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2-05(일)

사는 이야기
Home >  사는 이야기

실시간뉴스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3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를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며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뿌리가 빨아올린 영양분은 든든한 몸통을 타고 올라 줄기를 형성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뿌리고 자식은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이정록시인의 글을 읽으면 '뿌리'와 '열매'가 바로 생각난다. 이정록이라는 시인은 그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뿌리가 주는 양분을 야금 야금 아니 듬북 듬북 받은 열매라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 것이다.'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정록이라는 시어를 입혀 탄생한 시나무다. 그는 그저 지나칠, 어떤이는 잔소리라 할 어머니의 말씀이 '아름다운 시'라는 진리를 발견하고 글로 적는다. 어머니는 교회나 절에 가지 않았지만 하느님과 부처님의 마음을 이미 삶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가슴 우물(어머니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명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더.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전문) 이꼴 저꼴 다 본 어머니의 말씀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이 된 시인은 금쪽 같이 받아 적는다. 가장(어머니학교 58) 높은 데다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다.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가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벖을 날 없는 겨.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전문)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을 기억하면 글이 되는 사람이 이정록이다.(아들과 아버지) 그러니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뿌리가 없었다면 이정록 시인이란 열매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이정록(아들과 아버지)이 생쥐 꼬리에 불을 붙여 친구 '놀새'에게 하려는 복수를 보면 분명히 '커서 뭐하나 할 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요하고 계획적이다. 그렇다고 뭐 꼭 성공하지는 않지만. 역시 그는 커서 놀새에게 복수하듯 끈질기게 글을 써 시인이 되었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옛말은 틀린 적이 없다. 성장하는 나 아버지는 저에게 꿈을 적어 보라고 했죠. 오래도록 머리를 긁적이다가 부끄러운 얼굴을 쳐들었죠. 아버지가 볼까 봐 한 손으로 종이를 가렸죠. 거기에는 세로로 성 행 위 라고 쓰여 있었죠. 화가 난 아버지가 다짜고짜 머리통을 쥐어박았죠. 내 꿈 위로 눈물이 떨어졌죠.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아버지가 역정을 냈죠. 아버지의 우람한 손아귀에서 나의 초록 꿈이 부르르 떨었죠. 아버지가 내 손을 힘껏 떼 내자 나의 당찬 꿈이 드러났죠. 성장하는 나 행복한 가족 위로할 줄 아는 어른 (성장하는 나 /전문) 시인의 눈엔 사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처럼 보이다가도 그것들 때문에 또 마음이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깃들 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전문) 몇개의 말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삶의 축약이다. 그늘과 햇살, 마을과 무덤, 파란만장, 나비! 생 느티나무는 그늘을 낳고 백일홍나무는 햇살을 낳는다. 느티나무는 마을로 가고 백일홍나무는 무덤으로 간다. 느티나무에서 백일홍나무까지 파란만장, 나비가 난다. (생/전문) 이정록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책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나무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똥방패』,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 『미술왕』 『대단한 단추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까짓것』과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등을 출간했습니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2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 되었습니다. 중고책방에서만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도 하고 직업을 바꾸게 하기도 합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란 책은 저의 직업을 바꿔 버린 책입니다. 제가 도시에서 지리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마케팅이란 '개인이 목적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조장하기 위해서 아이디어, 재화, 및 서비스들의 개념, 가격결정, 촉진 및 유통경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 미국 마케팅 학회(AMA) 소비자의 목적과 기업이 원하는 목적, 즉 '개인이 원하는 상품과 기업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찾아 해결하는 해결사가 바로 '마케터'(마케팅을 하는 개인이나 조직)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터에게 시장과 소비자는 사냥꾼의 정글과 같았습니다. 정글에 나가 탐색을 하고 상품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분류해서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들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고 다녔습니다. '한국에 시장이 없다면 일본에 시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도쿄에서 2년 가까이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도쿄의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소비자이며 연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구매 내력과 성향과 연령 등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고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왜 이 상품을 원하고 구매했는지 분석하기를 희망했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직 그것이 제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고객이 목말라하는 것이어서 그 어떤 고객도 거부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좀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 사적들을 읽어나갔습니다. 책꽂이에는 마케팅과 관련된 서적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어느새 가득 채우고 다시 쌓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한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자주 가던 서점 한 귀퉁이에 이 책이 있었습니다. 플러그를 뽑는다고? 플러그는 전기 에너지 사회를 연결하는 핵심고리입니다. 전기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핵심 동력입니다. 그것을 뽑는다는 것은 현대 사회와의 결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팅 관점으로 본다면 제목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으며, '21세기에 플러그를 뽑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플레인(Plain)>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플레인>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박한 삶을 위한 모임'이 창간한 잡지입니다. "게다가 고객에게 파는 물건 생산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말 괜찮은 물건을 샀다고 믿게끔 만드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는데, 이럴 때 저는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16쪽) 이 문장이 저의 직업을 바꿔 버렸습니다. 이 글은 메가빅 석유회사에 다니던 로버트라는 사람의 '사직서' 중 일부입니다. 그는 <플레인>이라는 잡지가 여는 '두 번째 러다이트 대회'라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후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클라호마에 농장을 마련해 회사와 도시를 떠났습니다. 저 역시 그 책을 읽던 시기에 '마케팅'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이라는 것이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필요한 것처럼 둔갑시켜야 했고, 꼭 필요한 것처럼 설득해야 했습니다. 또한 이미 비슷한 기능에 제품이 있는데 거기서 차별 점을 찾아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오직 '소비자'로만 보였습니다. '저들은 어떤 제품을 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소비자와 생산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혼란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때 이 글을 읽은 것입니다. 그(로버트)는 제가 느끼고 하던 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나서 마법사에 주문에 걸린 소녀처럼 제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랫동안 해온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1년 후에 저는 지리산에 내려왔습니다. 결혼한 지금은 아내가 사온 TV를 보고 있습니다만, 처음 지리산에 내려와 혼자 살던 1년 동안은 TV를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TV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TV를 보지 않고 살아도 세상을 아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고, 삶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TV가 없었을 때 평소 TV를 보던 시간에는 마을길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때 'TV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TV 없는 삶'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TV에 연결된 플러그 하나를 뽑고는 살아봤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모든 플러그를 뽑고 살 자신은 아직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컴퓨터를 켜고 있고, 형광등을 켜고 있으며,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고, 전기 밥통에 밥이 보온되고 있고, 냉장고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플러그를 빼버린다면 이 글 역시 사라져 버릴 것이고, 정전이라도 되면 한전을 향해 욕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조금은 변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소비와 구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업과 삶의 터전이 바뀌었습니다. 생활 역시 소박하고 검소한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돈 없이도 사는 방법을 가르치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돈 버는 방법과 돈에 익숙하지 않고, 또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17
  • 할머니 탐구생활
    언젠가부터 " 사람들은 보고 싶은거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듣는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은 한문장, 한장면 안에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보고 듣는다. 문맹이 아니라 문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가 그렇고 정치가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나쁜 것인가? 그럴 수 있다.악의적으로 이용 될 수 있다. 반면 선의로 사용 될 수도 있다. 전체를 다 보는 사람은 소수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주변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자기 삶을 바라보는 눈도 선택적이다.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과 환경을 좋은 것만 골라보고 좋은쪽으로만 생각한다면 삶은 좋을 수 밖에 없고 긍정적이 된다. 물컵의 반만 차 있는 물을 바라보는 자세와 같다. "물이 반 밖에 없네"와 "물이 반이나 남았군"이다. 이책의 저자가 이웃 할머니를 바라보는 자세다. 할머니는 지혜의 창고이며 삶의 보물이다. 할머니라고 다 지혜롭지만도 않고 다 보물도 아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지혜와 보물은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 누군가는 다 쭈그러진 노인 안에서 아집과 세월의 허무만을 볼 수도 있다. 무엇을 보느냐는 보는이의 몫이다.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서른 즈음의 저자에게 이미 할머니의 지혜가 스며있고 삶을 관조하는 혜안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이의 지혜다. 출판사 책소개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이며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할머니이 책은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작일 뿐 아니라 선정 발표 당시 “[할머니 탐구생활] 등 총 140편의 원고와 기획안을 선정했다”고 발표할 만큼 대표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호평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의 글 솜씨뿐 아니라 내용과 깊이도 남다른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잃어버린 ‘중요한 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어떤 대목에선 지치고 지친 우리들에게 아주 맑고 시원한 샘물 한 잔을 건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다. 목차 책을 내며: ‘할머니’라는 지혜 창고를 열며 8[하나]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18소리실 할머니 손은 약손? 28쌍지 할머니는 개를 사랑해 35수봉 할머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42동티 할머니와 나 사이에 해바라기를 48동래 할머니의 오매불망 꽃 사랑 56노년의 고갯길도 화끈하게, 광덕 할머니 62누워서도 열매 맺는 나무처럼, 도란 할머니 70[둘]할머니는 약을 알고 있다 78산딸기 케이크 대작전! 83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90결국 ‘그 맛’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96쌀밥 먹음시로 나락이 뭔지도 모른다냐? 104빗속을 뚫고 온 해님 같은 사랑 110더 늦기 전 다리를 놓을 방법이 없을까? 115바느질을 내 품에 120‘키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 128[셋]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136육식은 아무나 하나 140나누기보다 쟁이게 만드는 냉장고 148냇물아 흘러 흘러 153텅텅 빌 때까지 퍼주고 또 퍼주고 160외면당하는 할머니 밥상 166메주를 만들 때는 메주가 되어야 172나도 강아지랑 뽀뽀할 수 있어 180다시 부르는 박타령 188[넷]할머니 이장의 탄생 200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려는 마음 208시골에 돈 벌 기회가 많다고? 216드디어, 나도 쑥떡파! 224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32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238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 242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250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258에필로그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266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17

실시간 사는 이야기 기사

  • 지리산 청설모 설문조사
    안녕하세요. 귀촌한 지리산 ✨청년들의 설자리 모임✨을 탐구하는 지리산 청설모에요. .지리산 청설모 설문조사. 우리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함께 마고의 품 지리산에서 살고 있지요. 하지만 생각한 만큼 지역 살이가 쉽지 않습니다. 일과 돈, 하고 싶은 일들의 진입 장벽, 지친 마음 등 살필 것들이 많아요. 더구나 지리산과 정이 깊어질수록 '개발'이라는 파괴음에 맞설 힘도 잃고 싶지 않지요. 어떤 마음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되짚고, 어떻게 잘 꾸려나갈지 함께 고민해요!. 이 설문조사는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함입니다. ●실시 기간: 2월 1일 ~ 6월 30일 ●대상: 지리산에 귀촌한 청년 누구나 (연령 제한x) ●이벤트: 추첨을 통해 설문 참여자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설문조사 링크 https://forms.gle/svyVRJMWNtDAxN5M6
    • 사는 이야기
    • 사는이야기
    2023-02-03
  • 뜨거운 얼음-글렌굴드의 삶과 예술
    글랜굴드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호기심! 그는 책 껍데기에 써 있듯 "wonderous strange"! 연주회 1부라는 긴 시간 동안 연주는 안하고 심지어 피아노에 눕기까지...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이런 기행은 용서할 수 없다.(나의 생각) 천재가 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건강염려증'이 심했다는데 하루에 한끼만 먹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혈압도 높았는데 결국 뇌졸증으로 50세에 사망했다. 언제부턴가 하루 2시간 이상 연습을 안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행동은 예상을 벗어난다. 사실 누구든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 '이상'하지 않을까? 굴 굴굴구ㅜㅇㄹㅇㄴㅁㅇㄹㅇㄴㄹ구루ㅜㅜㅇㄹㅇㄹㅇㄹㅇㅁㄴㅇㄹ굴드와는 달리 90세 넘어서도 연주하는 '호로위츠'의 전기가 읽고 싶어졌다. 좌우간 인생을 걸만큼 사랑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런 사람들의 삶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저는 열두 살 즈음부터 곡을 치기 전에 악보를 완전히 분석하고 외우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런 훈련을 받으면 마치 엑스레이처럼 곡을 훤히 꿰뚫게 되죠. 피아노를 직접 쳐서 얻는 촉각적 이미지보다도 이게 훨씬 강합니다." 굴드는 1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악보를 연구하는 데 보낸 시간이 실제로 피아노 앞에서 연습했던 시간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p98 가장 특이한 훈련법은 "태핑(tapping)"이었다. 이는 게레로가 오트만에게서 빌려온 기법으로, 오트만이 "순수한 손가락 기술"이라 부른 능력을 기르고 이완성과 균일성과 명료한 터치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베크위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태핑이란 한쪽 손으로 매우 느리게 연주하면서 반대쪽 손으로는 치는 손가락을 눌러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빠르게 연주할 때 가장 경게적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근육을 움직이는 법을 터득할 수 있죠."((태핑을 당하는 손가락은 건반의 정확한 위치에 올려놓기만 한 채 실제로 건반을 누르지는 않고, 대신 다르쪽 손가락이 그 손가락 끝을 두드려준다.) 이렇게 한 뒤에 스트카토로 곡을 느리게 쳐본다. 그러면 온몸에 긴장을 푼 채 손가락으로만 피아노를 치는 법을 뇌가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더들이에 의하면 굴드는 게레로 밑에서 모든 곳을 태핑으로 연습해 보았다고 한다. 또 굴드는 유명한 1955년 <골드베르크 변주곡>녹음을 하기 전에 각 변주를 태핑으로 일일이 연습해보았으며, 그렇게 해서 다 치는데 약 32시간이 걸렷다고 한다. 굴드는 성인이 되고부터는 피아노 연습을 거의 하기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나 한편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끝없는 인내와 집중력으로 몇 시간을 쉬지 않고 연습하면서 게레로가 설정한 완벽의 기준마저 뛰어넘었다. 굴드는 안정적이고 기이할 정도로 정제되어 잇으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테크닉으로 존경받았다. 이는 물론 타고난 재능이기도 했지만 굴드가 유능한 스승 밑에서 힘들게 노력하여 얻은 것이었다. p104 굴드는 1971년 존 로버츠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술의 "치료적"가치에 대해 이렇게 썼다. "듣는 이를 자신이 사는 세계로부터 차단되게 만드는 능력이 없는 음악은 그 반대의 음악에 비해 내게는 본질적이 아치가 떨어지네." 굴드는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최고의 목적으로서 "황홀경"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여기서 황홀경의 의미는 단순한 기쁨이라기보다, 유체 이탈하는, 시간이 멈추는, 다른 세상에 가 닿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p123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2-03
  • 아무튼, 노래
    143페이지의 짧은 책이고 문고판처럼 작아 손에 쥐기 쉽다. '아무튼'시리즈의 책이다. '아무튼'시리즈는 한주제로 한사람이 쓴 책이다. 신간 중에 책이 작아 빼고 보니 이슬아 작품이다. 이슬아는 정말 열심히 쓴다. 그리고 쓴 것을 모두 책으로 낸다. 스스로 일인 출판사도 한다. 노래가 주제인 이 책을 보면 아직 젊어서 인지 어렷을 적 기억을 잘 하고 있다. 어렷을 적부터 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었고 어른들이 노래 부르고 애들에게도 시키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집안 분위기는 애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나는 노래를 안부른다. 집안 누구도 노래를 안부른다. 심지어 말도 잘 안한다. 수다를 잘 떠는 사람이 부럽다. 친구들 수다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입으로 소리내는 것을 잘 안하는게 내 성향이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 2명은 이야기 하다 끊기면 허밍을 한다. 처음엔 늘 노래를 부르니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언제나 그러는 걸 보니 아마도 둘 사이의 침묵을 못 견디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또? 하는 생각마저. 그러고 보니 그분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이슬아의 책은 어렷을 적 부터 부른 노래에 대한 상황 설명과 노랫말에 대한 회상등이 적혀있다. 노래말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넘칠 것 같은데 게다 상황설명과 감상을 더하면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다. 바로 이야기꾼 이슬아의 선택! 노래다. 놀라운 건 그녀가 결혼식 축가도 불렀다는 것이다! 그녀는 옷도 벗는다. 나체 모델도 했다. 과거 시제. 젊은이의 도전! 하지만 도전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능력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녀의 도전적이 삶이 흥미롭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31
  • 흔적은 발자국이다
    수달의 흔적 발자국
    • 지리산의 강
    • 수달아빠의 수다
    2023-01-28
  • 쇳밥일지
    행운은 어떻게 찾아올까? 최근 내가 만난 젊은 친구 중 갑자기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 '김동식', 가수 '이승윤', 이 책을 쓴 '천현우'. 물론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진 것은 맞는데 그렇다면 왜 그 많은 사람중 그들은 어떻게 행운을 잡았을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남들이 뭐라하던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다. 남이 뭐라하던 쓰고, 노래하고, 제 할 일을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다고 유명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물론 유명=행운이라는 말은 아니고, 유명=행복도 아니다. 요즘 젊은세대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세대도 힘들었다. 힘들지 않은 세대가 어디있는가? 내 세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업화의 불길이 활활 타올르고 대기업이 우수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던 때였다. 덕분에 취업자리는 많았다. 또 조금만 운이 좋았다면(내경우) 대기업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면 뭐하나? 오래 남아 커리어여성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말이다. 각 시대 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시대적 상황과 풍토가 있다. 다행히 그 파도를 잘 타고 넘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도와 함께 무인도로 쓸려간 사람도 있고 파도와 싸우다 바닷속으로 침몰한 사람도 있다. 운이 없거나 배경이 없거나 재산이 없거나...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알고 보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위치에 있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있다. 그리고 잘 하는 것도 있다. 뭐든 한가지를 꾸준히 한 사람은 결국은 행운을 잡는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도, 유명해 지지 않아도 돌이라도 매일 줍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은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매일 행복하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사랑도 연습, 행복도 연습, 천국도 연습이다. 매일 연습한 사람만 그것이 축적되어 사랑의 결과물, 행복의 결과물, 천국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결과물이 드러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연습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 갈 뿐이다. 천현우는 요즘 청년이 어떻게 어려운지 그 상황을 직접 겪었고 그걸 유려한 문체로 전해 주었다. 그가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전문 작가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독자들은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고 고맙다. 노동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둠 속에서 법의 헤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다. 매년 2000가량의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천현우도 부상을 당했고 여러번 위험에 처했지만 적절히 처우받지 못했다. 노동환경도 부적절하고 사고시 처우도 부적절한게 현재의 노동현장이다. 김용균 사건 이후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을 고친다고 노동현장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태원참사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위험은 어는 곳에나 있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암튼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나라가 되어야 겠는데 말이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28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파헤친다. 조던은 생존했었고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며 학장이었고 분류생물학자였다. 뭔가를 보면 그 안에서 질서를 찾아야 하고 질서대로 분류해야만 하는 한 인간이 있고, 신기한 인간을 보면 왜 그러는지 알아보야야 하는 또 한 인간의 이야기다. 조던은 온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잡아 표본을 만들었다. 룰루는 무엇이 한 인간을 이렇게 집착하게 만드는지 "한사람을 계속 나아가도록 몰아대는 건 뭘까?"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이었다. 결국 한 인간은 물고기에 집착하고, 다른 한 인간은 그것에 집착하는 인간에게 집착한 이야기다. 두 집착형 인간이 집착하여 만든 결과는 놀랍다. 인간의 집착은 다른 인간의 집착의 결과를 뒤집어 놓는다. 픽션이 아닌 넌픽션이라 더욱 놀랍다. 오래전 생물 시간에 멍청하게 듣던 우생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정말 멍청한 일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암튼 이 책은 너무 기발한 한 인간에 놀라 마구 책을 넘기다가 그 깜짝 놀랄 행위와 결과에 또 놀라 마구 책을 넘기다 입을 딱 벌린채 책을 덮는데, 흥미가 결국 허망한 결론을 도출해 냈다는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혼돈같이 보이는 것에 있는 질서를 찾아내고 다시 그 질서을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일이 사람사는 일인 것 같다.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예이츠 결국 데이비드와 룰루는 비슷한 류의 인간이 아니었을까? 인간을 분류할 수 있다면?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17
  •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노동 인권과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의 선구자 김알렉산드라의 생애를 그린 그래픽노블. 그림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페이지 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참 독특하고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흑백이고 오로지 검은색으로 선이 굵은붓으로만 그렸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이 김금숙은 만화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를 많이 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 김금숙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그녀가 살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이었다. " 라는. 김알렉산드라는 두아이의 엄마였다. 아이를 맡기고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에 일생을 바치다 사형당했다. "내가 100년 전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빼앗긴 나라에서 여성으로, 가난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생략-- 2019년, 김알렉산드라에 대한 만화 작업을 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내가 그녀가 살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여성으로서 이만큼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수많은 김알렉산드라의 투쟁 덕분이리라. --생략--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불가능하지만 그 차이를 점점 줄일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백 년 전에 살았던 김알레산드라는 진정한 독립운동가였으며(빼앗긴 나라를 되찯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나라를 되찾느나,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어떤 나라를 만드는가는 더욱 중요하다)혁명가이자 선구자였다. 2020년 봄, 김금숙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17
  • 0원으로 사는 삶
    "우리는 돈없이 살 수 있을까?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들고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0원살이‘ 여정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돈으로부터의 자유만이 아니다. 사실 여정의 어느 순간부터 내 관심사에서 ‘돈‘이라는 화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돈을 사용하지 않음‘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마음을 쏟을 더 중요한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0원살이‘ 여정은 내 삶을 물질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 너무 흥미롭고, 부럽고, 한자한자 감동적인 책이다. 소설이 아니라 다큐! 존경스럽다. 지리산 어디 산다는데 만나보고 싶다. "고정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만하며 산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고 저자 박정미는 말한다. 6년 동안 썼다는 이 책은 한자 한자가 감동이고 그녀가 체험한 모든 것이 부러울 뿐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 그녀는 오롯이 그 삶을 산다. 누군가에 의해 질질 끌려가는 삶을 사는 나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인생 또 한번의 찬스가 있다면 그녀와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 우리에게 생존과 사랑을 조장하는 것은 '시스템'이 어니라 '자연'이다. 시스템은 생존에 대한 불안과 '사랑 받지 못할까 봐'의 두려움을 미끼 삼아 인간을 조종한다. 시스템 내에서는 '노동과 소비'에 의존해 생존과 사랑을 구패야 하지만 자연에서는 '저립자족을 통해 생존과 사랑을 스스로 해결한다. 시스템 안에서는 생존과 사랑을 위해 경쟁과 투쟁을 벌이지만, 자연에서는 내가 별달리 애쓰지 않아도 생명과 사랑이 강물처럼 흘러온다. 시스템 속에서는 생존과 사랑의 열쇠가 오닉 돈에 있지만, 자연의 세계에서는 공가, 물, 풀, 햇빛, 나무...." "음식 낭비 문제를 알아갈수록 전 세계의 기아 문제에도 관심이 생겼다. 음식 낭비는 과잉 소비의 심각성을 물질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로 , 현 시스켐이 가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griculture Organization)에 따르면 매해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음식의 30가% 가량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실제 수치로 추산되지 않는 재배, 생산, 유통 과정에서의 손실까지 합하면 시량 손실은 50%에 이른다. 우리가 먹는 양에 가까울 만큼의 음식이 헛되이 생산되어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말이다." "프리건은 육류 제품뿐만 아니라 산업적 대량 생산 경제에서 만들어진 모든 상품을 불매한다. 주로 낭비되는 음식과 물건, 건물을 사용하여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0에 가까운 생활비로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프리건은 현재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소비'에서 찾는다. 프리건은 '나쁜' 기업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로 본다. 그리고 이 시스켐의 원동력이 소비이므로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리적 기업의 제품이든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이든, 동물 친화 혹은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제품이든 동물 학대 제품이든, 친환경 제픔이든 화학 제품이든 소비는 자본주의를 지원한다. 무엇을 사든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착한 소비란 없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17
  • "혼불"을 읽다가 혼이 나간 것 같다.
    구례와 전주 김제를 오가다 보면 매번 보는 간판이 하나 있다. 남원 사매면에 있는 혼불 문학관 이정표다. 매번 지나면서 한 번 가볼까 하기도 했고 혼불이라는 소설을 읽어 볼까 하다가 지나친 것이 20년은 된 것 같다. 지리산 남쪽 하동을 배경으로 쓴 대하 소설 토지가 있다면 지리산의 북쪽 남원을 배경으로 쓴 대하 소설은 혼불이다. 어제 혼불 1권을 읽어 봤다. 나름 꽤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혼불을 읽는 순간 혼이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나가 버린 우리말을 이렇게 아름답게 새겨 놓은 소설을 이제까지 만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스토리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언어는 아주 특별했다. 특히 전라북도 지방의 언어들.. 내가 어려서 사용했던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옛말들이 하나 둘 소설을 통해 윤슬처럼 빛났다. 최명희 작가는 1947년생이고 본적이 남원 사매면인데 소설 혼불의 배경 역시 그 지역이다. 작가는 1998년 난소암으로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언어는 시대의 정신이고 언어가 없다면 민족도 없다. 혼불에 새겨진 단어들은 오래된 우리 옛말들이 많다. 처음 들어 보는 단어들이 부지기수인데 작가는 취재와 사전 책 그리고 노인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별도의 단어사전을 만들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책은 도서관에 빌린 책인데 처음 20페이지 단위로 책이 점점 깨끗해진다. 100페이를 넘기니 읽은 흔적이 없다. 아마도 유명한 소설이니 한 번 읽어 볼까 하다가 100페지를 넘기면서 모두 포기한 것 같다. 더구나 요즘 세대들이 읽기엔 오래된 말들이 많아 사전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도 힘들 것 같다. 혼불의 뜻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사람들은 혼불을 목도할 적이면 먼 길을 떠날 불빛을 애도하며 두 손을 모아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옛말에 관심이 많고 더구나 아름두운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소설 혼불을 추천한다. 모두 10권이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 하겠지만 시간이 안 된다면 1권이라고 읽어 보기를 권한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11
  • 하얼빈
    이 책의 저자는 김훈이고 이책의 주인공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안중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안중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손가락 잘라 맹세한 이야기'나 그 어머니의 뚝심있는 편지와 같은 유명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제목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토히루부미'를 저격한 장소다. 소설이라기 보다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사건 중심적이지만, 매 순간 등장인물들이 느꼈을 감정은 누구나 알 수 없기에 작가의 몫이다. 그런 감정을 얼마나 더 실제인물의 감정과 이입했고, 독자들 역시 그것에 공감했느냐가 소설의 맛일게다. 나에게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 김훈이 왜 이책을 썼으며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부분인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읽은 기록들과 한 작가가 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고군분투하는지가 책의 내용을 제외한 부분에 나온다. 내게는 이 부분이 더 재미있다. 또한 내용의 특이점은 신앙에 대한 부분이다.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저자의 안목으로 적어낸 부분이다.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전민동 성당의 주임신부님이셨던 정재돈 신부님은 안중근 도마의 신봉자였다. 전민동 성당의 주보성인은 도마 사도였는데 안중근의 세례명도 도마였다. 정재돈 신부님은 성도마 사도보다 안중근 도마를 섬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중근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다. 덕분에 신자들은 안중근에 대한 정보와 신앙에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에도 안중근의 신앙과 신앙인으로서 살인을 저지른 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에 대해 저자로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당시, 일본이 지배하고 있던 나라의 외국인 주교 뮈델은 안중근에게 고백성사를 해준 신부 빌렘에게 자격 정지 2년을 선고했다. 이후,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에 대한 천주교의 태도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2월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됐다. 누가 볼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진정한 민족의 영웅에 대한 영화는 자꾸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3-01-11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