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1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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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검색결과

  • 참교육 키즈의 생애 15편 "겨울 역"
    기차가 멈추었다. 나경은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세 시간 내내 수현을 생각했다. 얼마나 변했을까? 결혼은 했을까? 내가 다시 수현을 만나도 되는 것일까? 고 등학생이었던 수현을 만나던 날, 그리고 수현이 학생운동에 빠지고 교도소까지 가고 난 이후에 도망치듯 떠난 자신이 다시 수현을 만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현을 만나도 될까? 다시 수현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나경은 자신이 아픈 아이가 있고, 이혼을 했고, 나이가 많고, 수현을 다시 만나면 수현을 사랑해 버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경은 역안에서 서성이는 수현을 봤다. 검은색 롱코트에 잘 다려진 바지, 어디에 있어도 큰 키 때문에 한 눈에 찾을 수 있는 수현이 역 안에 있었다. 나경은 잠시 일어 섰다가 주저 앉았다. 수현은 기차가 떠나고 한 참을 역앞에서 기다렸다. 나경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현은 역을 빠져 나왔다. 겨울 해는 짧게 머물다 서편으로 떠났다. 수현은 나경이 기차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경이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 앉는 것을 봤다. 수현은 나경이 탄 기차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나경을 만나면 나경을 사랑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나경을 사랑 할 수는 없었다. 수현은 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옷가게 앞을 지날 때 현주가 나왔다. 수현아.. 어.. 현주야.. 잘 차려입고 어디 선이라도 보러 가나 했는데 왜 이렇게 빨리와? 어. 그냥,.. 다음에 보자… 현주야 야.. 이 수 현… 잠깐만 …. “눈도 오고 오늘은 손님도 없을 것 같은데 나랑 밥이나 함께 먹자.” 야. 기다려.. 네가 오늘 매상도 올려주고 내가 초등 동창에게 옷 판 기념으로다 밥한끼 사줄께. 너 집에 가야 함께 밥 먹을 사람도 없잖아… 어… 그 그래.... 눈도 오는데. 현주는 수현을 잡아 끌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읍에 가장 번화가 이층에 자리잡은 바나나숲이라는 경향식 집이었다. 수현은 여기서 나경과 만난 적이 있었다. 오래전 수현이 겨울에 아파트 잡부일을 하고 있을 때 나경과 함께 차를 마시러 왔던 곳이었다. 현주는 창문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나경과 함께 앉았던 곳이었다. 현주는 오래전 자신이 수현을 짝사랑하던 때가 생각났다. 초등학교때 시작한 짝사랑은 수현이 교도소에 갔다는 소문이 났을 때도 여전해었다. 수현이 학생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갔다면 그럴만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현주는 생각했다. 현주는 음식과 술을 주문했다. 둘은 초등학교 친구들을 하나씩 이야기 하며 이야기 했다. 수현은 이런 이야기를 처음 해봤다. 기억나는 친구들이 있었다. 수현은 모두 잊고 살았다. 지난 10년간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농사를 짓고 수확하고 노무사 시험에 떨어졌고 그것이 다였다. 지숙을 만났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했고 나경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고향에 친구들이 있었지만 찾지 않았고 찾아와도 인사만 했을 뿐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현주를 만났고 오래전 친구들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수현은 오랜만에 취했다. 현주는 취한 수현을 모텔에 데려갔다. 현주는 수현과 함께 잤다. 수현이 일어 났을 때 현주가 속옷만 입은 채 옆에 누워 있었다. 수현은 코트에서 담배를 꺼냈다. “수현아 일어 났어?’ “어" “어제 무슨일이… 수현은 더 말을 하려다가 참았다. 무슨일이 있었냐고 묻는 것은 현주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주는 어색하게 수현을 바라보면 웃었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어. 수현아” 너랑나랑 취해서 여기서 잤을 뿐이야. 그러니까 부담갖지마…. 현주는 그렇게 서둘러 옷을 입고 모텔을 빠져 나갔다. 수현은 모텔방에서 두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래전 나경이 떠나던 밤이 생각 났다. 그 때 수현은 나경을 붙잡지 못했다. 나경이 수현의 손을 잡아 가슴에 올렸을 때 수현은 모르는 척 몸을 돌렸고 그 날 나경은 떠났다. 그때는 잠든 척했고 어제는 잠들었다.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젯밤 일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수현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경은 기차를 타고 여수까지 갔다. 도착하니 밤이었다. 여수의 밤은 도쿄의 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경은 도쿄에서 지치고 힘들때 오다이바에 해변을 걸었다. 이국적인 건물들이 즐비한 오다이바의 해변에서 나경은 오래전 수현과 걸었던 부산의 바다를 생각했다. 수현과 함께 걸었던 부산의 바다도 이 바다와 연결 되어 있으므로 수현과 자신이 아직은 연결 되어 있다고 나경은 스스로 만족했다. 나경이 역에서 나왔을 때 여수의 바다는 평화로웠다.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이 언제였을까”라는 생각이들었다. 나경이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은 아이를 낳고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집에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었고 나경의 아이는 한국에 돌아온 후 그전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스스로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갔다. 나경은 이만큼만 해도 아이가 다른 아이와 비슷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 하는 것이 발달장애를 가진 나경의 아이가 해야하는 유일한 공부였다. 다른 아이들이 달릴때 걸었고 다른 아이들이 말을 할 때 무무 윽 윽 소리만 냈던 아이였다. 이제 엄마…무.. 라고 이야기 했던 아이는 이제 엄마 물 이라고 말했다. 한 음절이 한 단어가 되었고 두 단어가 뭉쳐 말이 되었다.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가 정확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제 주어와 목적어를 정확히 알았다. 이제 자신의 욕구를 손가락이 아니라 말로 설명 할 수 있었다. 나경은 자신의 아이가 세상 살이의 기본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가장 큰 도전이 되는 아이를 키우는 나경은 수현이 싸우려 했고 얻고자 했던 것들, 억압과 폭력, 독재, 민주주의, 평화, 인권같은 것들이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해결 하면 다른 문제가 있었고 또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 나온다. 나경의 아이도 화장실에 가면 다음은 스스로 변을 해결해야 하고 변을 해결하면 스스로 목욕을, 목욕을 해결하면 스스로 또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마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끝이 없는 싸움이었다. 끝이 없는 것은 해결 할 수 없다. 오직 타협하거나 모른척 하는 길 뿐이다. 나경은 여수의 밤바다에서 자신의 아이와 수현을 생각했다. 나경은 천천히 오동도를 향해 걷다 지숙이 생각났다. “지숙이 고향이 여수라고 했었지" 나경은 지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랜만 나… 나경이야. 아. 선배 잘사셨어요? 그래 나.. 여수에 있어. 잠깐 볼래? 아. 잠시만요. 오늘은 힘들고 내일 만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내일은 … 내가 안 될 것 같아.. 다시 돌아가야 하거든 어디로요 서울 서울에 사세요? 어.. 돌아왔어… 얼마 전에… 그래요. 그럼 잠시만요. 선배 지금 어디에요 여기 오동도.. 그럼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나갈게요. 지숙은 오동도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경 선배는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 왔을까? 수현 선배가 생각나서 돌아왔을까? 지숙은 나경이 수현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수현이 나경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경은 일본에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안전한 거리였다. 하지만 다시 서울로 나경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 지숙은 나경이 신경쓰였다. 지숙은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수현과 자신이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자신이 몇해전 수현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더 이상 수현을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 그래 이제 수현 선배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미련은 없어… 아니 없어야 한다고 지숙은 생각했다. 나경은 지숙을 기다리며 수현 생각을 했다. 자신이 떠난 후 지숙과 만나는 수현을 생각 할 때 나경은 질투를 느꼈다. 자 신이 수현을 떠나왔지만 그녀는 결국 수현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나경을 본 지숙은 나경이 예전의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경 선배는 여전히 예쁘구나” 선배 오랜만이에요. 그래 지숙아… 잘살지 네. 공무원 생활은 어때? 뭐 그냥 매일 똑같죠. 출근하고 퇴근하고 각종 민원에…. 그냥 그래요. 요즘은 여수 엑스포를 한다고 해서 엄청 바빠요. 네가 공무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 도 못했다. 갑자기 공무원은 왜 된거야? 나름 열혈투사께서.. 선배 저 놀리는 거죠. 전 열혈 투사인적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들 투쟁 하니까 옆에서 도와준 거죠. 너.. 강진이 있던 써클에 있었잖아? 그러면서 수현이랑 사귀고.. 그러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저도 참 웃기죠. 수현선배 입장에서 보면 제가 웃겼을 것 같아요. 수현 선배는 강진 선배랑 방향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너도 참.. .. 그러니까요. 하하…. 지나고 나니 별 것도 아니지만요. 나경 선배 그거 알아요. 뭘 강진 선배 아직도 학교에 있어요. 아직도..네. 뭐 학교에서 뭘 하시는지.. 수현은 뭐해? 수현 선배요. 모르세요. 수현 선배 고향에서 농사짓잖아요. 꽤 되었을걸요. 그래 나경은 어제 수현의 모습을 생각했다. 전혀 농부와 어울리지 않았다. 검은색 롱코트에 흰색 셔츠에 날선 바지까지…. 농부의 모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경은 수현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수현이 아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현이 농사를 짓는다고? 그래…. 너는 수현하고는? 진작에 헤어 졌어요. 수현 선배 교도소 갔을 때 이제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리고 공무원 준비해서 시험보고 바로 여수에 내려왔어요. 고향이 편하고 좋아요. 혼자 계신 어머니도 좋아하시구요. 저는 선배처럼 부자가 아니어서요. 전 안정적인 직장이 꼭 필요해요. 연애는 안 해? 연애요. 연애는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그냥 수현선배하고 자꾸 비교하게 되고 뭐 그래요. 너무 잘난 남자를 만났나봐요. 지숙은 나경을 보며 웃었다. 몇 해전에 수현 선배가 저를 찾아왔었어요. 예전 모습은 아니더라구요. 많이 변했어요. 자신도 없어 보이고, 열정도 없고 맥이 빠진 사람처럼 보이더라구요. 농사가 편해서 그런지 아니면 더 이상 투쟁할 목표가 없어서 그런지.. 아무튼 그랬어요. 오래전에 그 모습은 아니더라구요. 생긴 것 빼고요. 지숙은 나경을 보며 여전히 수현에게 관심이 많은 나경이 안쓰러워 보였다. 여전히 나경이 수현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고 하던데….. “여전하구나 선배는” 어. 뭐가 여전히 수현 선배를 좋아하죠? 네가… 무슨. 아니야.. 너랑 나랑 만나서 누굴 이야기 하겠니… 수현이 밖에 더있어… 나경은 지숙이 여전히 수현을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숙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숙은 더이상 수현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자신이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는 그렇지 않다. 수현을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보다 지금의 자신이 더 좋았다. 수현을 사랑할 때 지숙은 힘들었고 늘 불안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현이 가장 편안한 길을 선택했고 자신을 찾아 왔을 때 그런 수현에게 지숙은 맘이 가지 않았다. 지숙은 수현의 불안한 삶 때문에 떠났지만 수현이 안전한 길을 선택하자 수현에게 미련이 사라졌다. 지숙은 자신이 사랑했던 것은 수현이 아닌 학창시절의 투사 같던 수현을 사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숙은 자신이 사랑한 이수현의 본질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은 수현이 본질이 아닌 자신에 눈에 비친 또다른 이수현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자신이 수현을 사랑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경은 지숙에게 수현의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적어도 수현이 이제는 더이상 처음 자신과 만났던 그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써 나경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자신이 끼친 부채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한 편으로 이제는 정말 수현을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은 이미 결혼했고 아이가 있으며 그것도 아픈 아이가 있으며… 나이가 많고.. 나경은 자신의 마음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수현을 향한 마을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지숙과 나경은 밤 바다를 뒤로 하고 헤어졌다. 지숙은 다시 택시를 타고 자신의 삶이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집으로 향했다. 나경은 밤 바다를 뒤로 하고 밤 기차를 타고 아이가 있는 엄마의 집으로 향했다.
    • 문화예술
    • 연재소설
    2025-05-08

지리산고을소식 검색결과

  • [지리산자락책방] 함양의 온도를 올리는 동네서점 “오후공책”
    사월 말이었다. 수달래가 예쁘게 피던 날이었다.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고 있다. 오후공책은 23년 4월에 문을 연 함양의 작은 책방이다. 같은 협동조합에 속한 세 사람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따스한 사월의 오후 햇살 같은 미소를 가진 책방지기 두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우리는 책방 안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조영선 대표는 출장 중이었고, 김현임 님과 정은경 님이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오후공책? 이름이 재밌네요. 어떤 뜻인가요? > 처음에는 함양의 귀촌한 사람들이 모여서 책 읽기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매주 한 번씩 만나 책 읽기 모임을 했죠.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고, 함께 죽이 잘 맞아 책 모임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책이라는 주제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함께 서점을 준비하면서 협동조합 “오늘”을 만들게 되었죠. 오후공책(5 Who 함께하는 책방)은 협동조합 “오늘”에서 운영하는 독립 서점입니다. 협동조합 오늘,은 삶에 문화, 예술, 놀이, 철학과 가치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생활 속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고자 뭉쳤습니다. 책방은 실험을 위한 꿈의 아지트이며, 책, 먹거리, 예술, 놀이 등의 다양한 활동을 도구 삼아 환경, 교육, 성찰, 치유의 바다를 항해할까 합니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함양이라는 산골 작은 읍에서 그것도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2년이나 지났으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네. 맞아요. 서점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죠. 그렇다고 아무런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거나 최근에는 지역서점 희망도서 바로대출 같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은 어떤 사업인가요? > 도서관에 책이 없는 경우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내가 지정한 서점에서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지역서점에서 빌려 보고 반납도 할 수 있어요. 정부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책방에 보조금을 주기도 해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저희가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고요. 지금 책 모임 다섯 개 등산 모임과 바느질 모임까지 운영하고 있죠.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책이라는 주제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 마당이나 음악 주제로 모임을 하기도 하고요. 책방에서 책을 읽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글을 쓰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요. 자, 이제는 산에도 가보실래요? 오후공책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네요. > 다양한 일을 만들어 지역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거든요. 다행히 서로 죽이 잘 맞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함께 이야기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일이 하나 늘어나고 하는 식입니다. 올해는 책 문화제도 해 볼 생각이에요. 책 문화제는 어떤 일인가요? > 김현임(김) : 함양의 작은 서점이 두 곳이 있어요. 그림책을 주제로 하는 그림 책방 “퐁당”이라는 곳이 하나 더 있는데 올해가 그림책의 해라서 그림책을 주제로 체험도 하고 그림책을 보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후공책과 퐁당이 멀지 않아서 가는 길에 책이 있는 거리 같은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지금 기획 중입니다. 책방은 모두가 아는 사양 사업 중 하나잖아요. 많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사실 창업자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책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정은경(정) : 저희가 책방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책방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봤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인문학 교수님이 운영하는 인문학 책방 대표님 이야기를 보니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이 며칠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었어요. 사람이 없으면 여기저기 전화도 합니다.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_김현임 책방지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재밌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책방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누가 봐도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이거든요. > 정 : 음. 사실 힘들고 지치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즐겁지 않은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손님이 거의 없는 날도 있거든요. 그런 날은 제가 책을 좋아해서 손님이 없다면 책을 읽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책을 많이 읽기도 해서 손님이 없는 날도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이 없어도 바쁜 일이 많아요. > 김 :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아마 시골 책방 문을 열면서 책방으로 집 한 채 마련해야지, 이런 마음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들 이런 점은 공유된 상태였어요. 그래도 책방을 유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최저 인건비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정도는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정 : 사실 조금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너무 활발해진 것 같기도 해요.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는 번잡하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 좀 조용하게 살고 싶었는데 서점을 하면서 재밌는 일을 자꾸 하고 싶고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은 없어서 약간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혼자 있거나 숲을 걷거나 합니다.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_정은경 책방지기 운영 시간은 어떤가요? 오후공책이니까 오후에만 운영하나요? >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후 8시까지 운영했는데 6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희도 사실 오후에 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바꾸었어요. 그랬더니 몇몇 손님들이 오후에 열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손님들은 주말에 다시 오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고 있거든요. 사실 추석이나 설 명절을 제하고는 매일 문을 열고 있어요. 저희 서점은 세 명이 운영하고 있어 가능하거든요. 일주일에 한 사람이 2번에서 3번 정도 나오면 되니까요. 뭐 함께할 일이 있으면 모두가 출동하기는 합니다만.... 힘들지는 않나요. > 정 :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아직은 뭐 할 만하고 좋아요. (책 외에도 음료와 의미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많은 책방이 책보다는 음료 판매나 기타 수익이 더 많은 경우가 있던데 오후공책은 어떤가요? > 정 : 함양에서 책을 구매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여행을 오시는 분들이 책을 구매하는 편입니다. 월 150에서 200권 정도가 판매돼요. 우리 책방에 책이 천 권 정도가 있어요.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통해서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프리마켓에서 책을 팔기도 합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분투 중이시네요. > 김 : 책방이니까 책 판매가 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밖에서 보면 한가롭게 책방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열심히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오후공책만의 책 선별 기준이 있을까요? 공간이 크지 않다 보니 진열 공간도 부족할 것 같고요. 각자의 취향이나 판매도 해야 하니까요. > 정 : 음… 세 명이 한 책장씩 선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소설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선택한 곳도 있고, 환경이나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런 책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고른 책도 있고요. 팔릴 만한 책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운영하는 세 명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죠. 팔릴 만한 책과 취향과의 마찰이 있기는 해요. 책은 문화이자 상품이니까요. 독립 출판사들의 책도 많은데 독립 출판사 책은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씩 구매해 주는 사람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에 3번 정도 안 팔리는 책들은 반품하는데요. 반품하면 대부분 폐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최대한 팔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요! > 김 : 제가 서점을 시작한 이후에 여행을 가면 지역 서점들을 많이 찾거든요. 책방에 들어서면 그 책방지기의 취향이 알겠더라고요. 책방이 없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왠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고 차가워 보여요. 그런 의미에서 오후공책은 함양의 온도를 2도 정도는 올려 주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저에게 추천할 만한 책도 있을까요? > 정 : 저는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보고서>를 추천해요. 최근에 김금희 작가에게 푹 빠져 있는데, <나의 폴라 일지>라는 에세이 추천해요. 기회가 있다면 읽어 보세요. 책방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시겠어요. 저도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거든요. 대학 때 후배 한 명이 선배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책방 해 볼까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못하고 있네요. > 두 분 모두 : 누군가 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매력이 있는 일이니까요. 수익은 보장이 안 되지만요. 그래도 역시 좋은 일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저희는 사실 아직은 만족하고 있거든요. (책방을 짓는 과정 ) 오후공책도 음료를 판매하시는데 수익은 어떤가요? > 매출은 책이 많은 편이지만 책은 이윤이 많지 않으니까 음료 판매가 아무래도 수익은 더 많은 편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아요. 거의 반반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중요하고 책을 고르거나 읽는 데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믹서기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드립커피만 제공하고 있어요. 맞아요. 요즘 카페에 가면 얼음 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기는 하더라고요. > 그래서 오후공책은 믹서기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만드는 음료나 식자재들은 가능하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합니다. 지역의 딸기를 사용해서 딸기 음료를 만들고 지역의 생강으로 생강 음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많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이 중요하죠. 그 외에도 비닐 없는 책방, 숍인숍으로 제로웨이스트 상품 같은 것을 판매하기도 해요. 액체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 합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어요. 책방이나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정말 없잖아요. 제가 보기엔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나이는 가장 어린 나이 때일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님들이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어 주잖아요. 그러다가 점점 아이가 크면 책이 학습지가 되고 또 문제집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요. > 김 :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접하는 소식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빨리 생기고 식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는 속도는 변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저는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인간에게 적절한 속도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읽는 속도로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만화책이라도 읽으면서 뒹굴뒹굴하는 여유를 주는 것이 책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문해력도 결국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 정 : 저는 책을 읽는 이유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해요. 책을 읽고 있으면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인공지능이 채워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인간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주류는 못되겠지만 아웃사이더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나른한 오후에 햇살이 책방을 비추고 있었다. 책과 책방이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다 보니 인터뷰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함양에서 작은 지역 책방으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이 있다면, 그 마을엔 온기가 깃든다.” 서점 하나 없는 곳은 어쩐지 삭막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읽은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책을 읽으며 살고 싶어.” 사월의 오후의 햇살이 오후공책에 따스하게 들어왔다. 그 안에는 마음이 지칠 때,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혹은 그냥 조용히 무언가가 그리울 때, 따뜻한 음료와 책이 함께 위로를 건네는 작은 책방이 있다. 그곳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정성껏 맞이하는 책방지기가 있고, 한 권의 책을 통해 마음을 건네는 책이 있었다. 책이 그리운 날, 혹은 햇살 좋은 날, 책방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날 향기로운 음료 한 잔과 함께 조용한 책이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책과 햇살,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당신도 분명,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후공책 책방 여는 시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추석과 설날을 빼고 매일 오픈 함양읍 한들로 67번지 글 조태용 사진 김인호
    • 사람이야기
    2025-04-26

사람이야기 검색결과

  • [지리산자락책방] 함양의 온도를 올리는 동네서점 “오후공책”
    사월 말이었다. 수달래가 예쁘게 피던 날이었다.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고 있다. 오후공책은 23년 4월에 문을 연 함양의 작은 책방이다. 같은 협동조합에 속한 세 사람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따스한 사월의 오후 햇살 같은 미소를 가진 책방지기 두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우리는 책방 안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조영선 대표는 출장 중이었고, 김현임 님과 정은경 님이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오후공책? 이름이 재밌네요. 어떤 뜻인가요? > 처음에는 함양의 귀촌한 사람들이 모여서 책 읽기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매주 한 번씩 만나 책 읽기 모임을 했죠.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고, 함께 죽이 잘 맞아 책 모임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책이라는 주제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함께 서점을 준비하면서 협동조합 “오늘”을 만들게 되었죠. 오후공책(5 Who 함께하는 책방)은 협동조합 “오늘”에서 운영하는 독립 서점입니다. 협동조합 오늘,은 삶에 문화, 예술, 놀이, 철학과 가치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생활 속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고자 뭉쳤습니다. 책방은 실험을 위한 꿈의 아지트이며, 책, 먹거리, 예술, 놀이 등의 다양한 활동을 도구 삼아 환경, 교육, 성찰, 치유의 바다를 항해할까 합니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함양이라는 산골 작은 읍에서 그것도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2년이나 지났으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네. 맞아요. 서점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죠. 그렇다고 아무런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거나 최근에는 지역서점 희망도서 바로대출 같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은 어떤 사업인가요? > 도서관에 책이 없는 경우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내가 지정한 서점에서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지역서점에서 빌려 보고 반납도 할 수 있어요. 정부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책방에 보조금을 주기도 해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저희가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고요. 지금 책 모임 다섯 개 등산 모임과 바느질 모임까지 운영하고 있죠.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책이라는 주제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 마당이나 음악 주제로 모임을 하기도 하고요. 책방에서 책을 읽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글을 쓰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요. 자, 이제는 산에도 가보실래요? 오후공책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네요. > 다양한 일을 만들어 지역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거든요. 다행히 서로 죽이 잘 맞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함께 이야기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일이 하나 늘어나고 하는 식입니다. 올해는 책 문화제도 해 볼 생각이에요. 책 문화제는 어떤 일인가요? > 김현임(김) : 함양의 작은 서점이 두 곳이 있어요. 그림책을 주제로 하는 그림 책방 “퐁당”이라는 곳이 하나 더 있는데 올해가 그림책의 해라서 그림책을 주제로 체험도 하고 그림책을 보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후공책과 퐁당이 멀지 않아서 가는 길에 책이 있는 거리 같은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지금 기획 중입니다. 책방은 모두가 아는 사양 사업 중 하나잖아요. 많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사실 창업자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책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정은경(정) : 저희가 책방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책방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봤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인문학 교수님이 운영하는 인문학 책방 대표님 이야기를 보니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이 며칠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었어요. 사람이 없으면 여기저기 전화도 합니다.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_김현임 책방지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재밌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책방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누가 봐도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이거든요. > 정 : 음. 사실 힘들고 지치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즐겁지 않은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손님이 거의 없는 날도 있거든요. 그런 날은 제가 책을 좋아해서 손님이 없다면 책을 읽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책을 많이 읽기도 해서 손님이 없는 날도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이 없어도 바쁜 일이 많아요. > 김 :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아마 시골 책방 문을 열면서 책방으로 집 한 채 마련해야지, 이런 마음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들 이런 점은 공유된 상태였어요. 그래도 책방을 유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최저 인건비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정도는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정 : 사실 조금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너무 활발해진 것 같기도 해요.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는 번잡하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 좀 조용하게 살고 싶었는데 서점을 하면서 재밌는 일을 자꾸 하고 싶고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은 없어서 약간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혼자 있거나 숲을 걷거나 합니다.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_정은경 책방지기 운영 시간은 어떤가요? 오후공책이니까 오후에만 운영하나요? >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후 8시까지 운영했는데 6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희도 사실 오후에 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바꾸었어요. 그랬더니 몇몇 손님들이 오후에 열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손님들은 주말에 다시 오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고 있거든요. 사실 추석이나 설 명절을 제하고는 매일 문을 열고 있어요. 저희 서점은 세 명이 운영하고 있어 가능하거든요. 일주일에 한 사람이 2번에서 3번 정도 나오면 되니까요. 뭐 함께할 일이 있으면 모두가 출동하기는 합니다만.... 힘들지는 않나요. > 정 :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아직은 뭐 할 만하고 좋아요. (책 외에도 음료와 의미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많은 책방이 책보다는 음료 판매나 기타 수익이 더 많은 경우가 있던데 오후공책은 어떤가요? > 정 : 함양에서 책을 구매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여행을 오시는 분들이 책을 구매하는 편입니다. 월 150에서 200권 정도가 판매돼요. 우리 책방에 책이 천 권 정도가 있어요.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통해서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프리마켓에서 책을 팔기도 합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분투 중이시네요. > 김 : 책방이니까 책 판매가 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밖에서 보면 한가롭게 책방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열심히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오후공책만의 책 선별 기준이 있을까요? 공간이 크지 않다 보니 진열 공간도 부족할 것 같고요. 각자의 취향이나 판매도 해야 하니까요. > 정 : 음… 세 명이 한 책장씩 선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소설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선택한 곳도 있고, 환경이나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런 책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고른 책도 있고요. 팔릴 만한 책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운영하는 세 명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죠. 팔릴 만한 책과 취향과의 마찰이 있기는 해요. 책은 문화이자 상품이니까요. 독립 출판사들의 책도 많은데 독립 출판사 책은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씩 구매해 주는 사람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에 3번 정도 안 팔리는 책들은 반품하는데요. 반품하면 대부분 폐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최대한 팔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요! > 김 : 제가 서점을 시작한 이후에 여행을 가면 지역 서점들을 많이 찾거든요. 책방에 들어서면 그 책방지기의 취향이 알겠더라고요. 책방이 없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왠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고 차가워 보여요. 그런 의미에서 오후공책은 함양의 온도를 2도 정도는 올려 주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저에게 추천할 만한 책도 있을까요? > 정 : 저는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보고서>를 추천해요. 최근에 김금희 작가에게 푹 빠져 있는데, <나의 폴라 일지>라는 에세이 추천해요. 기회가 있다면 읽어 보세요. 책방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시겠어요. 저도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거든요. 대학 때 후배 한 명이 선배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책방 해 볼까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못하고 있네요. > 두 분 모두 : 누군가 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매력이 있는 일이니까요. 수익은 보장이 안 되지만요. 그래도 역시 좋은 일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저희는 사실 아직은 만족하고 있거든요. (책방을 짓는 과정 ) 오후공책도 음료를 판매하시는데 수익은 어떤가요? > 매출은 책이 많은 편이지만 책은 이윤이 많지 않으니까 음료 판매가 아무래도 수익은 더 많은 편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아요. 거의 반반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중요하고 책을 고르거나 읽는 데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믹서기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드립커피만 제공하고 있어요. 맞아요. 요즘 카페에 가면 얼음 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기는 하더라고요. > 그래서 오후공책은 믹서기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만드는 음료나 식자재들은 가능하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합니다. 지역의 딸기를 사용해서 딸기 음료를 만들고 지역의 생강으로 생강 음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많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이 중요하죠. 그 외에도 비닐 없는 책방, 숍인숍으로 제로웨이스트 상품 같은 것을 판매하기도 해요. 액체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 합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어요. 책방이나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정말 없잖아요. 제가 보기엔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나이는 가장 어린 나이 때일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님들이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어 주잖아요. 그러다가 점점 아이가 크면 책이 학습지가 되고 또 문제집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요. > 김 :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접하는 소식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빨리 생기고 식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는 속도는 변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저는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인간에게 적절한 속도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읽는 속도로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만화책이라도 읽으면서 뒹굴뒹굴하는 여유를 주는 것이 책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문해력도 결국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 정 : 저는 책을 읽는 이유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해요. 책을 읽고 있으면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인공지능이 채워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인간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주류는 못되겠지만 아웃사이더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나른한 오후에 햇살이 책방을 비추고 있었다. 책과 책방이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다 보니 인터뷰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함양에서 작은 지역 책방으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이 있다면, 그 마을엔 온기가 깃든다.” 서점 하나 없는 곳은 어쩐지 삭막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읽은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책을 읽으며 살고 싶어.” 사월의 오후의 햇살이 오후공책에 따스하게 들어왔다. 그 안에는 마음이 지칠 때,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혹은 그냥 조용히 무언가가 그리울 때, 따뜻한 음료와 책이 함께 위로를 건네는 작은 책방이 있다. 그곳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정성껏 맞이하는 책방지기가 있고, 한 권의 책을 통해 마음을 건네는 책이 있었다. 책이 그리운 날, 혹은 햇살 좋은 날, 책방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날 향기로운 음료 한 잔과 함께 조용한 책이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책과 햇살,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당신도 분명,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후공책 책방 여는 시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추석과 설날을 빼고 매일 오픈 함양읍 한들로 67번지 글 조태용 사진 김인호
    • 사람이야기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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