 때려치우고 세컨드 라이프에 도전해서 나름 성공했던 조식. 본인은 벼슬을 거부하였지만, 송씨가 낳은 자식들은 서자임에도 적자와 다름없이 관직으로 나아갔습니다. 조식 선생의 묘에서 곧장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남명기념관과 산천재가 있습니다. 남명기념관 마당의 비석. <무진봉사>와 <단성현감사직소>가 새겨져 있습니다. 숲샘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도 적용되는 일갈입니다”라고 하셨어요. 빽빽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지 못하고 123 계엄사태 이후 인터넷에서 찾아 읽었네요. 감상: 사직은 벼슬 안 해본 선비가 아니라 대통령이 해야. 그래서 1555년에 누가 단성현감이 됐는지? 탐관오리였으면 조식 탓. 시천면소재지인 덕산에 있는 산천재에서 문수암으로 돌아가는 포장도로는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바보숲길이 더 걷기에 좋았지만, 이곳도 둘레길인지라 주변 마을을 구경하며 걸어갈 수 있습니다. 산들강 1에서 외공리에서 덕천서원까지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국도를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산 근방에서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을 찾는다면 바보숲길을 추천합니다. 산들강 1 후기에 나온 국도는 걷지 마세요. 어스름 무렵 돌아온 문수암. 문수암에는 ‘지리산옹달샘’이라는 무인 찻집이 있어 누구나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마실 수 있습니다. 다리가 불편했던 분이 옹달샘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템플스테이 하러 오신 분들도 만나고 절도 천천히 구경하시면서 시간을 잘 보내셨다고 합니다. 옹달샘에서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커피와 하동 홍차를 마시며 산들강8을 마무리 했습니다. 문수암은 우리나라에 허가된 템플스테이 암사 중에 가장 규모가 작은데, 2022년 우수/2023년 최우수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로 선정되었어요. 1박 2일 7만원. 산청에 있는 다른 유명한 절인 대원사는 8만원, 수선사는 15만원 합니다. 저렴하고 실속 있어 보입니다. 문수암은 수선사 같은 럭셔리한 명상테마파크가 아니라 깔끔하고 고요한 산속의 수행처에 온 느낌이에요. 가파른 산 중턱에 있으면서도 터가 좋아 볕이 잘 들며, 사찰 음식도 건강하고 맛있게 차려지는 걸로 은근히 입소문이 나 있습니다. 암자 앞에 스님들이 손수 가꾸는 차밭도 있고요.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없는 저도 문수암에서는 며칠 머무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수선사 카페 아메리카노가 6,000원, 옛날 팥빙수가 18,000원인데, 지리산옹달샘에서는 커피 홍차 야생화차 등이 모두 0원. 비교하면 안 되지만 비교하고 싶네요. 아쉬운 소식을 전합니다. 궁금해 산청산 12월 마지막 행사가 탄핵에 집중하기 위해 취소되었습니다. 문수암 바보산행이 사실상 마지막 산들강이 되었네요. 숲샘의 가이드와 함께 걸음해주신 분들 덕택에 저도 산청에 30년 넘게 살면서 몰랐던 산청의 곳곳을 가 보았습니다.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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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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