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를 다녀와서- "1년에 14.82분 가동. 오타가 아닙니다."
- “야,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 저절로 쌍욕이 튀어나옵니다. 돈으로 자기 배 불리자고 수십년 동안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잣나무 수십만 그루를 베어내고, 산을 파헤치고, 골짜기를 수몰시키는 배은망덕한 개자식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지구 간강범, C발놈들. 이곳은 강원도 홍천 풍천리입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초과 전기의 쓰레기장으로 예정된 곳이죠. 핵전기쓰레기장을 고운말로는 ‘양수발전소’라고 합니다. 쓰레기처리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든 위선적인 이름입니다. 양수발전소는 얼마나 발전을 할까?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해 전국의 양수발전소는 평균적으로 39일 가동, 수력발전소는 94일 가동되었습니다. 10% 조금 넘는 가동률입니다. (자료출처: https://www.khnp.co.kr/main/selectWebDisoffView.do?key=152&siteId=&seq=19602, 합계 발전량 ÷ 합계 발전용량 ÷ 24시간으로 계산) ‘가동’이라는 단어는 발전소가 발전목적으로 쓰이는 시간을 뜻합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 양수발전소는 핵전력을 소모하기 위해 하부저수지에서 상부저수지로 물을 끊임없이 퍼올리고 있으며, 상부저수지에서는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발전기를 돌리지 않고 그냥 흘려보냅니다. 이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가동이라고 할 수 있고, 환경단체들의 ‘너무 낮은 가동률’ 주장도 오해를 일으킬 만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태양광이 24시간 발전할 수 없듯이, 양수발전소도 24시간 가동할 수는 없습니다. 물을 퍼올리는 동시에 발전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남는 전기를 소모(저장)하기 위해 물을 퍼올리는 시간이 당연히 감안되어야 합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양수발전소를 풀로 가동한다면 하루에 6시간(25%)이 한계라고 합니다. 전국의 양수발전소는 하루 평균 2시간 30분 정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가동 가능 시간의 절반이 채 안되니,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여도 여전히 낮은 가동률입니다. 저기요, 오타 아닐까요? 홍천 풍천리에 건설예정인 양수발전소의 ‘가동률’은 얼마나 될까요? 기절초풍할 정도로 낮습니다. 한수원의 홍천 양수발전소 승인 신청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연간 148.2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양수건설 타당성조사 용역(홍천지점), 2022, 한국수력원자력). 이 수치는 2025년 청평양수발전소 발전량의 0.059%, 예천양수발전소의 0.014%에 불과하고, 600MW용량임을 감안해 계산하면 연간 14.82분 발전에 불과합니다. 강원생명평화기도회 박성률 목사가 이설도로건설로 엉망이 된 숲속을 안내하며 말했습니다. “보통사람이 메가와트가 얼마나 되는 건지 감이 안 오잖아요. 그래서 AI에게 신청서 분석을 부탁했지요. 그런데 AI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전력 생산량이 오타가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GWh를 MWh로 잘못 쓴 거 아니냐고. 그래서 한수원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가 오타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어요.” 연간 14.82분. 오타가 아닙니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에 드는 비용은 1조 7천억. 이 돈을 들여서 양수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가동률’이라는 단어를 치워버리고 기능의 비율로 보면 모든 것이 명쾌해집니다. 국내 양수발전소는 전기 쓰레기장 기능이 9할, 발전 기능이 1할이며, 홍천 양수발전소는 쓰레기장 기능이 백프로에 가깝습니다. 양수발전소를 더 짓는 이유는 전기가 더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밤에도 낮에도 항상 초과되는 전기를 내다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초과될 전기를 기존의 양수발전소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쓰레기장이 필요해진다는 겁니다. 전기 쓰레기장 만든다고 풍천리 할머니들이 50년 전에 심어 가꾼 잣나무 11만 2천 그루를 베어내고 잣수확으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 생계를 박살냅니다. 쫄쫄쫄 흐르는 시냇물을 3년 동안 받아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풍천리에는 개천에 물도 없겠네요? 100대 명품숲 유아숲체험장도 물에 잠깁니다. 욕이 나옵니다. "썩을 놈의 개새끼들. 나쁜 새끼들. 한수원 니가 뭔데? 어? 이래도 돼는 거야? 이러고도 니들이 멀쩡할 줄 알아? 천벌 받을 놈들." 나무들은 착해서 욕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인 내가 대신 욕을 해줍니다. 사람이 말을 할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말없는 나무들 대신 욕이라도 시원하게 한바가지 해달라고 목소리가 있는 것 아닌지. 풍천 주민들은 젊은 시절 손수 심어 가꾼 잣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7년 동안이나 싸웠습니다. 수몰되는 지역에 들어와 펜션 사업을 하던 이들에게는 보상절차가 진행되었고, 이설도로를 만드는 작업으로 나무들이 베어지고, 산이 파헤쳐졌습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실어와 불법적으로 방치하는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댐 예정지 바깥에 살면서 평생을 잣숲에 기대어 살아온 주민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이만큼 싸워온 덕분에 이만큼 숲이 지켜졌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자본의 폭력은 무자비합니다. 사치품과 쓰레기 사이에서 쓰레기장에 버려야 할 정도로 많은 전기는 왜 생산하는 걸까요? 조절이 어려운 ‘안정적’ 전력공급원인 원전에 모든 탓을 돌릴 수도 있지만, 태양력도 통제 불가능한 초과 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줄이지 않은 채 태양력만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태양광과 풍력이 각광을 받자, 태초에 핵전기 쓰레기장으로 지어진 양수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의 배터리 역할로 홍보되었습니다. 그래도 태양광이 늘어나면 원전을 폐쇄하려나 했더니 웬걸, 신규 원전을 늘이겠다고 합니다. 양수발전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 방전되는 서랍 속 비상 배터리입니다. 부피가 어마어마한 이 배터리로 인해, 상당한 면적의 동식물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피크타임에도 항상 전기가 남아도는 판국에, 더 많은 비상 배터리가 정말로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집집마다 서랍에 비상 배터리 두세 개 갖추고 있는데, “예비 배터리는 생활에 필수”라며 나라에서 또 배터리를 선물해주겠다고 합니다. 기쁠까요? 집집마다 찬장에 안 쓰는 텀블러 여러 개 있습니다. 페트병 내다 버리는 건 일입니다. 넘치는 물건은 기능이 무엇이건, 새것이건 낡았건 관계없이 쓰레기입니다. 결국 쓰레기가 되는 물건을 자꾸 만들고 강매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누군가가 돈을 버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발전소와 전력망과 배터리는 국가 예산을 끌어다 쓸 그럴싸한 명분이 됩니다. “전기는 국민 생활에 필수”라고 하지요. 지나친 전기 사용으로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전력수요 피크 어쩌고 하며 겁을 줍니다. 나라에 필수적으로 가동되어야 하는 시설들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들은 필수이기 때문에 전기가 우선적으로 공급되며, 비상용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위 전력수요 피크를 세계종말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옛날에 사람은 전기 없이도 살았고, 전기는 인간에게 사치품이지, 필수품이 아닙니다. 필수라고 홍보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전기 덕분에 감사하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여러 사치품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치품들로 세상을 채우기 위해 모든 생명의 생존에 필수품인 숲을 없애도 될까요? 과유불급이라 하였습니다. 어쩌다 정전이 되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집마다, 마을마다 대비하고, 어쩌다 모자랄 수도 있는 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365일 초과 전기를 생산하고 국토를 실리콘과 중금속의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고 현명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경고 한 세기 동안 화석연료는 탄소 배출로, 우라늄은 중성자 방출로 지구 온도를 높였습니다. 자동차와 냉장고와 에어컨이 생존필수품이 되고, 연소기관과 전자제품이 지구 온도를 더더욱 높이는 악순환이 영구적으로 정착되었죠. 전기가 충분하고 남는다는 결론이 나자마자, AI를 ‘미래먹거리’로 부각시키며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원전과 송전선을 지어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요. 중동에 전쟁이 일어나면, 핵으로라도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떠듭니다. 이 반이성의 미친 짓거리를 보면 저절로 외계인 음모론이 떠오릅니다.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질투하는 외계인이 지구를 온통 실리콘과 중금속과 아스팔트와 방사능 쓰레기로 뒤덮고, 동식물과 인간을 멸망시키거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몇몇 인간의 뇌에 침투하여 영감과 정보와 미끼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AI는 경험의 멸종을 불러오고, 인간 개체들은 생각하는 능력과 기억력, 밝은 눈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습니다. 메가와트인지 기가와트인지 오타 확인도 AI가 담당할 판이죠. ‘모든 것의 외주화’가 이 시대의 좌우명입니다. 돈에 미친 이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이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숲은 태양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저장하는 천연 배터리입니다. 인체 역시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발전소이며, 배터리이고, 모터입니다. 위대한 구루들은 인체를 둘러싼 전자기장을 활성화시키고 운용하는 법을 깨달으면,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며, 시간과 별들 사이를 오갈 수 있으며, 육체의 모습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외주화된 것들, 모든 인공적인 것들은 본래 인간과 지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타이가의 잣나무숲에 사는 아나스타시아는 말합니다. 모든 것의 외주화와 금권을 신봉하는 현대인들은 이런 종류의 지식을 미신이나 사이비로 치부하고 믿지 않으며, 신비주의는 히말라야 설표만큼이나 멸종위기입니다. 그러나 전기가 빛과 열을 발생시키고, 식물이 빛과 열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것은 현대의 ‘과학적’ 상식입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에, 우리가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 년에 14.82분 가동되는 양수발전소일까요? 1800ha 잣나무숲일까요? 글쓴이 : 이해성 산청 책방 "지금부터 판타지" 이끄미,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산청난개발대책위원
-
- 기후위기
-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를 다녀와서- "1년에 14.82분 가동. 오타가 아닙니다."
-
-
노고단 털진달래
- 「섬진강 편지」 -노고단 털진달래 4월 30일 고교친구 장주섭시인 출판기념회, 5월 1일 순천작가회의 안준철, 장진희시인 공동출판기념회, 5월 2일 악양 빈산갤러리 박경리작가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전 3人3色 (김해화, 김인호, 이원규)사진전시회 개막전, 5월 3일 매천사 제향 사진 촬영, 이어진 일정으로 지쳐 일찍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새벽 2시 반이다. 지난주에 다녀온 노고단 털진달래가 생각이 났다. 급히 국립공원예약통합시스템에 접속을 해보니 노고단 탐방로 예약 가능 인원이 딱 한 명 남았다. 1870명 정원인데 1869명이라니 이건 필시 노고할미가 나를 위해 특별히 남겨둔 한자리일 거라는 생각에 급히 예약을 하고 배낭을 챙겼다. 5월 4일, 오늘 노고단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하며 새벽길을 나선다.
-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
노고단 털진달래
-
-
숲의 새소리, 지리산의 노래는 공존, 평화였다.
- 법계사 아래, 천왕봉이 조망되는 곳에서 요즘 숲에 들어가면 산새들의 노랫소리로 숲이 가득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이면 숲을 울리는 되지빠귀와 흰배지빠귀의 노랫소리와 박새와 쇠박새 등 박새류의 재잘거림, 작지만 우렁찬 굴뚝새의 외침과 청아하며 숲을 느리게 만드는 큰유리새의 노랫소리와 밤이면 들리는 소쩍새와 뻐꾸기의 노랫소리는 이제 여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리산 아래쪽부터 초록으로 물 들어가는 숲은 산의 높이를 느낄 수 있게 하며 봄철 첫 잎은 다양한 수종들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봄의 끝자락에서 다시 봄임을 느끼게 해주고, 논물로 인해 탁해진 강물은 봄의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느낌과 깨달음, 편안함을 줍니다. 구태여 높은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경험들입니다. 이런 다양성의 숲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을 때 더 많은 생명을 품고, 다양한 생명들이 섞여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무들이 첫 잎을 내보일 때 다하게 섞여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큰산개구리의 산란시기 변화(국립공원연구원의 Rana uenoi Matsui, 2014 논문 참고) 적산온도와 산란시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섞여서 살아가는 지구에서 기후의 변화로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두 친구는 큰산개구리와 구상나무입니다. 큰산개구리는 과거 북방산개구리로 불리던 종을 최근 개별적 종으로 분리하여 큰산개구리로 이름 지었습니다. 이 큰산개구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란 시기 변화로 산란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산란시기가 빨라져도 기온이 올라가서 그런 것이니 적응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라는 것이 따뜻한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온도 저하도 함께 벌어지기에 산란 이후 알들이 동사하는 일도 있을 수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큰산개구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는 있을까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반도체 산단, AI센터를 이야기하며 더 많은 전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우리들을 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끝이 정해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큰산개구리 다음으로 이야기할 것은 구상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아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상록침엽수로 지리산과 한라산, 덕유산과 같이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오직 한국에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이 구상나무가 지금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수의 개체가 고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리산 반야봉, 천왕봉 일대에서 많은 개체의 고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의 부족으로 수분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을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2023년 치밭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에, 산 구상나무와 죽은 구상나무가 함께 서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그 아래서는 다시 생명이 싹트고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한 종의 개체수 감소를 막아내기 위해 ‘복원’이라는 작업을 국가에서는 진행합니다. 사라져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겠지만...이전에 연어 기사에서 이야기했듯, 서식지에 대한 변화, 보전이 없이 특정 종의 복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상나무의 쇠퇴는 기후변화가 주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복원’이 아닌 기후변화를 막아내거나 늦추는 일 이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복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복원’이라는 작업은 다른 종을 배제하며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특정 종을 살리기 위해 흔하다고 판단되는 종을 배제한다면 이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있는 지역은 빠르게 신갈나무나 사스레나무와 같이 낙엽활엽수로 대체되고 있다 합니다. 숲은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을 지향하는 종은 오직 인간입니다. 숲과 강, 산은 귀한 종만의 서식지가 아닙니다. 모든 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라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부모의 마음으로, 구상나무를 복원하기 위해 특정 종의 배제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지리산에서 구상나무 복원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니 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국립공원이라는 공간은 모든 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평화, 공존,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쓴이 : 정정환 _<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지은이, 지리산사람들 사무국장
-
- 자연생태
-
숲의 새소리, 지리산의 노래는 공존, 평화였다.
-
-
지리산 땅 기운이 만들어낸 차
- 스님에게서 농사의 근본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차가 우리 몸을 살리는 음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덕제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차는 음식일 뿐 아니라 약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하게 자란 차나무, 그 잎으로 만든 차는 좋은 맛을 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농사의 원리와 철학 역시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스님께서 내주시는 차의 맛은 아주 부드럽고 깊은 느낌이었다. 이 맛은 어디에서 올까? - 차 맛은 차밭에 있어요. 제가 만든 게 아니고. 차밭이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이 첫 번째입니다. 화엄사 구층암의 경우 차나무들이 대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로(竹露) 야생차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나무 이슬을 먹고 산다는 말이지요. 저의 은사 스님께서 사용한 이름인데 저 역시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 차나무와 대나무는 궁합이 잘 맞아요. 차나무는 직근성으로 뿌리가 굉장히 깊이 내려갑니다. 3m 이상 8m까지 뻗어 내려가요. 반면에 대나무는 천근성이에요.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도와줍니다. 물론 소나무 아래에도 있어요. 여하간에 대나무는 차나무가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도 막아주지요. 적당한 그늘을 조성해 주는 것도 높은 품질의 찻잎을 생산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됩니다. 구층암 차는 야생차다. 심어서 가꾸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아무런 관리를 안 해도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 관리라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안 합니다. 차 딸 때 걸리적거리는 가시나무나 덩굴식물 정도 손질해주고 차 씨앗이 필요할 때 외에는 거의 건드리지 않아요. 연기암 올라가는 길에 차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차를 만들기 위해서 심어본 적은 없어요. 기존에 있는 나무들 잎도 다 못 따고 있는데 뭘 더 심겠어요. 퇴비도 비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차나무는 잔뿌리 없이 하나의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사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비료를 주면 뿌리가 깊숙하게 내려갈 필요가 없게 되어 그 고유의 성질을 잃어버립니다. 구층암 차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아니, 좀 더 근본적인 농사로 인증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질서에 부합하는 농사, 그래서 땅을 살리는 농사는 인간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님은 구층암 차와 다른 차들과의 비교를 극구 꺼리셨다. 하지만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가지고 계셨다. - 차는 마셨을 때 속에 걸림이 없고 편해야 합니다. 차가 속쓰림을 일으키는 이유는 차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차나무를 건드리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지나 잎이 무성해지고 차 맛도 점점 떫어집니다. 원래 차는 떫지 않고 잎 자체에서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떫은 맛의 원인은 바로 대량생산입니다. 스님은 어떻게 차 만드는 전문가가 되었을까? 2005년부터 20년 넘는 세월 차를 만들 정도이면 이쪽 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신 것일까? - 저는 차를 잘 만든다고 얘기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차의 성질을 빨리 알아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배추로 말하자면 좋은 배추, 좋은 배추밭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차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안 거죠. - 처음 차를 할 때 세 곳 정도를 찾아갔어요. 다들 당신들 방법이 최고라는 거에요. 그래서 어느 집을 쫒아갈까 생각했는데, 결론은 가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왜냐면 내 차가 더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 결국 그 비결은 차밭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스님을 뵈러 간 날 마침 구층암에서 차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절 곳곳에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프코리아의 우퍼들이었다. 우프코리아 홈페이지에 제시된 우퍼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방문자와 유기농 농부를 연결하며 교육 및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생태적 농업의 중요성을 지향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우프는 1971년에 설립되었으며 세계 최초 교육 및 문화 교류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 우프활동은 전 세계 132개국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WWOOF Korea는 한국에서 우프 활동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삶의 방식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방문자, 즉 '우퍼'는 호스트와 일상 생활을 함께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해 배우며, 하루 절반 정도는 농장 일을 돕습니다.” 우퍼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스님께 여쭈었다. - 우프코리아를 알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차를 못했을 거예요. 일반인 인건비가 하루 20만원 가까이 하는데 차를 하기가 쉽지 않죠. - 우프를 통해서 오신 분들은 함께 먹고, 자고, 공부도 같이 하고, 아침에 여기 앉아서 명상도 하고, 불교 체험을 합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다 불교 신자는 아니에요. 카톨릭, 개신교 등 다양해요. - 국적도 굉장히 다양한데 지금은 거의 유럽인들입니다. 프랑스 식구들이 제일 많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네덜란드, 벨기에... 공통점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 지원자는 많은데 방이나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지금 15명 정도 받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더 받고 싶긴 해요.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여기고 생태적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프코리아는 현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굉장히 뜻이 좋더라고요. 농약 치지 않고 자연을 살리면서 땅을 가지지 않고 자연 농법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지리산 차나무 시배지에 얽힌 상이한 주장이 거론되었으나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이 말하고 있는 진실을 보는 것으로 기록을 대신하려고 한다. 석탑 안에 있는 스님상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의 어머니인 비구니의 모습이라고 하며, 석탑 바로 앞에 있는 석등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숭상은, 효성이 지극하였던 연기조사가 어머니에게 차 공양을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
- 사람이야기
-
지리산 땅 기운이 만들어낸 차
-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맞아도 온화한 곡우비
- * 여러 사정으로 곡우가 한참 지나서야 곡우 편지를 올립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빕니다! 봄 답지 않은 추위와 더위가 오락가락 하니 물 다라이 밑에 있다 들킨 두꺼비도 매가리가 없네요. 예수님이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춘분보다는 곡우에 부활하기 딱 좋았을텐데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춘분보다는 곡우에 겨울잠에서 깬 생명들의 향연히 더 극적이거든요. 작년엔 곡우비가 일주일 일찍 내렸어요. 음력으로 3월 보름이었지요. 보름엔 비 잘 안오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찌뿌리다 오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농장에 오기로 한 손님들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비를 흠뻑 맞았지만 그게 곡우비라는 걸 밤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봄비 잘못 맞으면 감기 걸리기 십상인데 그 비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온화한 기운을 담고 있는 비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에 산을 보니 일제히 나무들에 새순이 돋은 겁니다. 그 기운이 얼마나 신선하고 상큼한지 꽃이 아무리 예쁜들 새순만 할까 했습니다. 화려한 꽃이라 해도 이내 지고 말 운명이지만 새순은 앞날이 창창한 희망을 품고 있으니 그 기운에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곡우비의 그 기운은 춘분의 기운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역동적이라 한 겁니다. 낮과 밤이 같고 낮이 밤을 이기기 시작하는 춘분의 기운이야말로 부활의 힘이란 건 분명하나 춘분 뒤 반갑지 않은 불청객 꽃샘추위가 들이닥치는 게 춘분의 뒤통수라 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이런 걸 보고 액이 빠져나갈 때 꼬리로 뒤통수를 후려 갈기며 나간다 했어요. 액이 나간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뜻일 겝니다. 곡우 다음날인 오늘 아침 기온이 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마치 여름날처럼 낮 기온이 2~3일 28도까지 육박했네요. 그 여름 같은 기운에 곡우가 되지 않았는데도 산의 나무들은 새움 트기 무섭게 여름 기세로 녹색이 우거지고 있었지요. 밭의 나무 새순들도 여느 해와 달랐습니다. 두릅 순은 더운 기운 오기 전에 펴서 먹을만했는데 그 뒤에 올라온 엄나무 순, 오가피 순은 올라오자 마자 세지고 있더만요. 철쭉 꽃도 몽우리 맺히자마자 더운 기운을 맞더니 바로 만개를 하대요. 음력이 늦어 추운 날씨에 봄 같지 않던 기세가 느닷없이 닥친 여름 기운에 봄은 다 간줄 알았다가 오늘 아침 불청객 꽃샘추위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올 봄 내내 늦게 심어야 한다고 많이 강조했습니다. 음력이 늦은 봄엔 꽃샘추위가 늦게까지 올 수 있거든요. 음력의 주인공인 달은 바닷물을 밀고 당기며 날씨를 주관하는 걸 알았던 조상들은 그래서 음력을 파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렇지만 뜨거운 햇빛과 일조량을 주관하는 태양의 존재를 달이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기에 조상님들은 양력인 절기와 함께 음력을 살펴보았지요. 말하자면 음력이 늦어 늦게 찾아 온 꽃샘추위가 아무리 드세도 봄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을 막을 수는 없는 거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봄이 봄답지 못한 건데요, 곡우에 곡식 심기 좋은 비가 내리지 않고 꽃샘추위가 내렸으니 제대로 된 곡우비는 좀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하긴 곡우날인 어제 비가 온다기에 그건 곡우비가 아닐거라고 보긴 했어요. 음력 3월 초순이라 너무 이른 거지요. 그래서인지 5미리도 안 되는 찬비가 찔끔 내리고 말았어요. ㅋ 아무튼 곡우비가 가져다 주는 생명의 기운은 매번 감동적이지만 처음 곡우비의 신비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20여년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저희 밭은 군포에서 안산 넘어 오는 영동고속도로 밑 토끼굴 지나 산 밑에 있는데 곡우비 그친 다음날 어두운 그 굴을 지나자마자 내 눈앞에 펼쳐진 온 산 나무들의 새순은 생명들의 팡파레이자 세레모니였어요. 입과 눈을 닫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걸 예수님 못지않은 생명들의 부활이라 느꼈지요. 우리나라의 봄의 부활이 감동적인 것은 모든 게 죽는 추운 겨울 때문일 겁니다.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아 변함없는 녹색을 자랑하는 호주의 겨울을 보았을 때 부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런 나라의 봄은 별로 부활의 감동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지요. 너무 추워 모든 게 죽는 우리의 겨울이 역설적으로 축복이라는 걸 느낀 것도 한 참 나이 들고 나서였죠. 춘분에서부터 부활하기 시작한 기운이 곡우에 와서야 완성되는 셈입니다. 춘분을 기점으로 부활하는 생명들은 아직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꽃샘추위를 조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여전히 움추리고 있는 생명들이 적지 않아요. 그러나 곡우 때 따스한 봄비로 이젠 모든 추위가 물러가니 만물이 마지막 기지개를 켜 약동의 계절을 준비하는 겁니다. 곡우(穀雨) 지나면 여름 나는 작물들은 대부분 파종할 수 있습니다. 곡식 심기에 좋은 비가 내린다는 말 그대로이죠. 벼를 비롯해, 옥수수, 수수, 콩 등 곡식에서부터 고추, 오이, 수박, 호박, 참외, 토마토 등 과채류까지 심을 수 있으나 들깨, 조, 고구마, 메주콩, 팥 등은 장마 근방에 심는 게 좋습니다. 일찍 심으면 웃자라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늦게 심는 이런 작물들은 감자나 마늘, 양파, 밀, 보리 등을 6월 중에 수확해 그 자리에 이어심는거지요. 이를 그루작물이라 하는데 앞 작물 수확 후 남는 그루(밑둥)들을 갈아엎어 심는다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앞 그루 갈아엎는 거는 그루갈이라 하지요.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 과채류 모종들은 보통 곡우 지나 심지만 보통은 입하 지나 심는 게 안전합니다. 최저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조심해야 하거든요. 곡우 근방에 논을 잘 갈아둡니다, 밭은 경칩부터 갈지만 그렇게는 못해도 곡우부터는 갈아둡니다. 보리나 밀과 이모작 하는 논은 갈 수 없겠지요. 곡우 즈음 보리가 이삭 패고 곡우 조금 지나 보리보다 일주일 늦게 이삭 패는 밀을 위해 이삭거름을 주어야 합니다. 이젠 풀들도 억세집니다. 냉이는 벌써 꽃 피고 져서 씨를 맺고 있어요. 날은 아직 춥지만 풀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제 날에 올라와 기세를 부리니, 이래저래 풀을 인간이 이기기는 힘들기만 합니다. 곡우 직전 낮 28~29도까지 여름날씨 처럼 기온이 올라 산의 나무들이 여름 기세로 힘차게 녹색 기운을 뽐 내더니 곡우 지나자 마자 꽃샘추위가 급습하곤 이내 봄 가뭄이 시작됐네요. 곡우 다음날 비온다기에 곡우비인가 했더니 찔끔 오고 말아 봄 가뭄을 막지도 못했지요. 다음 주 음력 3월 중순 즈음 비 소식 있어 곡우 비이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고의 봄 가뭄이 올까 저어됩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 기획
- 절기이야기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맞아도 온화한 곡우비
-
-
최갑순 할매 / 서시내 가면,
-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최갑순* 할매 철쭉빛 스카프 목에 두르고 뭘 보고 있소 서시내 보요 노고단을 보요 할매 독다리 건너던 독다리 보요 꼭 다문 입술 열고 한 잎 한 잎 띄워 보내요 꽃바람에 맨발로 앉은 보따리 꼭꼭 싸맨 가슴 풀어나 봐요 할매 꽃신 어디 두었소 꽃신 따라 건넌 시간 어디 두었소 꽃 대신 울다 피다 울다 철쭉 또 오거든 함께 걸어요 쑥부쟁이 독다리 건너 건너 광의에 가요 오늘은 서시내 깔따구가 따라와 눈을 뜰 수 없어요 할매 철쭉 빛 스카프 바뀌고 또 바뀌면 어둠 머금고 봄은 언제 올까요 * 구례 평화의 소녀상 서시내 가면, 동광 사거리 지나 당산나무가 있고 서시교까지는 포플러가 즐비한 신작로였다. 고흐 사이프러스 길이 생각나는 포플러 길. 신작로, 말만 들어도 구례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서시내는 뭇 생명과 함께 흐르는 구례 아이들 놀이터였다. 요즘은 섬진강 다슬기로 유명하지만, 구례말은 데사리나 고동이다. 서시내서 잡은 데사리 한 바구니 데쳐 가족들 함께, 옷핀으로 빼먹던 고동, 모래알 같아 퉤퉤 뱉던 그 초록 알이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듯하다. 서시내 둑방은 어린 내가 오르기에는 좁고 가파른 길이었다. 몇 해 전 수해로 둑은 더 높아져 지리산을 막고, 밤이면 가로등 번쩍이는 꽃길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 둑방 아래 조성된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구례 평화의 소녀상 최갑순 할매가 바위에 앉아 있다. 항상 맨발인 할매. 어릴 적 꽃신 사준다고 해 따라나선 길은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먼 길이었을까? 그 길 가슴에 싸맨 보따리 하나 두고 앉은 할매. 할매 곁에서, 때로는 지나는 사람이 씌워준 모자와 목도리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지리산과 서시내도 계절을 갈아탄다. 오늘 할매 이야기 듣다 어두워지고 밤이 온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 고을이야기
- 구례
-
최갑순 할매 / 서시내 가면,
-
-
[소식]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전 3 : 김해화 · 김인호 · 이원규 초대전
-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전 3 : 김해화 · 김인호 · 이원규 초대전> ■ 3인 3색 김해화 · 김인호 · 이원규 초대전 2026. 4.30 – 5.23 ‘숨 막히는 조화(造花)의 천지에서’ ■ 작가와의 대화 및 오프닝 5.2(토) 오후 5시 갤러리빈산 마당 세 번째 특별기획전으로 야생화 사진전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문인이자 사진가인 세 작가가 각기 다른 세대의 시선으로 담아낸 야생화의 기록입니다. 평균 17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오랜 시간 야생화와 함께해온 작가들의 깊은 시선과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창작시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연의 숨결을 온전히 담아낸 세 가지 빛깔의 시선 속으로, 5월 2일 오후 5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오프닝 행사이후 저녁식사 및 뒷풀이에는 소정의 참가비가 있습니다. 문의는 빈산지기에게(0507-1353-0902) “갤러리빈산”은 하동 악양의 작은 시골집 외양간을 갤러리로 개조해 만든 이색적인 전시 공간입니다. 전시 관람은 전시 기간 중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갤러리빈산(악양) 찾아오는 길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동상신길 89-29
-
- 소식
-
[소식]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전 3 : 김해화 · 김인호 · 이원규 초대전
-
-
[소식] 람천-임천 보살행(보듬고살피기행동) 5월 용유담으로
- 람천-임천 보살행(보듬고살피기행동) 5월 물길을 걷지 않고 물가를 걷습니다 지리산 맑은 물은 기대하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강물 속 고기와 바위 자갈이 모든 생물이 보이는 맑은 강을 기다리며 걷습니다. 5월 봄바람 불어 오는 날 엄천강 용유담에서 돌게구멍 찾기 함께해요.
-
- 소식
-
[소식] 람천-임천 보살행(보듬고살피기행동) 5월 용유담으로
-
-
지리산 앵초는 힘이 세다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앵초는 힘이 세다 구례 산동 지리산 앵초 꽃밭 가는 길, 산업도로 2차선 한가운데 차가 서 있다. 브레이크 등이 켜진 것도 아니고 아예 시동이 꺼진 채 세워져 있다. ‘이런 미친*’ 중얼거리며 급하게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늦추어 세워진 차 안을 건너다보니 운전자가 없다. 사고로구나!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달려가 보니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있고 의식은 있으나 몸을 움직이질 못한다. 119에 신고를 해놓고 달려오는 차들을 1차선으로 유도하고 있으니 20분쯤 지나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119구조대에 상황 인계를 하고 앵초 꽃밭으로 가며 생각해 보니 오늘의 인명 구조는 앵초가 일등 공신인 것 같다. 앵초가 꽃을 피워 나를 불러서 보러 가던 길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앵초는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 무리 지어 피어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아 지리산골프장 건설 무산에 큰 공을 세운 힘이 센 앵초꽃이다. 힘센 지리산 앵초! 앵초꽃 옆에 피어난 각시붓꽃 동봉하여 아침 편지 띄웁니다. -섬진강 / 김인호
-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앵초는 힘이 세다
-
-
"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기를" 농민이 된 환경운동가 김석봉 농부가 보내는 편지
- "지리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내일을 묻다." 오늘 '지리산 사람들 TV'는 함양 마천 창원마을에서 70마리의 동물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거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김석봉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단순한 은퇴 농부가 아닙니다. 80년대 격변기를 지나며 안정된 공무원직을 뒤로하고, 환경운동의 전선에서 "환경은 모든 운동의 근본"임을 외쳤던 뜨거운 활동가였습니다.운동의 현장에서 지쳐갈 무렵 운명처럼 만난 지리산 빈집은 그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빼빠지게 일하시는데, 나물이나 뜯으며 사는 것은 삶의 예의가 아니다"라며 50대에 시작한 농사. 이제는 70세의 노농(老農)이 되어, 돈이 되는 대규모 관행농 대신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나누어 먹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이 영상에는 단순히 산골 살이의 낭만을 넘어선 묵직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말하는 김석봉 선생님. 비 오는 날 생강 밭에서 달려와 건네준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든든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00:00 인트로 01:03 지리산농부 김석봉 02:03 70여 생명과 함께하는 지리산 거대 가족 04:34 교정직 공무원에서 환경운동가로 09:11 운명처럼 만난 지리산 창원마을 15:03 괭이 한 자루에 담긴 농사의 예의 21:44 심각하게 다가오는 기후변화 26:13 귀농인으로 느낀 농촌의 현실 42:27 새로운 농촌을 향한 꿈, '이장 공모제' 50:08 "지금 양수발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56:09 지리산에서 띄우는 편지, "열심히 사는 이들이 좌절하지 않기를" #지리산 #김석봉 #환경운동가 #생명의예의 #지리산사람들TV #귀농귀촌 #함양마천 #창원마을 #양수발전소반대 #기후위기 #다품종소량생산 #이장공모제 #지리산농부 #유기농사 #공동체
-
- 사람이야기
-
"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기를" 농민이 된 환경운동가 김석봉 농부가 보내는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