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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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장 지하수 문제의 법적 쟁점: 경남도는 '지하수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1)
    안녕하세요. 포네입니다. 오랜만에 산청 소식을 전합니다. 올해 초부터 삼장면 생수공장 일로 바빠서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연재를 쉬었는데, 오늘부터 6회로 나누어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를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지리산인에도 그동안 삼장의 지하수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꽤 실렸습니다. 산청에서 30여년 동안 600톤/1일의 지하수를 취수해온 ㈜지리산산청샘물이 지난 2024년 600톤/1일(3개공)을 추가로 증량 신청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하루도 쉴 날이 없이 증량허가를 막기 위해 분투해 왔습니다. 임시허가를 받고 판 관정 3개 중 1곳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아, 산청샘물은 450톤/1일(2개공)을 본 신청 했고, 경남도에서는 올해 1월에 272톤/1일을 증량허가했습니다. 그 사이, 기존의 600톤/1일에 대한 연장허가 신청이 있었고, 그대로 허가되었습니다. 1. 삼장 지하수 문제의 법적 쟁점: 경남도는 ‘지하수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덕천강 수위 하락, 계곡수 고갈, 주민 관정 고갈 민원 등 지하수 고갈을 시사하는 자연 현상들은 접어두고, 삼장면은 기존 데이터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보여줍니다. 삼장면은 「산청군 지하수관리 기본계획」에 의해 지하수 고갈 위험 1등급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같은 집수구역 안에 있는 LK샘물의 허가량과 ㈜지리산산청샘물의 허가량, 「지하수법」을 통해 허가된 두 공장의 생활용수 사용량, 주민들이 생활과 농축산에 이용하는 지하수의 총량은 ‘지하수개발가능량’을 한참 초과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신규관정이 허가가 가능할까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영혼 없는 기계적 행정을 통하면 허가가 가능해집니다. 「먹는물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경영향조사의 항목」에는 ‘지하수개발가능량’이 아니라 ‘지하수 함양량’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먹는물관리법」은 수질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법이지, 지하수의 보전 관리를 위한 법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 의견 수렴이나 피해조사가 의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하수 보전을 위한 법은 「지하수법」인데, 왜 지하수법에 의한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에 규정된 ‘지하수개발가능량’을 먹는샘물 개발의 심의에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하수법」에 의한 지하수 보전·관리의 의무는 군수에게 있고,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먹는샘물제조업체의 허가권은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법에는 다음의 조항이 있습니다. 제7조(지하수개발ㆍ이용의 허가) ① 지하수를 개발ㆍ이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시장(특별자치시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5. 30., 2013. 5. 22.> 1. 자연히 흘러나오는 지하수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허가ㆍ인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고 시행하는 사업 등으로 인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하는 경우 이 조항은 어처구니없게도 경남도와 낙동강청이 ‘지하수법에 따른 지하수 관리는 산청군의 소관’이라고 발뺌하는 핑계가 되었습니다. 지하수법은 산청군의 소관이기 때문에, 경남도가 지하수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죠. 경남도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음을 민원 답변에서 끊임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이것은 행정의 종합적 적법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지만, 행정의 종합적 적법성 원칙 또한 행정법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지리산산청샘물로부터 환경영향조사를 의뢰받은 한국관정컨설턴트는 피해 가능성을 축소하고 함양량을 늘이기 위해 집수구역 2배 무단 확대, 광역 함양률 적용 등 부적절한 데이터를 이용한 환경영향조사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주민들과 지역의 환경단체는 낙동강청에 조사서의 거짓·부실한 지점과 주민피해, 지역의 지하수 고갈 현상을 수차례 지적했으나, 낙동강청은 ‘저희는 경남도에서 전달한 조사서에 대한 기술적 심사만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 피해 관련해서는 도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응답하고, 허위 조사서를 반려하지 않고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한편, 경남도에서는 주민피해 민원에 대해 ‘낙동강청의 전문가 심사 결과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우리는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밟았습니다’라며, 허가를 내어 주었죠. 경남도는 주민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채 책임을 회피할 합법적인 경로만을 찾아가고, 낙동강청의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의 증언은 조사 근거 자료에서 제외하고, 기업측에서 실시한 불완전한 양수검사 결과만을 과학적 근거 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불성실함은 편향적인 법 해석과 세부규칙 미리 만들어 놓기를 통해 정당화 됩니다. 결국 기업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공유재인 지하수를 합법적으로 사유화하여 이윤을 얻습니다. 주민의 환경권을 보호할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행정이 면피의 법적 근거만을 찾다니, 차라리 AI가 더 공감능력이 뛰어날 것 같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발빠르게 앞서가는 전문가들이시니, “내가 책임지기 싫은데, 핑계대기 좋은 법적 근거와 법의 허점을 찾아줘~”라고 챗gpt에게 부탁이라도 한 걸까요? 지리산사람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경남도와 낙동강청을 대상으로 공익감사청구를 한 상태입니다. *지하수 이야기- 2. 생수와 죽음의 문화에서 계속됩니다.
    • 고을이야기
    • 산청
    2026-03-26
  • [소식] 도법스님이 제안하는 삶의 전환 · 문명 전환의 여정 "시민붓다학림1기"
    도법스님이 제안하는 삶의 전환 · 문명 전환의 여정 모시는 글 깨달음이 삶이 되는 길을 찾아온 여정 도법스님은 개인의 깨달음에 머무는 불교를 넘어, 일상의 삶과 사회 속에서 깨달음의 길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묻고 실험해 온 수행자입니다. 제도권 종교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삶과 갈등의 현장으로 들어가 지혜와 자비가 관계와 삶의 방식으로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찾아왔습니다. 도법스님은 불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발걸음으로 30 여 년 전,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 귀농학교를 우리 사회에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귀농 공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삶을 전환하는 길을 만나고, 마을공동체의 삶을 만들어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시민붓다학림은 이러한 귀농학교의 여정을 잇는, 도법스님이 우리 사회에 제안하는 두 번째 발걸음입니다. 지혜와 자비가 교리 속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삶의 방식으로 살아나는 길, 이웃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 — 그것이 시민붓다학림이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지금 이 시대, 왜 시민붓다학림인가 지금 많은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다시 묻고 있습니다. 관계의 변화, AI와 급격한 사회 변화 , 은퇴 이후의 삶, 사회 진출이 막막한 청년의 삶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길을 찾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함께 묻고, 함께 답을 찾고, 함께 실천하는, 배움과 우정의 공동체로 시민붓다학림을 제안합니다. 자세한 일정 및 정보 안내 링크 https://siminbudda-gakrim-f97cioj.gamma.site/ 대안문화웹진 <지리산인>
    • 소식
    2026-03-26
  • [소식] 제22회 지리산쌀롱 "자본의 바깥 북토크 : 마을공동체와 커먼즈 금융"
    1. 일시 2026년 4월 10일 (금) 저녁 7시~9시 2. 장소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남원시 산내면 대정길 127) 3. 초대손님 김지음 (<자본의 바깥> 저자, 빈고 활동가) : 2008년 해방촌 주거공동체 빈집의 시작을 함께했고 이후 협동조합 빈가게, 카페 해방촌, 해방촌연구소, 자전거메신저 등을 하며 빈마을을 이루어 함께 살았다. 2010년 빈고를 함께 만들고 현재까지 주로 재정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2019년 공유주거협동조합과 빈땅조합을 함께 만들고, 충남 홍성에 공유주택 키키를 함께 짓고 살고 있다. 면 단위의 공유지를 만드는 공유지협동조합을 준비하며 마을활력소에서 일하고 있다. 《오래된 습관 복잡한반성 2》,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4. 참가 신청 - 온라인 페이지 신청 https://forms.gle/bCD8qCcEJTG1UeW67 참가비는 없습니다. 대신 잊지 마시고 당일에 꼭 토닥에서 만나요! 5. 문의 010.5154.0048 지리산이음 (누리) 자본의 바깥 : 커먼즈은행 빈고의 탈자본 금융생활 탐구 김지음(글) | 힐데와소피 | 2025-12-01 “은행은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인가?은행이 계약의 집적이라면 계약 자체를 변경하면 어떨까?우리는 새로운 은행을 만들고, 새로운 계약을 만들어 간다.다시 말해, 은행을 조금씩 옮겨오는 것이다.” 자본의 세상에 균열을 내는 커먼즈은행 빈고의금융 실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인 사양(辭讓)의 경제학!우리는 이렇게 모여서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 고병권, 하승우, 한디디 추천! “가설이 아니라 실증이다. (…) 읽는 것에 머물 수가 없다. 당장 이야기를 나누고 실천하고 싶어진다.”/고병권“‘평범하지만 위대한 공유자’가 되려는 치열한 실천 (…)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가 되려는 책” /하승우“(빈고는) 세계는 우리가 짓는 것이라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세계-짓기에 초대한다.” /한디디 (출판사 제공 책 소개로부터) 대안문화웹진 <지리산인>
    • 소식
    2026-03-26
  • 운조루 흰목련
    「섬진강 편지」 -운조루 흰목련 해마다 기다리는 꽃, 250년 고택 운조루 목련이 폈다 운조루 목련꽃이 특별한 꽃은 아니지만 고택 검은 기와와 어울려 흰 목련의 운치가 있다. 그렇지만 그 운치가 다는 아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 반짝이는 장독대, 이웃 하사마을에서 시집을 와 73년째 운조루를 지키는 종부의 손길이 반짝이는 장독대와 어우러져 운조루 목련꽃빛은 종갓집 묵은 장맛이 스민 빛을 만들어낸다. 저 상사 사는 아무개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문간에 나와 앉은 종부께 인사를 드리는데 올해도 몰라보신다. 상사 토백이는 아닌디! 총기는 여전히 총총하시다. -김인호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6-03-25
  • 생명의 젓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출발
    「섬진강 편지」 -생명의 젓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출발 구례들꽃사진반 회원들이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에 모여서 생명의 젓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출발을 고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했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섬진강길 걷기다. 530리 길을 매주 하루씩 12번에 나눠 걷게 되는 이번 길에서는 섬진강의 숨결을 좀 더 느끼기 위해 천천히 찬찬한 숨으로 걸어야겠다. -출발을 고하는 고천문 고천문 유세차 병오년 정월 스무여드렛날 구례들꽃사진반 섬진강길걷기 회원 일동이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에 와서 뭇 생명의 근원인 물을 우러러 경외하며 정한 마음과 지극정성으로 삼가 고하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한뜻으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이 섬진강 530리 물길을 따라 흐르는 여정을 시작하오니 첫 발걸음부터 남해바다에 이르는 마지막 발걸음까지 탈 없고 막힘없도록 굽어살펴주시옵소서 물은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흘러 뭇 생명을 깨우고 길러내며 함께 어우러져 마침내 평등의 바다로 나아갑니다 그 물의 깊고 맑은 정신을 본받아 우리 또한 교만함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생명을 귀히 여기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물질에 얽매이고 혼탁한 세속에 사는 우리의 삶이 물처럼 맑아지고 푸르러져 생명의 사람, 사랑의 사람, 자유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오늘 첫발을 내딛는 이 길이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생명의 뜻을 새기며 어머니의 마음을 보고 듣고 내 안에 들이는 뜻깊은 여정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에 삼가 마음을 모아 아룁니다. 상향. 김인호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6-03-23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마늘과 함께 만물이 부활하는 춘분
    해의 길이가 밤낮이 같은 춘분부터는 음보다 양이 세지는 본격적인 양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겨울을 나고 새싹, 새움들이 입춘에 꿈틀거리기 시작해 드뎌 춘분에 얼굴을 드러냅니다. 겨울 되기 전 추워 죽은 것 같던 생명들이 부활하는 겁니다. 예수님이 이 때 부활하신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생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는 양의 시대이니 부활하시기 딱 좋은 철인거에요.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부활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실제로 예수님이 언제 부활했는지 기록도 없고 진짜로 부활하셨는지도 알 수는 없어요. 만물이 부활하는 춘분에 온생명을 대표하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걸로 보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을 겁니다. 한 번은 춘분 직전 어느 성당에서 절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강의 전 여는 말씀을 하신 신부님이 곧 다가올 부활절의 의미를 얘기해주시는데, 예수님의 육체적 부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부활하는 삶 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 하셨지요. 맞습니다. 일일신우일신은 아니어도 적어도 춘분이 되면 부활하는 새삶을 계획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게 괜한 얘기가 아닌 게, 예컨대 사람도 춘분이 되어 목욕을 하면 때가 더 나옵니다. 몸이 먼저 부활하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매일 목욕하는 경우가 많아 춘분이 돼도 우리 몸에 내재된 달력이 작동하지 않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희집 마당의 삽살개도 춘분이 되면 몸에 진드기가 생기기 시작하죠. 온생명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겁니다. 동양에선 춘분이 되면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 했어요. 용은 하늘의 메신저로 여겨 임금은 용이 새겨진 용포를 입었지요. 임금은 천자, 곧 하늘의 아들로 여겼으니 기독교와 비슷하죠. 춘분에 승천한 용은 여의주 물고 비를 뿌려주며 만물의 성장을 돕다 추분이 되면 하늘에서 내려온다 했어요. 이젠 성장을 멈추고 이삭과 열매를 맺어 후손을 준비하게 한 것입니다. 불을 뿜으며 만물을 죽이는 서양의 드래곤과 대조되죠. 사실 이건 날씨의 차이를 닮은 겁니다. 우리의 여름은 비 많이 오는 것과 반대로 서양의 여름은 건조하고 따갑기만 하니 다 죽는 거죠. 용이 문제는 아닌 거에요. 작물 중 춘분에 부활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늘입니다. 우리는 마늘 먹고 인간이 된 후예답게 마늘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고 좋아하죠. 사실 마늘은 참 희한한 작물이에요. 한 쪽 심어 여섯쪽 수확을 하니, 한 알 심어 몇천알 이상 거두는 곡식에 비하면 한심하기까지 해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몇 천알의 기운이 여섯쪽에 집약된 것으로 본다면 완전히 얘기는 달라지죠. 그것도 추운 겨울을 견디며 춘분에 지 스스로 부활한 것을 보면 저는 마늘이야말로 성聖스런 기운을 품은 작물이라 봅니다. 그런 마늘을 먹고 버텼으니 곰이 인간될 만하고 드라큘라가 마늘 보고 도망 갈 만 하지 않겠어요? ㅎㅎ 근데 재밌는 것은 곰이 먹은 마늘은 지금의 마늘과 다르다는 거에요. 지금 마늘은 이집트나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라 그걸 먹지는 못했을 거라는 거죠. 제 생각엔 아마 달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우리 땅에서 오랜 세월 자생한 원조(야생) 마늘이거든요. 아니면 산마늘이라고 하는 명이일지도 모르겠어요. 달래는 20년도 더 전에 다섯뿌리 얻어다 심은 게 지금 우리 밭엔 지천입니다. 어제부터 달래장 만들어 밥에 비벼먹으니 봄이 입안에 한 가득이더이다. 요즘은 명이가 또 한참 올라오고 있어 아내가 오늘은 명이에 달래장을 비벼 두부와 치즈를 넣어 국적 불명의 샐러드(겉절이)를 비벼 주는데 반주를 걸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암튼 제가 사는 안산 같은 중부지방에선 겨울되기 전 씨마늘을 심고 얼지 않게 볏짚 덮어주면 춘분에 싹이 올라옵니다. 그러다 꽃샘추위가 가시는 청명 즈음해 볏짚 벗겨주고 웃거름을 줍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소한 전까지 따뜻한 날이 많아 마늘 싹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러다 소한 대한 추위, 입춘 후 꽃샘추위까지 이어져 마늘의 동해 피해가 클까봐 걱정도 컸지요. 다행히 얼어죽거나 동상을 입은 애들은 많진 않아 겉으론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데 속은 안보이니 어떨지 모르겠어요. 수확해 봐야 정확한 건 알겠죠. 그냥 하던대로 웃거름 주고 남은 꽃샘추위 걱정되어 약간 흩어진 볏짚 잘 덮어주고 왔습니다. 하늘은 늘 농부를 전적으로 도와주진 않는다는 걸 떠올리면서 말이죠. 어쩌겠습니까. * 대문 사진 : 춘분 한 참 전에 캐 본 마늘, 겨우내 잠만 잔 게 아니었습니다. 거의 뿌리 없는 마늘을 심었는데 겨우내 땅 속을 파고 들어 이만큼 뿌리가 자랐아요. ** 마늘은 우리나라에서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뉜다. 필자 안철환 선생이 농사짓는 안산은 한지형으로 겨울이 오기 전 싹을 거의 내밀지 않고 땅속에서만 성장한다. 반면에 남쪽에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은 푸른 잎을 낸 상태로 겨울을 난다.(편집자)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기획
    • 절기이야기
    2026-03-20
  • [소식] 송만규 화백 전시회 "완산의 봄, 사유하는 강"
    [소식] 송만규 화백 전시회 "완산의 봄, 사유하는 강" 대안문화 웹진 <지리산인>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내 주신 송만규 화백님의 전시회가 있어서 소식 전합니다. 2026년 3월 18일 ~ 4월 30일, 전주시 곤지산 4길 12 완산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4월 18일 토요일에는 송만규 작가와의 만남 자리도 있으니, 많은 분 오셔서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지리산인
    • 소식
    2026-03-18
  • [소식] 세월호 참사 12주기, 영화 "주희에게" 무료 상영회 in 함양
    [소식] 세월호 참사 12주기, 영화 "주희에게" 무료 상영회 in 함양 2026년 4월 15일 수요일 저녁 6시 함양문화예술회관 소강당 더 이상 아픈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함양 소식 전합니다. 지리산인
    • 소식
    2026-03-18
  • [벗자편지]함께읽기 8 아랑:지구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하고픈 걸 하며 살고 싶은 청년에게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벗자편지>>를 펴낸 니은기역 출판사입니다. 자급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나와 둘레를 돌보며 고귀한 하루를 살려는 농부들의 편지, <<벗자편지>>를 여기 <지리산인>에 한 달에 한 번, 한 꼭지씩 들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의 시간을, 나의 생산수단을, 나의 재주를 좀 더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엔 ⑨ 김정희 : 바라는 삶을 살고 싶은 해바라기 벗들에게, “담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일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편이 함께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구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하고픈 걸 하며 살고 싶은 청년에게,"주저하는 마음이 들고, 두려워도 괜찮아요. 우리 같이 해 볼래요?" 아랑 땅은 언제부터 인간의 소유물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내가 살 집을 갖기 위해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걸까. 몇백만 년 지구 역사에서 채 100년도 안 되는 시간을 머물다 갈 집을 ‘소유’하겠다고 내 평생을 바쳐야 한다니! 난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스무 살 이후 나는 자본주의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해 오지 않았나 싶다. 삶 대부분을 바쳐 돈을 벌어야만 하는 현실을 벗어던지기 위한 방법을 찾고 또 찾아 헤맸다. 이것은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허브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어린 시절 전문직 여성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파란색 블라우스에 힐을 신고 어떤 일을 진두지휘하며 이끄는 모습. 왜 그게 멋진 여성이라 생각했던 건지, 지금 내 모습과 너무 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굽 높은 구두를 신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지금 난 개량 한복을 입고 팔에 분홍 토시를 끼고, 알록달록 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땀 냄새 풀풀 풍기며 농사일을 한다. 꽃을 따고, 허브를 수확해 말리고, 모종을 키우고, 풀을 뽑는다.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기까지는 방황하고 침잠하던 시기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막막함 같은 감정들이 나를 지배했지만, 그런 시간을 잘 버티고 나니 기회가 왔다. 지금으로부터 여섯 해 전, 영국에서 처음 허브를 만나게 되었다. 1년 넘는 외국 생활을 하며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다가, 영국 한 작은 도시로 흘러가 허브가 가득한 정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공짜로 얻는 대신 일을 돕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만난 허브가 ‘세이지’였다. 여린 색에 보들보들한 그 세이지 잎이 소화작용에 도움이 된다는 영어로 된 허브 책을 보고 날마다 세이지 잎을 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밭 곳곳에 있는 레드커런트나 블랙커런트 같은 작은 열매들을 따서 잼을 만들고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내 몸이 느끼는 불편함과 아픔을 반드시 다 약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허브를 공부하면 가벼운 통증들을 스스로 돌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둘레에 나는 풀로 제 몸을 보하는 일이야말로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 조상들이 몸을 돌보던 방법이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 슬기로운 지혜들이 왜 먼지가 가득 묻은 채 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걸까.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퍼머컬처permaculture를 만나게 되었다. 퍼머컬처란 지속가능한 농사를 바탕으로 만든 삶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자연 체계에 따라 농사짓고 에너지를 적게 써 자급하는 생활 방식 또는 순환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일을 아울러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2월 페이스북에서 퍼머컬처 디자이너 양성과정이 열릴 거라는 공고문을 마주하자 홀리듯이 ‘이건 가야 해!’ 하는 마음을 먹었고, 결국 2주라는 시간을 비우고 돈을 마련했다. 그때 내가 느낀 퍼머컬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며 나 스스로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농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목수만 숟가락이나 책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나 원한다면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거나 교환하여 사용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퍼머컬처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삶을 꾸려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당연하게 내 시간과 돈을 맞바꾸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삶이 있었다. 왜 이제껏 아무도 나에게 이걸 알려 주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게 뭘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잘 곳과 먹거리가 해결되어야 하겠지. 농사를 짓는 일을 멋지다고 생각한 가장 큰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먹고살 거를 해결해 주잖아!’ 거기다가 식재료를 살 때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무수한 쓰레기들을 감당할 필요가 없어진다. 먹고는 살아야겠으나 먹거리를 살 때마다 딸려 오는 그 무수한 쓰레기들 말이다. 게다가 농사가 잘되거나 수확물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팔아서 여윳돈을 벌 수도 있다. ‘아지랑’, 자급으로 가는 길 살아가는 것만으로 지구에 이미 너무 해로운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나는 아주 미비할지라도 지구가 겪는 고통을 덜어 주고 싶었다. 탄소를 가두는 농법으로 땅과 미생물들을 살리고, 그 땅에서 나는 농작물을 먹고 살며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순환이 이루어지는 자급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 먹거리 자급에 대한 욕망은 퍼머컬처를 만난 이후부터 무척 커졌는데, 2017년부터 2019년 서울에 사는 동안에도 옥상에서 상자 텃밭을 가꾸었고,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작은 텃밭을 빌려 농사짓기도 했다. 퍼머컬처를 만나고 공부하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2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2019년 고향인 경상북도 구미로 오게 되었다. 마침 경상북도에서 ‘도시청년시골파견제’라는 청년지원사업이 있어서,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 교육을 진행하는 ‘생태감성충전소 아지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내가 바라던 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꿈같기도 하고 얼떨떨했다. 지원받는 기간 안에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것 같다. 어쩌면 무모하게 그리고 얼렁뚱땅 말이다. 퍼머컬처는 처음 2-3년이 아주 중요한데, 그때 두둑이 높은 밭을 만든 후 다년생(여러해살이 작물)을 중심으로 심고, 짚이나 우드칩이나 왕겨 같은 자연 재료로 흙 표면을 잘 덮어 주어야 하며, 무성히 뚫고 나오는 풀도 돌봐야 한다. 지난해 첫 번째 여름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주로 밭에서 살았다. 아지랑을 시작하기 전 퍼머컬처를 2년 동안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1년 농사를 제대로 시작한 건 처음이었고 다양한 작물이 있는 만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작물도 많았다. 그런데 난 그냥 했다. 모르는 건 인터넷을 뒤지며, 책을 찾으며, 도저히 모르겠는 건 주변에 물어 가며 절기마다 해야 할 농사일들을 허겁지겁해 나갔다. 무모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선 나에겐 퍼머컬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지구를 위해, 또 온 생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퍼머컬처를 삶에서 실현하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일단 시작해 보고 싶었다. 퍼머컬처 농사는 자리 잡기까지 적어도 3년에서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얼른 시작해 3년 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자급하리라는 기대가 나를 움직이게 한 큰 힘이었다.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땅에서도 먹거리를 기를 수 있다. 그것은 반드시 농업을 공부해야 하거나 대규모 농사를 짓거나 먹거리 모두를 자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만이라도 괜찮으니 내 먹거리를 내가 생산해 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용기 그리고 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자급이 시작된다. 자급하는 길을 탄탄히 만들어 주는 채식 나에게 자급이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나는 여전히 삶을 꾸리기 위해 소비를 해야 하지만, 농사를 짓고 또 생활재 만드는 기술을 익히며 조금씩 자급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대략 2016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는데, 채식을 시작하면서 더욱 자급이 절실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처음엔 페스코 단계(육류만 먹지 않고, 바다 동물과 알, 유제품은 먹는 단계)로 채식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이, 채식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험난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나마 페스코는 사 먹을 게 있지만, 2년 정도 전부터 비건 지향으로 살면서부터는 정말 스스로 요리해 먹는 게 가장 속 편했다. 지금은 비건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넓게 퍼져서 수도권 쪽은 채식인으로 살기 나쁘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지방은, 글쎄? 이 불편함 덕분에 빵이든 요리든 이것저것 더욱 시도해 보게 된다. 어느 동물도 착취하지 않고 마음 편히 먹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걸 파는 데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정이 꽤 흥미롭다. 밖에서 무엇을 사 먹으려면 불편할 때가 많고, 누군가와 만날 때도 식당을 고르기가 쉽지 않음에도 그걸 다 감수할 가치가 있다 싶게 비건을 지향하는 여정은 나를 성장하게 한다. 요리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내가, 먹는 것만 좋아했던 내가,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먹고 싶던 채식 레시피를 실현해 보는 일이 되었다. 게다가 지금 나는 농사를 짓고 있어 재료까지 선택해 직접 키울 수 있다. 이게 바로 선순환 아닌가? 게다가 최근에는 함께 사는 강아지가 몸이 아파 자연식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자급 농사를 향한 의지가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 강아지에게 줄 건강한 먹거리를 키워 내는 농부가 되어야지!’ 하는 열정 가득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자급력을 +1, +3 ‘레벨 업’ 해 나가고 있다. 생명 감각을 잃지 않는 밥벌이 앞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나는 내 일생을 돈 버는 일에 바치고 싶지 않았다. 내 밥벌이가 나를 살리고 지구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생명 감각을 잃지 않는 밥벌이’가 곧 삶이고, 삶이 곧 밥벌이가 되기를 바랐다. 2016년 환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찾아다니며 공부하다 보니 어찌 잘 연결되어 서울에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강사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는 수줍음이 많고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면 심장이 세상 쿵쾅거리고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고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강사가 될 줄이야. (인생은 결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현인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 늘 소비자로 살던 내가 생산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러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워 나갔다. 반드시 석박사를 해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 신념과 열정을 품어 공부하고 또 실제로 그 현장에 뛰어들며 겪다 보면 누구에게든 자기 기술이 쌓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은 내 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나는 어린이들을 만나 교육하는 일에 큰 가치를 둔다. 감사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에 금과 은보다는 희망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생각한 선생님을 만나 생명은 귀하다고, 우리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고 배웠다. 겨우 한 해였지만, 그 시간 덕분에 어른이 된 내가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도 어린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비인간동물들과 인간동물이 공존하는 세상… 그러한 자연 이치들을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 결과, 나는 지금 퍼머컬처를 실현하며 그 길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길고양이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귀한 생명임을 말하고, 밭에 쪼그려 앉아 괭이밥을 뜯어 먹기도 한다. 밭에서 수확한 허브들로 모기 기피제를 같이 만들고, 아카시아로 만든 만두를 함께 해 먹기도 한다. 한번은 어린이들과 같이 무전, 고구마전, 배추전을 구워 먹었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거둬 씻기부터 부침가루를 묻혀 팬에 굽기까지 아이들이 온 과정에 다 참여하는 수업이었다. 그때 한 어린이가 열심히 구운 전을 먹으며 말했다. “아랑! 저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아이가 내뱉은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란 나는 “아직 어린데 그게 무슨 말이야.” 해 버렸다. 그러자 내가 당황한 걸 느꼈는지 아이가 “아니요, 아니요, 지금 말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지금을 떠올리면 그럴 것 같다고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말을 한참을 되뇌었다. 너무 기쁘면서도 동시에 슬펐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순간을 될 수 있는 한 힘껏 자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렇게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을 때 충만하고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느끼며 자랄 수 있길 바란다. 특별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불을 끌 수 있다 이렇게 나는 어린 나의 친구들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을 진행하며 지구 한 생명체로 살아 나가는 길에 있다. 그렇게 세상이 요구하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인 방향에서 벗어나 지구를 위한 방향으로 스스로 노선을 결정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이 여정이 절대 완벽하지는 않다. 팜유가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산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라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비건을 지향하지만 간혹 어쩔 수 없는 상황엔 페스코 단계까지 타협하기도 한다. 늘 생각한다, ‘나는 죽는 날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지구와 지구의 많은 생명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겠구나’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인간동물들은 무수한 비인간동물들 서식지를 파괴하여 문명을 누리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내가 쓰던 플라스틱은 지구에 남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있는 힘껏 내 생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싶다. 나는 생태학자도, 기후위기 전문가도, 과학자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사는 한 인간동물이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집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툰베리Greta Thunberg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서 불이 난 우리 집을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급하는 삶도,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삶도 특별한 누군가 또는 여유 있는 누군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알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살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마음을 벗어던지는 것과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하는 마음을 벗어던지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슬픔은 상대방도 느낄 수 있고, 지구가 느끼는 아픔은 우리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같이 나무를 심고, 채식 위주로 맛있게 먹고,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함께하면 좋겠다. 그렇게 허울과 껍데기는 벗어던지고 진짜 우리 알맹이를 함께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랑 ◌ 아랑 또는 다혜라고 불리길 바랍니다. 강아지 토리, 고양이 우주와 함께 살며 경북 구미에서 퍼머컬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린 생명들과 함께’ ‘어린 생명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교육공간’이라는 뜻의 생태감성충전소 아지랑을 운영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 속 경쟁하는 세상만 있지는 않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농사, 자연, 먹거리, 비건, 퍼머컬처, 자급자족, 비인간동물을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반려동물인 토리를 만나 인생 첫 전환점을 맞았고, 퍼머컬처를 만나 두 번째 전환점을 마주했습니다. 비인간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시작한 이후로, 인간동물밖에 몰랐던 세계에서 비인간동물과 공존하는 세계로 확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제 모습대로 살 수 있기를 꿈꾸고, 인간동물이 빼앗고 파헤친 자연 속 생명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해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퍼머컬처 농사를 짓습니다. 저는 무척 허술하고, 느리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하루하루 배우며 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벗자편지>>를 통해 누구나 지구에 닥친 이 거대한 불을 끄는 일에 함께할 수 있고,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도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 여러 각주가 있으나 <지리산인> 지면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벗자편지>> _자급하는 삶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자 • 지은이 : 김혜련, 칩코, 똥폼, 문홍현경, 풀, 상이, 아랑, 김정희 • 펴낸 곳 : 니은기역 • 펴낸 날 : 2022년 11월 22일 • 판형 120*188 / 쪽수 256쪽 • ISBN 979-11-968328-4-1 (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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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마을
    2026-03-15
  •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편집자가 전하는 제작 이야기 한 해가 끝나기 하루 전, 책이 나왔습니다.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는 오랜 시간 준비해 마침내 나온 책입니다. 구례 문척면에 사는 정환이 쓴 책이고, 구례에서 ‘포도시’ 책을 내는 니은기역 출판사가 만든 책입니다. 책을 펴낸 사람으로서, 구례분들께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만큼 잘 만든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환경 보호 같은 일에 열심히 매달리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살다 보니, 저절로 스며들 듯, 기후위기를 걱정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도 될 수 있으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더라고요.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책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안 만들 수 없다면, 덜 해롭게 만들도록 ‘노오력’은 하자고 생각했어요. 콩기름 잉크, 너, 뭐 돼? 니은기역은 2019년에 『살자편지』를 펴낼 때부터 콩기름 잉크를 쓰기 시작했어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전혀 없는 ‘무용제 잉크’가 가장 친환경적 잉크이긴 하나, 국내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그다음으로 덜 해로울 (거라고 믿는) 콩기름 잉크라도 쓰려고 했지요. 이번 책에도 콩기름 잉크를 썼습니다. 석유 용제 기반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쓰면 인쇄, 건조 및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VOC와 스모그 현상 같은 각종 공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또, 책을 읽는 분들과 책을 만드는 작업자분들의 건강에도 좋고요. 또, 콩기름 잉크를 쓴 인쇄물은 재생 종이를 만들 때 종이에 묻은 잉크를 지워 내는 탈묵 과정이 기존 잉크보다 훨씬 쉽다고 평가받아요. 그런데 이 콩기름 잉크가 좀 더 비싸요. 또 취급하는 인쇄소도 적어요. 그러다 보니, 무용제 잉크만큼은 아니지만 콩기름 잉크도 쓰기가 쉽지 않아요. 콩기름 잉크로 인쇄할 수 있는 인쇄소도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책을 소량 찍을 땐 콩기름 잉크를 쓰기가 어려워서요. 인쇄소에 물어보니, 콩기름 잉크 찾는 분이 많지 않아서 콩기름 잉크 쓰는 기계를 따로 들이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이건, 소비자한테 ‘콩기름 잉크 쓰자’고 말할 일이기보다는, 출판문화협회나 관련 정책 기관에서 나서서 지원하고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말이 길어지니, 다음으로) 재생종이, FSC 인증 종이, 무표백 종이 (책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물음에 대한 변명을 곁들여)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는 산속에 살던 한 사람을 생태활동가로 만든, 갖가지 새와 숲 생명을 기록한 책이어서, 읽는 동안 그 생명 옆에 선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내용 구성 방식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종이와 인쇄, 제본 방식도 지은이의 철학과 편집자의 의도가 담기도록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표지 종이와 내지 종이 모두 FSC® 인증을 받은 국내 재생종이를 썼는데, 표지는 100% 재생 펄프가, 내지는 30% 재생 펄프가 들어간 종이입니다. (참고로, FSC® 인증 종이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된 목재로 만들어진 종이를 말합니다.) 또, 양면이 ‘쫙’ 다 펼쳐지는 노출사철제본 방식을 선택해서 한 생명을 오래 바라보기 좋게 했는데요, 노출사철제본은 두꺼운 합지를 붙여야 하는 양장본보다 종이와 에너지와 풀을 덜 쓸 수 있습니다. 겉표지를 두르지 않은 덕에 책등에 보이는 매듭끈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책의 핵심 가치를 보여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책을 만들 때 조금이나마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들은 대체로 ‘보통 만드는 방식’보다는 비쌉니다. (그래서 책값이 그 모양….) 농사로 따지면, 관행농과 유기농의 차이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품으로 따지면, 대량 생산품과 수제 생산품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런 말이 다른 출판인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서 조심스러워요. 그냥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다른 출판인들은 또 자기 나름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이야말로, 진짜 친환경 위에 말씀드린 것들 말고도 여백과 빈 종이 줄이기, 표지에 코팅하지 않기, 인쇄 규격 판형 우선하기, 잉크 적게 쓰기, 도서관 구매 북돋기 등등 여러 방식을 써 보고 있지만, 제가 항상 강조하는 건, ‘나무를 베어 만들어야 할 만큼 좋은 책인가?’ 하는 물음에 먼저 ‘그렇다’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친환경 방식을 썼다고 해도, 책 내용에서 소비와 경쟁을 부추기고, 혐오와 차별을 말한다면 그런 책은 안 만드는 게 가장 친환경적일 테니까요. 저도 늘 고민하며 책을 만들겠습니다. 또, 제가 하는 방식이 꼭 옳다는 생각도 갖지 않겠습니다. 더 나은 방식을 가르쳐 주시면 열린 마음으로 바꿔 나가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인간만 살고 있는 건 아니라서, 급격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존재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루하루 내 선택이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은 잊지 않고 걸어가겠습니다. 글쓴이 : 문현경 니은기역 출판사 이끄미 - 출판사 소개 니은기역 책 짓고, 농사짓고, 기후악당에겐 짖어요! 틀을 깨는 소리, 순서를 뒤엎는 몸짓을 기록합니다.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아홉 농부가 생태순환의 삶을 담아 쓴 『살자편지』, 에코페미니스트 농부들이 자급하는 몸을 되찾자며 보낸 『벗자편지』, 반달가슴곰KM-53의 삶을 통해 야생동물과 한 터전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오삼으로부터』,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숲에 살던 동식물의 목소리를 담은 『집에서 쫓겨났어』, 지키고자 하는 이의 시선을 담은 사진 에세이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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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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