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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③주옥이는 잠만보
- ‘잠만보’로 말하자면, 잠만보는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포켓몬으로 하루 대부분을 자거나 먹는 데 쓰는 ‘잠꾸러기’이다. 먹는 건 모르겠고, 자는 건 나와 겨뤄볼 만하다. 나는 말을 하다가도 잠들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잠이 든다. 버스, 기차, 트럭, 배, 비행기 등 운송수단을 가리지 않고, 좌석에 앉으면 5분 이내 잠들고, 내려야 할 곳에선 귀신처럼 깬다. 저녁에 잠드는 건 5초면 된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든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국립공원 대피소의 극상 상황에서도 잘 자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나는 잠에 관해서는 현존하는 절대 지존 ‘잠만보’다. 내가 언제 어디서나, 특히 저녁에 잘 자는 이유에 대해 ‘피곤해서’, ‘간이 안 좋아서’, ‘활동량이 많아서’, ‘멀미해서’, ‘잠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추측이 난무한다. 모두 그럴듯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일찍 일어나기에 일찍 자는 것이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중학생 이후 몸에 밴 습관이다. 부모님께서 새벽 3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셨기에 어쩌다 보니 나도 그렇게 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뭘 하냐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절도 하고, 명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대가 저녁에 하는 일을 새벽에 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창이 밝아오는 걸 바라보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잠에 관하여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내가 반달가슴곰(반달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걸 알게 된 후, 그의 겨울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가을에 맘껏 먹은 곰들은 굴에 들어가 잠을 자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봄이 오면 굴을 나와 한 해를 시작한다. 먹지 않고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자면 잠자기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는 있을까? 혹시 동지에서 춘분까지는 어디 먼 곳에 다녀오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진짜 멋진 일일 텐데 말이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궁금증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은, 반달곰이라고 해서 모두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반도에 사는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만 대만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김만우 팀장(구례곰마루쉼터)은 반달곰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먹이 부족입니다. 먹을 게 없으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동면을 하는 거죠. 대만의 경우는 먹을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동면은 극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행동”(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이라고 설명한다. ↑지리산 반달곰들은 화엄사 홍매가 필 즈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림 결) 그럼 내가 잠을 잘 자는 이유도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고민이 있거나, 화가 나거나, 일이 안 풀릴 때 잠을 더 잘 잔다. 이런 나를 두고 동료는 ‘그럴 때 잠이 오냐? 소리를 질러야지! 아니면 술을 마시든가.’라고 말하지만, 놀랍게도 잠을 자고 나면 고민도, 화도, 일도 절반은 해결되어 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누군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분명하다. 반달곰도 겨울잠을 자고 나면 슬프고, 아픈 기억들이 반으로 줄어들면 좋겠다. 작년 ‘구례곰마루쉼터’(곰쉼터)의 성원이 된 반달곰들, 그중에서 나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곰주옥도 겨울잠을 잤겠지.’ 김만우 팀장에게 물어봤다. 윤주옥: 여기 곰들도 겨울잠을 잔 거죠, 곰주옥도?(호호) 김만우: 아니에요. 지난해 24개체가 들어왔는데, 그중 7개체만 동면(겨울잠)을 시켰어요. 윤주옥: 네! 왜요? 김만우: 그게요, 여기 있는 곰들 대부분은 사육되던 농장에서 겨울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겨울잠은 곰들의 생리적인 행동이지만, 사육되던 개체들은 동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개체는 사고 위험 때문에 동면을 안 시킨 거고요.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사육되던 곰들은 겨울잠을 안 잤구나! 자연에서는 당연한 겨울잠도, 농장이나 동물원, 보금자리(구례곰마루쉼터, 화천곰보금자리)처럼 인간이 규정한 환경에서는 ‘재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떻게 재우는 걸까? “먹이를 조절하는 건데요, 가을에 가장 많이 먹이고, 동면 직전에 점점 줄이다가 마지막에 끊습니다. 그다음에는 빛을 차단하고 보온재를 넣고, 사람 접근을 막아서 동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 ↑ 겨울잠에 드는 반달곰의 눈빛 이처럼 동면은 세심한 환경 조성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더해진다. 곰쉼터의 곰들에게 짚을 넣어주었더니 스스로 탱이(낙엽이나 짚을 모아 만든 잠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뜬장에서 살았던 곰주옥도 태어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탱이를 만들었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짠하다. 곰쉼터의 곰들을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나는 3월 중순, 따뜻하고 햇살도 좋은 날인데도 움직이지 않고 땅바닥에 누워 먼 하늘만 바라보던 곰주옥이 애처로웠다. 어디 아픈지 걱정도 되었다. 김만우: 아니에요. 원래 곰은 활동을 많이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개처럼 뛰어다니지 않아요. 상위 포식자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필요할 때만 움직이고, 평소에는 쉬는 시간이 많습니다. 윤주옥: 아, 그렇군요. 상위 포식자다운 위엄이 있네요. 동면이라고 해도 계속 잠만 자는 건 아니죠? 김만우: 네, 자다 일어났다가 반복합니다. 물도 먹고, 날씨 좋으면 나와서 햇빛도 쐬고요. 다만 자는 비율이 훨씬 높아서 동면이라고 하는 겁니다.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 구례곰마루쉼터에서 바라본 구례의 봄. 곰쉼터의 곰들에게 올해 봄은 어떻게 기억될까. 곰에 대해, 특히 곰주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그의 눈빛, 움직임, 소리에 민감해진다. 나의 민감함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가만히 쉬고 있는 시간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나의 기준으로 그의 상태를 짐작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적당한 표현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알고자 하는 마음이 앞설수록,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곰주옥이 그저 곰답게,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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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곰주옥X인간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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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③주옥이는 잠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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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곰 마루쉼터에 사는 곰을 찾아서
- 구례 곰 마루쉼터에 사는 곰을 찾아서 커피박을 통한 곰의 감각 풍부화를 위하여 월요일이면 커피박을 싣고 구례 곰 마루 쉼터(이하 곰 쉼터)로 간다. 야생을 모르는 사육되던 곰의 풍부화를 위한 커피박, 커피박은 말 그대로 추출되고 남은 커피의 껍질이자 찌꺼기다. 후각이 발달한 곰에게 커피박 제공은 곰의 감각 풍부화로 후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풍부화란 보호시설이나 동물원에 있는 곰이 자연에 가까운 행동을 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돕는 활동이다. 쉽게 말해 본능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철창에 갇힌 생명의 감각을 깨우고 무기력한 곰에게 활력을 주는 활동이다. 무기력한 곰을 바라보는 일은 무기력한 일이자 고통이다. 한 달 전 지리산 문수사에서 본 반달곰이 울부짖는 분노어린 발작과 철창을 부여잡은 곰의 발바닥이, 아기곰의 눈망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커피박을 수거하는 일은 카페 주인의 마음과 그 만의 향기가 담겨있다. 커피가 제 일을 다 하고 껍질이 건조되는 과정은 곰으로 가는 기도다. 커피박에 희끗희끗한 점이 커피 일부이기를 바라며 커피박을 수거한다. 커피박을 건조하는 카페 주인의 손길은 숭고함이 전해진다. 곰에게 가는 돌봄 하나하나가 모여 커피박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숨구멍을 통해 건강한 커피박이 탄생한다. 커피가 곰의 후각을 살려 숲의 냄새 따라 먼 선조의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야생에서 태어나 자라야 할 곰이, 우리나라 사육곰으로 태어나 곰 쉼터에 있는 주옥이라는 곰을 CCTV를 통해 처음 만났다. 얼굴은 보지 못했다. 아니, 그녀의 등을, 뒷모습을, 어슬렁거리며 반복되는 걸음이 또한 그녀이기에, 얼굴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고 임옥주 수의사에게 그녀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내내 곰은 느리게 느리게 목적 없는 배회를 하고 또 하고 나는 보고 또 볼 수밖에 없었다. 곰의 풍부화를 위해 커피박을 나르며 실은 내 삶이 풍부해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곰을 알아가고 생명을 존중하는 일, 곰에게 커피박을 나르는 일은 커피가 남긴 향기처럼, 건조된 커피의 빛과 색의 순간에 감사하며, 곰도 그 순간의 감각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 곰마루쉼터 제공) 커피박을 제공한 후 커피 향을 제일 좋아하는 곰이 청심이라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얼굴에 커피박이 담긴 봉지를 비비고 만지고 냄새 맡는 청심이란 곰이 사랑스러웠다. 새로운 향과 촉감에 흠뻑 취한 그녀의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청심의 감각 풍부화 과정을 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한 곰이 새로운 것을 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생명의 감정과 행동을. 이제 커피의 눈물이 남긴 껍질과 향을 곰들과 공유하는 일. 곰의 야생성을 찾아 풍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자. 지리산 아래 살면서 지리산 아래 곰 쉼터로 찾아온 곰들을 환영하며 그들에게 커피박을 나른다. 일어나 곰아! 오늘도 멀리서 날아온 흙냄새, 꽃 향, 쓴맛과 초콜릿 향을 맡으며 곰에게 간다. 차 안 가득 향기로운 바람이 분다. 곰이 산길을 숲을 헤매고 산과 함께 할 날을 상상한다. 낙엽 바스락거리는 숲을 거닐 듯 네 발로 커피박과 노는 영상을 본다. 전생에 엄마 곰이 아기곰에게 알려준 생존의 기억을 찾아 커피야, 곰과 놀다 갈래? 도도 새침한 곰을 네 향으로 유혹해봐. 자연 속 자연의 일부로 곰이 곱답게 살아가도록 우리 함께 힘을 기울이자. 곰이 커피 향에 취한 순간은 곰의 배회를 잠재운다. 곰 쉼터로 오르는 경사로처럼 남아있는 사육 농장의 곰과 문수사 곰이 곰마루 쉼터로 옮겨지는 일 또한 숙제로 남아있다. 구례 읍내의 카페 및 음식점, 지리산오여사, 둥둥, 느긋한 쌀빵, 봉서리책방, 지인카페, 호이요, 오차커피공방, 구례가, 구례자연드림시네마 카페 순으로 커피박을 수거하여 구례 곰마루 쉼터로 달린다. 달리는 길에 벚꽃이 흩날리며 꽃비를 내린다. 이처럼 행복한 일이 또 없다. 이 기분이 커피박을 제공하는 카페와 음식점에 전해지기를 바라며 또한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보낸다. 글쓴이 : 이촉 시인, 지리산人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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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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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곰 마루쉼터에 사는 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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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햇꽃
- 「섬진강 편지」 -얼레지 햇꽃 숲에 들어 햇꽃을 본다 해마다 보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맘으로 기꺼이 꽃 앞에 무릎을 꿇는다 당신에게 당신에게도 그랬어야 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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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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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햇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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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와 죽음의 문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2 )
- 생수와 죽음의 문화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우리는 ‘생수’라고 부릅니다. ‘살아있는 물’ 이라는 뜻일 텐데요. 요즘은 가열과 증류 과정을 통하지 않고 제품화된 지하수를 보통 생수라고 합니다. 계곡이나 자연샘, 옛날 방식의 우물에서 바가지로 뜬 물이 아니라, 소독약을 뿌린 플라스틱이나 테트라팩에 담긴지 삼일 이상 지난 물을 생수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지만, 편의상 생수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생수에는 용기 안쪽에 뿌려진 소독약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얇은 페트병에서 우러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소량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인체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니지만, 페트병은 일회용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이 우러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곧장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페트병이 정말로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오염물질과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의 물은 한라산이나 지리산, 백두산, 또 알지 못하는 어느 수계에서 왔습니다. 물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레 인체는 여분의 물을 배출합니다.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아주 먼 곳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전혀 엉뚱한 수계로 배출하게 됩니다. 국내산 암반수는 대한민국의 곳곳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수출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수를 사 마시면서, 수세식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고 강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또 고기를 얻는 축산공장에서는 물청소를 하고는 그 물을 강으로 내보내죠. 지자체에는 물감시 전담 인력이 없기에, 감시체계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과중한 문서처리 업무로 다들 바쁘고, 비오는 날에 아침에 축사를 불시 방문할 공무원은 없습니다. 콘크리트 보로 막혀 자정능력을 상실한 낙동강은 녹조라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산시민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고 덕산을 수장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세상이 이러하니, 깨끗한 식수를 누구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게 제품화 하는 사업이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먹는샘물개발업자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합니다. 국내 생수 산업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등지로 수출할 길도 열렸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 시점에서, 수원지 근처 주민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생수공장이 들어서고 30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쭉 잘 나오던 용천수와 계곡물이 말라 버렸어요. 우리는 마실 물과 씻을 물, 농사지을 물을 얻기 위해 이제 관정을 점점 더 깊게 파서 전기로 물을 퍼올려야 해요. 예전엔 공짜로 물을 마셨는데, 지금은 전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생수공장에서 물을 더 퍼가겠대요. 도로로 지나가는 생수 트럭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매일 집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어요.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국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먹는물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하와이, 사이판, 괌, 일본, 중국, 유럽 등지로 진출하자고, 지리산 삼장면 같은 수원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물을 뺏고, 집을 부수고, 농토를 서서히 말려버려도 되는 걸까요? 지하수는 공유재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허가를 받아 공유재를 사유화한 다음, 몇 푼 안되는 수질개선부담금만 납부하고, 주민들은 말라버린 계곡과 강물, 부서진 가정용 관정 모터, 흙탕물로 손상된 세탁기, 물이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 가운데서 시름만 깊어갑니다. 시끄러운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에서 마을발전기금을 주겠다거나, 체육시설을 지을 돈을 주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민을 회유하기도 합니다. 몇 달전 삼장면 이장협의회장 백 모씨는 ㈜지리산산청샘물에서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준 돈 6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고 착복한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공유재인 지하수를 지역의 이장 및 사회단체장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상 개인적으로 기업과 거래하고, 공증까지 받은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이번 삼장 지하수 증량 허가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는 관계없이 272톤 증량은 진행되었습니다. 지하수 총량 관리와 주민 피해 보호는 뒷전이고, 프랑스 에비앙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K-생수의 해외 진출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박수받는 세상. 과연 정상적인 세상일까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이용의 생태적 원칙에서 계속됩니다. <참고자료> ‘25.7.15일 기준 -지리산권 4개 시군 7개 업체 총 허가량: 7,244톤/1일 -한라산권(제주도) 총 허가량: 4,700톤/1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제주삼다수) 4,600톤/1일+ 한국공항(주) 100톤/1일) * 제주도내 지하수 고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공항(주)가 2025년 4월 30일 50톤/1일 추가 증량을 신청하여 논란 중 지리산권 샘물공장 허가량 및 제품명('25. 7.15 환경부 공표 먹는샘물 제조업체 현황에서 인용) ㈜산청샘물(산청 삼장면 600톤/일): 화이트, ECO화이트, 맑은샘지리산, 지리산을 그대로 담은 뽀로로샘물, 숲속의 맑은샘물, 지리산 청정수, 깊을수록 ECO,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가야 water LK샘물(산청 삼장면 400톤/일): 지리산수워터, ECO JIRISAN SOO WATER, I’m 3H 지리산水, ECO I’m 3H 지리산水, 지리산 산수, 화이트, ECO화이트, 일화 광천수, 맑은나라 지리산水 산청음료(주)(산청 시천면 1,885톤/일): HEYROO미네랄워터, youus(유어스)맑은샘물, 미네랄워터 ECO, Homeplus Signature 맑은샘물, 맑은샘물, 하루이리터, 아이시스, ICIS, 아이시스 8.0, 내몸애 70%, PADAISE 화인바이오(산청 시천면 2,379톤/일): 지리산물하나, 지리산물하나eco,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YOUUS지리산맑은샘물, 지리산수(JIRISANSOO), NATURAL MINERAL WATER, 우리샘물수, 추신水, 지리산암반수, ㈜정상북한리조트 네추럴미네랄워터, 정식품 지리산 심천수, 유진샘물 ㈜ 회천(구례 산동면 530톤/일): 지리산 천년수, 셀밸런水, 지리산 산수려, New서울생수 ㈜더조은워터(전북 남원시 주천면 1,190톤/일): 깊을수록 ECO 무라벨, 깊을수록,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호진지리산보천(하동군 화개면, 260톤/일): 오(eau), 쉐프큐QNC샘물, 지리산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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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을이야기
- 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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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와 죽음의 문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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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와 자원, 그들은 자원일까 자연(自然)일까?
- 어족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생명들, 과연 생명들은 자원인가 자연(自然)일까 연어에게 자유를, 강이 자유롭게 바다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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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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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와 자원, 그들은 자원일까 자연(自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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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지천에 꽃들로 어지러운 봄, 꽃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노란 후리지아는 폐쇄 병동에서 근무할 때, 생각에 빠져 있던 한 여인의 얼굴, 후리지아는 그녀의 앙다문 입술, 콧방울 따라 고통이 배어나던 눈빛. 그 눈빛은 툭 하면 터질 듯한 아우성, 아니 텅 비어버린 마음, 그녀와 함께 햇빛 내린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만 아는 동굴에서 그녀가 한숨을 쉬면 후리지아가 노랗게 피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목적 없는 배회를 했다. 누가 목적 없는 배회라 했나? 후리지아가 해마다 목적 없이 피어난다고 생각해? 아니,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땅속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고. 문득 생각나는 그녀와 후리지아, 장날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보았다. 자꾸 뒤돌아보았다. 그 향이 자꾸 따라왔다. 담장을 넘어 핀 꽃을 보는 일은 특별하다. 구월이면 담 밑에 떨어진 주홍빛 능소화를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능소화는 가정간호사 근무 당시 기관절개를 하고 비위관을 통해 밥을 먹던 소녀 같다. 나는 1달에 한 번 능소화 피어있는 집을 방문한다. 안녕, 능소화, 그녀의 목에 걸친 기관 절개관을 교체한 후 가래를 뽑고 비위관을 교체한다. 그리고 능소화에 말을 걸지, 능소화는 누워서 눈으로 답하고 때론 물가래로 말을 걸지. 어쩌면 좋아 퉁퉁 부어버린 물관이 보이는 것 같다. 능소화는 부은 물관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 곁을 견디는 어머니가 있고 함께 견디는 아버지가 있다. 그 그늘에서 저절로 뿜는 물가래를 닦는 손길이 노련해서 마음이 아팠다. 소녀는 외출이 필요할 때 그 시간은 병원으로 옮긴다. 수술실로 옮긴다. 퉁퉁 부어오른 능소화 꽃잎. 나는 오므리고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능소화의 시간에 잠겨 있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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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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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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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 산청 난개발에 맞선 민영권 위원장의 고군분투기
- 지리산 자락, 지하수 고갈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산청의 지하수가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췌장암 투병 중 고향으로 돌아와 지리산의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 산청난개발대책위 민영권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전국 생수 취수량의 1/3이 넘게 집중된 지리산, 그곳에서 벌어지는 9cm의 지반 침하와 흙탕물 식수의 실태를 폭로합니다. 피해는 주민이 입고 돈은 기업이 번다? 이건 안돼죠.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허점과 행정의 무책임함에 맞서 감사원 감사청구까지 이르게 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00:00 인트로 00:48 췌장암 병 치유를 위해 내려온 고향에서 투사가 되다 04:20 노동운동에서 생태운동으로 10:40 난개발에 대처하는 주민들 - 케이블카/지하수/골프장 15:38 지리산의 위기 -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가 18:01 생수공장의 무분별한 지하수 이용으로 고갈 피해가 심각 22:30 지하수 고갈로 인한 피해사례들 27:23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헛점을 이용한 난개발 30:41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불법행위 32:49 불법적 허가와 행위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다 40:07 체계적인 지하수 총량 관리가 절실하다 42:39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 - 지하수는 모두의 것 #지리산 #산청 #민영권 #지하수고갈 #생수공장 #난개발 #지반침하 #환경운동 #먹는물관리법 #지리산사람들TV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췌장암 #환경영향평가 #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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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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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 산청 난개발에 맞선 민영권 위원장의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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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좀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4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구례 공설 자연장지에 다녀왔다. 「지리산사람들」의 멤버였던 지인을 흙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49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버렸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통곡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돌아오는 차 속에서 슬픔의 감정이 진정되는 즈음에 우리는 죽음을 두렵고 피해야만 한다는 소극적인 삶에서 벗어나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삶의 적극성을 생각해 보았다. 생명을 오로지 물질적인 몸으로만 보기 때문에 죽음이란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정신, 마음, 영혼 등을 말하며 생명을 물질로만 인식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죽음은 유한의 시간을 무한의 시간으로 바꾸며 죽음은 공간의 경계를 무한으로 확장 시키는 통로이기도 하다. 죽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물질적인 영역이 같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듯 삶이 끝나고 죽음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삶과 함께 의식 속에는 항상 죽음이 같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영원한 것, 무한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의 실재는 결코 개인적인 것일 수 없지만 업보나 윤회 같은 종교적 세계관을 통해 죽음은 내가 무엇(이승의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어떤 무엇)이 되느냐에 대한 문제로 늘 가까이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삶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랑과 진리는 신성의 영역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듯이 죽음 또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현재로 초대하고 어쩌면 그것을 사랑이라는 것처럼 동등한 가치의 고귀한 개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든 의식적으로라도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삶의 균형을 잘 이루게 될 거라는 생각이다. 사진 unsplash의 Diago Nu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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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좀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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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시를찾아서 - 새벽 세 시
- 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 김해화는 젊어서부터 철근 노동을 하며 시를 써 왔다. 한때는 노동자 시인으로 문단에서 주목받기도 했으나 그는 나이 고희에 이르렀어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다닌다.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 한다는 생활 철학이 그를 뒷받침하듯이 그는 완강하게 철근을 휘는 의지로 무너지지 않고 세상을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평정심을 잃지 않은 삶을 일궈낸 것이다. 새벽 세 시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이백리 일터로 나가는 칠십 노구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노래한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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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 씻나락] "크리스천들의 손에 쥐어진 날 선 십자가" 성염
- 크리스천들의 손에 쥐어진 ‘날 선 십자가(cruz espada)’ 20여 년 전 필자가 한국 외교관으로 바티칸 시국에 주재할 때(2003~2007)였다. 해마다 1월이면 교황이 바티칸 주재 대사들 부부를 초빙하여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2,000여 년 승계된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답게 교황이 당해 연도 국제정세를 일별하면서 정의와 평화, 인권과 환경 문제를 두고 종교적 시각에서 법적 한계를 초월하는 인도적 호소를 전세계와 수교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자리였다. 대사 부부와 공관원 전부가 초빙받는 ‘신년하례회’는 바티칸 ‘왕홀(Sala Regia)’에서 열렸는데 500여 명이 들어가는 그 큰 홀의 한쪽 벽은 천정까지 거창하게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였다. 1571년 그리스도교 신성동맹의 해군이 이슬람 해군을 격파하여 오스만 제국의 서방 진출을 저지한 승리를 기리는 초대형 작품이었다(G.Vasari의 1572년작). 내 곁에 앉은 이집트 대사나 리비아 대사더러 “저 벽화에서 ‘죽는 건 조조군사’로 그려져 군대는 당신네 먼 조상들인 걸 알아요?”라며 놀려주기도 했다. 인류는 지난 20세기 중반에 ‘600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인류사상 가장 잔인하고 대대적인 집단 학살을 목격했고, 그 범죄가 ‘그리스도교 세계(Christentum)’를 통솔해 온 로마 교황청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촉발되고 자행되고 독려되어 왔음을 다 알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로마 박해 300년을 이겨내고 ‘제국의 국교’로까지 격상되자,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기 9,6)는 성서 구절이 없지 않음에도, 그리스도교 지성을 대표하는 교부(敎父)라는 위인들부터 앞장서서, ‘나자렛 사람 예수’를 처형했다는 탓으로 유대인들에게 ‘사람 백정’(요한 크리소스토무스[†407])이니, 하느님을 죽인 ‘신살자神殺者’(아우구스티누스[†430])니, 심지어 종교개혁을 부르짖던 루터(†1546)마저 ‘사악하고 독살스러운 뱀’이니 ‘악마’라는 딱지를 붙여 신도들의 증오심을 촉발했다. 가톨릭교회가 이탈리아 중부를 직접 통치하던 중세에 교황 파울루스4세가 1555년에 로마에 ‘게토(ghetto)’라는 봉쇄구역을 지정하여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자 전 유럽의 도시들이 즉각 그 제도를 채택하였다. 그곳에 수용된 유대인들은 별도 호적에 등록되어 있었으므로 훗날 히틀러 정권이 전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색출 검색하여 멸절시킬 만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최종해결책(Endlösung der Judenfrage)’에 추축국은 물론 나치 점령하 모든 정권과 해당 지역의 신구교 교회들이 그 ‘해결책’에 동조하고 적극 협력한 사실은, 그리스도교가 1,500년간 유대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부마(付魔)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유럽의 종교’로까지 세를 확장하자마자, 자기들이 ‘주님’이라고 숭상하는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은 십자가(十字架)를 장검(長劍)으로 버려내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성지 탈환’이라는 명분으로 유럽 국가들을 부추겨 장장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1095-1291)을 일으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든 것도 클레르몽 공의회를 거쳐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내린 칙령(1095)이었다. 제1차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함락하였고, 성을 방어하던 이슬람 장정들이 다 전사하자 성 안에 남은 아녀자와 노인들 7만 명을 몰살하였다. 그 학살부대 크리스천들은 전투복 가운과 방패에 붉은 십자가를 그려 넣었고, 전장에서 죽으면 연옥벌(煉獄罰)을 면제받고 천당으로 직행한다는 보장까지 받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바티칸 ‘왕홀’의 벽화의 최상단을 보면 천계에서 예수가 이슬람 해군을 향해 제우스처럼 시뻘건 번개를 날려 보내고 예수를 옹립한 사도들은 모조리 장검을 뽑아 휘두르고 있다. 크리스천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날 세운 십자가(cruz espada)’를 휘둘러 약소국을 침략하고 노예사냥을 하고 원주민들을 학살할 때 ‘하느님께 영광을 올린다’는 희열을 누려온 듯하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열강은 이슬람들이 2,000년간 살아온 팔레스티나 영토를 빼앗아 서기 70년에 추방당한 유대인 후손들에게 나라를 세워주고서, 금년 2월 28일 트럼프의 이란 침략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이란을 차례로 침략하여 히로시마 원폭 같은 폐허를 만들고 이슬람 시민들을 대량 학살해 왔다. 그 가증할 반인륜 범죄를 유럽인들은 ‘문화충돌’이라는 단어로 은폐해 버린다. 이란 현지 매체 <테헤란타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라"며 1면에 실은 이란 남부 미나브 학교 폭격으로 어린이들의 얼굴 사진과, 그 어린이들을 폭사시킨 트럼프를 개신교 목사들이 에워싸고 무훈과 전승을 빌며 안수기도를 바치는 사진에 독자들은 구토했을 것이다. 21세기 신구 그리스도교가 양식 있는 인간들에게 주는 구토감이다. 작년 12.3 내란 이후 태극기에 성조기에 이스라엘기까지 흔들어대며 광화문에 모여 ‘윤어게인!’을 외쳐대는 크리스천들을 보라! 그 무리를 영도하는 목사의 입에서 “하나님도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는 모독이 튀어나올 만큼 추락한 종교인들의 광기라니! 필자가 우리 지리산人들의 양심을 깊이 상처 내는 작금의 국제정세를 그리스도교 역사에 비추어 상기시키는 데는 까닭이 있다. 필자가 크리스천, 더구나 구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회다’라는 표어에 따라 필자가 몸담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죄상을 유대인들에게, 이슬람 형제들에게, 지금은 유대인들 손에 몰살당하는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사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개 신도로서나마! 지리산 자락을 흘러내리는 휴천강 턱에 집을 짓고 30년 넘게 살아온 필자에게는 이 산 주변에서 ‘지리산 종교연대’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한국불교 사회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실상사를 중심으로 불교, 원불교, 개신교, 가톨릭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해마다 6월 25일이면 지리산 어느 골짝엔가 모여서, 마고 할매의 치맛자락에 유골을 묻은 이들과 생사를 초월한 친교를 나누는 지성이 눈물겹게 아름다워서다. 뜻이 깊어서든 억울하게든 민초들과 의인들을 희생시킨 그 죽음들이 부디 이 겨레를 싸매주고 번영시키는 분신공양(焚身供養)으로 하늘에 거두어지기를 빌고 싶기 때문이다. 좀 멀리는 왜란 때마다, 지난 세기에는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패해서, ‘10.19 여순 사건’에 쫓겨서, 6.25 전쟁 중 조선인민유격대를 이루어, 또는 그들을 토벌하는 군경으로서 저 험준한 능선과 깊은 계곡을 축축이 적셨던 피들이 지리산과 한반도 깊숙이 스며들어 역사의 화차를 끌어가 주기 염원하는 까닭이다. 위에 지적한로마 가톨릭의 역사적 죄상을 절감하여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딴 로마 교황이 아마도 교회의 죄과를 씻는 첫 순례지로 한국을 방문하고 떠나면서(2014.8.18.) “얼결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발발했네요.”라던 서글픈 장탄식이 필자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연고다. 참조: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03594 글쓴이 :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서강대 명예교수 본문 그림(나오는 순서대로) 출처 Wikimedia Commons contributors, "File:Giorgio vasari e aiuti, la battaglia di lepanto, 1572-73, 01.jpg,"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title=File:Giorgio_vasari_e_aiuti,_la_battaglia_di_lepanto,_1572-73,_01.jpg&oldid=1163435605 (accessed March 21, 2026). https://www.huffingtonpost.kr/article/250181 (원본 테헤란타임즈) https://www.whitehouse.gov/gallery/president-donald-trump-joins-faith-leaders-in-prayer/ 뒤웅박 씻나락 칼럼 지리산 자락 삶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삶의 모습이 되길 꿈꾸는 <지리산人>의 바람을 담아, 지리산 곳곳에 계신 씨앗 같은 이들의 삶과 생각을 싣고자 합니다. 칼럼 글쓴이의 일부 주장이 <지리산人>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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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 씻나락] "크리스천들의 손에 쥐어진 날 선 십자가" 성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