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문화예술 검색결과
-
-
구례 동네 작가 정지아의 신간 찌니주의보
- 구례 동네 작가 정지아의 신간 《찌니주의보》... 얼마 전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책을 선물한다기에 이 책을 추천했다. 산 너머 사는 페친이 "아, 구례에 살았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텐데"라는 한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책을 펼치니 동중학교 아들 친구가 사는 간전면이 주 무대고, 내가 자주 달리는 수평마을, 그리고 내가 1년 살았던 양동마을, 오랫동안 구례에 살았다면 다 알 만한 레지사건들과 지명들이 나오니 책을 읽는 동안 그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지리산에 터를 옮기고 지리산과 관련된 소설을 꽤 읽었는데 역시 지명이 주는 생생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정지아 작가의 전작 《아버지의 해방일지》 역시 구례 산림조합 장례식장과 섬진강, 지리산 동네 가게 슈퍼 이런 것들이 나오다 보니 더 좋았기도 했고.. 아직 반의반도 안 읽었지만 역시 글 잘 쓰는 작가의 글은 재밌고 좋았다. 내가 정지아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것은 《빨치산의 딸》 때문이지만, 빨치산 이야기보다 작가 어릴적 이야기인 문척면에 살던 이야기가 사실 나는 더 좋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후의 글이 좋은 것 같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힘도 빠진 것 같고.. 그 전의 책에 비하여.. 구례에 20년 넘게 살았고 한때는 정지아 작가가 살고 있는 마을에 살기도 했지만 아직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만난 것 같기도 하지만 긴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의 책은 언제 만나도 좋았다. 뭐 구례 사람이 아니어도 읽어 보면 좋은 소설.. 구례 사람이라면 읽으면 두 배 세 배는 재밌는 책이다
-
- 문화예술
- 책마을
-
구례 동네 작가 정지아의 신간 찌니주의보
-
-
‘프라우트 사회’를 꿈꾸다
- ‘프라우트 사회’를 꿈꾸다 모든 선거는 누가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되느냐가 아니라, 사실은 어떤 나라를 꾸려나가느냐의 첫 단추일 뿐이다. 우리는 한때 누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금방 올 줄로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군부독재가 끝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도, 일생을 민주화 투쟁을 했던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가 원하던 나라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은 우리가 원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지도 못했다. ‘프라우트 사회’는 현실사회로 봐서는 이상주의적 측면이 강하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를 끝내고 도래할 세상으로 가장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데 한 번쯤은 살펴볼 만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맛보기처럼 잠깐이라도 그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프라우트 사회는 요가명상 수행공동체인 아난다마르가의 창시자 P.R.샤카르(슈리슈리 아난다 무르띠)로부터 나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탄생되었으며 네오-휴머니즘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현실세계에서 구현시키고자 하는 사회, 경제, 정치제도라고 할 수 있다. 프라우트 경제체제의 핵심은 자기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 활용하는 한편, 수출입의 의존도를 줄이고 의, 식, 주, 의료, 교육을 자급자족하는 체제를 목표로 하며 농업(농산물가공 및 농기계 산업 포함)의 비중이 40-50% 정도가 되는 반면에 서비스 부분은 10%를 넘지 않는 산업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과에 따른 임금의 차등을 인정하되 최저소득과 최고소득의 차이를 자본주의 체제처럼 무한정으로는 인정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소득과 부의 상한선을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설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농업을 비롯하여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다양한 공업부문에는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바람직한 협동조합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노동과 자본이 분리되지 않는 협동조합식 기업구조 속에서 일자리와 적어도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임금을 누구에게나 보장하는 제도이다. 특히 자본의 역할이 그 투자된 지역에 남아서 그 지역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하게 해서 자본의 유출과 인재의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체제는 정당정치를 지양하고 풀뿌리 자치제도에 근간을 둔 정당공천이 아닌 인물 중심적 선거제도를 수립하는 것이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의 체제가 통상의 민주주의 국가처럼 그대로 유지되지만, 프라우트에서는 “원로기구”라고 하는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그 지역의 도덕성과 경륜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높은 의식을 가진 사드비프라 급의 자기 통제력과 도덕성,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진 영적 수행자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평소의 비 선거기간에는 공직자들의 활동을 감시하며, 주민과 이들 3권 기관 간의 의사소통의 채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선거기간에는 그동안 공직자들의 활동 상황을 선거인단에게 자세히 알림으로써 도덕성과 업무 능력이 잘 갖추어진 공직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라우트는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진보적 활용 이론)의 약자(PRO+U+T)로서, 모든 우주상의 존재들이 같은 원천에서 나왔으며, 그 원천은 바로 “동체대비”의 사상을 그 기저에 깔고 있다. 그러므로 프라우트 철학에서는 모든 존재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형제자매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모든 존재들 중에서 가장 정묘한 마음을 가진 생명체로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이 우주상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자신들의 길(道)을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세계의 적지 않은 곳에서 이미 프라우트 모델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으며, 인도에서는 일부 풀뿌리 지역선거에서 프라우트의 강령을 내세우고 선거에 출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덴마크에 프라우트 본부(www.prout.org)가 있으며, 호주에는 프라우트의 이론과 실천 방안을 가르치는 대학과정(www.proutcollege.org)의 코스를 상주 및 온라인 강의를 통하여 제공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의 SMU 대학의 세계적인 경제학 교수인 라비 바트라(Ravi Batra)는 세계경제 대공황 및 프라우트와 관련된 베스트셀러, “1990년의 대공황”을 포함한 많은 책을 저술하였고, 세계 순회강연과 온라인 교육(www.proutworld.org)을 통해서 프라우트를 알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에는 프라우트 연구소(www.priven.org)가 있어 이론적 연구와 함께 프라우트 제도를 사회에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프라우트는 생태계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네오휴머니즘의 사상에 기반을 둔 물질적, 정신적, 영적인 면이 모두 고려된 통합적이며 총체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미래사회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시하고 있어서 깊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저런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사회의 의식이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확장된 의식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진정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 프라우트 사회가 가지는 철학과 삶의 방식을 우리에 맞게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바야흐로 계절은 또 바뀔 것이고 우리는 이제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
- 문화예술
- 지리산 편지
-
‘프라우트 사회’를 꿈꾸다
사람이야기 검색결과
-
-
핵발전소 32기의 나라에서 탈핵의 길을 걷는 순례자 - 청명 인터뷰
- "핵에서 벗어난다, 자유로워진다"— 탈핵순례자 청명이 말하는 탈핵의 의미 밀양송전탑에서 시작된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꿨습니다. 탈핵활동가 청명이 지리산사람들TV와 함께 우리나라 핵발전소 32기의 현실과, 16일간의 탈핵순례에서 마주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핵발전소, 석탄화력, 송전탑은 왜 늘 같은 마을에 함께 있을까요? 탈핵활동가 청명이 걸으며 확인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온도차, 그리고 지리산에 정착해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들려줍니다. "아쉬움도 부러움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한 활동가의 이야기, 지리산사람들TV 청명 인터뷰 2부입니다.
-
- 사람이야기
-
핵발전소 32기의 나라에서 탈핵의 길을 걷는 순례자 - 청명 인터뷰
-
-
100년 전통 오일장이 무허가? 일심철물 60년, 산동 오일장과 함께한 세월 - 임순덕 어르신 인터뷰
- 구례 산동에는 100년 역사의 산동오일장이 있습니다. 그 장터 곁을 60년 동안 지켜온 일심철물, 그리고 그곳의 주인 임순덕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한때 구례에서 두 번째로 유명했던 산동 오일장은 지금은 허가조차 없는 상태로 명맥만 겨우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오늘도 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산수유와 맑은 물, 맑은 공기로 유명한 산동면. 그 산동의 오일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지리산사람들TV는 지리산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00:00 인트로 00:31 산동 오일장 일심철물을 찾아서 01:41 산동 오일장은 2일, 7일장 02:05 60년 세월, 일심철물의 시작 02:34 100년 역사를 지닌 산동 오일장 03:38 하루아침에 무허가 오일장이 된 이유 05:21 코로나와 인구 감소, 쇠퇴하는 오일장 05:56 산동 오일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06:56 8개 면 중 가장 컸던 그 시절 산동장 09:09 남편과 함께 일군 철물점, '일심'이라는 이름 11:41 현재 산동오일장의 모습 13:38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한 조건들 15:07 산동 자랑 – 맑은 물, 맑은 공기, 친환경 농산물 16:25 임순덕 어르신이 그리는 희망 #구례 #산동 #산동오일장 #오일장 #전통시장 #지리산 #구례여행 #산수유마을 #일심철물 #임순덕 #시골할머니 #인생이야기 #지리산사람들tv #구례산동면 #오일장투어 #윤주옥
-
- 사람이야기
-
100년 전통 오일장이 무허가? 일심철물 60년, 산동 오일장과 함께한 세월 - 임순덕 어르신 인터뷰
고을이야기 검색결과
-
-
[비아의 지리산 둘레길 완주3] 함양 편
- 지리산둘레길 함양 구간은 금계에서 동강까지, 동강에서 수철까지 이렇게 두 구간에 해당한다. 남원인 인월 구간에 함양 구간인 금계로 넘어오고, 동강에서 다시 산청 구간인 수철마을로 넘어가게 된다. 다른 구간은 끝점을 기준으로 나눈 반면 함양 구간은 시작점을 기준으로 나눈 까닭은, 동강에서 수철로 넘어가는 구간이 거의 산청 구간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행정편의로 나누고 보니 온전한 함양 구간은 한 구간만 해당하여 함양에서 시작하는 동강 구간도 함양에 포함해 본다. 꼭 지역을 나누어 둘레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별로 미미한 차이점과 특징들을 볼 수 있다. 함양 산청 구간은 지리산 자락을 타고 넘는 마을과 길들이어서 경사가 다소 있는 숲구간과 임로길이 많다. 또한 남원의 2,3구간을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함양의 금계-동강 구간도 버스로 다시 원점회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함양군은 군청과 대부분의 마을이 오도재 너머에 있고, 지리산 천왕봉 자락에 위치한 마천읍 마을만 지리산자락에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함양군이 있는 곳과는 별개의 다른 군의 마을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로 마천 사람들은 남원 인월방향으로 더 잦은 교류를 한다. 마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다소 뒤섞인 말투를 사용한다고 하니 굳이 지역을 구분하는 것은 행정상의 편이에 해당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4구간. 금계-동강 (12.7km/ 난이도 상. 5시간)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이다. 인월에서 금계로 천왕봉자락이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계곡 건너편 길을 걸어서 금계로 왔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 지리산 자락 안으로 들어는 코스이다. 의중마을 아름드리 당산나무에서 인증 스탬프를 찍고, 벅스의 화살표를 바라보면 두 갈래 길로 나뉜다. 지리산둘레길 ‘숲순환코스’다. 평탄한 아랫길을 따라 걷든지, 산길로 들어서든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걷는 역량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산이 좋아 왔으니 당연히 숲길을 권한다. 당산나무가 있는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에 이르는 숲길은 정말 아름답다. 서암정사는 벽송사로 오르는 길 아래에 있다. 벽송사로 오르기 전에 아름다운 서암정사를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이 코스의 또 하나의 묘미다. 입구부터 탄성을 자아내는 바위와 조각들이 색다른 느낌과 풍광으로 반긴다. 또한 서암정사 석굴법당은 자연 암반에 굴을 파 극랑정토를 표현한 예술품에 가까운 조각상들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돌다 잠깐 옆으로 비켜갔다. 다시 벽송사 가는 갈림길로 돌아와 벽송사를 향해 오른다. 찻길로 나 있어 길은 넓고 시멘트길이나 경사가 다소 있는 편이다. 벽송사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정말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한다. 그러나 그리 길지 않으니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어느 정도 오르면 오솔길이 이어지고, 다음에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계곡도 건너고. 산길을 내려오면 당산마을에서 갈라졌던 ‘숲순환길’과 만난다. 급경사 산길이 힘든 사람들은 아랫길을 이용해 오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아주 길고 긴, 임로와 마을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숲길까지는 탄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포장길을 내려오며 툴툴거린다. 포장도로를 걸어 마을과 마을을 지나는 길은 그늘이 없어 덥고 지루하다. 계곡을 따라 쭉 뻗은 길, 구불구불 마을길, 구시락재를 넘어가는 길. 그래도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건너편 마을의 풍경도 즐기고, 도토리를 주워 걸어가시는 할아버지, 물에 담아 많은 도토리를 불리고 계시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정겨운 길이다. 숲이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그래도 좋은 코스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면 긴 숲길만 걸어도 좋은 길이다. 당산나무에서 서암정사, 벽송사로 갔다가 다시 순환지점을 타고 원점회귀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면 된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이런 포장도로를 산길보다 더 좋아하기도 했으니 사람마다 길을 걷는 취향이 다름에 틀림없다. 5구간 동강-수철 (12.1km/난이도 중/5시간) 지리산둘레길 구간 중 유일하게 폭포를 만날 수 있는 구간이다. 거의 숲길로 이루어져 있어 난 이 길을 아주 좋아한다. 추모공원에서 산을 넘어가는 구간은 네다섯 번 걸었던 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길 걷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동강마을에서 조금 걸어 점촌마을로 향하면 바로 ‘함양방면 표지판 시작점이 나타난다. 마을길은 함양에서 산청으로 이어지고, 산길은 함양과 산청을 넘나든다. 그러니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실 동강-수철 구간은 ‘산청함양추모공원’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산청함양 추모공원은 산청함양사건 희생자 합동 묘역이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가 지리산 토벌작전을 수행하던 중 무고한 민간인 705명을 학살하였는데, 이 때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모신 묘역이다. 지리산은 많은 역사의 아픔을 품은 산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만큼 한국 현대사의 슬픔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추모공원을 둘러보고, 숙연한 마음으로 저수지길을 돌아 산길로 접어든다. 좁은 오솔길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자그마한 폭포를 만나게 된다. 상사폭포다. 늦봄까지 얼음이 남아 있는 서늘함에 잠시 피로를 식히고, 다시 길을 나선다. 폭포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쌍재에 이른다. 쌍재는 함양사람들이 곶감을 지고 산청으로 넘나들던 고개이다. 쌍재와 고동재에서는 왕산이 바라보인다. 왕산은 가야 10대 왕인 비운의 왕 '구형왕'의 타원형 (구)돌무덤이 있다고 한다. 구형왕은 자신이 죄인이라하여 돌무덤을 만들도록 하였는데, 그래서 무덤에 풀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 5구간에는 구형왕의 슬픈 이야기가 얽혀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쌍재에서 임로를 따라 오르면 또 하나의 고개가 나오는 데, 그래서 쌍재인가 보다. 아무튼 또 다른 쌍재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 고동재에 이른다. 고동재는 고동형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고동재라 불린다. 신라군을 피해 피난 생활을 하던 '구형왕'의 군사가 멀리 산청의 황매산에서 신라군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보고를 하자, 왕은 다시 피난길에 올라 왕등재에서 내려와 고동재를 넘으며 고동을 불며 쌍재를 지나 왕산을 넘어갔다고 한다. 비록 전설이지만 고동을 불던 왕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헤아려본다. 고동재부터는 내리막길이다. 경사도 급하지 않은 예쁜 숲길이다.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나무가 울창한 임로를 만나고, 임로에서 수철마을까지는 금방 내려온다. 5구간은 추모공원에서 수철마을까지 거의 모든 길이 숲길로 이루어진, 그리고 슬픈 역사를 되새겨 보게 하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이제 산청으로 넘어왔다.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한,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산청 구간을 만나 보자. 함양구간은 두 구간 밖에 해당하지 않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으나, 산청, 하동 구간은 구간이 많아서 간단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하긴 더 자세한 설명은 둘레길 홈페이지에 다 있으니 긴 말이 필요 없기는 하다.
-
- 고을이야기
-
[비아의 지리산 둘레길 완주3] 함양 편
-
-
사진으로 보는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 9월 19일 구례와 남원산내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 보아요!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연대는 계속됩니다. 구례 구례군민뿐 아니라 멀리 부산, 산청, 순천, 여수, 전주, 진주에서 온 시민들까지 100여 명의 참여자가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였습니다. 구례 읍사무소 광장에서 구례 풍물패 단원들과 함께 지신밟기와 강강술래로 행진의 문을 열고, 남생이놀이로 참여자들 사이 벽을 허물어 행진의 열기를 달구었습니다. 경찰서 로터리에서 피켓의 문구와 기후정의 구호를 외친 뒤 구례읍 일대를 돌아 구례 봉성산 정상으로 행진하였습니다. 봉성산 정상에서는 참여자들이 기후정의를 외치며 지리산 자락 각지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 현장을 알렸습니다. 또 19일 하루 행사만이 아니라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기후정의주간으로 정하고 워크숍, 책모임, 에너지토론회, 씨앗 나눔과 정책 제안, 기후정의 영화제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남원 산내 919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남원산내의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람천과 임천의 수질 오염 문제, 송전탑 건설, 탈핵 및 기후위기 대응 등 지역과 지구적 현안을 한데 모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양한 체험 부스와 문화 공연, 토크 콘서트가 이어져 온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이자 연대의 장을 선보였습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참가자들이 수달, 다슬기, 맨홀 뚜껑, 반달가슴곰 등의 가면과 피켓을 들고 각 생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색 인터뷰와 지역에서 다양한 현장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천가들의 토크 콘서트도 열렸습니다. 이야기마당이 마무리된 후 참가자들은 마당에 동그랗게 모여 손을 잡고 '평화의 둥근춤'을 추며 행진을 준비했습니다. 이어서 노래에 맞춰 직접 만든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산내면 일대를 힘차게 행진했습니다. 함께한 모든 분, 그리고 이날 오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함께한 모든 분 덕분에 기후정의의 나무가 더 튼튼하게 자라겠지요. 고맙습니다.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人>
-
- 고을이야기
-
사진으로 보는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
-
[비아의 둘레길 완주2] 남원 편
- 지리산둘레길 남원 주천센터를 보통 지리산둘레길 시작점이라 부른다. 둘레길은 어디서든 시작해도 둥근원이니까. 한바퀴 도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개하기 쉽도록 ‘주천센터’를 시작점으로하여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운봉으로 향하는 길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1구간- 남원 주천센타->운봉: 거리 14.9km / 난이도 중/ 6시간>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개천가를 따라, 농로를 따라 걷다가 숲길로 들어섰는데, 도로가 나면서 도로가를 걸어 숲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주천센터 앞 개울을 건너고, 도로를 건너 마을길을 따라 숲 입구까지 가면, 개미정자가 숲길의 시작점이다. 개미정자는 ‘왜적이 침입해 오자 개미가 잠든 장군의 다리를 물어 알려, 왜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는 쉼터이다. 이 숲길은 지리산 구룡폭포에 이르는 등산로와도 만나기 때문에 여름철 산행코스로 자주 다녔던 길이다. 오래전에는 구룡폭포를 돌아 다시 원점회귀 하는 1-1코스가 있었는데, 이번에 와보니 1코스라는 말이 없어지고, 둘레길 정식코스가 정비되면서 돌아 내려오는 코스는 없어졌다. 구룡폭포 등산로쪽으로 포함시킨 것 같다. 육모정에서 시작하는 구룡폭포계곡길을 따라 폭포까지 다녀오는 등산로도 좋은 길이다. 지리산을 올라 운봉방향으로 하산하면 운봉이 워낙 고지대에 있는 마을이라 하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을 내려 평지길 마을과 논길, 그리고 다시 조그만 숲길을 내려서, 개천가를 따라 걷다보면 1코스 종점에 다다른다. 이 길에서 지나게 되는 마을 중 ‘노치마을’이 있다. 노치마을은 백두대간에서 유일하게 지나게 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잠깐 길에서 벗어나 500년 된 보호수가 있는 쉼터로 찾아들면 백두대간 정맥도와 호랑이상, 일제침략기에 나라의 정기를 막는다고 박은 돌 등을 볼 수 있다. 시원한 그늘에서 한숨 돌리면서 백두대간의 정기를 마시고 가자. 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숲이 있다. 2000년에 ‘아름다운 숲’으로 대상을 받은 서어나무 숲이 행정마을에 있다. 개천가길 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 잠깐 들렸다 가면 좋은 곳이다. 보통은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는 주천에서 오르는 코스들로 많이들 다니나, 사실 이 코스는 역방향(?)으로, 운봉에서 시작하여 내려오는 코스로 걷는 것이 쉽다. 물론 역방향이라는 게 등산에서 의미는 없다. 난 이 코스를 좋아해서 숲길만 여러 번 이쪽, 저쪽 방향에서 많이 걸어 보았는데 어느 방향에서 오르고 내리던 간에 그 나름의 묘미가 있어 아주 좋은 코스다. <2구간. 운봉-인월 : 거리 9.7km / 난이도 하 /3-4시간> 서림공원에서 출발하는 이 코스는 둘레길 구간 중 가장 짧은 코스이다. 마을길이 대부분이라 그늘이 거의 없다, 이 구간에서는 ‘황산대첩비’와 국악의 성지 ‘동편제 마을’을 지난다. 황산대첩비와 고려말기 왜적을 물리친 이성계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왜구가 여기까지?’ 놀란다. 하긴 1코스의 개미정자도 왜적의 침입이었군. ‘황산대첩’이라고 하면 삼국시대의 황산벌싸움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성계와 얽힌 황산은 벌판이 아니라 뒤에 있는 황산을 일컫는 이름이다. 바로 옆에 있는 동편제 마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동편제 마을을 둘러본다. 동편제를 맥을 세운 송흥록과 국창 박소월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짧은 구간에 난이도도 없는 구간이어서 여유롭게 쉬엄쉬엄 편안하게 걷는다. 이 코스는 짧고, 다음 ‘인월-금계’ 코스는 길기 때문에 3코스를 약간 걸어두는 것이 좋다. 오전에 출발하면 2코스 종점인 인월마을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먹을 수 있다. 인월센타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다시 3코스를 출발하여 산을 넘어 장항마을까지 걸어두면 3코스의 부담을 좀 줄일 수 있다. 2코스는 인월 버스터미널 인근에 주차를 하고 남원버스를 타고 시작점인 서림공원까지 가고, 코스 걷기가 인월마을에서 끝나면 차를 되찾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코스를 연장하여 장항마을까지 오후에 걸었을 경우에도 장항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인월마을로 돌아올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코스 걷기가 끝나고 여력이 남으면 남원 끝자락에 위치한 ‘실상사’에도 들러 보면 좋다. 실상사는 계곡옆 평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룬다. 문화재를 보유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절이다. <3구간. 인월-금계 (거리 20.5km / 난이도 상 /시간 8시간)> 인월에서 시작하여 여러마을을 지나, 동구재를 넘으면 남원과 함양의 경계를 만난다. 남원 인월센터를 출발하여 항양센터에서 끝나게 되는 구간이다. 구간 중 가장 긴 구간이지만, 거의 모든 길이 숲길로 이루어져 있고, 경사도 급하지 않아. 둘레길 순례자들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평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인월에서 장항마을로 넘어가는 구간은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숲과 계곡을 만날 수 있는 예쁜 길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피로를 풀며 쉴 수 있다. 배너미재를 넘어 장항마을에서 감식초공장 방향으로 도로를 건넌다. (2코스를 할 때 장항마을 감식초공장에서 끝냈다면 3코스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포장길을 따라 오르면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농장과 만난다. 사과농장의 빨간 사과, 다랭이 논의 푸르름, 아름다운 숲길, 그리고 설악초가 하얗게 피어있는 한옥. 그래서 순례자들이 이 코스를 좋아한다. 산자락을 타고 둘레둘레 힘들이지 않고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둘레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숲길 중간에 만나는 ‘동구렁 쉼터’는 이 구간의 또 하나의 묘미이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의 주막이다. 3코스에는 포토존이 있다. 언덕을 넘어가는 곳(아래 사진)과 대나무 숲 사이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찍은 사진들은 아주 멋진 연출이 된다. 이제 3구간을 타고 남원에서 함양으로 넘어왔다. 길은 다시 함양으로 이어진다. (다음 '함양 편'에서 이어집니다.)
-
- 고을이야기
-
[비아의 둘레길 완주2] 남원 편
기후위기 검색결과
-
-
쥐 잡기와 산통 깨기
- 내 안에 있는 악마가 가끔 입 밖으로 욕을 내뱉을 때가 있습니다. 저런 쓰레기 같은, 망할 세상, 이라고요. 악마는 복수의 칼을 갑니다. 누군가에게 슬픈 일이 벌어졌는데도 쌤통이라고 말합니다. 잘못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요. 또 이 악마는 아주 비겁합니다.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광장에 나와 말하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말합니다. 그래도 난 이 악마를 버릴 수 없습니다. 가끔 이렇게라도 욕하고 분노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요.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날엔 더욱 그가 필요하지요. 누가 소리 지를 텐가 박연준 시인의 첫 소설 『여름과 루비』를 읽다가, 내 안에 숨은 악마에게 물었습니다. 소리 지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요. 여덟 살 여름은 동네가 떠내려갈 정도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느 교회에서 한 아줌마가 도망가려는 쥐의 꼬리를 한쪽 발로 잡고는 “집사님 빨리 연탄집게!” 하고 외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름이 찢어질 듯 비명을 내지른 채 멈추지 않자, 아줌마는 여름에게로 와 화를 냅니다. 다 잡은 쥐를 여름이 소리 지르는 바람에 놓쳤다고요. 사람들은 쥐가 무서워서 소리를 지른 줄로 생각했을 테지만, 여름은 ‘쥐가 아니라 연탄집게의 도착’을 두려워했습니다.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을 무서워했던 여름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름이 무서워한 일은 쥐의 죽음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그 교회 마당엔 쥐를 잡으려는 아줌마뿐 아니라 친구 루비를 잡으려는 남자애들도 있었거든요. 집에 방이 세 개고, 목욕탕이 두 개 있다는 루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야 말겠다는 남자애들이 루비를 앞장세워 기어코 그의 집에 따라가던 날이었습니다. 루비가 앞서고, 그 뒤를 남자애들이, 또 그 뒤를 여름이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여름은 굳이 루비의 말을 심판대에 세워 쥐 잡듯 잡도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자애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집에 가다 말고 루비가 교회 앞 벤치에 앉아 책을 보려 하자 그네들은 얼른 네 집으로 가자며 루비를 닦달합니다. “빨리 가라고! 순 뻥쟁이 아냐!” 여름은 아이들이 루비를 때린다면 달려가 말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바로 그때 아줌마가 쥐 꼬리를 밟고 집사님을 불렀던 것입니다. 여름이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쥐가 잡혀 죽었을 것이고, 루비가 애들에게 맞거나 강제로 일으켜져 집으로 가야 했겠지요. 루비의 얼굴이 벌게졌고 쥐의 몸부림이 극에 달했을 때 여름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게 소리를 지름으로써 루비는 남자애들로부터 달아났고, 쥐는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허탕 친 사람들이 여름을 쏘아봅니다. 여름은 너무 세게 오래 소리를 지른 탓에 목이 아팠습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여름이 부러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안의 악마가 여름을 부러워했습니다. 소리를 질러서 산통을 깼으니까요. (아, 좋겠다…….) 와장창, 쨍그랑, 또는 쩍 나의 악마는 늘 산통을 깨고 싶어 합니다. 산통은 점을 칠 때 쓰는, 산가지를 넣은 통인데, 산통을 흔들다가 뚜껑에 난 작은 구멍으로 산가지가 튀어나오면 그 괘로 점을 쳤다고 합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오늘날 ‘산통을 깬다’는 건 ‘다 잘되어 가던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다.’라는 뜻으로 쓰고 있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튿날 산통을 깬 사람이 생각납니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인데요, 그는 “탄핵안 가결 풍선 날리기, 나만 불편해?”라는 글을 자기 SNS에 올렸어요. 뭔가를 축하하기 위해 굳이 미세플라스틱을 지구에 흩뿌릴 필요가 있냐는 거죠. 그러면서 “누군가는 환경을 생각하자는 제안을 ‘기쁜 순간에 산통을 깬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산통을 깨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해서, 나의 악마가 기뻐했답니다. 지난 8월, 산통 깨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을 준비했습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자본 추앙 사회’의 흐름을 깨는 일을 산통 깨기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는다고 해도, 벽소령을 뚫어 도로를 놓겠다고 해도, 한 기업이 하루 600톤이 넘는 지리산 지하수를 퍼내도, 여기저기 송전탑이 세워지고 농지가 사라진다고 해도, 3대 메가프로젝트로 막대한 이윤은 사기업이 가져가고 물 부족과 각종 오염은 시민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와도, 누군가는 화석연료의 풍요를 누리고 누군가는 기후재난으로 죽는 기후부정의가 벌어져도, 소리 지르지 않는다면 나는 연탄집게가 될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올해 지리산권 기후정의행진은 구례와 남원 산내에서 열립니다. 구례는 19일 오후 3시 구례읍사무소에서 출발해 봉성산 정상까지 행진합니다. 13일부터 19일에 걸친 기후정의 주간에는 크고 작은 시민 작당 모임도 열립니다(포스터 참고). 거대한 흐름이 아무리 내게 “믿으셔야 합니다” 할지라도 나는 의심하겠다, 그 흐름을 깨 보겠다, 하고 함께 말할 수 있는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납시다. 그때 우리도 여름처럼 소리를 질러 봅시다. 아무리 흔들어도 착취와 수탈만 나오는 이 산통을 같이 깨 봅시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 기후위기
-
쥐 잡기와 산통 깨기
-
-
바라는 바가 없는 발걸음을 누가 막을 것인가 _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을 마치며
- 바라는 바가 없는 발걸음 어제는 날이 맑았다. 오랜만에 아는 얼굴들을 마주했다. 처음 보는 이들이어도 좋았다. 기후정의행진에 온 이들은 모두 날씨처럼 맑았다. 물론 그 얼굴 한쪽에는 먹구름을 조금씩들 갖고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가 맑은 날씨에도 먹구름을 간직한 하늘 같다는 것을. 우리는 깃발을 들었다. 피켓을 보였다. 소리를 질렀다. 아무 소리도 없이 산길을 올랐다. 그리고 이야기도 했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파랑과 하양이 하늘에 가득한 날이었다. 세상은 불 타고 있다. 우리도 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오늘 깃발을, 피켓을, 목소리를 높이 쳐든다고 해서 세상의 불을 끌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다면 그건 웃기는 일이다. 하루아침에 타오른 불길이 아니다. 세상은 계속 불 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걷는다. 나는 소리를 낸다. 나는 바라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불을 끌 생각이 없다. 그 불이 꺼지든 꺼지지 않든 나는 이 불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저 소리를 낸다. 내가 불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이 내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나는 악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나는 악을 따르지 않을 뿐이다. 내가 악을 무너뜨린다거나 불을 끈다거나 무슨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는 환상적인 희망은 내게 필요하지 않다. 그건 나를 더욱 밑으로 끌어내리는 엿 같은 것이다. 나는 이 종말의 길에서 내가 갈 길을 가는 것뿐이다. 내 발걸음에는 바라는 바가 없다. 나는 바라지 않는다. 희망이 나를 유혹해도 나는 희망을 품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등에는 늘 절망이 업혀 있으니까. 나는 바라는 바 없이 갈 길을 가겠다. 그게 내 남은 언어. 나의 유일한 언어가 될 것이다. 나는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무엇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얼굴에 남은 먹구름. 여전히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다. 이 먹구름을, 슬픔을 거두어 그 슬픔마저도 내가 길을 가는 데 필요한 연료로 써야 할 날이 올 것이다. 머지 않아. 나는 어쩌면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먹구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울고 싶다는 걸. 잘 가, 얘들아. 안녕. 우리는 헤어진다. 또 헤어진다. 또 헤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헤어지겠지. 안녕. 안녕. 안녕.
-
- 기후위기
-
바라는 바가 없는 발걸음을 누가 막을 것인가 _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을 마치며
기획 검색결과
-
-
[곰주옥 X 인간주옥] ⑦ 풍요로운 삶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 ‘풍요로운 삶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걷고, 지리산에 가고, 관심 가는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텃밭에서 갓 딴 채소로 먹을거리를 만들며 살아간다고 말할 것이다. 크고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은 나에게 풍요로운 삶의 한 모습이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풍요로운 삶을 위해 여러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원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풍요롭다는 것은 많이 가지는 것과는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는 풍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권리를 빼앗긴 존재들이 많다. 인간의 먹이가 되거나 인간의 필요를 위해 이용되는 존재들이 그렇다. 구례곰마루쉼터(이하 곰쉼터)의 곰들도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존재들이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한국에 와서 사육농장의 뜬장에서 평생을 살았다. 다행히 그들은 구조되어 곰쉼터에서 살고 있다. 곰쉼터는 곰들에게 안전한 공간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곰들에게는 넓은 땅이 제공되지 않았고, 사육농장에서 살아오는 동안 잃어버린 몸의 기능도 있다. 그래서 곰들이 풍요로운 삶으로 나아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가는 활동 가운데 하나가 ‘풍부화’다. 풍부화는 잃어버린 감각과 근육을 되살리고, 동물이 본래 가지고 있던 행동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곰쉼터에서 풍부화를 담당하는 신유리 님은 곰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초반에는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커피박을 사료 봉지에 넣어서 줘보기도 하고, 생수통에 넣어줘 보기도 했어요. 그때는 계획표를 만들어서 오늘은 마대, 내일은 생수통, 그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하는 식으로 로테이션 했지요. 그런데 곰들은 생각보다 흥미를 보이는 빈도가 높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하기보다는 한 가지를 우물 파듯이 깊이 있게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일주일이나 한 달 동안 한 가지 풍부화 물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보는 식으로요. 지금은 곰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에요.” (2026년 10월 1일 신유리 님 인터뷰) 곰쉼터의 풍부화 활동에 곰들은 제각각 반응한다. 사람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 곰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여름 곰쉼터에서는 얼린 과일을 매일 오후 1시에 하나씩 주기도 했다. 목욕통에 입욕제를 넣어 거품을 만들어주었더니 곰들이 좋아했지만, 가끔 그것을 마시는 곰이 생겨 중단했다. 곰들은 큰 타이어에서 눕는 것을 좋아한다. 호스로 만든 해먹을 사용하는 곰들도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곰들도 성격이 다르다. 좋아하는 활동과 도구가 다르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곰들을 위한 풍부화는 정해진 답을 실행하는 일이 아니라, 곰들의 반응을 살피고 시도하고 다시 바꾸는 과정에 가깝다. 풍부화 활동은 나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봄 구례의 카페들은 커피박을 모아 곰쉼터에 전달했다. 커피박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곰들을 보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다른 존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과정에 나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의 날에는 곰들의 풍부화를 돕기 위해 칡덩굴을 수거했다. 칡덩굴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칡을 걷어내고 있는 모습을 본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물었다. “뭐 하는 사람들이요?”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고속도로 다리 아래에서 도로공사 직원도 아닌데, 초등학생부터 지긋한 나이의 어른까지 여러 사람이 칡덩굴을 열심히 걷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날 사람들은 성심껏 활동했고, 어느새 트럭 한가득 칡덩굴이 쌓였다. 40분 만에 수거를 마치고 곰쉼터로 이동했다. ↑고속도로 다리 아래에서 칡덩굴을 수거하는 활동 참여자들 ↑40분 만에 한 트럭 가득 칡덩굴을 모았다 곰쉼터에서는 수거한 칡덩굴을 곰들의 먹이이자 놀이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칡공을 만들었다.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흔하게 자라는 덩굴이지만, 곰에게는 잎을 뜯어 먹고, 남은 덩굴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새로운 풍부화 물품이 된다. 칡공을 만드는 것까지가 이날 활동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문수사를 나온 무니, 수리, 부기에게 칡공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들이 칡잎을 맛있게 먹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활동 참가자들은 칡잎을 먹는 곰을 보는 순간 모든 피곤이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뿌듯하고, 기쁘고, 고맙고, 앞으로 뭔가 더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구례곰마루쉼터에서 칡공을 만드는 활동 참여자들 우리에게 흔한 식물이 곰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숲에서 살아보지 못한 곰들에게 칡잎을 맛보는 일은 어떤 경험일까. 윤주옥 : 모든 곰들이 칡잎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신유리 : 대부분 좋아할 것 같아요. 모든 곰들에게 주지는 않았지만요. 이곳에 처음 들어온 곰들에게 칡잎을 줬을 때는 다 좋아했어요. 새로 들어온 문수사 곰들도 좋아하고요. 윤주옥 : 진짜 너무 맛있게 먹더라고요. 칡잎을 좋아하나봐요. 신유리 : 칡잎만이 아니라 먹고 남은 덩굴을 가지고 노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2026년 10월 1일 신유리 님과의 대화) ↑칡잎을 뜯어 먹는 곰 (사진 제공: 구례곰마루쉼터) 곰들이 칡잎을 먹고 남은 덩굴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풍부화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풍부화는 곰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나면 다시 방법을 바꾸는 일이다. 곰쉼터는 돈을 내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다. 동물원도 아니다. 곰을 구경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게 이용당하며 살아온 곰들이 남은 삶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곰쉼터가 구례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우리 역시 생추어리와 동물원, 동물구조센터가 어떻게 다른지 잘 알지 못했다. 곰쉼터가 왜 필요한지, 그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선뜻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칡덩굴을 모으고, 그것으로 칡공을 만들며, 곰쉼터에서 그 의미를 직접 확인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곰쉼터는 곰들에게 안전한 삶터를 마련해주는 곳인 동시에, 우리가 다른 존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풍요로운 삶은 혼자 더 많이 가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시간과 힘을 조금 나누고, 그 작은 마음이 다른 존재에게 닿고, 그 존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기뻐하는 것. 그렇게 서로의 삶이 조금씩 이어지는 것도 풍요로운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날 우리가 모은 것은 칡덩굴 한 트럭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흔하고 귀찮은 덩굴이었을지 모르지만, 곰들에게는 먹고, 뜯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는 곰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곰마루쉼터 중간 방사장에 칡공을 넣어주는 활동 참가자 ↑중간 방사장에서 타이어 안쪽에 넣어둔 칡잎을 꺼내 먹는 곰 (사진 제공: 구례곰마루쉼터)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다시 묻는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볼 것이다. 다른 존재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나의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사진 _ 정이어린. 윤주옥
-
- 기획
- 곰주옥X인간주옥
-
[곰주옥 X 인간주옥] ⑦ 풍요로운 삶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
-
[뒤웅박 씻나락] "농민·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주권 실현" 이수미
- 농민·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주권 실현 _이수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 유엔 농민권리선언과 식량주권 201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UNDROP, United Nations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Peasants)은 국제 체제에서 가장 야심 찬 문서 중 하나이다. 비아 깜페시나(La Via Campesina)에서 주도한 거의 20년에 걸친 운동의 결과물인 이 선언은 세계 식량의 대부분을 생산하면서도 빈곤, 폭력, 정치적 소외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다른 국제 문서에서 거의 명시되지 않은 권리들을 인정한다. 바로 토지에 대한 권리, 종자에 대한 권리, 물에 대한 권리, 강제 퇴거로부터의 보호, 의사결정 참여, 집단적 권리와 관습적 권리, 농민 지식에 대한 인정 등이다. 또한 식량주권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2018년)에서의 식량주권은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식량주권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자신들의 먹거리 및 농업 체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먹거리 및 농업 정책 수립 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와 각각의 문화를 존중하는 생태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을 통해 생산된 건강하고 충분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권을 포함한다(유엔 인권이사회. 2018). * 유엔농민권리선언 참고 :https://viacampesina.org/en/2026/08/the-un-working-group-on-the-rights-of-peasants-undrop-will-soon-present-its-reports-on-land-and-seeds-in-geneva/ ○ 기후위기 극복, 지속가능한 농생태학 확대 적정한 소득과 생계에 대한 권리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요한 측면이며 농생태학적 전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농생태학적 원칙을 수용함으로써 농민과 농촌 노동자는 지속가능한 생계와 공정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 및 투자를 통해 농촌지역에서 생계 보장 방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강화시켜야 한다. 농생태학은 생산 다각화,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고 용이한 영토 시장과 지역 식품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이고, 생산자와 농업 노동자의 적절한 소득과 생계에 대한 권리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농생태학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식량시스템을 위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식물, 동물, 인간 및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농생태학적 및 친환경농업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농촌 지역 사회의 노동 가치를 인식하고, 그들의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적절한 소득과 생계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주와 빈곤,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 식량시스템 회복력을 위해 농생태학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다국적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거짓된 해결책에 투자가 쏟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농민이 주도하는 농생태학적 해결책에 할당되는 기금을 늘려야 식량시스템을 기후위기에 적응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식량주권은 관계, 연대를 중심으로 확장된다 세계의 농민운동, 농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집단과의 폭넓은 연대 속에서 확장되어 온 것이 식량주권이다. 이들과 단결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길이다. 식량주권 운동은 초기 농업 기반을 넘어 점차 확장되어 더 다양한 생산자뿐만 아니라 윤리적 소비, 공정 무역, 농촌 및 도시 개발, 기후 변화 대응을 촉진하며 변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농촌에 사는 사람과 도시에 사는 사람 간의 새로운 관계를 확립하고, 생산 비용에 따라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공공 정책을 개발하여, 농촌에서 생산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정한 소득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식량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via campesina)한다. 식량주권은 더 이상 상징적 구호가 아니다. 실제 구체적인 실천의 사례를 담고 있는 현장 투쟁으로 만들어진 실천적 개념이다. 식량주권 실현은 근본적인 먹거리 체계의 전환이다. 식량주권 원칙은 생산과 소비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식량주권은 다양한 대안 먹거리운동과 함께다. 식량주권 제도화의 핵심은 농정에 농민과 소비자가 주체로 참여(설계, 집행, 평가의 과정에 주도적으로)하는 것이다. 농식품 체계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원칙과 기준 마련이 중요하며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식량주권은 시장과 기업의 요구가 아닌 식량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사람들의 열망과 필요를 식량 시스템과 정책의 핵심에 둔다(La Via Campesina) ○ 농업에서의 정의로운 무역 신자유주의 시장 체제는 세계의 굶주림과 빈곤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불평등 확대, 기아 증가, 극심한 양극화를 불러왔지만 여전히 막강한 힘의 우위에 서 있다. 더 나쁜 상황은 농업의 미래, 농업의 디지털화라는 명목으로 농민없는 농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아 캄페시나와 전세계 농민운동의 투쟁으로 식량주권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전 세계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유엔농민권리선언 15.4조에서 식량에 대한 권리가 명시되어 세계적으로 강조되었다. 또한 일부 국가는 식량주권을 헌법, 법률로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장벽이 농민 앞에 놓여 있고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윤추구 방식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자본은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대량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식량시스템을 선호하고 생태적, 인간적 영향은 무시되고 있다. 식량안보는 식량의 가용성,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식량주권은 세계적 기아와 영양실조의 근간이 되는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여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규정한다. 식량을 상품과 이윤의 원천으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고 인권, 문화적 가치의 원천으로 인식한다(Rachel Carlile, 2021). 식량주권은 식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량주권은 농민에게 자신의 농사활동을 통제할 힘을 부여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식량위기, 농업위기, 지역위기 시대에 살아가게 되었고 모든 일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져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도 없고,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말하기도 어려운 시기다.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종합적인 그림 속에서 우리의 요구를 펼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이 글은 9월 2일 곡성군농민회와 항꾸네 틈모임이 주관하여 연 "AI와 농촌" 제2강에서 이수미 녀름 소장이 발표한 주제의 자료집 "농민권리보장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뒤웅박 씻나락에 글을 실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신 필자께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_대안문화웹진 <지리산人>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누리집 : https://nongyeon.org/
-
- 기획
- 뒤웅박 씻나락
-
[뒤웅박 씻나락] "농민·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주권 실현" 이수미
소식 검색결과
-
-
[소식] 지하수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생존권을 위한 먹는물관리법 개정 방향 토론회
- 지하수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생존권을 위한 먹는물관리법 개정 방향 토론회 -산청군 삼장면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회 일정: 9월 30일(수) 오후 2~4시 ◦장소: 삼장면 복지회관 회의실 ◦주최·주관: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정혜경 국회의원실 ◦토론참여: 발제자 전원,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3인),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2인), 전국 및 경남 환경단체 (3인),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관, 산청군 담당관 ◦진행자: 윤주옥 (지리산마을살이기록단) <진행순서> 1. 모두발언 (삼장 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 2. 인사말 (정혜경 국회의원) 3. 연대사 (전국지하수공동대책위원회(거제주민대책위원회)) 4. 발제 (10분 내외, 자료집 제작 예정) ① 삼장 투쟁의 시작과 현재, 먹는물관리법의 문제점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 ② 삼장지역 물환경설문조사 및 현장조사 결과보고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③ 삼장 생수공장 증량과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이병대 박사, ㈜지리산산청샘물 환경영향조사서 심의위원) ④ 먹는물관리법 개정 방향 (하승수 변호사, 지리산사람들) 5. 질의응답 및 토론 (40분 내외) 생수를 만드느라 엄청난 양의 물을 퍼내 지하수가 말라 가고 있는 현실, 아시나요? 이번 토론회에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소식
-
[소식] 지하수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생존권을 위한 먹는물관리법 개정 방향 토론회
동영상뉴스 검색결과
-
-
핵발전소 32기의 나라에서 탈핵의 길을 걷는 순례자 - 청명 인터뷰
- "핵에서 벗어난다, 자유로워진다"— 탈핵순례자 청명이 말하는 탈핵의 의미 밀양송전탑에서 시작된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꿨습니다. 탈핵활동가 청명이 지리산사람들TV와 함께 우리나라 핵발전소 32기의 현실과, 16일간의 탈핵순례에서 마주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핵발전소, 석탄화력, 송전탑은 왜 늘 같은 마을에 함께 있을까요? 탈핵활동가 청명이 걸으며 확인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온도차, 그리고 지리산에 정착해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들려줍니다. "아쉬움도 부러움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한 활동가의 이야기, 지리산사람들TV 청명 인터뷰 2부입니다.
-
- 사람이야기
-
핵발전소 32기의 나라에서 탈핵의 길을 걷는 순례자 - 청명 인터뷰
-
-
100년 전통 오일장이 무허가? 일심철물 60년, 산동 오일장과 함께한 세월 - 임순덕 어르신 인터뷰
- 구례 산동에는 100년 역사의 산동오일장이 있습니다. 그 장터 곁을 60년 동안 지켜온 일심철물, 그리고 그곳의 주인 임순덕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한때 구례에서 두 번째로 유명했던 산동 오일장은 지금은 허가조차 없는 상태로 명맥만 겨우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오늘도 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산수유와 맑은 물, 맑은 공기로 유명한 산동면. 그 산동의 오일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지리산사람들TV는 지리산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00:00 인트로 00:31 산동 오일장 일심철물을 찾아서 01:41 산동 오일장은 2일, 7일장 02:05 60년 세월, 일심철물의 시작 02:34 100년 역사를 지닌 산동 오일장 03:38 하루아침에 무허가 오일장이 된 이유 05:21 코로나와 인구 감소, 쇠퇴하는 오일장 05:56 산동 오일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06:56 8개 면 중 가장 컸던 그 시절 산동장 09:09 남편과 함께 일군 철물점, '일심'이라는 이름 11:41 현재 산동오일장의 모습 13:38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한 조건들 15:07 산동 자랑 – 맑은 물, 맑은 공기, 친환경 농산물 16:25 임순덕 어르신이 그리는 희망 #구례 #산동 #산동오일장 #오일장 #전통시장 #지리산 #구례여행 #산수유마을 #일심철물 #임순덕 #시골할머니 #인생이야기 #지리산사람들tv #구례산동면 #오일장투어 #윤주옥
-
- 사람이야기
-
100년 전통 오일장이 무허가? 일심철물 60년, 산동 오일장과 함께한 세월 - 임순덕 어르신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